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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청주 삼겹살거리 함지락 대표

40대 후반인 친구는 몇 년 전 두어 번의 실패 끝에 늦둥이로 셋째 민봉을 낳았다. 앞서 몇 해 전부터 늦둥이 셋째 자녀를 보는 것이 유행처럼 번져 이미 같은 또래의 친구들은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었다.

다소 늦은 나이에 아이를 갖다 보니 아내의 몸은 번번이 수태가 되긴 해도 출산이 여의치 않았다. 이미 두 번이나 임신했다가 자연 유산된 상태였다. 셋째를 꼭 낳겠다는 의지보다는 생기면 낳겠다는 생각이 사실은 더 맞았다.

늦둥이를 보자 주변 사람들이 너나없이 축하해주었다. 형님은 목돈을 건네주며 잘 키우라고 당부하셨고, 동생은 1냥짜리 행운의 열쇠를 선물하며 늦둥이 조카의 복을 빌었다. 모두들 옥동자라고 추켜세웠다.

친구들은 셋째 녀석이 가장 귀엽다고들 말했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품에 안기는 녀석이 셋째요, 집에서 웃음이 끊어지지 않게 하는 녀석이 셋째라고들 했다. 중년의 초로에 늦둥이 덕에 아기자기 사는 맛이 제일이라고 자랑했다.

터울이 커 각각 중학교 1,3학년인 아들 형제은 그런 대로 잘 성장하고 있었다. 첫째 민직이는 어릴 때부터 전국 웅변대회나 사생대회, 논술대회에서 커다란 상을 많이 받아 이미 지역에서는 물론 외부에서도 꽤 이름이 나 있는 아이였다. 둘째 민예도 일찍부터 남다른 손재주를 보여 주변 어른들을 놀라게 했다. 녀석은 그 또래의 아이들과는 달리 꽤 창의적이어서 뭔가 새로운 일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얼마 전에는 전국 대회에서 대상을 받아 외국 견학을 다녀오기도 했다.

자영업을 하는 그의 주머니 사정이 요즘 영 좋지 않다. 업종을 불문하고 벌써 수 년 간 계속되는 불경기 탓에 매출이 계속 줄어드는 상황인데다 은행에서 빌린 대출금에 대한 이자도 여간 부담이 아니다. 업소 종업원을 줄여 인건비를 줄여보기도 했지만 생각처럼 사정이 좋아지지는 않고 있다. 아내와 함께 일에 매달리고 있다 보니 아직도 어린 5살짜리 셋째 녀석에 대해 각별한 신경을 쓰지 못해 항상 마음 한켠에 미안하고 짠하다.

큰애와 작은애는 별로 어렵지 않은 환경에서 자라나 여러 가지 과외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영어와 수학 과외 선생님이 집으로 찾아와 가르쳤으며, 원어민이 가르치는 학원 교육도 별로로 받았다. 평생 즐길 만한 운동이나 자신의 몸 하나는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각자 태권도와 검도를 가르쳤으며, 악기도 하나는 다룰 줄 알아야 한다는 주변 학부모들의 성화에 못 이겨 각각 피아노와 플루트를 가르쳤다. 그에 비하면 막내에게는 미안하기 그지없다.

늦둥이는 아침 일찍 출근하시는 아빠의 모습을 좀처럼 보지 못한다. 졸음을 털어내자 마자 엄마가 차려주는 아침밥을 간단히 먹고 어린이집 차를 탄다. 엄마도 늦둥이를 차에 태워 보낸 뒤 곧바로 일터로 출발한다. 거의 한 나절을 어린이 집에서 보낸 늦둥이는 오후5시쯤 돌아온다. 애 엄마는 그 전에 짬을 내서 집으로 와 늦둥이 먹을 저녁을 차려놓고 기다리다 아이가 밥을 다 먹으면 인근 음악 학원에 보낸다. 늦둥이가 밤늦게 퇴근하는 아빠를 보는 날은 일주일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다.

삼남매를 둔 친구와 담소를 나누면서 청주시와 삼겹살 거리가 문뜩 떠올랐다. 저 집 사정과 이 거리 사정이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옥동자를 낳았다고 축하해주던 집안 분위기나 삼겹살 특화거리를 만든다고 떠들썩했던 청주시나 별 다르지 않다. 처음에는 충북도와 청원군도 각별한 형제애를 과시했다. 또한 두 차례의 출산시도에도 한정식이나 해장국을 대표음식으로 만들지 못한 채 삼겹살 옥동자를 낳은 것도 그렇다. 그래서 특화거리 조성 1년 만에 걸음마도 제대로 못하는 첫돌배기나 다름없는 특화거리에 지원을 끊은 것은 겨우 얻은 옥동자를 포기하는 일에 다름 아니다. 아직 삼겹살 거리가 정착하지 못한 책임을 삼겹살 거리 상인들만의 탓으로 돌리긴 이르다. 진짜 옥동자인지는 좀 더 키워봐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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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