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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희순

청주교육지원청 장학사

"와아~ 맛있겠다. 쑥버무리네요!"

퇴근 후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쑥 향기가 가득하고, 먹음직스러운 쑥버무리 접시가 한 눈에 들어왔다.

워낙 쑥버무리를 좋아해서 옷도 갈아입지 않고 쇼파에 앉아 허겁지겁 먹기 시작하니, 보다 못한 어머니께서는 체할까봐 물을 떠다주시며 "천천히 먹어라."하신다.

해마다 4월이면 우리 집 식탁은 쑥으로 만든 요리가 이어진다. 아침에는 쑥국, 저녁에는 쑥전, 야참(저녁 간식)으로 쑥버무리…

다섯 식구가 먹는 쑥을 공급하시느라 어머니께 틈만 있으면 양지바른 곳에 곱게 자란 쑥을 뜯어 오신다. 꽃샘추위에 감기가 염려되어 시장에서 사서 먹자고 하면 그 쑥을 뜯은 곳이 믿을 수가 없다고 하시며 손수 장만하셔서 그 맛이 더욱 소중하고 깊다. 우리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지켜주시는 분이 우리 어머님이라는 것을 지인들은 다 알고 부러워들 한다.

제철 음식과 전통 음식으로 늘 건강을 지켜 준 덕분에 우리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된장국을 좋아했고, 겨울이면 집에서 띄운 청국장으로 입맛을 돋게 하여 아토피 같은 질병을 모르고 자랐다. 제철 음식 중에 우리 가족에게 인기 최고인 것은 봄철의 '쑥버무리'이다. 쑥버무리는 물기 있는 쑥에 찹쌀가루를 섞어서 찜 솥에 살짝 찌는 것으로 요리 시간과 간을 조절하기가 어렵다. 요리 시간이 너무 짧으면 쌀가루가 덜 익고, 너무 오래 찌면 쑥이 푹 익어 쑥 향기와 맛이 사라진다. 또한 싱겁거나 짜지 않게 간을 맞추는 것이 비법이다.

우리 어머님은 간편하게 밀가루로 버무리고, 소금과 단맛을 내는 조미료로 적당한 간과 오랜 경험으로 다져진 시간 조절에 그 맛이 최고라 봄철 우리 집 간식의 1순위이다.

난 초등학교 시절 하교 후에 친구들과 논둑, 밭둑을 다니며 봄나물 뜯던 추억에 더욱 맛있게 먹지만 그 맛을 모르는 아들과 딸은 어른들을 따라서 먹다보니 이제는 맛있다고 먹는다.

쑥의 효능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내려오고, 한의학이나 민간요법에서도 중요한 치료법으로 이용되고 있다.

맹자는 '7년 묵은 지병에 3년 묵은 쑥을 구하라'는 말을 남겼고 중국 대학자 왕안석은 '100가지 질병을 치료하는데 쑥 만한 약이 없다'고 했다. 그만큼 쑥은 약성이 좋은 식물이다.

한방에서 쑥은 '애엽' 이라고 하는데 맛이 쓰면서 맵고 성질이 따뜻해서 소화기, 심장, 간장 등 장기의 기능을 도와줘 환절기에 그만인 요리재료라고 한다.

쑥 한 접시에 하루에 필요한 비타민 A의 80%, 비타민 C도 권장량의 1/3이 들어 있을 정도로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하고 비타민C와 다량의 엽록소가 들어있고, 위장이 튼튼해지고 면역력을 높여 만성위장병에 특히 좋다고 한다. 감기에 걸렸을 때도 효능이 있으며 혈압강화와 소염작용을 한다고 한다. 어렸을 때 넘어져 무릎이 다치거나, 칼에 손가락을 베었을 때 쑥을 뜯어 돌에 쪄서 상처부위를 감싸 치료하고, 코피가 났을 때 쑥으로 코를 막았던 치료가 근거 있는 치료였음을 말해준다. 단, 소양인에게는 맞지 않는 음식이니 피하는 것이 좋단다.

쑥은 봄나물 중 가장 늦게 시장에 나온다. 5월 단오에 채취한 것이 약성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음식재료로 쓰는 쑥은 4월 초순부터 나오는 어린 새싹이 부드럽고 향도 좋고, 주로 줄기가 뻗어나가지 않고 이른 봄, 응달에서 자란 독장 잎의 어린 쑥을 사용하는데 약성과 청정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칼과 같은 금속도구를 사용하는 것보다 직접 손으로 따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4월은 들로 산으로 봄향기 나들이를 꼭 가야한다. 제비꽃, 할미꽃,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무리지어 피어 눈길을 끌고, 개나리, 진달래, 벚꽂, 산수유, 생강나무꽃 등등 예쁜 꽃봉오리가 유혹하고 있어 설레이는 봄맞이를 하러 가야 한다. 바쁘다는 핑계로 놓치고 나면 그 해에는 다시 볼 수 없음을 아쉬워해야 한다. 봄에 피어나는 새순과 봄꽃들로 기를 받아 올해의 1년이 강건해짐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이번 주말은 봄 향기 가득한 식탁을 만들기 위해 온가족이 쑥 뜯으러 나가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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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