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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원

에코월드 대표, 역사·문화 여행전문가

집을 떠나 여행을 하며 그 며칠간의 식사 문제로 몇몇 찬을 준비해 가는 여행객이 있다.

냄새가 심하게 나지 않고 현지 이동 간에도 부패정도가 심하지 않은 통조림 깻잎이나 낱개 포장의 김을 들 수 있다.

튜브타입 고추장도 아주 요긴하게 사용된다.

그런데 굳이 포장용 김치를 가져오는 경우가 있다. 항공기 기내압(해발 2000미터 유지)과 따뜻한 차내 온도 등의 보관 여건으로 여행 삼일 째가 넘어가면 임신 8개월 산모 배처럼 아름다운 곡선을 보여준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배가 더 커진다는게 문제이다.

안하무인의 무식함으로 밀폐된 현지 식당[만약에 에어컨까지 작동중이라면 최악의 사태발생]에서 포기김치를 개봉하게 되면(11년간의 가이드 생활 중 두 차례 경험) 현지 식당의 냄새와 뒤섞이며 우리도 맡기 힘든 쉰내가 나게 된다.

글로 표현하기 불가능한 화학탄에 가까운 냄새가 삽시간에 주위의 모든 시선을 공포로 몰아넣는다. 식당 매니저는 이리저리 날뛰기 시작하고 종업원들은 초유의 사태를 어찌 대처해야 할지 난감해 하는 그 짧은 순간, 김치를 먹겠다는 일념으로 일을 내고야만 장본인조차 이토록 일이 커질지 몰랐다는 표정으로 단테 '신곡' 지옥편의 누군가의 표정을 짓게 된다. 파리에서는 필자가 가까이 위치해 있어서 재빨리 화장실 변기를 이용해 몇 차례 물을 내리면서 처리하고 정중한 사과와 현지 손님들께 매니저를 대신하여 다시 한 번 사과를 하는 선에서 천만다행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그런데 베네치아에서는 늦은 처리시간과 더운 여름철 에어컨 가동등 몇가지 일이 순간적으로 맞 물리고 설상가상으로 뻔뻔한 장본인의 행동으로 인해 식당에서 쫓겨나는 일이 있었다.

그 사건 이후 같은 식당을 이용한 적이 몇 차례 더 있었다. 지금은 매니저와 다시 친해져서 농담을 주고받기도 하지만, 그 날과 유사한 일이 발생하면 자기는 테러에 준한 대처와 처리를 할 거라고 단호히 밝히며 얼굴이 굳어지곤 한다. 워낙 혹독한 기억이라 잊을 수 없다는 말을 강조한다. 한국인의 여행 경력이 좀 더 쌓이면 분명히 좋아질 문제이긴 하지만, 현장맨으로서 애로사항이 있다. '아' 다르고 '어'다르다는 우리말처럼 일방적으로 고객을 가르치려 들 수도 없고 현지인들에게 이해해 달라고 말하는 것도 어느선이지, 중간자적인 입장에서 곤혹스러울때가 있다. 여행객 스스로가 느낄 수 있게 안배하는 수밖에 없다.

4년 넘게 행사를 함께한 '막시모'라는 이탈리아 버스 기사가 있다.

현재는 5대의 버스를 소유한 어엿한 사장님으로 지금도 그 중 한대는 스스로 운전을 하며 성실함을 보이고 있다. 귀감이 되는 인물 중 하나이다.

한국인에 대한 애정이 기사와 손님 간에 일반적인 수준을 넘어서 멋진 서비스와 여행의 만족도라는 부분에서 최선을 다하는 멋진 기사님이다. 전화벨이 울리면 "프론트"라는 이탈리아어가 아닌 "여보세요"라고 할 정도로 위트도 있는 사람이다. 차안에서 오징어나 건어물을 누군가가 먹으면 일반적인 기사들은 기겁을 하며 경고를 하던 심하면 차를 세우는 액션을 취하기도 한다. 그런데 막시모 기사는 땅콩에 싸서 달란다. 이 얼마나 한국인을 이해하는 행동인가. 삭제가능부분[한번은 깨를 볶아와서 일행들에게 아침마다 한 스푼씩 나누어 주시는 분이 계셨다. 근데 꼭 차안에서 나누어 주셨다. 기사가 도대체 저건 뭐냐며 작은 양인데도 어쩜 차안에 이토록 희한한 냄새를 풍기냐는 것이다. 떨어지면 잘 쓸어지지도 않는다고 불평을 했다. 화학조미료와 다르게 한국 순수의 자연 조미료라고 설명하고, 씨앗을 볶았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어설픈 설명을 들은 기사 왈 한국은 얼마나 먹을 게 많았으면 다음해 농사에 필요한 씨앗을 음식으로 사용할 수 있냐며 놀라워했다. 그 해석을 들은 나와 손님들이 더욱 놀라워했다.

] 그런, 막시모 조차도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모 회사의 포장 김치가 이탈리아의 더운 여름과(섭씨40도 이상)과 달리는 차안 화물칸의 온도를 이기지 못하고 그만 터져 버리고 말았다. '뻥' 소리와 함께 모든 승객이 타이어를 생각했으나 10초도 지나지 않아 모두 그 보다 더 큰 문제의 발생을 염두에 두며 모두 코를 막았다. 나도, 막시모도 이 상황을 어찌해야 할지 난감해 하며 솔솔 퍼져가는 냄새의 원흉을 제거하고자 가까운 휴게실에 차를 세웠다.

대형 버스 짐칸 문을 열자 냄새는 더욱 확산되었고 어느 가방인지는 코가 안내해 주었다. 문제의 김치가 터진 듯한 가방을 열자 "오 마이 갓!" 모든 옷 가지와 소지품은 홍콩 르느아르 영화의 어떤 장면을 연상시키듯 붉은 빛으로 물들어 있고 냄새는 이미 사람이 맡기에 버거운 상황을 연출했다. 도저히 이 짐을 싣고는 운행을 할 수 없다며 정중하게 짐을 포기하던지 자기가 차를 포기하던지 하겠다며 차에서 멀리 떨어졌다.

기사를 진정시킨다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있는 사이, 아뿔싸!! 손님은 손님대로 옷을 물로 헹구어 보겠다며 휴게실 화장실로 향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휴게실에서 사람들이 마구 나오는 것이 아닌가· 진퇴양난, 손님도, 나도, 기사도, 망연자실 할 수 밖에...

비닐봉투를 구해서 싸고, 또 싸고 또 싸서 결국은 쓰레기통에 몇 벌의 옷을 버릴 수밖에 없었다. 기사가 워낙 단호하게 화를 내는 통에 어쩔수 없었다. 나는 천만 다행으로 여긴 것이 만약에 호텔방이나 로비에 있는 상태에 이와같은 일이 벌어졌다면 어찌되었을까 생각하며 아찔함을 느꼈다. 호텔에선 한국단체를 받지 않을 테고 그 직원의 친구가 있는 호텔도 마찬가지일테고 일파만파, 그러면서 여행의 내공이 쌓이는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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