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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청주 삼겹살거리 함지락 대표

지난 주 평일 저녁 남루한 옷차림의 중년 남자가 찾아왔다. 전작이 있었는지 술냄새가 약간 나기도 하고, 오랫동안 씻지 않아서인지 땀에 쩐 역한 냄새가 나는 것이 그 동안의 경험으로 미뤄 정상적인 손님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리에 앉은 그는 삼겹살 1인분을 주문했다. 주문을 받아 온 아주머니가 어찌해야 하는지 몰라 내게 눈짓을 보냈다.

물을 마시고 있는 그에게로 다가가 최대한 정중하게 말했다. 점심이면 몰라도 저녁에는 1인분을 팔지 않습니다. 저녁에는 주로 단체 손님들이 많은데 혼자 오는 손님들을 받다 보면 장사를 하지 못합니다. 삼겹살 식당은 점심보다는 저녁 장사 위주여서 실제 영업시간이 짧습니다. 식탁 하나에 최소한 2명 이상 돼야 받습니다. 죄송합니다, 저녁에 여럿이 오시든가 혼자라도 낮에 오시면 대접해드리겠습니다.

그는 별 대꾸 없이 일어났다. 여기도 1인분을 팔지 않느냐, 그럼 다음에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총총히 사라졌다. 삼겹살 식당에서는 1인분을 팔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도 일부러 들러본 것이다. 그러나 막상 보내 놓고 마음이 영 개운하지 않다.

사실 전에도 이런 경험이 여럿 있었다. 외지에서 출장 오는 사람들이 삼겹살 거리 인근 모텔에 많이 투숙하는데 가끔 혼자 찾아오는 손님들이 그들이었다. 저녁도 해결할 겸 삼겹살 거리도 구경할 겸 해서 들르는데 이들은 자리에 앉기에 앞서 양해를 구하는 편이다. 출장을 와서 혼자인데 삼겹살 2인분에 술 한 잔할 테니 먹을 수 있느냐고 먼저 타협을 한다. 출장을 다니는 사람들의 나름대로 경험에서 생기는 노하우로 볼 수 있다. 거절할 명분을 사전에 차단하는 바람에 뭐라 딱히 거절하기도 쉽지 않다. 이들은 주로 구석 자리를 선호하는 편이다. 운이 좋은 경우, 어떤 사람은 이후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도 해주고 직접 사람을 데려 오기도 한다.

혼자 점심을 먹으로 오는 손님들도 가끔 있다. 삼겹살 같은 무거운 음식을 먹기보다는 찌개류를 주로 찾는데 점심이라는 말 그대로 요기하는 수준에서 식사를 마친다. 삼겹살 식당에서는 점심 손님이 많지 않기 때문에 대체로 점심에는 사람 수에 상관없이 손님을 받는다.

나홀로 손님을 받아야 하는가, 또는 1인분을 팔아야 하는가. 삼겹살 식당을 운영해본 자영업자라면 고민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혼자나 둘이나 상차림은 거의 비슷하다. 밑반찬을 깔아야 하고 구이판을 올려야 하고 수시로 마늘이며 상추 같은 곁들이 음식들을 채워줘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영업이익률이 박한 상황에서 식당 업주에게 1인분 판매는 따져볼 것도 없이 손해나는 장사가 분명하다. 여러 가지 밑반찬이 제공되고 손님 수에 상관없이 기본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 있을 경우 대체로 1인분 판매를 허용하지 않는다. 삼겹살이나 한정식 또는 찌개류 같은 경우가 그렇다.

그렇다고 1인분 판매를 거부하기도 쉽지 않다. 일부러 찾아온 사람을 혼자라는 이유로 거절하기가 미안하기도 하거니와 따지고 들 경우 반박할 명분이 궁색해진다. 겨우 단체 손님이 예약돼 있다느니 하는 이유를 대며 완곡하게 거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이런 문제로 골치를 썩은 일부 업소에서는 아예 2인분 이상 판매한다는 내용을 써 붙여 놓는다.

그래서 요즘 '나홀로' 식당이 늘어나는 모양이다. 어쩔 수 없이 혼자 먹어야 하는 상황이거나 워낙 바빠 제대로 차려 먹을 시간이 없는 현대인들을 겨냥한 틈새식당이다. 밑반찬이 적거나 구이판 같은 기본 준비물 없이 제공되는 분식류나 탕류 메뉴들이 주로 차지한다. 사무실이 밀집된 도심이나 통행량이 많은 도로 주변을 중심으로 이런 '나홀로' 식당이 늘어나고 있다.

내가 '나홀로' 손님을 받으려 하지 않는 솔직한 이유는 팔아도 남는 게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고, 그럼에도 '나홀로' 식당이 생겨나는 이유는 '나홀로' 손님을 받아도 남는 게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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