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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청주 삼겹살거리 함지락 대표

매년 가을이면 수확이 다 끝난 허허벌판에 아직도 외로이 서 있는 허수아비 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수확할 것 없다는 무거운 허전함으로 심한 자괴감에 빠졌다. 그러나 감이 노랗게 익어 가는 요즘, 지난 9개월 동안 오직 청주 삼겹살의 명품화와 청주 삼겹살 거리의 명소화라는 주제의식을 가지고 매주 칼럼을 쓰다 보니 여기저기서 관심을 보이는 분들이 느는 것 같아 내심 뿌듯하다. 다만, 별 재미도 없고 깊이도 없는 글을 애정으로 읽어 봐 주시는 분들에게 죄스러울 따름이다.

얼마 전 평소 알지 못하는 분으로부터 뜻 밖의 전화를 받았다. 충북대학교에서 30년이 넘도록 가정교육학 강의를 하다 지난해 정년퇴임하신 교수님이었다. 올 연초부터 매주 월요일에 연재되는 '김동진의 삼겹살 이야기' 칼럼을 읽고 계신데 실제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 하셨다. 도움이 된다면, 삼겹살 거리 활성화를 위해 그동안 자신이 배우고 가르친 학문을 사회에 환원하고 싶다고. 너무나 고마운 마음에 얼른 만나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막상 뵙고 보니 알 만한 분이었다. 이제는 많이 연로하시어 서릿발 같은 날카로움이 덜하기는 하였으나 평생 한 가지 학문에 정진한 노교수의 기품과 풍모가 아직도 느껴졌다.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온화한 미소에서 외유내강의 면모가 그대로 풍겨왔다.

교수님께서 먼저 꺼낸 화제는 청주 삼겹살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간장소스의 정확한 명칭과 구체적인 기능에 관한 부분이었다. 간장을 그대로 졸인 것이 아니고 여러 가지 재료를 넣어 함께 끓였으니 '달인간장'이 아니고 '달인 맛간장'이 맞다는 지적이었다. 미처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그냥 습관적으로 써 오던 말인데 그러고 보니 '달인 맛간장'이라는 표현이 더 적확하겠다 싶었다.

다음으로는 간장의 기능과 관련, 교수님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돼지 잡냄새 제거 기능 이외에 건강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요즘 삼겹살은 예전의 수퇘지 삼겹살과는 다르게 육질이 좋은 편이니 무슨 음식을 먹든 건강을 생각하는 현대인들의 요구에 맞게 간장을 통해 참살이 기능을 보강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간장이 삼겹살에 미치는 영양학적인 기능을 연구해 특별히 지방을 분해해주는 기능을 추가할 수만 있다면 청주 삼겹살의 간장소스에 대한 특허 출원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귀뜸하셨다.

이보다 앞서 한 번은 어느 군 단위 산림조합장님이 찾아 오셨다. "칼럼에 나오는 사진과 많이 닮긴 닮았네요"하시며 명함을 건네 주셨다. 매주 칼럼을 읽을 때마다 청주 삼겹살 거리가 정말 잘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고 덧붙이셨다. 비록 청주에 살고 있지는 않지만 같은 도내 주민으로서 청주에도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골목 하나 제대로 생기길 기원한다고 . 그분은 삼겹살에는 표고버섯이 제격이라며 관내 산지에서 버섯이 수확되는 즈음에 맞춰 표고버섯을 가지고 다시 한 번 방문하시겠다고 약속하셨다.

지역 시민단체 회원이자 건설회사 대표인 어느 시민은 시간을 내어 직접 찾아오기 어려우면 격려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주곤 한다. 청주 삼겹살 거리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자치단체의 지원과 상인들의 노력 못지않게 시민단체 차원의 관심도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더불어 시민단체들이 정치적이거나 정책적인 사안에만 매달리지 말고 지역의 구체적인 관심거리에도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분은 삼겹살 거리에서 앞으로 행사를 준비할 때 필요하면 시민단체와 연계해서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이밖에 칼럼의 내용에 대해 공감하거나 칼럼의 문제의식에 이의를 제기하는 분도 계시다. 자칫하면 칼럼이 삼겹살 거리 상인들의 이해관계에 매몰되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또한 글의 구성이나 흐름에 대해 조언을 해주는 형님도 계시다. 너무 교조적인 내용에만 치우칠까봐 우려해서다. 감이 익을수록 날씨는 선선해진다. 벼가 고개를 숙일 때 무서리는 된서리로 변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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