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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청주삼겹살거리 함지락 대표

한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횡성이다. 강원도 산골 마을에 인구가 고작 5만여 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고장이지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횡성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주말은 물론이고 주중에도 한우고기를 먹으러 오는 사람들로 술렁인다. 한우의 고장이라고 해서 고깃값이 싼 것도 아니어서 한 가족 네 명이 나우 먹다 보면 십만 원을 훌쩍 넘기기에 십상이다. 강원도의 대표적인 감자마을을 전국 유수의 관광마을로 변신시킨 가장 큰 공신은 다름 아닌 한우다. 횡성군에 따르면 횡성 한우 시장은 연 매출 500억 원을 넘기고 한우 관광객도 500만 명을 넘는다고 한다.

영동 고속도로 새말 IC를 빠져나와 횡성으로 진출하면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이 한우 상징 조형물이다. 대형 소뿔 조각상 사이로 누런 황금빛의 우람한 한우가 여유롭게 왼쪽을 쳐다보며 손님을 맞는다. 금방이라도 움머! 하고 소리 지를 것같이 생동감이 넘친다.

횡성 민족사관고에 다니는 딸을 보기 위해 횡성을 찾을 때마다 어김없이 만나는 한우 상징 조형물이 이제는 친근하게 느껴진다. 나도 모르게 우리 아들딸도 저렇게 늘품 있고 듬직한 어른으로 커줬으면 하는 바람을 기도하듯 하곤 한다.

춘천시 명동 닭갈비 골목에도 포토존을 위한 캐릭터 조형물이 있다. 2m 폭의 아담한 닭 캐릭터 두 마리가 입구에서 손님들을 품는다. 찾아줘서 반갑다고 금방이라도 꼬꼬댁! 꼬꼬댁! 아우성치며 날개를 칠 것 같다.

닭갈비 골목을 찾는 사람들은 의례적으로 이곳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식당가로 들어선다. 사람들 틈에 끼어 연인끼리 가족끼리 캐릭터와 찍는 사진 한 장은 오래도록 가슴에 남게 마련이다.

수도권과 접근성이 좋은 데다 낭만적인 관광지도 많아 춘천에는 외지인들로 북적인다. 닭갈비 골목을 비롯한 시내 곳곳의 닭갈비 식당은 어느새 춘천 지역경제의 큰 버팀목이 된 지 오래다. 관광객 1천만 명에 연 매출 1천억 원 시대를 맞이한다고 하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춘천시는 닭갈비를 대표적인 한류 음식으로 알리기 위해 테마파크를 조성하고 캐릭터 공원을 설치하기로 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주 토요일 청주 삼겹살 거리에도 돼지 캐릭터 조형물이 세워졌다. 삼겹살 거리가 조성된 지 2년 만에 캐릭터 조형물이 생겼으니 사실 늦은 편은 아니다.

지역구 도의원이 삼겹살 거리 상인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재량사업비 1천만 원을 지원하면서 이뤄졌다. 이날 제막식에는 국회의원, 도지사, 시장, 도의원, 시의원 등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해 행사를 축하해 주었다. 때가 때라 그런지, 돼지 캐릭터가 본격적으로 손님을 끌어 오기에 앞서 지역 거물 정치인들을 몰고 오는 큰 역사(?)를 했다.

삼겹살 거리 조형물은 1.5m 높이의 아담한 암수 두 마리 돼지다. 밝게 웃는 낯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부부 돼지를 형상화한 것인데 가칭 '벗삼네'로 부르긴 했으나 좀 더 참신한 이름을 찾는 중이다.

벗과 함께 먹는 삼겹살, 또는 벗 삼아 먹는 삼겹살 정도의 의미로 해석하면 그런대로 부를 만하기는 하지만 좀 더 진취적인 의미도 포함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다산이 다복이, 벗삼이 님삼이, 삼돌이 삼순이 등도 거론됐지만 애정 어린 시민들의 조언을 기다린다. 아직은 산만하고 조야한 거리지만 그래도 시민들이나 외지 손님들에게 사진 한 장 담아 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으니 여간 다행히 아니다.

사실 조형물 제막식에서 우리가 걷어 낸 것은 깨끗하고 하얀 광목천만은 아니다. 조급하게 좋은 결과만을 기대하는 모든 이들의 조급증을 걷어내려 했다. 아직도 삼겹살 거리의 가능성에 회의하는 모든 이들의 불신을 걷어내려 했다. 오늘 이만함에 감사하지 못하는 우리의 욕심을 걷어내려 했다.

수십 년 자리를 굳게 지키는 횡성 한우나 춘천 닭처럼 우리 돼지도 초심을 잃지 않고 매진하길 기원하면서 천을 걷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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