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아니다. 국제적인 섬유박람회를 시골 창고에서 개최하다니, 작품을 보내고 한국 작가를 동행해 직접 방문한 것이 후회스럽기까지 했다. 사실 프랑스 보졸레 퀼트엑스포 사무국에서 한국의 조각보를 전시하고 바느질 솜씨를 보여 달라는 요청이 있을 때 이것저것 따지지도 묻지도 않은 것이 화근의 시작이라는 생각까지 했다. 콧대 높고 성격 까칠한 프랑스 사람들에게 유럽의 몬드리안보다 더 아름답고 값진 한국문화를 소개하리라 다짐했던 것이었는데 출발부터 분위기가 심산했다. 행사를 알리는 사인물 하나 없고 사람들의 그림자로 찾을 수 없어 스산할 뿐이었다. 개막 전야제라며 전시 관계자들을 초청했을 때도 심드렁한 마음이었다. 이 동네 특산물인 와인과 빵조각 몇 개만 있을 뿐 누구 하나 인사하지도 않고, 인사를 강요하지도 않으며, 그 어떤 요식행위도 없었다. 그저 삼삼오오 모여 장거리 여행으로 컬컬해진 목구멍에 와인의 향기만을 담을 뿐이었다. 그래, 이왕 보졸레까지 왔으니 낯선 여행, 낯선 설레임, 낯선 문화를 원 없이 가슴에 품고 가자. 그리스 시인들은 와인을 마시는 즐거움과 쾌락을 "위대한 신 디오니소스가 부자와 가난한 사람 모두에게 와인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도록 해주었도다
2015 세계유기농엑스포 본협약 체결 등을 위한 독일방문에서 많은 성과가 있으셨는지요? 충북일보 지난 4월 4일자 12면에 이주원 충북도보건정책과장이 쓴 "충주시민 건강 위해 의료원 신축"이라는 제하의 충주의료원 매각과 관련한 충북도의 입장을 잘 읽었습니다.누구보다도 지사님께서 잘 아시다시피 충주공용버스터미널에서 매일 오전마다 서울로 가는 고속버스엔 치료를 위해 큰 병원으로 가는 시민들이 끊이질 않아요. 충주엔 3차 진료기관이 한 곳도 없기 때문이지요. 충주의료원 확장이전지로 도심 밖 계명산 산록완사면으로 정한 것이 여러 모로 부적합 합니다만 시설을 늘이고 장비를 현대화하는 것은 늦은감이 있으나 충주시민에겐 큰 선물이 아닐 수 없어요. 깊이 감사드립니다.이로 인해 577억원의 도비부담이 발생되는 상황에서 의료원부지 매각을 추진할 수밖에 없음도 이해는 갑니다. 하지만 여기엔 몇 가지 문제가 있어요. 충주의료원 소유는 충북도지만 사용권자는 대다수가 충주시민입니다. 오래 전부터 의료원확장이전이 추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충북도는 그동안 주민대표, 지역시민단체, 도시전문가 등과 이전에 따른 도심공동화대책, 이와 관련된 부지 및 건물활용 방안에 대해 토론을 한 적이 없어
친정 부모님 생신을 기하여 흩어졌던 가족들이 다 모였다. 두 분 생신이 이틀 차이라서 생신 돌아오는 주 휴일에 미리 약속하여 모이곤 한다. 팔남매 낳아 키우시고 시집 장가보냈으니 늘어난 가족이 엄청 나다. 막내 여동생 내외는 아직 기저귀 차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첫째 딸인 나는 사위까지 대동하고 행사에 참석 했다. 도저히 집에서 그 많은 가족이 식사를 하기 힘들어 식당에 가장 큰 방을 예약하여 생신 행사를 치뤘다. 그러나 식사 끝났다고 모두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기에는 아쉬움이 크다. 멀리 목포에서 광주에서 서울에서 모였으니 어디선가 뭉쳐서 못 다한 이야기로 밤을 새우고 여흥을 즐겨야 한다. 부모님 사는 아파트에 모였다. 어른은 어른대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이방 저방 차지하고 난리법석이다. 어린 조카들은 TV 앞에서 좋아하는 만화 프로그램에 몰두하고, 제법 청소년의 티가 나는 조카들은 무슨 얘기가 그리 재미있는지 깔깔깔 웃음소리 그치지 않고, 어른들은 또 한 상 차려서 기분 좋은 술잔이 오고간다. 갑자기 막내여동생의 아이가 골이 나서 울고불고 야단치는 바람에 모두의 시선이 그리로 향한다. 무슨 일로 전쟁터를 방불할 만한 울음이 터졌나 보니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마님네 마당가 목련꽃망울이 잔뜩 웅크리고 있다. 사월 중순이면 꽃잎이 열릴 때인데 아직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삼돌씨, 왜 아직 목련이 피질 않지?" 마님은 심각한 얼굴로 사과나무에 거름을 주는 삼돌씨에게 묻는다. "때가 되면 지들이 알아서 필 테지." 삼돌씨는 심드렁하게 대답한다. "아냐. 지금쯤 활짝 펴야 된단 말이야. 아무래도 이상해. 저 봐, 꽃받침이 꽃잎을 아예 꽁꽁 동여매고 놔 주질 않고 있잖아? 왜 그럴까? 응, 삼돌씨?" 마님이 자꾸 묻자 삼돌씨는 들고 있던 삽을 화가 난 듯 땅에 팍 꽂는다. "마님! 목련타령 좀 그만하고 삼돌이 커피나 한 잔 타 주시쥬?" 마님은 마지못해 커피를 타 들고 나오면서도 연신 목련나무를 살피다 커피를 흘린다. 삼돌씨가 그런 마님을 못마땅한 듯 바라보며 빈정댄다. "그렇게 세상사 다 참견하고 다니지 말고 이 삼돌이만 생각하시지?" 