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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청주 삼겹살거리 함지락 대표

지난 주중 며칠 저녁에는 뜻하지 않은 손님들을 많이 만났다. 헐렁한 옷차림에 덥수룩한 수염까지 용모도 평범하지 않은 데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는 것이 한 눈에 보아도 낯 선 사람들, 바로 청주 공예비엔날레에 참여한 중국인 작가들이었다.

사실 범상치 않다고 생각한 것은 동행한 예술가 후배로부터 그들의 명성을 귀동냥해 듣고 나서였다. 그들이 중국에서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이름 있는 예술가들이라는 얘기를 듣고 나니 헐렁한 차림새나 덥수룩한 수염도 범상치 않게 보였기 때문이다. 우리같이 예술 분야 문외한들에게는 실제 작품보다 이름만으로도 존경심을 갖게 마련이다.

공예비엔날레 덕분에 삼겹살 거리를 찾는 외국인들의 발길이 늘어났고, 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니 금상첨화였다.

후배의 소개로 여섯 명이 모인 술자리에 자연스럽게 동참했다.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후배는 나를 소개했다. 무슨 말인지는 몰라도 그들이 일어나서 나에게 악수를 청하는 것을 보고는 후배가 나를 과장해서 소개했구나 하고 생각했다. 중국어를 할 줄 모르는 나는 대신 서툴지만 영어로 대화를 시도했다. 다행히 그들 가운데 두 명은 영어를 할 줄 알아 대화가 아주 어색하지는 않았다.

비엔날레 개막식 행사를 비롯한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 요모조모 물어봤다.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은 '구뜨'였다. 준비 상황도 좋았고, 행사장도 좋았고, 운영도 좋았다고 했다. 수십 년간 문 닫은 담배공장을 공예와 문화의 발전소로 변모시킨 청주시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 자존심 강한 중국인들이 연신 감동적인 찬사를 보내며 건배를 외쳤다. 몇 순배 돌면서 삼겹살 거리가 마치 국제적인 거리라도 된 것 같은 착각을 했다.

바로 전날에도 세 명의 중국인 손님들과 자리를 함께했다. 두 명의 북경 공예협동조합 여직원들과 한 명의 작가는 비엔날레 홍보 책자를 들고 무작정 삼겹살 거리를 찾아왔다. 처음에는 중국어로 말하는 통에 소통이 이뤄지지 않았으나 이내 영어로 말하면서 금방 분위기는 화기애애해졌다. 그 조합 여직원은 영어도 유창하게 구사했다. 비엔날레 행사와 관련된 화제로 한동안 얘기를 나눈 뒤 삼겹살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눴다. 환상적인 개막 행사를 본 뒤 맛있는 삼겹살을 먹게 돼 청주에서의 밤이 너무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삼겹살 거리의 중국인들을 보면서, 청주지역의 대표적인 문화기획가를 넘어 이제는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한 후배가 떠올랐다. 불 꺼진 담배공장에 문화의 꽃을 피우겠다며 문화도시 청주를 위해 잉걸불처럼 꺼질 줄 모르는 의욕을 보이는 후배.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그 후배의 정성이 그동안 얼마나 지극했는지. 이번 비엔날레 행사에도 헌신적으로 봉사하고 있는 후배 변광섭 부장에게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낸다.

매일 밤 얼마나 많은 중국인들이 삼겹살 거리를 찾는지는 알 수 없다. 중국인 외에 행사 차 청주에 온 외국인들 가운데 몇 명이나 삼겹살 거리를 찾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예술이나 음식은 결국 사람과 사람을 만나게 하는 좋은 매개체들이다. 공예를 통해 청주를 알리고 사람을 모으는 일 못지않게, 음식을 통해 청주를 알리고 사람을 불러 모으는 일 또한 의미 있는 일이다.

더욱 바람직한 것은 예술이 생활에 녹아드는 것이다. 예술이 예술로 머무르지 않고 생활의 구석구석 사람의 손길이 닿는 곳에 배어들 때 예술은 비로소 그 대중성을 부여받는다. 공예는 어느 장르보다 삶의 현장과 가까이 있다. 직지를 모체로 시작된 청주 공예비엔날레가 지난 15년 동안 사람의 삶속에 얼마나 녹아들었는지는 미지수다. 다만 간절히 바라기는 참여 작가가 몇 명이고, 출품 작품이 몇 점이고, 관람객 몇 명이 다녀갔다는 허망한 수치보다는 어쩌다 외국인들과 함께하는 삼겹살 식탁 한 켠에 자랑스럽게 내놓을 값 싼 비엔날레 공예그릇 하나 놓였으면 하는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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