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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청주 삼겹살거리 함지락 대표

청주의 유일한 음식 특화거리인 삼겹살 거리 320m 구간에는 빈 점포가 20여 개도 넘는다. 서문 오거리에서 시작되는 동쪽 진입로를 따라 5개 정도의 빈 점포가 있고, 무심천 방향으로 이어지는 서쪽 진입로에도 5곳의 빈 점포가 있으며, 아케이드가 설치된 북쪽 진입로 방향으로는 10여 군데가 넘는다. 한때는 청주의 중심 상권으로서 번영을 구가하던 때와는 달리 전통시장으로서의 기능을 거의 상실한 채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서문시장의 현 주소를 빈 점포들은 그대로 말해준다. 음식 특화거리에 아직도 문 내린 점포가 이렇게 많으니 영 특화거리 같지가 않다.

빈 점포의 셔터문은 대부분 일 년 내내 굳게 닫혀 있다. 오래 전에 설치된 철제 셔터는 녹슬어 있거나 아귀가 맞지 않아 반쯤 열린 상태로 방치돼 있기도 하다. 오래도록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손잡이에 사람의 손때라고는 없고 대신 거칠거칠하니 표면이 일어나 있다. 주인이 살지 않는 건물의 셔터문 앞에는 일수꾼들이 아무렇게나 던져 놓은 명함 크기의 홍보물이 너저분하게 널려 있기도 하다. 지난 2011년부터 삼겹살 특화거리로 조성되고 있지만 한 눈에 봐도 정상적인 특화거리라고 보기에는 너무도 초라하다. 특히 일부러 찾아오는 외지 손님들이 주차공간의 부재나 침침한 가로등과 더불어 청주 삼겹살 거리에 실망하는 대표적인 첫 모습이다.

대부분의 노인 건물주들은 이곳에 새로 투자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투자 여력이 없는 경우가 많지만 설사 있다 하더라도 당장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단돈 20~30만원의 푼돈 월 임대료를 받기 위해 수천만 원의 목돈을 들여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데 적잖은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삼겹살 특화거리의 자체 자생력이나 청주시의 지원의지에 대해 확신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노인 건물주들은 모험을 하려 들지 않는다. 확실히 살아날 가능성이 보이거나 청주시의 확고한 회생의지가 보일 때까지 관망하자는 분위기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실제로 지난해까지만 해도 심심치 않게 늘어나던 삼겹살 식당이 올 들어서는 단 한 곳 느는 데 그쳤다.

지난해 말까지 1년 동안 한시적으로 지원되던 업소별 지원은 올 들어 전격적으로 중단됐다. 지난 한 해 신규 삼겹살 식당이 개업할 경우 간판 설치비와 주방 기구 구입비 등 450만원이 지원됐었다. 기능을 상실한 D급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 위험을 감수하고 들어오는 신규 업소에 대해 직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필요에 의해서였다. 또한 시내버스나 대형 영화관에서 이뤄지던 삼겹살 거리 홍보도 거의 중단됐다. 버스 광고는 아예 사라지고 영화관 홍보는 1곳에서만 이뤄지고 있다. 청주에 전국 유일의 삼겹살 특화거리를 만들기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당초 약속은 1년 만에 거의 거둬들여졌다. 내년에도 삼겹살 특화거리 조성을 위한 별도의 추가지원은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화거리 조성을 위한 1년짜리 프로젝트라는 손가락질을 받는 이유다.

청주시의 이같은 소극적 지원 배경에는 다른 시장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다. 청주시내 14개 전통시장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별도의 지속적인 지원은 어렵다는 것이다. 또 청주시내 다른 삼겹살 업소들의 반발을 내세운다. 청주지역 수백 군데 삼겹살 식당들이 삼겹살 특화거리에 대한 지원에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공은 상인들에게 돌아갔다. 상인회가 똘똘 뭉쳐 자구책을 세워야 한다고. 내려진 셔터문에 삼겹살 식당을 유치해야 한다고. 더 이상 시에서 무엇을 해주길 바라지 말라고. 한마디로 걸음마를 띠자마자 백 미터 달리기를 시키는 셈이다. 표로 말하는 민선 시대에 표 없는 서러움을 그대로 당하고 있다. 삼겹살 특화거리를 조성해 삼겹살을 청주 대표음식으로 홍보하고, 죽어가는 전통시장을 살리고, 도심 공동화를 해결하겠다는 초심은 1년 만에 내려진 셔터처럼 지금 녹슬어 가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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