삼돌씨가 못마땅한 얼굴로 마님을 바라본다. "아무래도 이상해. 아랫마을 송 씨 할머니네 목련은 지난주에 활짝 피었던데……." 삼돌씨가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소매로 쓱 닦고 나서 다시 삽을 들고 일어선다. 그때 마님이 눈빛까지 반짝거리며 소리를 지른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사람이 악에 바치면 못할게 없다고 했다. 부모님들이 산지기였다는 걸 알고 난후 나의 삶은 180도 달라졌다. 동네에서 제일 부잣집이 아닌, 제일 못사는 집이란 걸 깨달은 후다. 가난을 탈피하기 위해선 무엇이든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각오와 신념이 잠시도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새로운 삶의 시작. 독한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유 없이 세상을 증오하였고 반항아처럼 사회를 보는 눈이 삐딱하였다. 통나무가 발각된 것은 그해 봄이었다. 나무를 묻은 땅이 평평했는데, 이웃에 사는 이가 그곳에 논을 일궜다. 잘 닦여진 곳이었으니 힘 안들이고 작업을 하다가 통나무를 발견했을 것이다. 낙심천만인 형은 몇날며칠을 누워계셨다. 고발하지 않는 대신 나무를 내놓으라는 종친회의 제안이 들어왔다. 그 통나무로 종손 네 종갓집을 짓는데 쓴다는 것이었다. 고발되면, 영창가고 벌금을 물어야 한다는 말에 형은 눈물을 머금고 응 할 수밖에 없었다. 통나무를 몰수당한 우리는 결국 새집을 짓는 꿈을 이루지 못했다.얼마 후 나는 초등학교 동창생을 만났다. 졸업한지15년만의 만남이었다. 1구와 2구차이가 있을 뿐 행정 구역상으로 같은 소재지의 지명을 쓰면서도 서로를 잘 알지 못
4월의 눈! 19년만이라고 했다. 함박눈은 한겨울 같았으며, 강풍은 한여름의 태풍 같았다. 농작물과 시설물피해도 많았다. 기온과 기후가 정상이 아니고, 계절이 제 철을 모른다. 지구가 아프다. 작년보다 금년이 더 아프다. 내년에는 더 아플 것 같다. 우리는 36.5°의 체온을 유지한다. 체온이 올라가거나 내려가면, 몸에 이상이 생긴 것이고, 병이 걸렸다고 한다. 최근 100년 동안 지구의 평균온도가 0.7°C 올라갔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보다 훨씬 큰 무려 1.7°C가 올랐다. 최근의 10년 사이에는 매년 0.27℃씩 올라가고 있다. 특히 최저기온의 상승률이 0.3℃로 높게 나타나며, 겨울철 온도 상승률은 0.5℃나 되고 있다. 비정상적인 상황이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홍수, 폭염, 한파, 가뭄 등의 피해가 점점 심각하다. 작년 7월에는 춘천, 서울 등지의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수많은 인명손실과 재산피해가 발생되었다. 실종된 삼한사온 속에서 40여 일 간 지속된 한파와 9월 중순의 폭염, 11월의 이상고온, 4월의 눈, 황사관측일수와 열대야일수의 증가는 삶을 더욱 피폐화시킨다. 소방방청의 통계에 따르면 최근 10년(2001년~2010년)간 각
한겨울의 '무의도' 해변은 인적이 드물었다. 저만치 동그란 섬 실미도가 조용히 겨울 풍경에 젖어있다. 마침 물때가 무의도에서 실미도까지 걸어가도록 바다가운데 길이 났다. 큼직한 돌다리를 폴짝폴짝 밟아 바닷길로 올라 '실미도'로 향하였다. 이데올로기 시대에 오점을 남긴 그 섬에 숨겨진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 천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면서 유명해진 섬이다. 사십년 전, 있지도 않을 약속을 믿고 그 곳으로 갔다가 이슬처럼 사라진 젊은 영혼들이 안타깝다. 음산한 겨울바다의 일렁거림 속에서 바다가 품고 침묵했던 거부할 수 없는 역사의 실체와 잠시 조우했다.내륙에서 자란 나는 바다를 모른다. 바다색이 검다는 것도 그날 알았다. 낙조가 시작된 금물결에 취하고, 넓은 갯벌을 품고 흐르는 거무스름한 바다물빛에 반하여 걷고 있었다. 잠시 뒤에 일어날 소동은 모른 채, 바닷길의 낭만을 즐기는 마음은 평온했다. 세상은 언제나 그랬다. 대교가 동강나기 전날도, 백화점이 무너지기 직전까지도, 한치 앞을 모르는 사람들의 일상은 평화로웠잖은가. 중간쯤 갔는데, 해산물채취 바구니를 둘러 맨 아주머니가 잰걸음으로 마주 온다. "빨리들 나가요. 물이 들어와요…"건조하고 하얀 신작로에 물이
