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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

충북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지난 주말 모처럼 집안에 활기가 넘쳤다. 대학에 다니느라 떨어져 지내던 큰 아이가 기말고사를 마치고 집에 와 있다. 한 낮에 거실에서 들려오는 큰 아이의 피아노 소리가 감미롭다. 둘째 딸과는 피아노 소리가 확연히 달랐다. 힘이 느껴졌다. 이젠 180센티미터의 훤칠한 키에 온화한 얼굴 모습이 제법 의젓하기까지 하다. 집에 오면 친구들을 만나러 나가는 것이나 친구들을 좋아하는 폼이 영락없이 젊은 날의 내 모습이다.

임진년 한 해도 불과 일주일을 남겨두고 있다. 새해 초의 소망과는 달리 왜 이리도 주변의 많은 분들에게 안타까운 일들이 많이 생겼는지 모르겠다. 좋은 일이 생긴 분들도 있었지만, 그 보다는 사고나 질병으로 인해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계신 분들도 많이 있다. 모든 것을 아무 죄 없는 세월 탓으로 돌릴 수도 없는 것이지만 그래도 세월 탓을 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학자는 고독과 외로움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과거와 다르게 오늘날에는 학자들도 다양한 영역에서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과 만나고 소통해야 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새로운 아이디어와 이론을 찾고, 진리와 지혜를 탐구하는 일은 분명 외롭고 힘든 일이다. 분주함 속에서도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고민하는 것을 멋으로 생각하고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학자의 길을 가게 될 것이다.

또한 시대의 아픔을 고민하고, 사회적으로 소외받고 힘들고 가난한 이들을 위한 고민은 정치인만 하는 것이 아니다. 학자야 말로 인류사회의 보편적 가치를 구현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구현하기 위해 진정으로 고민해야 하는 직업인 것이다.

가치와 철학이 없는 학문은 있을 수 없다. 나는 적어도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한 것을 정말 다행으로 생각한다. 만일 그렇지 않았다면, 전쟁, 테러, 무력도발 등의 각종 군사적 위기, 태풍, 지진, 쓰나미, 집중호우 등의 자연재난, 화재, 붕괴 등의 인적재난, 그리고 전력, 금융, 원자력 등의 국가핵심기반 위기, 이와 더불어 식품, 의약품, 산업재해와 같은 생활 위기 등의 험하고 거친 위기를 다루는 위기관리에, 어찌 인간의 존엄성이나 인간 생명의 존중이라는 인문학적 가치와 철학, 이념이 자리 잡을 수 있었겠는가 하고 자문해 본다.

학자로서 꿈이 있었다. 박사과정을 다닐 때 남 모르게 가졌던, 남에게 말하지 못한 나만의 비밀스런 꿈들이 있었다. 그 중 하나는 학술 논문 100편을 쓰는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정보를 인터넷 보다는 신문에 의존하였다. 그런데 가끔 신문에 보면 세계적인 학자가 한국을 방문한다고 소개하면서 해당 분야에서 100편 이상의 논문을 썼다는 기사를 접하곤 했다. 학자의 길을 가기로 했던 나는 그 때부터 학술논문 100편을 쓰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박사과정을 다니던 1997년 12월 말 내 첫 논문이 나온 후, 15년 만에 첫 번째 꿈이 달성되었다. 물론 부족하고 미흡한 논문도 많이 있겠지만 그래도 내게는 한 편 한 편의 논문이 소중할 뿐이다. 그 외에도 내가 학자로서 꾸었던 소박한 꿈들을 이루었다.

이제 나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지금까지의 꿈이 학자로서 명예를 추구하는 것들이었다면, 새로운 꿈들은 다른 모습이다. 교육하고 연구하며 봉사하는 학자의 진정한 모습을 새기는 꿈이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라 할지라도, 꿈을 버리지 않고 간직한다면 언젠가는 그 꿈이 이루어질 것이다. 내일은 오늘보다 밝기에 꿈을 품고 앞으로 나가야 한다. 우리는 꿈을 먹고 사는 존재이기에 끝없이 꿈을 꾸고 도전하는 삶이 아름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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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기업 돋보기 1. 이을성 SSG에너텍 대표

[충북일보] 건물에 발생하는 화재는 곧 인명 피해로 이어진다. 최근 대전 한국타이어 공장의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대량의 타이어가 타며 가연 물질이 나온 것도 화재 진압 어려움의 원인이었지만 공장의 조립식 샌드위치 패널 구조도 한몫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대형 화재 발생 시 피해를 키우는 요인으로 꼽혀 온 가연성 건축자재 사용 제한 건축법 개정안이 지난해 2월 11일 본격 시행됐다. 개정안에 따라 건축물 내·외부의 마감재와 단열재, 복합자재 심재 모두 화재 안전성 확보가 의무화됐다. 강화된 법 개정으로 준불연·불연 건축자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충북도내 선도적인 제품 개발로 앞서나가는 기업이 있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에 위치한 ㈜SSG에너텍은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고효율의 건축자재를 개발·제조하는 종합건축자재 전문기업이다. 특히 주력 제품인 'IP패널(Insulation Panel: 동적내진설계용 준불연단열일체형 패널)'은 마감재와 단열재를 일체화한 외단열 마감 패널이다. 이을성(59) SSG에너텍 대표는 "단열·내진·준불연 세 가지 성능을 충족하면서 일체화된 단열·마감재는 SSG에너텍이 유일하다고 말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