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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4.01 18:08:41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이재은

충북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참으로 생각할수록 신기하다. 지금 내 생각과 행동은 어디에서 왔을까. 태어나면서부터 생각과 행동을 갖고 태어난 것은 아닐진대 말이다. 이러한 질문은 아이들의 말과 행동을 볼 때 경이로운 생각까지 든다. 도대체 어디에서 저런 말을 배웠을까. 어쩌면 저렇게 의젓할 수 있을까. 부모 대부분이 자녀를 키우다보면 경험하게 되는 일들이다. 신기하고 또 신기할 뿐이다. 아이들이 할 수 있는 말이나 행동거지를 벗어나 어른스런 말이나 행동을 보게 되면 많은 부모들은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혹은 아이의 머리에 무엇이 들어있을까 하는 발칙한 상상도 해보게 된다.

그러나 자녀들이 주는 이런 즐거움과 행복도 잠시 뿐. 어느 덧 세월이 흐르고 학교에 들어가게 되면 어른들은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내 자식에게는 있을 것이라고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말과 행동에 놀라게 된다.

혹시 나도 어린 시절 성장과정에서 그러했을까· 부모님과 친지들에게 기쁨과 행복, 놀람과 설렘을 주었던 때가 있었을 것이다. 또는 어느 순간 갑자기 세상 비밀과 이치를 모두 알아버린 것처럼 기고만장하면서 어린 시절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부모님과 가족, 친지들에게 경악과 충격을 안겨준 적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사실에 동의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지금 자녀들을 두고 있고 또 동일한 과정을 자녀들로부터 겪은 사람들일 것이다.

심리학자 앨버트 반두라(Albert Bandura)의 사회학습이론에 의하면, 보상이나 처벌의 조작결과로 인간 행동이 결정된다는 종래의 학설과는 달리, 사람의 행동은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어떤 주어진 상황을 관찰하고 모방함으로써 이루어진다고 한다. 반두라는 이를 관찰학습으로 정의하고, 관찰학습 속에 모방이라는 범주까지도 포함시켰다. 그는 사회적 상황에서 타인들의 행동을 단순히 관찰만 하여도 그들의 행동을 학습할 수 있다고 보았으며, 실험결과로부터 인간의 학습과정은 직접적인 강화에 의한 경험을 통해서 학습되기도 하지만 타인의 행동을 관찰만 하여도 이를 모방함으로써 새로운 행동을 학습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던 것이다.

이는 "보보 인형 연구"로 알려진 실험을 통해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어느 성인이 보보 인형을 깔고 앉아 코를 반복적으로 때리거나 머리를 때린 후, 실험실 이 곳 저 곳으로 발로 차는 장면을 본 어린이들은 동일한 실험실에서 그렇지 않은 행동을 본 아이들보다 훨씬 더 공격적인 행동을 보였던 것이다. 폭력적 모델에 접하게 된 아동들은 그들이 관찰한 바로 그 폭력적 행동을 모방하기 쉽다는 것이 결론이다.

우리 시대 어른들의 비합법적인 방법을 활용한 항의가 사회적으로 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효과도 컸다면, 이것이 청소년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그 덕택일까. 어른이 되면 사회적으로 잘못된 일을 바로잡기 위해 도로를 점거하거나 건물 출입을 막고 시위를 하는 등 '비합법적인 항의 활동에 참여하겠다고 응답한 학생이 늘어났다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안타깝게도 비폭력 편화집회 등 합법적인 항의활동에 참여하겠다는 학생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 사회 기성세대들의 비합법적인 항의 활동이 많이 늘어난 탓 때문이라는 분석 결과도 있다.

이런 조사와 분석 결과에 대해 깊은 상념에 빠졌다. 불현듯 지난 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내가 몸담고 있는 직장의 곳곳에 붙어있는 각종 험악한 문구가 담겨있는 플래카드가 떠올랐다. 앞으로 이어질 가슴 벅찬 대학생활의 꿈을 안고 들어온 신입생들의 입학설명회와 오리엔테이션, 그리고 4년 동안의 대학생활을 마무리하는 제자들, 아무 죄 없이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던 재학생들에게 대학이라는 실험실의 성인 모델인 스승들이 내건 구호와 말들은 분명 신중했어야 할 태도였던 것이다. 아름다운 미래를 보여주고 희망을 노래해줘도 부족할 판에, 공격적인 성인 모델을 보게 해준데 대해 이제서라도 스승의 한 사람으로서 젊은 제자들에게 미안했었다고 솔직히 고백한다. 글을 쓰는 동안, 영국의 시인 윌리암 워즈워드의 시 '무지개'의 한 구절이 내 머리에 가득 했다.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구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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