너와 나의 생애 사이엔 벚꽃의 생애가 있다 일본 하이쿠의 거장 마쓰오 바쇼는 봄날의 벚꽃을 이렇게 노래했다. 사람마다 해석의 차이가 있겠지만, 봄날의 환영처럼 잠깐 부풀었다가 곧 스러지는 벚꽃처럼 사람의 인생도 그렇듯 덧없이 짧은 것이라는 의미가 있는 듯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꽃으로 인하여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경계에 화기(和氣)가 넘치는 것을 묘사하지 않았을까 넌지시 짐작하여 본다. 이는 지난 주말 가족과 무심천 벚꽃 구경을 나갔다가 얻은 단상이다. 이제는 부모와 어디 나들이하는 것을 영 마땅찮아하는 중고등학생 아들 녀석들과 모처럼 여유롭게 꽃길을 걸어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녀석들과 집의 현관에서부터 삐걱거렸다. 큰 녀석은 얼굴의 과도한 선크림 색깔 때문에 작은 녀석과는 스마트폰 때문에 언쟁이 벌어진 것이었다. 특히 풍경을 좀 보았으면 하는 의미에서 스마트폰을 잠시 압수한 아빠에 대한 불만으로 씩씩대는 작은 놈의 열기가 무심천까지 가는 내내 운전석까지 감지되었다. 치밀어오르는 화증으로 치자면야 당장 차를 돌리고 싶었지만 눈앞에 천천히 연분홍 꽃구름으로 뭉실뭉실 피어나는 벚꽃나무가 줄지어 맞아주니 어느 틈에 화도 슬그머니 가라앉고 말았다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동등한 존엄과 권리를 지닌다." 세계 인권선언 제1조에는 각국의 다양한 역사·문화·종교를 아우르는 보편적 인권의 개념에 대해 위와 같이 언급하며 인간이기 때문에 누려야 하는 인권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우리나라도 1990년 4월 10일 국제 인권장전을 모두 승인하고 국가인권기구의 독립적 지위를 보장하는 파리원칙에 따라 2001년에는 국가인권위원회를 설치, 국제적 인권규범의 국내적 실행을 담당하고 있다.이와 관련해 경찰도 인권보호 직무사례발표, 현장 인권교육, 전·의경부대 인권진단, 내외부의 차별의 발견, 시민참여 현장 진단 등의 인권시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2010년 국가인권위 경찰관련 진정 접수 건수가 1천594건에서 2011년에는 1천118건으로 29.9% 감소했다.이 가운데 권고 건수도 63건에서 46건으로 36.9%로 감소하는 등 경찰의 인권에 대한 의식에 혁신적인 변화를 거듭해 오고 있다.그러나 유사시책의 반복, 경찰관 중심의 인권 대응 시각 등 인프라의 한계로 인한 집회관리·피의자 체포 과정 등에서 수갑, 포승 등 장구의 과도한 사용의 부적절성에 대한 경찰력의 과잉행사와 피의자 또는 피해자의 건강·신병에
충북 최남단에 위치한 영동(永同)은 소백산 줄기아래 금강의 비단물결이 굽이쳐 흐르고, 발 닿는 곳마다 천혜의 절경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고장이다. 특히 조선시대 최고의 음악가인 난계 박연선생의 고향으로 명실공히 예향의 고장임을 자랑하고 있다. 박연선생은 고려 우왕 4년인 1378년 영동군 심천면 고당리에서 태어났다. 본관은 밀양이며 초명은 연, 자는 탄부이며, 호는 난계, 시호는 문헌공이다. 어려서부터 영동향교에서 수학하였으며 34세에 문과에 급제하여 집현전 교리를 거쳐 사간원정언, 사헌부지평, 예문관대제학, 이조판서를 역임하였다. 그는 세종대왕 때 관습도감 제조로 있으면서 악기의 제작, 음악 이론의 연구, 궁정음악의 정립 등 음악에 관계되는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 박연선생은 이런 업적으로 인해 고구려의 왕산악, 신라의 우륵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악성으로 추앙받고 있다. 영동군은 인구 5만을 헤아리는 작은 지방자치단체이지만 난계 박연선생의 음악적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따라서 군 단위 지방자치단체로는 유일하게 1991년 난계국악단을 창단하여 운영하고 있다. 난계국악단은 지금까지 수백 회가 넘는 연주회를 가졌는데, 세계문화유
누가 물었다. 내가 지금 가장 사랑해야 할 사람이 누구일까·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 지금 누구인가 말이다. 그 대답은 다양할 수 있다. 혹자는 부모님, 배우자, 자녀, 사업 파트너, 등등. 그 답은 다름 아닌 현재 나와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수시로 변하는 사람을 가장 사랑하라니 무슨 뚱딴지 소리·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 나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가장 크게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을 수십 년을 새겨오고 있다. 톨스토이가 이미 오래전에 한 유명한 말이다. 우린 분명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인연들이다. 생생한 모습들이 눈귀를 통하여 들어온다. 직접 마주하거나, 스치거나, 원하든 원치 않든 정보매체를 통해 서로 사는 모습을 보게 된다. 매일 만나는 가족, 직장 동료, 친구, 이웃사촌 등등 어떤 관계든 매체든 같이하는 빈도수가 적지 않을 수 있다. 사람들의 모습마다 나의 정서가 반응한다는 의미이다. 돈에 대한 의미도 그럴까· 당장 눈앞에 수익 상황이 가장 소중한 것인가· 물론 돈과 사람은 다른 의미이다. 여하튼 있는 자는 돈을 벌었다고 한다. 대부분 부를 부러워한다. 사람이 아니라 돈을 보고 절한다. 어떻게 벌든 부의 축적은 마음까지 풍요해…
