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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4.29 18:26:25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이재은

충북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지난 주, 중국 시안(西安)에서 열린 제5차 한-중 위기관리 학술세미나에 다녀왔다. 엄연히 한자로는 서안이지만 중국식 발음이 우리나라 발음과 달라 시안이라 불린다. 시안은 '서쪽의 안전한 곳'이라는 지명인데, 옛날엔 장안(長安)으로 불리던 곳으로 '영원히 안전하라'는 의미라고 한다. 시안을 위기관리 세미나 개최지로 선정한 중국 학자들의 뜻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시안은 기원전 200년부터 한, 위, 진, 수, 당 시대에 이르기 까지 천 년 이상의 시간동안 수도였다. 시안은 태풍이나 호우 등으로 인한 피해는 지금까지 거의 없지만, 황사는 아주 극심하다. 그럼에도 이곳을 수도로 정했던 배경에는 외적이 침입했다가도 한 치 앞도 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한 황사로 인해 적군이 황궁을 찾지 못하고 퇴각했던 이유가 있다. 그 덕분에 천년의 세월동안 수도로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시안은 진시황제가 만든 병마용을 비롯한 관광 유산으로 인해 연간 3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관광지이다. 물론 관광객 대부분이 한국인이지만.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잔잔한 기쁨을 느꼈다. 유익했던 세미나 때문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3박 4일 동안 시간을 함께 했던 수많은 한국과 중국학자들 사이의 우정과 친교 덕분이었다. 한국에서 온 열아홉 명의 친구들을 맞이하기 위해 베이징에서 달려온 중국 교수들, 하얼빈에서 기차로 30시간을 달려온 교수들, 텐진에서 시안에 오는 기차를 타면 주어진 일정에 맞출 수 없을 것 같다며 거꾸로 베이징으로 갔다가 20시간을 기차타고 달려온 중국의 제자 교수, 베이징에서의 세미나 때 인간관계를 맺고 다시 만나고 싶다고 달려온 상하이대학 교수, 멀고 먼 북쪽 다렌에서 비행기로 날아온 젊은 교수를 비롯해서 의리로 뭉쳐진 60여명 학자들의 축제는 그야말로 처음부터 헤어질 때 까지 감동이었다.

2008년에 처음으로 한-중 위기관리 세미나가 시작된 것은 어쩌면 단순한 계기였던 것 같다. 2007년 12월 7일, 많은 사람들에게는 대재앙으로까지 기억되었을 허베이 스피리트호 기름유출 사고. 기름을 흡수할 흡착포나 바다에 뿌릴 유화제 부족, 전문가 부족 등 기름유출 재난에 대한 준비 미흡으로 힘들어하고 있던 우리 정부는 중국, 미국, 일본 등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효율적인 재난관리를 위해서는 국제적인 협력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고민 끝에, 동북아시아 지역에서만이라도 학계 차원의 교류부터 시작해야겠다는 판단을 하였다. 그 첫 작품이 2008년 5월 30일 상해교통대학에서의 제1차 한-중 위기관리 학술세미나였다. 특히, 이 세미나를 준비하던 중인 5월 12일에 중국 쓰촨성에서 규모 8.0의 대지진이 발생했고, 사망자 약 7만 명, 중상자 37만 여 명, 실종이 약 1만 8천 명, 경제적 피해가 3조원 이상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국제적인 지원과 원조가 이루어졌고, 세미나에서도 초대형 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적인 협력의 필요성을 모두 느끼게 되었다.

그 후 2009년 베이징, 2010년 산동 진안, 2011년 충북대학교에서의 4차 세미나에 이어, 올해 시안에서 5차 세미나가 열렸던 것이다. 더욱 의미있는 것은 세미나 말미에 2015년까지의 한-중 세미나 개최지가 모두 확정되었다는 것이다.

좋은 사람들과 오랜 교분을 맺고 함께 하는 것은 분명히 큰 복이라고 생각한다. 군 생활을 마치고 박사과정에 복학하고 학자의 길로 들어선 이후,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는 중국, 미국, 일본,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독일, 헝가리, 스위스, 말레이시아, 인도의 수많은 학자들과의 지속적인 만남과 교류는 진실로 기쁘고 반가운 일임에 틀림없다. 조급하게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고 성과를 거두려하기 보다는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와 배려, 진실한 우정을 쌓아가는 것이 먼저라는 것을 세미나가 열릴 때마다 강조한다. 지금 내가 걸어가고 있는 이 길이 미래의 위기관리학 역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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