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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심

한전 옥천지사장·경영학박사

깊은 숲속에 둥지를 틀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예쁜 새 한 마리가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태풍이 찾아왔다. 비바람이 세차게 몰아쳤고 새는 살기 위해 나뭇가지에 매달려 태풍에 쓸려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다했다. 마치 그 둥지를 떠나면 도저히 살아 갈 수 없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폭풍은 더 매몰차게 다가왔다. 그러자 새는 생각이 바뀌었다. "폭풍에 나를 맡기자!" 다짐하고 난 뒤 한참을 비바람에 쓸려 나가 산과 계곡을 지나자 어느덧 폭풍우 속에 고요함이 찾아왔다. 그러자 그 새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지난 날 살았던 둥지가 최고라고 생각했지만 여기는 과거에 살아왔던 곳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졸졸졸 흐르는 물 맑은 계곡의 숲속 둥지에 와 있었다. 그 뒤 예쁜 새는 그 보금자리에서 행복하게 살았다.

삶은 어차피 고통의 바다를 가로질러 가는 돛단배가 아니겠는가! 양달이 있으면 응당 응달도 있는 법, 예쁜 새가 폭풍에 몸을 맡겼듯이 힘든 삶이 물밀듯 밀물처럼 밀려 들어와 도저히 혼자 어찌할 수 없이 매몰차게 고통이 엄습해 이미 몸부림친다 해도 방법이 없을 때 자연의 순리에 우리 자신을 맡겨보자! 그 숲속의 예쁜 새처럼 어쩌면 더 아름다운 세상이 준비되어 있는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고고지성으로 부르짖으면서 태어났던 인생이 아닌가! 그리고 돌아갈 때 육신은 한줌 흙으로 사라질 것이고 영혼은 홀로 각각 짧은 안개와 같은 이 세상에서 준비한 대로 가게 되어있지 않는가!

휴가철에 복잡했던 마음을 내려놓고 넓은 바다를 바라보며 끝없이 펼쳐져 있는 자연에 마음을 맡길 때 한없이 넓게 펼쳐져 있다가도 어느새 물이 들어오듯 또 본연의 삶의 자리에 돌아오면 다시 가파른 삶에 깊이 빠져들어 함께 살아가는 삶의 한자리에 끼어 볼품없어질 때도 있고 흥에 겨워 안심할 때도 있겠지만... 바다의 밀물과 썰물이 있듯이 우리 마음에도 그렇게 늘 무언가가 밀려 왔다가 쓸려나간다. 바다도 모든 것을 받아들여 삭이고 우리 마음도 마찬가지다. 바다에 배가 지나가면서 길을 낼 때 우리 마음에도 누군가가 지나가면서 길을 낸다. 이제는 이 넓은 바다와 같은 마음으로 서로를 보듬고 품어보자! 마음을 품고, 실수를 품고, 관용을 품고, 관심을 품고, 사랑을 품자! 그리고 지구를 안아보자! 그것이 누군가의 기대나 관심으로 인하여 더 능률이 오르거나 결과가 좋아지듯이 밀물처럼 안아보자! 그리고 다 씻어 내려 보내야 할 때는 과감히 씻어 썰물처럼 흘러 보내보자. 바위에 부딪혀 파랗게 멍든 바다를 보라! 생각과 마음을 옮기고 비웠더니 또 새로운 마음의 신세계가 펼쳐져 있는 고통을 견뎌낸 흔적의 드넓은 바다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

필자가 태어나 어릴 적 살던 곳은 '득량 앞바다'라고 불려지는 바다와 많이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배를 갖고 계신 분이 옆집에 살고 있어서 이따금 저녁에 소라와 조개 등을 함께 먹기도 했고, 물이 쭉 빠졌다고 생각했는데 또 어느덧 한 가득 바다가 펼쳐져 있는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렇게 바다는 조개도 주울 수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어느새 인간으로 더 이상 비집고 들어갈 수 없이 벌써 꽉 차 있는 것이었다. 무엇이 내 머리와 가슴에 꽉 들어 차있어 자유하지 못할 때 깊은 숲속의 예쁜 새처럼 썰물 따라 맞서리라. 갈 때는 무엇인지 모르지만 그렇게 가다보면 맘껏 팔을 걷어 올리고 펼쳐볼 수 있으리라! 그것을 꿈꿔 보기도 한다. 그리고 기다려본다. 그때가 내 인생의 어느 때 일지는 아직은 모르겠지만 우리는 그렇게 썰물에 길이 들어나듯이 지금 한 생의 때를 보여주면서 함께 나란히 가고 있다.

러시아의 작가 도스토예프스키는 "가장 큰 행복이란 유한한 생명체가 무한한 생명의 근원에로 돌아가 절대자의 신성에 접근할 때"라고 말했다. 우리 인생의 어느 때가 가장 잘 접근할 수 있는 밀물일지 삶의 썰물의 한때를 보내면서 이 뜨거운 여름에 한번쯤 생각의 날개를 달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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