비닐하우스 수박 농사는 생각보다 힘들었다. 세상 일 중에 쉬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농사일 또한 쉽지 않은 것은 분명하지만, 비닐하우스 일은 후끈후끈한 열기 속에서 허리를 굽힌 채 앉은 자세로 걸으며 일하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 땀은 연신 흘러내려 눈을 쓰리게 하고 허리는 허리대로 손끝은 손끝대로 아파왔다. 재난피해를 당한 이재민 농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심정으로 일을 하면서도 점심시간이 얼마 남았는지 시계를 보곤 하였다. 그렇게 힘든 와중에 아침 10시부터 시작된 봉사활동은 어느 덧 오후 4시를 넘기면서 마무리 되었다. 전공이 위기관리다 보니 전국의 재난 피해 현장을 조사 다니면서 우리나라의 재난관리 실태와 재난현장의 모습을 직접 몸으로 느껴왔다. 몇 년 전, 희망제작소 재난관리연구소 소장을 할 때, 강원도 인제, 평창, 경북, 경남, 전북, 전남, 제주에 이르기까지 연구원, 교수들과 함께 다녔다. 가는 곳 마다 자치단체장이나 담당 공무원, 시민단체 활동가, 피해지역 이장과 주민들과 함께 재난관리의 문제점과 원인을 찾고 대안도 모색해 보았다. 그 조사와 연구 내용은 다섯 권의 책으로 출판되었고, 운 좋게도 다섯 권 모두 대한민국학술원의 우수학
청주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여러 가지 있다. 직지, 가로수길, 무심천, 우암산, 상당산성 등을 꼽을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교육도시의 이미지가 가장 강한 편이다. 그럼 왜 교육도시의 이미지가 시민들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을까· 일부에서는 청주에 학교가 많아 교육도시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청주에만 학교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전국적으로 볼 때 역사나 규모면에서 청주와 비슷한 도시들은 모두 학교가 많이 있어도 교육도시라는 이미지는 없는 편이다. 그러면 왜 청주는 교육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존재하는 것일까·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책이 필요했을 것이고, 책을 만들기 위해 인쇄가 필요했을 것이다. 따라서 책을 만드는 인쇄문화가 발달했던 도시라는 데에서 그 해답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청주에서 인쇄가 시작된 것은 고려시대인 1305(충렬왕 3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청주 원흥사에서 목판으로 '금강반야바라밀경'(보물 제1408호)을 간행한 것이 시초이다. 산남동 원흥이 방죽일원에 있었던 사찰로 추정되어 택지개발공사를 하면서 원흥사의 터를 찾고자 노력하였으나, 확인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1377(우왕 3)년에는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직지', '백운화상어록'
만물이 소생한다는 봄이구나.자연에게는 새 생명을 사람에게는 희망이라는 기운을 북돋아주는 봄...그런 기운을 품고있는 봄이 십여년전 엄마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큰 시련을 주었기에 봄이 오는 게 두려우리 만치 싫었었는데...늘 터널 속처럼 암울하기만한 내생활에 찌들어 참 더디게 흘러가는 세월이 야속하기까지 했는데...어느새 너희들이 엄마를 이해하는 여자로 자라고 있음에 몸 속 기운이 충전되는 기분이다.'언제 다 키우나... 어떻게 키우나...'항상 엄마 마음에 커다란 숙제였는데, 이리 훌쩍 커버린 너희들을 보니 가슴 한 구석이 뿌듯하기까지 하다.늘 아빠의 빈자리가 미안했고 또 아빠의 역할을 제대로 해주지 못해 불안하고 걱정스러웠는데 그래도 바르게 자라준 내 딸들이 얼마나 고맙고 대견한지 모른다.가장 큰 마음의 짐을 진 우리 큰 딸 지원아 !항상 엄마를 생각해주고 동생들 잘 챙겨줘서 엄마는 든든하다.노력하는 모습으로 뭐든 열심히 해서 엄마를 기쁘게 하는 우리 둘째 동경아!지금처럼 열심히 해서 꼭 원하는 대학에 가서 후회 없는 고교시절이 되길 바란다.아빠에 대한 기억이 없는 그래서 보기만 해도 가슴 시린 우리 막내 지은아!정말 아기였는데...벌써 중학생이 되어버린 하
