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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청주 삼겹살거리 함지락 대표

새가 없는 숲은 얼마나 적막할까. 이른 아침, 아파트 정원에서 재잘거리는 참새 소리는 귀와 눈을 번쩍 열게 하고 껌딱지처럼 방바닥에 눌어붙은 등바닥을 곧추 세우게 한다. 해 뜰 무렵, 테니스장 옆 측백나무 위 어치의 울음소리는 하수(下手)의 실수를 나무라는 고수(高手)의 잔소리보다 따갑지만 그 여운이 살갑다. 새 소리는 숲의 정령이요, 숲의 영혼이다. 새가 앉지 않는 나무, 새소리가 들리지 않는 숲은 영혼 없는 껍데기 숲과 다름없다는 생각을 가끔 하곤 한다.

또 고기 없는 냇물은 얼마나 허전할까. 물은 그런대로 맑아 보이는데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노니는 물고기 한 마리 없다면 왠지 속았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다. 냇물이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물고기가 보이지 않으니 황당하기까지 하다. 물고기는 물의 정령이자 영혼 같아서 물고기 없는 냇물 또한 영혼 없는 껍데기 냇물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반대로, 물속을 유유히 돌아다니는 물고기를 보노라면 얼마나 가슴 설레는지. 보는 것만으로도 충일한 삶의 에너지를 얻곤 한다.

무심천은 녹색수도를 표방하는 청주의 젖줄이다. 미평천은 이곳 무심천으로 흘러드는 지천 중 하나. 그 미평천에 물고기가 없다. 아침마다 운동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혹시나 하고 미평천 물속을 내려다보지만 역시나 고기 한 마리 보이질 않는다. 워낙 하천 복개 구간이 길어 물고기의 길이 봉쇄됐는지 몰라도 분평동 앞 미평천에는 물고기 한 마리 눈에 띄질 않는다. 하도 궁금해 아예 냇가로 내려가 수초를 건드려 보기도 했지만 아무런 움직임이 보이질 않았다.

겉으로 보기에 물은 꽤 맑아 보이는데 무슨 연유인지 모르겠다. 아침시간 대에 물 위를 떠다니는 거품을 자주 목격하는데 인근 축사나 가정집에서 남몰래 오폐수를 버리는지 모를 일이다. 미평천이 그런데 다른 지천이라고 온전할 리 없을 것 같다. 한계천, 월운천, 영운천, 명암천, 발산천 등 무심천으로 유입되는 냇물의 사정도 궁금해진다. 사실, 3년 전쯤 이들 냇물을 돌아볼 기회를 가졌는데 당시에는 어떤 지천에서도 물고기를 보지 못했다. 물고기 없는 냇물을 그대로 두고 녹색수도를 표방하는 청주시가 허망해 보이기까지 했다.

지난 목요일 우연히 청남교 아래 무심천을 내려다 본 것은 커다란 충격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가끔 청남교 아래 무심천 여울목을 우두커니 바라보곤 하는데 이날에는 수 십 마리 잉어떼가 유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30~40 센티는 족히 돼 보이는 잉어들이 물살을 거슬러 오르고 있었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피라미 떼를 보기만 해도 가볍게 흥분되곤 하는데 수 십 마리 무리지은 잉어들을 보니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나의 탄성에 놀라 지나가는 사람들도 눈 아래 펼쳐진 장관을 보았다. 한 아주머니 말로는 무심천에서 요즘 자주 이런 모습을 본다고 했다. 무심천은 건강한 영혼으로 살아 있었다.

물고기 없는 미평천과 잉어떼 돌아다니는 무심천을 떠올리며 시장을 생각했다. 미평천과 무심천의 차이는 무엇일까· 삼겹살 거리가 있는 서문시장이 마치 미평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이는 육거리 시장은 무심천이었다. 물고기 대신 거품만 떠다니는 미평천보다 다양한 물고기들이 떼지어 노니는 무심천처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이 깊어졌다. 언제 해결될지 모르는 숙원과제들을 껴안고 언제까지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냇물에 물고기가 있어야 하고, 숲 속에 새소리가 있어야 하듯 시장에는 사람들의 활기가 넘쳐야 한다. 사람들의 발길이 머무르고, 사람들의 미소가 넘쳐야 한다. 시장 안에 있는 사람들의 건강한 활력이 자체로 자성(磁性)을 가져 밖에 있는 사람들도 오도록 해야 한다. 스스로 시장의 오염원들을 제거해 사람들이 깨끗한 곳으로 오도록 해야 한다. 맑은 물은 물고기를 부르고, 건강한 숲은 새들을 불러 모으기 때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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