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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7.22 18:58:24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이재은

충북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올 해 초 언제였던가, 오송역에서 실제 봤던 장면이다. 출장을 갔다가 KTX 열차를 타고 와 오송역 계단으로 내려온 순간, 젊은 해병대 군인이 앞에 부모님을 세워 놓고 부르는 해병대 노래는 주변을 걷던 사람들을 멈추게 만들었다. 쉰 목소리로 부르는 노랫소리는 발음은 분명치 않았지만, 힘차게 노래 부르는 젊은 해병 군인을 바라보는 부모님의 두 눈은 아들의 눈과 입에 멈춰 정지되어 있었다. 그리고 안쓰럽지만 자랑스러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이제 막 신병 훈련을 마치고 계급장을 달고 왔으리라 추측하면서 지나가던 승객들도 젊은 해병의 패기어린 목소리에 눈시울이 뜨거워져 자리에 멈춰 섰고, 노래가 끝나고 부모님께 절하는 모습에 역사에 있던 사람들 모두 박수를 쳤다. 어머니들은 어머니대로 아버지들은 아버지대로 가슴이 저미었으리라.

해병대 장군이 가장 많이 배출된 명문고가 청주고라고 들었다. 어쩌면 해병대 장군을 가장 많이 배출하였든 두 번째로 많이 배출하였든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중요하고 궁금한 것은 바다 없는 충북의 한 가운데 위치한 청주에 있는 고등학교 출신들이 어떻게 해병대 장군들이 가장 많고, 지금도 해병대 자원입대자의 상당수가 청주고를 비롯한 충북 출신들일까 하는 점이다. 물론 나는 청주고 출신이 아니다. 그러나 이는 청주 시민 모두의 자랑거리이기에 나 역시도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6·25 전쟁 당시, 청주를 비롯한 보은, 옥천, 청원 등지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해병대에 자원입대했고, 일부는 장교후보생으로 자원했다고 한다. 그리고 바다없는 충북에서 온 해병이라는 오명을 쓰지 않기 위해 열심히 군생활을 했던 덕택에 해병대 안에서도 인정을 받게 되었고, 지금도 그 전통을 충북의 후배들이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내 부친께서도 청주고 출신으로 해병대 장교로 자원입대를 하셨다가 전역하셨다. 지금까지도 꼿꼿하게 산책도 하시면서 건강하게 지내고 계신다. 요즘도 가끔 장교생활을 같이 하셨던 동기 분들로부터 연락이라도 받으시는 날엔 어머니와 함께 해병대 생활하실 때 있었던 옛이야기를 주고받으신다. 당시 어머니는 군인의 아내셨기에 군대이야기에 대해 웬만큼은 알고 계신다.

내 아내도 군인의 아내였다. 결혼 후 석사를 마칠 무렵, 그 때 마침 병역특례연구소 소장으로 임명되신 지도교수님께서, 병역특례연구소 연구원으로 남아 계속 연구를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여쭤보셨다. 당시엔 병역특례연구소 대부분이 이공계 대학원생들에게만 해당되었던 시절이었기에 지도교수님의 말씀은 무척 소중한 기회였기도 했다. 하지만 지도교수님께 장교로 다녀올 계획이고 현재 장교지원을 해 놓은 상태입니다 라고 말씀드린 후 3년을 육군 장교로 다녀왔다. 지도교수님 또한 ROTC 1기 출신으로 전방에서 군 복무를 마치신 후 유학을 다녀오신 분이셨다. 그러하기에 늘 당당하시고 엄격하시면서도 자애로우신 분이셨다.

큰 아이가 이제 대학 2학년이다. 가끔은 친구들이 큰 애가 군대 갔냐고 물어보곤 한다. 나도 큰 아이에게 혹시라도 불편할까 싶어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군대는 어떻게 할 생각인지. 대학원을 마치고 장교로 다녀올 계획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이것도 유전일까.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했다. 평소 건강을 자신하고 등산도 잘 다니는 그리고 스스로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인사들 중엔 군 면제 의혹을 받고 자녀 또한 군대를 보내지 않은 이들이 많다는 소식이다. 이 땅의 당당한 젊은이들이 이런 소식에 영향을 받을 것이란 걱정은 추호만큼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 스스로 이 사회를 가꾸고 지켜나갈 자격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자신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스스로 자랑스러워하자. 더 이상 군대 다녀온 것을 어둠의 자식이니 어쩌고 하지 말고. 또 주변 사람들에게도 군대는 다녀오셨냐고 당당하게 물어보자.

우리 시민들은 정말로 사랑한다. 오송역 2층에서, 오고 가는 수많은 사람들 앞에 부모님을 모셔놓고 당당하게 해병대 군가를 부르던 젊은 군인이 흘리던 눈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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