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2.06.10 16:11:47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이재은

충북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나는 늘 복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인복이. 따라서 나는 언제나 내 삶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고 또 나 역시 다른 이들에게 복으로 다가가려고 노력한다. 특히, 은사님들과 직장 선·후배 교수님들 그리고 학계와 중앙 및 지역 인사들과 함께 의미있는 시간을 자주 보낸다. 더욱이 친구나 가족이 내게 보내주는 애정과 보살핌은 뭐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감사할 뿐이다. 물론 나 역시 많은 분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많은 부족함이 있을 것임이 분명한데도 배려하고 이해해 주는 부분에 대해 감읍할 뿐이다. 그 중에서도 은사님의 부족한 제자에 대한 배려와 이해는 끝이 없는 것 같다.

"위기관리를 연구하기 시작한지 20년이 되었다. 20년 전인 1991년 1월 어느 날, 은사이신 김형렬(金炯烈) 교수님의 석사논문 연구 주제를 보름 내에 제출하라는 말씀은 당시 대학원 입학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내게 얼마나 깊은 고민을 안겨주었는지 모른다. 그 고민의 와중인 1991년 1월 내게 커다란 충격을 주었던 것은 걸프전쟁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죽어나갔고, 불쌍한 아이들이 부모의 죽음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무리 훌륭한 사상과 이념, 그리고 그 어떤 명분도 아무 죄 없는 선량한 시민들을 죽음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지켜줄 수 있을까· 이 질문이 곧 위기관리라는 이름으로, 석사논문의 연구 주제로 지도교수님께 제출되었고, 앞으로 평생을 위기관리 분야 연구에 매진하라는 말씀을 따른지 벌써 20년이 되었다....중략... 그리고 이 자리를 빌려 지금까지도 변함없는 애정과 신뢰로 지도해주고 계시는 김형렬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올해 2월 처음으로 단독 저서 '위기관리학'을 냈다. 위 머리말에서 밝힌 바와 같이 20년의 연구 끝에 낸 첫 단독 저서였기에 남 다른 의미가 있는 책이었다. 그런데 지난 2월 초, 일본 교토에 있는 내게 출판사로부터 머리말을 보내달라는 연락을 받고 몇 날 며 칠을 고민했다. 고민 끝에 나는 평생 은혜를 받기만 한 은사님께 감사의 글을 올리고 싶었다. 오래 전에 정년퇴임을 하신 은사님은 여전히 왕성한 연구 활동을 하시고, 지금도 부족한 내게 많은 조언과 지도를 해주시기 때문이다.

얼마 전, 중국에서 유학을 와서 위기관리 분야 박사를 받은 후, 중국에서 교수가 된 제자가 갑자기 다른 일로 한국에 왔다. 공교롭게도 짧은 3일 기간 동안, 나 역시도 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 써야만 하는 시간이었기에 제자에겐 미안하고 안타까울 뿐이었다. 평소 같으면 미리 초청 계획을 세워, 시간도 비워두고 친분이 있는 국내 다른 학자들도 초청해서 함께 삼겹살에 소주도 한 잔 했을 것인데 말이다. 게다가 그 기간엔 오래 전에 예정된 외부 특강들과, 교수합창단 정기공연, 집안 제사까지 겹쳐 있었기에 옴짝달싹을 못하는 형편이었다. 그나마 청주에 오는 날 저녁에나마 제자들을 불러 함께 식사를 한 것만도 다행이었다. 멀리서 온 제자를 저녁 한 끼 달랑하고 그냥 보내기가 너무나 아쉽고 못내 안타까웠다.

출국하기 전날 밤, 제사를 마친 후 생각해 보니, 비행기 시간에 맞추려면 아침 6시 30분 공항버스를 타야할 것 같았다. 그 시간에 맞춰 택시를 타려면 학교 게스트 하우스에서부터 트렁크를 끌고 정문까지 걸어가야 한다는데 생각이 미쳤다. 다음 날, 새벽 4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차를 갖고 5시 30분에 게스트 하우스 앞에서 전화를 했다. 출발하자고. 예고 없는 지도교수의 방문에 무척이나 놀라면서도 기쁜 표정이었다. 오히려 시간이 남아 제자와 단 둘이 30분 정도 학교 교정을 산책하였다. 현재의 연구 관심과 향후 연구 방향, 앞으로의 해외 연수 계획, 학자로서의 포부 등을 듣고 대화를 나누면서 말이다. 분명, 그것은 제자와 함께 나눈 소중한 아침 선물이었다. 이 아침 선물은 내 은사님으로부터 내게 유전된 학문 DNA인 것 같다. 그런데 이제 이 DNA가 중국으로 유전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