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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심

한전 옥천지사장·경영학박사

먼 옛날 시골 마을에 지루한 장마가 찾아왔다. 게다가 폭우까지 쏟아졌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집이 잠기고 가장집물이 다 떠내려가고 있었다. 그래서 소도, 말도 예외일 수는 없다. 소는 우직하게 음 메에~ 소리 내며 물에 몸을 맡긴 채 떠내려가다가 비가 그친 뒤에 땅을 밟게 되어 목숨을 부지하는 것이다. 반면에 말은 발 빠른 움직임으로 발버둥 치며 서두르다가 제 풀에 힘이 빠져 결국 목숨을 잃는다. 이처럼 "우생사마"를 직역하면 '소는 살고 말은 죽는다'는 뜻이지만 우리는 평소에 소처럼 듬직하고 서두르지 않고 침착하게 살아간다면 소기의 성과를 걷을 수 있고 오히려 "서두르면 서툴다"는 의미로 쓸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이 집 담을 쌓아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주인이 빨리빨리 해 달라고 부탁을 하는 바람에 어느 정도 높이쯤 쌓았으면 벽돌이 마른 다음에 쌓는 것이 원칙임에도 불구하고 그 주인이 독촉하여 하루에 한 길이 넘도록 다 쌓았더니 비스듬히 옆으로 넘어가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사람이 등으로 담을 받치고 서서 빨리빨리 품삯부터 달라는 것이다. "빨리빨리" 정신이 성수대교를 무너뜨려 32명의 소중한 목숨을 잃었고, 삼풍백화점이 붕괴되어 순식간에 502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전국에 1300만여 가구에 초고속 인터넷이 설치되어 전 세계에서 1위 인터넷 설치나라가 되었지만 그래도 느리다 싶어 동네 PC방으로 달려가는 게 우리 성질 급한 한국 사람이다. 느린 것을 참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교통사고율 세계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지도 모른다. 오늘 우리의 거리에는 그때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차들이 질주하고 있다. 창을 열고 보면 정말 아찔할 정도로 무서운 속도로 빠르게 달리고 있다. 그 결과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38만 명이 교통사고를 당하며, 이중에서 지난해 기준 교통사고로 5천3백 명 가량이 사망했다고 발표한바 있다. 이 말은 매일 1천 명 이상이 교통사고를 당하고 있다는 말로서 누구나 교통사고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후천적 장애를 갖게 될 확률이 높다는 오명을 벗을 길 없다.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소중한 내가 말처럼 서둘러서 평생을 고통과 후회 속에 살아가야 한다면 큰 불행 중의 불행이 아닐 수가 없는 것이다. 오래 전 미국에서 한국 사람을 부를 때 "빨리빨리"라고 불렀던 적이 있다. 얼마나 서둘렀으면 그런 호칭이 생겨났을까·

인생이 오늘 하루로만 다 되는 것은 아니다. 삶의 목적지에 서둘러 가는 일에만 매달리지 말고 음악에도 쉼표가 있듯, 때로는 우리 인생에도 쉼표가 필요하다. 물론 남들 사는 것만큼 갖추고 살아가려면 잠도 자지 않고 열심을 다해 뛰어도 부족한 세상이 되어버렸지만...

이번 주가 본격적인 휴가시즌이라고 한다. 필자의 직장에서도 긴장을 조금도 늦추지 말아야 하는 시기이지만 유례없는 하계휴가를 강조 하는 것도, 오히려 잠시 휴식이 끊이지 않은 긴장 속 업무의 끈을 더 세게 당길 수 있으리라 보기 때문이다. 그것도 몇 일간 집중휴가로 쉬어보자. 서두르지 않기 위해서도!

우리네 인생 자체의 삶이 여행길이라면 아우토반을 달리는 포르쉐처럼 빨리 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들과 산속의 시냇물 소리를 들으며 꽃도 벌도 보면서 냇가의 맑은 물에 비치는 내 모습을 발견하며 아름다운 추억을 담는 것도 자연에서 얻은 소중한 작은 행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에는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불법 총기시장이 있는데 총기 소지가 쉬운 나라다. 작년에만 7백99건의 살인사건 중 절반 이상이 총기사건이었다. 살인사건 40% 이상은 말다툼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총기 시장에서 물건 값 깎다가 총 맞을 수 있는 곳이 멕시코에서는 빈번한 일이다. 울컥하는 분노심과 혈기를 참지 못해 빚어진 어이없는 일이다. 마음을 서두르면 화를 당하게 된다. 서두른 것은 서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욱하는 성질에 대해서 지혜의 왕 솔로몬은 일찍이 이렇게 말하고 있다. "노하기를 더디하는 자는 용사보다 낫고 자기의 마음을 다스리는 자는 성을 빼앗는 자보다 나으니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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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