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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심

한전 옥천지사장·경영학박사

입사 후 처음으로 수도권을 떠나 충북 옥천으로 발령 받아 여기저기를 둘러보니 '향수'와 '포도'라는 단어가 제일 많이 눈에 띈다. 또한 업무 차 현장에 선로 순시 나갈 때 읍내를 벗어나면 곳곳에 포도밭이 많아 포도의 고장임을 눈으로 직접 확인시켜 주었고, 역시 그 맛 또한 탁월하여 보랏빛 높은 당도를 자랑하며 점차 해외 수출이 늘어남을 옥천에 사는 한사람으로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청정하고 아름다운 고장으로 천혜의 토질과 기후조건이 풍부한 자연으로부터 오는 삶의 지혜와 곁들여 필자가 제일 좋아하는 과일이 포도이기에 관심이 더 갔던 만큼 알알이 함초롬히 매달려 맛있게 먹어주기만을 기다리는 포도가 정겹기까지 하고 가깝게만 느껴진다. 포도는 그 열매가 싱그럽고 토실하다. 그 중 청포도는 다 익어도 초록빛깔이 더욱 싱그럽게 느껴진다.

문득 이육사의 "청포도"라는 시가 생각난다.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을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엔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밝고 청초한 싱그러운 시어가 아름답고 예쁜 섬세함이 가득한 이 시를 통해 끊임없는 향수와 기다림 그리고 먼 미래를 향한 염원을 노래하고 있는데 "청포도"를 통해 밝은 미래가 담긴 희망을 마주하며, 풍요롭고 아름다운 삶을 꿈꾸는 소망이 아쉬움을 남긴 채 지나가버린 시간들과 다가올 넉넉하고 풍성한 가을날을 기대해 보며, 평화로운 삶속에 티 없이 맑고 깨끗한 정성이 담긴 간절한 심정이라 해석하고 싶다.

이번 여름은 유난히도 더워서 온 국민이 냉방의 시원함을 조금씩 양보해야만 했던 전력수급의 관리단계에서 이제는 한시름 놓고 어느덧 가을의 문턱에 하늘의 빛과 강물이 그렇듯이 점점 파랗게 되는 투명한 원색을 입힌 계절이 성큼 다가왔다. 뜨거운 태양이 작렬하기 까지 한 여름 볕이 물러가면서 금년 옥천에서의 포도 향기도 지나가게 되리라! 또 내년을 기다리며 농부는 가을걷이와 함께 겨울을 준비하리라! 지난 포도농사 뒤에 포도향기는 아직도 우리입안에 머물러 있듯이 우리 사람에게도 나름의 향기가 따라다닐 것 같다.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영혼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한 조화와 함께 드러내는 그 내면의 깊은 향기가 정성스런 기다림, 때로는 설레임과 인내의 향기로 각자 인생의 길에서 꽃피우기를 그토록 갈망하며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나는 어떤 사람일까· 향내를 품어내는 사람일까· 향기를 소유하며 만들어 가고 있을까· 아님, 향기 나는 사람만 따라 다니고 있는 걸까· 그럼 그 향기는 누가 발할 것인가·...

사람의 인격도 향기가 있을 것 같다. 향내 나는 사람을 만나면 그 향기에 젖어든다. 아름다운 향기를 담은 사람, 말의 향기를 지닌 사람, 자신보다 남을 높이는 겸손의 향기를 가진 사람, 매사에 유머로 즐겁게 해주어 가까이 다가서면 행복한 향기가 솔솔 풍기는 사람 등, 이런 사람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 늘 포도를 입안에 넣고 한 입 깨물 때 한 아름 포도의 독특한 맛과 그윽한 향기처럼 꼭 필요한 자리에서 향기를 발하여 우리에게 삶의 향기를 더해주고 있다고 본다.

가시 사이에서 자라지만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장미꽃처럼, 주위의 거름 냄새와 기후의 변화에도 혹독한 인내로 견뎌내 우리에게 맛을 더해주는 포도를 필자는 선호한다. 사람들은 누구나가 자기만이 소중한 인연을 간직하고 되새기며 살아간다. 언제 부터인가 필자 역시 이런 인연들에 가슴 설레고 있다. 옥천에서 만난 분들을 사랑하게 되었고, 포도의 향기에 취하게 되었으며, 향기 나는 분들을 이곳에서도 대면할 수 있었다. 내 삶에 잊지 못할 소중한 분들...그향기 나는 사람들을 만나 정들어가고 있다. 가을산은 겨울을 나기위해 머금었던 물을 모두 내 보낸다. 또한 그 뜨거운 여름 내내 일궈왔던 알곡의 반짝거림은 사랑이 싹틀 때 우리의 첫사랑의 모습일 것이다. 그 사랑의 향기를 보태어 이 가을을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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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 "재정 자율화 최우선 과제"

[충북일보]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은 "도체육회의 자립을 위해서는 재정자율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 간 민선 초대 도체육회장을 지내며 느낀 가장 시급한 일로 '재정자율화'를 꼽았다. "지난 2019년 민선 체육회장시대가 열렸음에도 그동안에는 각 사업마다 충북지사나 충북도에 예산 배정을 사정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져왔다"는 것이 윤 회장은 설명이다. 윤 회장이 '재정자율화'를 주창하는 이유는 충북지역 각 경기선수단의 경기력 하락을 우려해서다. 도체육회가 자체적으로 중장기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보니 단순 행사성 예산만 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선수단을 새로 창단한다거나 유망선수 육성을 위한 인프라 마련 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충북은 종합순위 6위를 목표로 했지만 대구에게 자리를 내주며 7위에 그쳤다. 이같은 배경에는 체육회의 예산차이와 선수풀의 부족 등이 주요했다는 것이 윤 회장의 시각이다. 현재 충북도체육회에 한 해에 지원되는 예산은 110억 원으로, 올해 초 기준 전국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