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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서원대 교양학부 전임강사

아데나워는 독일연방공화국(구 서독)의 초대수상이자 외무부 장관을 역임했던 독일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꼽히고 있다. 그는 두 차례에 걸친 끔찍한 세계대전, 독일의 패망 그리고 독일의 재건과정을 통해 많은 역사적 경험을 한 자이다. 그가 살아왔던 20세기는 혼란과 격동의 시기였다. 1차 대전 이후 베르사유 체제는 독일인들을 절망 속으로 몰아넣었다. 1988년에 만기되는 전쟁배상금은 독일인들에게 매우 가혹했고 엄청난 인플레는 독일사회를 위기로 몰아넣었다. 이러한 상황에 등장한 나치정부는 전쟁배상금 지불 취소를 선언하고 반공주의, 반유대주의, 생활공간 및 영토회복주의 등 국민들의 정서를 자극해 독일국민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게 되었다. 당시 독일국민들은 현실적 어려움에 직면한 나머지 광기에 휩쓸렸다. 나치정부의 사악함은 전 세계를 다시 전쟁의 공포로 몰아갔고 아데나워는 이러한 불의에 맞서 반나치 투쟁을 전개했다. 독일인들에게 20세기는 가혹했다. 그러나 독일인들에게 아데나워라는 노장의 지도자를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아데나워의 말대로 장수(長壽)는 인간에게 경험수습(經驗收拾)의 가능성을 준다고 했던가· 칠순이 넘은 73세의 나이로 수상에 올라 14년 동안 재임했던 아데나워는 그의 일생 속에 국가와 국민의 역사적 실패를 경험했고 그의 경험을 독일의 재건에 십분 활용한다. 전후 잿더미가 된 독일을 재건하기 위한 아데나워의 집념은 대단했다. 그는 서독의 산업화 및 재무장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했고 전후 급변하는 유럽정세에 끊임없는 독일의 전진과 회복의 길을 갈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아데나워는 '떳떳한 서구의 동반자'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서독이 철저한 서방화를 통해 서유럽안보에 기여해야 된다고 판단했다. 이를 통해 침략국으로서의 오명을 씻어버리고 과거적국이었던 서방동맹국에게 신뢰를 주려했다. 그는 중립화 통일에 대한 미련을 과감히 버리고 철저히 반공에 입각한 서독의 재건에 나섰다. 중립화통일은 곧 전독일의 공산화라고 인식하고 이에 대한 달콤한 유혹을 과감히 뿌리쳤다. 그의 반공에 대한 굳은 의지는 서독을 더욱 강력한 군사강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의 핵심세력으로 만들었다. 서독의 경제성장을 상징한 라인강의 기적은 이러한 서방화 및 안보적 기틀에서 이루어졌다. 또한 철저한 탈나치화와 이를 통한 독일이 나아가야 할 가치와 정체성을 제시했다. 동독인들의 자유를 위해 평생을 헌신했던 아데나워의 정신은 헌법서문에 나타나 있다. 1949년 제정된 독일연방공화국 헌법 서문은 모든 독일인에 대한 보호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즉 공산정권의 압제를 받는 동독인들도 서독 국민이며 동독인들의 자유와 인권을 위해 서독 정부는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할 것이라는 의지를 천명했다.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는 것 그것은 국가의 존재이유였다.

20세기는 인간의 지혜에 대한 맹신에 대해 전적으로 경고했던 세기였다. 아데나워는 인간의 오만과 나치즘과 공산주의 등 무신론적 이데올로기에 대해 반기를 들고 역사적 실존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성찰과 그러한 역사를 개척하기를 원했다. 역사란 피할 수 있었던 일들의 집대성이다. 라고 말했던 아데나워, 그의 이러한 고뇌 속에 우리는 역사에 대한 지식인의 성찰을 엿볼 수 있다. 정치인이 지식인이 되기는 쉽지가 않다. 왜냐하면 정치란 권력투쟁과정 속에 공익보다 사익을 추구할 수 있고 때로는 선동과 기만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대적 사명을 인식하고 자기희생과 이성의 준엄한 명령을 통해 불의에 맞설수 있는 계몽된 자가 지식인이라면 정치인 아데나워는 지식인으로써 그 역할을 충분히 감당했다.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자신있게 답할 수 있는 정치인이 얼마나 될까· 지식인으로써 계몽이 되어있는가· 우리는 이에 대한 냉철한 질문을 던져야한다.

총선이 다가왔다. 우리는 역사에 대한 시대적 고민과 신념 있는 소신, 깊이 있는 정치사상을 가지고 무엇이 중요한가에 대한 철학 있고 소신 있는 자들이 국민을 대변하길 바란다. 아데나워의 사상과 일생에 대한 고찰이 총선에 임박한 우리나라에게 중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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