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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청주 삼겹살거리 함지락 대표

지난 주말 다녀간 한 IT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요즘 일본에서 한국식 삼겹살이 엄청 인기란다. 가족과 함께 일본에서 3년을 살다 최근 귀국한 그는 한국에서의 삼겹살 못지않게 일본 삼겹살도 대중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도 수시로 일본에 다녀오는데 곳곳에 삼겹살집이 우후준순처럼 생겨나고 젊은이들이 특히 삼겹살을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일본에서의 막걸리가 그렇듯 삼겹살도 한류의 영향 때문이라는 나름대로의 분석도 내놓았다.

심지어 삼겹살이 일본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하는 전국 규모의 삼겹살 체인점 회사도 있다. 도쿄에 있는 어느 삼겹살 체인점 본사는 삼겹살의 원조는 한국이 아니라 일본이라는 내용의 광고를 전면에 내세우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대표는 제일교포 3세로 알려져 있는데 아무래도 '시오야끼'라는 말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다. 삼겹살을 일본 음식이라고 주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김치를 '기무치'로, 독도를 '다케시마'로 만들어 온 일본인들의 모습과 흡사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뒷목이 뻣뻣하고 정수리가 쭈뼛해진다.

그러나 삼겹살이라는 한국말을 일본식 표기로 옮겨 쓰면서 삼겹살이 일본의 고유음식이라고 주장하다니 어처구니없기가 이만저만 아니다. 또한 일본 삼겹살은 얇게 저민 돼지고기를 파와 콩나물 등의 야채류와 섞어 익히는 것으로 차라리 우리의 주물럭과 비슷하다. 구이판에 고기를 구운 뒤 파무침과 마늘 등을 넣어 추에 싸 먹는 우리의 삼겹살과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 일본인들의 국수주의를 자극하기 위한 고도의 상술인지 아니면 일본에서 제일교포들이 살아가기 위한 나름대로의 처세술인지 뒷맛이 씁쓸하다.

한편 한국에서도 삼겹살이라는 이름과 함께 '시오야끼'라는 이름을 쓰는 삼겹살집이 적잖이 있는 게 사실이니 어찌 보면 오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소금이라는 '시오'와 구이라는 '야끼'가 합쳐져 소금구이라는 일본말 '시오야끼'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일본에서는 간장구이라는 '데리야끼'나 된장구이 '미소야끼'와 함께 생선에 소금을 뿌려 구워먹는 '시오야끼'가 일반적인 요리법이다. 또한 아무 것도 첨가하지 않고 고기를 그대로 구워먹는 것을 '시라야끼'라고 하는데 한국의 삼겹살은 차라리 시오야끼가 아닌 시라야끼에 가깝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일본에서 육류문화가 발달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알려진 바로는 19세기 후반 메이지 유신 이후다. 쌀과 콩류 또는 생선류를 주식으로 하는 일본 서민들에게 육류는, 간단히 소금을 뿌려 구워먹는 생선 시오야끼처럼 아무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다. 시오야끼는 생선을 구워 먹을 때나 해당되는 말이지 삼겹살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가끔 일본인들이 삼겹살 거리에 들르곤 하는데 한국의 삼겹살 맛은 세계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노릿노릿 구운 삼겹살에 파절이며 마늘, 김치를 상추에 싸 먹으며 너무 행복하다고 너스레를 떤다. 그들에게 한국의 삼겹살 가격은 공짜나 마찬가지다.

시오야끼라는 말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신문기사 자료에 따르면 일제시대인 1930년대에는 시오야끼도, 삼겹살도 아닌 '세겹살'로 사용됐고, 1970년대 이후 지금의 삼겹살이란 말이 사용됐다. 도시 노동자들이 고단한 하루를 마감하며 퇴근길에 독한 소주와 함께 즐겨먹던 값싼 음식이 삼겹살이었다. 청주지역에서도 이 무렵 만수네, 딸네집, 고속주점 등의 삼겹살집이 활황을 맞으면서 내륙지역의 독특한 삼겹살 문화가 형성되었다. 시오야끼라는 말이 이때쯤 청주에 등장한 것은 맞지만 뿌리나 연고를 찾을 수 없는 말이다.

대한민국의 삼겹살이 머잖아 이탈리아 피자 못지않은 세계적인 음식이 될 수도 있다. 그 한가운데 청주 삼겹살이 있지 말란 법이 없다. 가슴 뜨거워지는 8월, 훗날 또다시 삼겹살 주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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