19대 총선 정국이 마무리 되었다. 새누리당 152석, 민주통합당 127석, 통합진보당 13석, 자유선진당 5석, 무소속 3석으로 선거결과가 나타났다. 선거기간동안 온 나라가 총선 분위기에 휩싸였었다. 하지만 서민들은 불만이 높았다. 정책대결은커녕 네거티브전략이 난무했기 때문이다. 160여 건에 달하는 선거법 위반 사례가 고발되곤 했다. 서민들은 거창한 정책에 관심이 적었다. 서민 생활에 민감한 물가지수에 더 관심이 높았다. 총선후보들의 복지경쟁에 대해서도 믿고 싶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서민들은 물가를 떨어뜨리겠다는 후보가 절실한데 그런 사람은 찾아볼 수 없다고 푸념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장밋빛 공약'을 쏟아냈지만 유권자들이 최우선시 하는 공약은 역시 '물가안정'이 아닐까.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달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9.8%가 투표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분야는 역시 경제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경제공약 중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이슈는 37.2%가 물가안정이었다. 일자리창출이 20.6%, 복지정책이 15.4%, 경제성장이 14.7%였다. 유권자 대부분이 고물가에 시달리고 있는 탓인지 지난해부터 정치권에 불붙기 시작한
험난했던 역사의 발자취를 거울 삼아, 미래를 대비하는 것도 국가 백년대계를 바로 세우는 지름길 이다.힘도 준비도 없던 조선은 1905년 강압의 을사늑약을 맺어야 했고, 1910년에는 한일합방으로 36년 동안 일제의 식민지가 되었다. 독립유공자의 풍찬노숙의 헌신, 희생으로 8·15 광복은 이루었으나 감격도 잠시 한반도, 한민족이 남북으로 분단되고 말았다.건국의 기틀도 다지지 못한 대한민국을 공산화 하기 위한 도발을 시도하던 북한은 소련의 사주를 받고 동족상잔의 비극 6·25전쟁을 일으켰다. 6·25전쟁은 민초들의 삶의 터전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엄청난 희생과 고통, 슬픔을 강요했던 것이다. 지금도 이웃에 살고 있는 수 많은 상이군경, 전몰군경미망인(유족), 참전용사 등이 증명하고 남음이 있다.천우신조로 UN 결의와 16개 참전국, 5개 의료지원국의 막대한 지원과 희생으로 풍전등화의 나라를 가까스로 지켜낼 수 있었다. 지울 수 없는 역사에 오점을 남긴 비극들은 국가를 지키고 이길 수 있는 안보태세가 확보되지 못해 초래한 참담한 결과다. 미국은 6·25전쟁 시 연인원 178만9천명이 참전하여 3만6천 940명이 전사하고, 9만2천134명이 부상하는 등 엄청난 피의
어느 나라든 어느 도시든 저마다 고유의 문화 예술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나라와 모든 도시를 문화예술 국가, 문화예술 도시라 명명하지 않는다. 단순히 다수의 학교와 교육기관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교육도시라 규정할 수 없음과 같다. 좋은 학교, 좋은 선생이 있어 유학생 유입이 많은 것은 기본이고 도서관을 비롯한 학생 복지시설과 교육기자재산업 등 관련 인프라의 확충과 숲과 저소음 등 사회 전반에 쾌적한 교육 환경을 갖추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주민들이 교육도시라는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지역공동체를 가꾸어 나가는 이런 도시여야 진정한 의미의 교육도시로 자리매김 되는 것이다. 현대인이 꿈꾸는 문화예술 도시의 필요충분조건도 이와 유사하다. 어느 도시든 문화예술 인프라는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확충이 가능하다. 오일달러로 최첨단 인공도시를 건설해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중동의 두바이란 도시를 보자. 이 도시에 IT, BT가 융합된 초호화 공연장이나 미술관, 문학관 등이 있다 하여 문화예술의 도시라 부르지 않는다. 이는 도시가 가지고 있는 문화예술의 정체성과 역사성이 모호할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문화예술마인드는 물론 인구에 회자되는 자랑스러운 문화예술인들을 자산으로
