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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4.15 18:09:13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이재은

충북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비닐하우스 수박 농사는 생각보다 힘들었다. 세상 일 중에 쉬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농사일 또한 쉽지 않은 것은 분명하지만, 비닐하우스 일은 후끈후끈한 열기 속에서 허리를 굽힌 채 앉은 자세로 걸으며 일하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 땀은 연신 흘러내려 눈을 쓰리게 하고 허리는 허리대로 손끝은 손끝대로 아파왔다. 재난피해를 당한 이재민 농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심정으로 일을 하면서도 점심시간이 얼마 남았는지 시계를 보곤 하였다. 그렇게 힘든 와중에 아침 10시부터 시작된 봉사활동은 어느 덧 오후 4시를 넘기면서 마무리 되었다.

전공이 위기관리다 보니 전국의 재난 피해 현장을 조사 다니면서 우리나라의 재난관리 실태와 재난현장의 모습을 직접 몸으로 느껴왔다. 몇 년 전, 희망제작소 재난관리연구소 소장을 할 때, 강원도 인제, 평창, 경북, 경남, 전북, 전남, 제주에 이르기까지 연구원, 교수들과 함께 다녔다. 가는 곳 마다 자치단체장이나 담당 공무원, 시민단체 활동가, 피해지역 이장과 주민들과 함께 재난관리의 문제점과 원인을 찾고 대안도 모색해 보았다. 그 조사와 연구 내용은 다섯 권의 책으로 출판되었고, 운 좋게도 다섯 권 모두 대한민국학술원의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었고 정부 정책에 반영되기도 하였다. 그 때 함께 고생했던 20여 분 이상의 교수 및 연구원들에게는 항상 빚진 마음으로 감사한 마음뿐이다.

그러나 연구 및 조사과정에서 알게 된 토목공사나 시설 개·보수 중심의 재난관리는 내게 많은 아쉬움을 남겨주었다. 당시 정부의 재난관리정책에는 재난피해를 당한 '사람을 위한 정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지금은 재난 심리 지원을 비롯한 정책들이 만들어졌지만, 그럼에도 재난피해자와 재난피해 재발 방지를 위해 해야 할 일들이 많이 남아 있다.

3년 전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충북지역의 재난관리 실태조사를 하였다. 12개 시·군 별로 각각 2곳씩 24곳의 재난피해 현장조사를 하였다. 현장의 문제점에 대해 도청과 함께 개선안 마련을 하였으나, 그 후 실제로 얼마나 개선이 되었는지 하는 재조사를 해봐야겠다는 생각만 떠올랐다.

모처럼 따스한 봄날 휴일을 맞아 산책삼아 학교에 걸어왔다. 별도로 운동할 시간을 찾지 못하는 게으름을 만회하기 위해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걸어서 출근을 하곤 하지만, 오늘은 가경천 벚꽃 잎이 너무도 예쁘게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걷다보면 오히려 시간의 여유로움을 만끽하게 된다. 또 주변의 소소한 일상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된다. 누구나 자신의 고향이나 살고 있는 지역을 좋아하겠지만, 청주는 참 조용하면서도 매력적인 도시다. 삼국시대 전란이 끝난 이후 지금까지 1,300년 이상의 긴 역사동안 큰 재난이나 위기를 경험해 보지 않은 안전하고 아름다운 곳이다. 또 급속한 산업화를 통해 갑자기 성장하면서 생겨나는 성장통을 겪어보지 않은 곳이다. 말 그대로 맑고 깨끗하고 편안한 곳이 바로 청주다.

최근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전국 16개 시·도를 대상으로 기후변화 취약성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제주도는 폭염에 의한 건강취약성 등 19개 항목에서, 부산은 태풍에 의한 건강 취약성 등 16개 항목에서 문제점이 드러났다. 서울은 미세먼지로 인한 건강문제와 산불, 수질·수생태, 폭염에 대해 취약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러나 충북은 취약항목 전 분야에 걸쳐 하나도 해당되지 않았다.

재즈의 발원지로 알려져 있고 미국에선 드문 300년 역사를 지닌 뉴올리언스시는 매년 1,0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아름다운 관광도시다. 게다가 천혜의 지형 덕분에 미국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 중 하나로 평가되는 곳이다. 그러던 어느 날, 2005년 8월 29일에 몰아닥친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해 도심의 80%가 물에 잠겼고 천 명이 넘는 사상자와 백만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였다. 다시 한 번 거안사위(居安思危)의 지혜가 떠올랐다. 지금부터 '편안하게 지낼 때도 위기를 항상 생각하며 대비하라'는 지혜로움이 이곳에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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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기업 돋보기 5.장부식 씨엔에이바이오텍㈜ 대표

[충북일보]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 나가는 사람이 있다. 국내 시장에 '콜라겐'이라는 이름 조차 생소하던 시절 장부식(60) 씨엔에이바이오텍㈜ 대표는 콜라겐에 푹 빠져버렸다. 장 대표가 처음 콜라겐을 접하게 된 건 첫 직장이었던 경기화학의 신사업 파견을 통해서였다. 국내에 생소한 사업분야였던 만큼 일본의 선진기업에 방문하게 된 장 대표는 콜라겐 제조과정을 보고 '푹 빠져버렸다'고 이야기한다. 화학공학을 전공한 그에게 해당 분야의 첨단 기술이자 생명공학이 접목된 콜라겐 기술은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분야였다. 회사에 기술 혁신을 위한 보고서를 일주일에 5건 이상 작성할 정도로 열정을 불태웠던 장 대표는 "당시 선진 기술을 보유하고 있던 일본 기업으로 선진 견학을 갔다. 정작 기술 유출을 우려해 공장 견학만 하루에 한 번 시켜주고 일본어로만 이야기하니 잘 알아듣기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공장 견학 때 눈으로 감각적인 치수로 재고 기억해 화장실에 앉아서 그 기억을 다시 복기했다"며 "나갈 때 짐 검사로 뺏길까봐 원문을 모두 쪼개서 가져왔다"고 회상했다. 어렵게 가져온 만큼 성과는 성공적이었다. 견학 다녀온 지 2~3개월만에 기존 한 달 생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