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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호

영동 황간초 교장

'남의 나라를 정복코자 하는 자는/ 먼저 그 나라의 말과 글을 쇠약하게 하고/ 자기 나라의 말과 글을 전파시켜야 한다.// 자기 나라가 흥하고 번영하거나 보전되기를 원한다면/ 자기 나라의 말과 글을 먼저 닦아서/ 민족의 지혜를 발달시키고 단합을 굳게 해야 할 것이다.// (주시경의 일기 중에서)'

내년부터 10월 9일 한글날이 22년 만에 다시 공휴일로 지정될 예정이라고 한다. 행정안전부는 한글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내용의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12월 18일까지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내년부터 시행된다. 한글의 창제를 기념하는 한글날은 1949년 공휴일로 지정됐다가 1991년도부터 국군의 날과 함께 공휴일에서 제외되었다. 그러나 지난달 9일 566주년 한글날을 계기로 국회에서 한글날 공휴일 지정 촉구 결의안이 의결되는 등 한글날 공휴일 지정을 위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됨에 따라 한글날 공휴일 지정을 위한 개정법안을 추진하게 되었다. 정부는 한글날의 공휴일 재지정과 관련해··우리 민족사에 가장 빛나는 문화유산인 한글이 갖는 상징성과 문화가치 등을 고려할 때 한글날 공휴일 지정이 국민의 문화정체성과 자긍심을 크게 고취시켜 국가 대표 브랜드로서 한글의 위상을 제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사실 10월 9일은 한글을 창제한 날이 아니라 반포한 날이다. 한글이 창제된 때는 세종 25년 12월이고, 반포된 때는 세종 28년 음력 9월 상순이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는 한글이 반포된 날을 기준으로 한글날을 정하다보니 음력 9월이 양력 10월이 되어 10월 9일이 되었고, 북한은 한글이 제정된 날을 기준으로 정해 음력 12월이 양력 1월이 되어 1월 15일이 훈민정음 창제일로 정해졌다고 한다. 같은 말과 글을 사용하면서도 이렇게 기념일조차 다르게 지정되어 있는 게 남북분단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잘 알다시피 전통사회에서 글을 사용하는 것은 지배층의 전유물이었다. 따라서 일부 양반 계층이 사용하던 한자는 우리말과 서로 통하지 않아 배우기가 매우 어려운 글자였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배우기 쉽고 우리에게 맞는 문자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마침내 세종대왕에 의해 한글이 창제되었다. 이처럼 한글은 훈민정음 서문에서 밝혔듯이 문자발명의 목적이 분명하고 효용성이 매우 높은 문자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과학적이고 독창적인 한글에 대해 그간 소홀히 대해 온 것은 아닌가 반성해 본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발표한 이후에도 언문, 언서, 반절, 암클, 상말글, 아랫글 등으로 불리다가 1913년 주시경선생에 의해 비로소 한글이란 이름을 갖게 되었으니 말이다. 더욱이 세계화를 부르짖으며 표방한 정부의 교육정책이 영어를 강조하면서 한글은 한없이 뒤로 밀려나고 말았다. 이제 우리글은 몰라도 넘어가지만, 영어를 모르면 학교교육이나 취업 경쟁에서 뒤처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영어가 중요한 것은 인정하지만, 전 국민이 이토록 영어에 몰입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말은 나라를 이루는 것인데, 말이 오르면 나라도 오르고, 말이 내리면 나라도 내린다"라는 주시경 선생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한글날의 공휴일 지정을 계기로 그간 등한시 했던 우리글과 우리말에 대한 관심과 의미를 되짚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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