알 수 없는 전화번호가 떴다. 잘못 걸어오는 경우도 많고, 어쩐 돈 빌려준다거나 광고 전화도 잦은 편이었기에 경계심리가 앞선 채 응대하자 'ㄷ 공업사'라 한다. 기억이 희미하다. 하지만 상대는 나를 확실히 알고 있었다. 잠시 기억을 되살려서 '그럼 혹시 엄 사장님?'하자 반갑게 인사를 한다. 엄 사장과의 인연은 초임 교장 때 부임지에서다. 초임 때 욕심이 누구나 크리라 생각된다. 지내놓고 돌이켜 생각해 보니 특히 행정직원들에게 너무나 많은 일을 주문했던 것 같다. 당시 한 30년 역사가 된 학교로 손 봐야할 부속건물들이 무척 많았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단 말이 맞다. 과거 학생들은 자전거를 많이 활용했었다. 하지만 교통량 급증으로 인한 위험성 때문에 학생들의 등하교 수단이 급변해 자전거를 활용 중인 학생이 한둘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근 3~400여 대를 수용했던 거치장이 운동장 한쪽을 차지한 채 방치상태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연차적으로 잇따라 네 차례에 걸쳐 증축했던 흔적이 뚜렷했다. 보기조차 어수선한 시설물로 당장 철거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참인데, 어느 개구쟁이가 던진 물체에 우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낡은 슬레이트 지붕이 힘없이 부서져 내렸
4월의 봄날, 눈발 날리는 강원도의 국도와 지방도를 달렸다. 포말의 파도 넘실대는 바닷가 마을, 깊은 호수를 따라 이어지는 한적한 집들, 어스름 그림자 깃들인 산골동네, 그 모든 곳을 지나칠 때마다 이곳이 어디인지를 알려주는 건 이정표였다. 낯익은 이정표도 있었고, 처음 마주친 이정표도 있었다. 그 길에서 수많은 이정표를 만나고 지나쳤다. 낯선 마을의 이정표를 마주칠 때마다 그 이정표 안에 무리지어 사는 사람들의 삶과 시간과 풍경들을 상상했다. 그들의 추억과 과거와 현재, 미래의 꿈들을 떠올렸다. 그리고는 이정표를 보며 다시 돌아왔다. 다시 일상이다. 여행자에서 일상인이 되었다. 한적한 곳을 거쳐 번잡한 도심으로 진입했고, 휴일을 즐긴다. 책을 읽고 커피를 연거푸 두잔 마셨고 음악을 듣는다. 심드렁해서 소파에 누웠다. 영화를 본다. '북촌방향', 홍상수 감독의 흑백영화를 고른다. 영화는 같은 술집, 같은 식당, 같은 골목이 연이어 나온다. 같은 인물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동일한 대사만 되풀이된다. 비슷비슷한 장면, 밤과 낮을 구별할 수가 없다. 아침과 저녁을 식별할 수 없다. 시간도 모호하고 혼란스럽다. 담담한 콘트라스트의 흑백 대칭이다. 대사 또한 추상화…
아데나워는 독일연방공화국(구 서독)의 초대수상이자 외무부 장관을 역임했던 독일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꼽히고 있다. 그는 두 차례에 걸친 끔찍한 세계대전, 독일의 패망 그리고 독일의 재건과정을 통해 많은 역사적 경험을 한 자이다. 그가 살아왔던 20세기는 혼란과 격동의 시기였다. 1차 대전 이후 베르사유 체제는 독일인들을 절망 속으로 몰아넣었다. 1988년에 만기되는 전쟁배상금은 독일인들에게 매우 가혹했고 엄청난 인플레는 독일사회를 위기로 몰아넣었다. 이러한 상황에 등장한 나치정부는 전쟁배상금 지불 취소를 선언하고 반공주의, 반유대주의, 생활공간 및 영토회복주의 등 국민들의 정서를 자극해 독일국민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게 되었다. 당시 독일국민들은 현실적 어려움에 직면한 나머지 광기에 휩쓸렸다. 나치정부의 사악함은 전 세계를 다시 전쟁의 공포로 몰아갔고 아데나워는 이러한 불의에 맞서 반나치 투쟁을 전개했다. 독일인들에게 20세기는 가혹했다. 그러나 독일인들에게 아데나워라는 노장의 지도자를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아데나워의 말대로 장수(長壽)는 인간에게 경험수습(經驗收拾)의 가능성을 준다고 했던가· 칠순이 넘은 73세의 나이로 수상에 올라 14년 동안 재임했
우리 경찰이 이렇게 무능한지 정말 이해가 안된다.시위대에게 얻어 맞으며 밀리는 뉴스를 볼 때나 폭행사건 현장에 뒤늦게 가해자가 도망간 다음에 나타나서 피해자를 오히려 괴롭히는 등 무능한줄은 익히 알고 있었으나 이렇게 까지 무능할 수 가 있는지 이해가 되지를 않는다.급박한 신고전화를 받고도 늑장대처에 허둥지둥 하다가 기어이 죽게 만든 이번 사건에서 더욱 실망감이 몰려온다.더구나 신고를 받고도 바로 위치추적을 하지 않았다는데 실망을 넘어 화가 치밀어 오는 것은 필자의 마음뿐이 아닐것이다. 지난 1일 수원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토막살인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피해자 유족에게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떠넘겼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또 신고를 받은 경찰이 범행장소 근방에서 탐문조사를 벌이던 2일 새벽 형사기동대가 범행장소 10m 앞까지 접근했지만 오히려 차량에서 대기하고 있었다는 주장까지도 제기됐단다. 증언에 따르면 피해자 곽씨의 언니는 경찰이 수색에 나섰다는 소식을 듣고 2일 오전 3시 께 사건 현장 인근을 찾아갔단다. 당시 언니는 사건현장과 근접한 슈퍼마켓 앞에 주차된 승합차에서 경찰관과 함께 대기하고 있었단다. 곽씨의 언니는 "대기하던 형사 2명이 잠을 자고 있어서
