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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청주 삼겹살거리 함지락 대표

지난 주 토요일 오후 전통시장 통계조사 요원이 방문했다. 중소기업청 산하 시장경영진흥원이 매년 이맘에 실시하는 실태조사를 위해 찾아온 조사원이었다. 연말 실시되는 통계조사를 위해 고용된 이들은 주로 한시적인 일용직 여직원들이다.

조사원은 조심스럽게 묻기 시작했다. 기본적인 확인 항목에 대한 질문에 이어 민감한 질문들이 이어졌다. 올 매출액은 얼마나 되는지,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액 증감은 어떤지, 한 달 평균 매출액은 얼마쯤 되는지, 이익률은 얼마나 되는지, 한 달 인건비와 운영비는 얼마나 되는지, 식자재 매입 비율은 얼마나 되는지 등등.

굳이 답을 회피할 이유도 없고, 액수를 부풀리거나 줄일 필요도 없다고 판단해 있는 그대로 답변했다. 이 같은 기초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향후 전통시장이나 자영업자들에 대한 정부의 정책이 입안되기 때문에 되도록 정확하게 답변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답변하는 내내 헛헛함과 상실감을 느꼈다. 초라한 매출과 이익에 대해 답변을 하면서 스스로 낯이 붉어졌다.

커피를 한 잔 나누는 사이 조사원은 실태조사의 애로점을 토로했다. 업주들이 아예 조사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민감한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을 하지 않는 일이 많아 할당 건수를 채우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자영업이 어렵다고 익히 듣기는 했지만 실제 알고 보니 매출액이나 이익률이 생각보다 너무 적다며 오히려 걱정해 주었다.

기획재정부가 올 들어 발표한 '자영업자 동향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당시 99만4000명이 신규 창업을 했고, 84만5000명이 폐업을 해 약 85%의 폐업률을 보였다. 업종별로는 음식업의 폐업률이 94.3%로 가장 많았으며 특히 휴. 폐업소의 4분의3은 100㎡ 이하(약 30평)의 소규모 영세사업장인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대한민국의 가장 대표적인 서민층인 자영업자들의 생활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또한 국세청 국세통계연보에 따라도 매년 외식업 사업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3년간 약 19만 명이 창업을 했고, 약 18만 명이 폐업을 해 자영업종 가운데에서도 외식업은 가장 높은 폐업률을 보였다. 은퇴자를 비롯해 창업을 하려는 이들이 가장 쉽게 도전하는 업종이지만 사실은 가장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통계다.

국내 외식업 전문연구기관인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은 외식업이 어려운 이유를 식자재 원가 인상, 경쟁 강도, 제도적 규제, 구인난 등의 순서로 꼽았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식자재 비용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데다 신고제 창업에 따른 무한경쟁 체제 속에서 오히려 제도적인 규제는 강화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가 출범 초 외식업을 21세기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고 선포한 것과는 달리 지금은 각종 규제만 강화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8월부터 외식업계를 강타한 의제매입세액공제만 해도, 전체 매출액 가운데 식자재 구입비용의 30%까지만 부가세를 면제하겠다는 정부발표는 결국 외식업의 현실에 무지한 정책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결국 연 매출 4억원 이하의 업소에 대해서는 50%까지 인정하고, 그 이상일 경우에는 40%까지만 면세한다는 선에서 가닥이 잡혔지만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 얼마 전 끝난 국정감사에서는 자영업자 가운데 90%가 월 1백만 원 이하의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영업자들이 겪는 암울한 현실 속에서 지난 주 언론에 보도된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방만한 법인카드 사용 실태가 그들을 슬프게 한다. 자영업자들이 1년 동안 허리가 휘도록 일을 해도 벌기 어려운 돈을 이들은 세금으로 쌈짓돈 쓰듯 한 것이다. 사회정의의 이름으로 벌하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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