요즘 개그콘서트 프로그램중 '이기적인 특허소'가 인기다. 일명 '이특'이라고 불리는 이 프로그램의 패러디 소재는 삼성과 애플이 벌이고 있는 특허분쟁이다. 삼성과 애플이 글로벌 시장에서 각자 우위를 점하기 위해 특허권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을 개그소재로 풍자화해서 많은 웃음을 주고 있다. 특히 상대방의 특허를 살짝 바꿔 자신의 특허로 만들거나 어이없는 특허가 통과되는 장면을 연출하면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예를 들면 파인애플사의 스티븐 박스 역할을 하고 있는 개그맨이 회식을 제안하면서 "파전에 막걸리 한 잔 하시죠?"는 채택이 안 되지만, S그룹의 박회장 역을 맡고 있는 또 다른 개그맨이 "파전에 막걸리 한 잔 하시죠? 비도 오는데"는 채택이 되는 식이다. 이 프로그램은 특허라고 하는 다소 무겁고 어려운 주제를 가지고 이를 풍자화해서 우리에게 깨알같은 재미를 안겨주는 동시에 온 국민에게 웃음을 소재로 특허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우리집만 보아도 이제 중학교에 막 입학한 아들까지 특허가 되냐 안되냐를 묻고 할 정도니 말이다. 하지만, 특허는 단순히 웃음의 소재로 혹은 그저 남의 일인양 바라볼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며칠 전, 아는 교수가 부탁을 해서 설문지 10장을 받아야 했다. 전문가 설문이다 보니, 아무래도 주변분들에게 부탁을 해야 한다. 10명에게 부탁을 했는데, 대부분 잘해주신다. 그런데, 꼭 머 해 줄껀데· 라고 묻는 사람. 밥사라는 사람. 설문지가 짜증난다는 사람, 그리고 독촉을 2,3번해도 끝까지 안하는 분들은 솔직히 짜증났다. 나는 어떠했을까· 나도 설문이 오면 아무 말없이 해주었던가· 아니었지 싶다. 설문지를 뭐 이렇게 만들었냐는 둥, 난 이런 설문 못한다는 둥, 이건 설문해도 답이 안나온다는 둥 일단 아는 체하고, 투덜거리면서 해준다. 이글을 쓰면서 나도 참 말도 많고, 많이 투덜거렸던 사람이었음을 새삼 깨닫는다. 그리고 보니 한번은 엄청 혼난 기억도 있다.기왕 해줄거면 아무 댓가를 바라지 않고 해주는 분이 정말 고맙고, 특히 바로 해주시는 분은 눈물나게 고맙다. 부탁할 때부터 언제까지라고 분명히 말했는데도 세월아~네월아~. 금방 해줄게 라고 말하고선 잊어버렸는지 기한이 지나도 아무런 연락이 없는 사람. 같은 부탁을 두 번 세 번 하게 되면, 그게 독촉이 된다. 결국 서로 피곤해 진다. 비슷한 예로 메일로 참석자 신청을 받는 경우이다. 회의나 회식준비
지난 주말, 대청호 미술관을 찾았습니다. 우은정 화가의 '바람의 곁에 바람으로 서서' 전시회가 있었지요. 그림을 보다 사람을 만났고 뜻밖의 바람도 만나 한껏 흥이 났습니다. 제1관 '팔선녀 성진을 희롱하다'를 거쳐 2관 '신선이 사는 마을'과 3관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날에 바람을 드로잉 함'을 보고 나니, 내 안의 무언가가 씻겨 나간 느낌이었습니다. 미술관을 나설 때, 배웅 나온 화가가 청색 물감을 풀어놓은 것 같은 대청호를 바라보며 말해주었습니다. "눈을 감고 바람의 결을 느껴보세요. 바람이 수평으로 오니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바람과 친구가 될 수 있다니요. 그래서 눈을 감았어요.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미세한 바람의 손길이 느껴지는 것입니다. 그때 다큐멘터리 영화 '달팽이의 별'에서 시청각 중복 장애인인 영찬씨가 했던 말이 둥둥 마음을 울리네요. "나무도 눈과 귀가 없으니 온 몸으로 바람을 느끼는 것이죠. 나는 지금 가장 값진 것을 보고 듣기 위해 잠시 눈을 감고 귀를 닫고 있는 중입니다."라고요. 하긴 우리 삶도 '잠시'일 수 있겠네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노래한 김춘수 시인의 꽃처럼, 바람은…
따뜻한 햇살이 포근하게 내려쬐는 일요일 오후, 무시로 올랐던 뒷동산을 다시 찾았다. 지난주 까지만 해도 전혀 낌새를 보이지 않던 산수유 꽃이 노랗게 피었나 했더니 여기저기서 진달래도 연분홍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었다. 그 뿐이 아니었다. 꽃보다 잎이 먼저 핀다는 찔레며 싸리나무에도 갓 태어난 아이가 입고 있던 배내저고리의 옷소매 틈을 비집고 불끈 쥔 고사리 손을 내밀 듯 여린 초록색 잎들이 올라오면서 그럴듯하게 어우러지고 있었다. 지난 가을 낙엽이 떨어지고 난 뒤로 삭막하고 쓸쓸하게만 보이던 산과 들에 꽃이 피어나고 연초록 잎들이 돋아나면서 하루가 다르게 그 모습이 변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꽃샘추위 때문에 잠시 주춤 하던 봄이 이미 우리 곁에 깊숙하게 들어와 있었나보다. 요즘 들어 산을 오를 때면 라디오를 듣기위해 스마트폰에 이어폰을 연결 귀에 꽂은 채로 걷는 버릇이 생겨났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내가 살아온 삶을 유리알처럼 꽤 뚫고 있는 것 같아 가끔씩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공감을 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부모님 전 상서'라는 주제로 청취자들의 사연을 본인의 육성녹음으로, 아니면 MC들이 대신 읽어주는 형식으로
[충북일보] 오는 30일 본보와 충북리더스클럽이 주최하는 '14회 충북경제단체 친선골프대회'가 오전 11시 30분부터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그랜드 컨트리클럽(그랜드 CC)에서 열린다. 대회는 경제인들의 친목 도모와 상호 간의 다양한 정보교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대회는 도내 경제단체 회원과 재경 경제인 등 160여 명이 40개 팀을 이뤄 신페리오 방식으로 치룬다. 라운딩 이후 시상식과 김영환 충북도지사 초청 만찬, 행운권 추첨은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된다. 시상식은 △메달리스트 △우승(남·여) △준우승(남·여) △니어리스트(남·여) △롱게스트(남·여) 수상자에게 트로피와 부상이 각각 주어진다. 가장 멋지게 옷을 입은 참가자인 △베스트드레스상(남·여) 수상자에게는 부상이 수여된다. / 성지연기자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 도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가칭 '충북아트센터' 건립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오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기본계획 수립, 타당성 조사, 중앙투자 심사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26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중순 마무리되며 용역을 통해 세운 기본계획에는 공연장 등 규모, 운영 방안, 경제성 검토 등이 담긴다. 도는 이 계획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도는 지난 7월 행정안전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은 의무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충북아트센터 건립에는 총 2천300억 원이 소요된다. 연구원은 내년 4월까지 경제성과 재무성, 정책적 사업 추진 가능성 등을 분석한다. 도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같은 해 상반기 행안부에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심사를 무난히 통과하면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오는 2026년 첫 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도는 이런 절차가 차질 없이
[충북일보] "산업 현장은 치열한 전쟁터라 조용해 보이지만 끊임없이 경쟁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재진(67) ㈜ATS(에이티에스) 대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TS는 국내 자동차 플라스틱부품 업계 1위 기업으로 2004년 설립해 20년간 끊임 없이 달려왔다. 주력 제품은 초정밀 사출 기술을 이용한 자동차용 클립(Clip)과 패스너(Fastener)등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이다. 이재진 대표는 "클립, 패스너 등 플라스틱 부품과 연료 부품 분야로 두 가지 트랙을 사업 아이템으로 갖고 있다"며 "보통 300가지 정도의 부품이 매월 생산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에이티에스는 지난 2022년 국내 완성차 업체 2곳이 필요로 하는 부품 점유율의 50%를 넘어섰다. H사의 1대에 사용되는 내장·외장용 클립 100개중 50개 이상은 에이티에스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진 대표는 "신차 개발은 2년을 앞두고 이뤄진다. 올해 기준으로 2026년 모델링이 나오면 그에 필요한 부품을 부품 회사들이 2~3년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차의 디자인 등에 맞춘 개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