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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호

영동 황간초 교장

전남 구례에 있는 조선시대 고택 운주루에는 특별한 쌀뒤주가 있다. 이 뒤주에는 '他人能解(타인능해)' 라는 네 글자가 씌어져 있는데, 이는 주인 외에 다른 사람이 뒤주 문을 열어도 된다는 뜻이다. 뒤주의 문을 주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열어도 된다고 허용한 것은 참으로 파격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나눔과 배려의 정신이 깃들어 있는 이 뒤주는 낙안 군수였던 류이주의 생활철학에서 나왔다. 실제로 운주루에 있는 이 뒤주는 마을에 배고픈 사람이 생기면 누구나 쌀을 퍼 갈 수 있도록 했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의 혼란 속에서도 운주루가 그 원형을 보존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이웃과 공존하는 '나눔의 정신'이 배어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난 2003년 도입된 '충북교육사랑카드'는 도교육청에서 학생과 교직원의 복지 향상을 위해 농협중앙회와 제휴해 만든 신용카드로 사용금액의 일정액을 복지기금으로 조성한다. 충북도교육청은 지난해까지 모두 17억5568만원의 복지기금을 조성해 난치병학생과 소년소녀가장, 조손가정, 다문화가정 등 소외계층 학생 7천여명에게 기금을 전달했다.

도내 교직원들이 참여하는 제자사랑 실천을 위한 '사랑의 우수리 모금 운동'도 해마다 회원이 늘어나고 있다. 매월 급여액 중 1000원 미만의 자투리(우수리)를 모금하는데, 지난 2005년부터 7년간 4억3천여만원을 모아 도내 저소득층 자녀 및 난치병 학생 157명의 치료비를 지원했다고 한다.

영동교육지원청에 근무하는 이백여 명의 교직원들로 구성된 '물방울 봉사회'도 꾸준히 지역에서 봉사 활동을 펴고 있다. 이들은 매달 회원들이 내는 회비로 기금을 조성하여 지역 내 사회복지시설 방문, 저소득층 학생 장학금 지급, 사랑의 열매 모금사업 지원 등 활발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내가 근무하는 황간면에도 '유희문화재단'이라는 아주 특별한 장학재단이 있다. 고 장유환 여사는 작고하기 전 자식들에게 해방 이후부터 6.25 한국전쟁 동안 살았던 시댁 황간 지역이 교육여건과 지역 환경이 열악한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자신이 평생 모은 재산을 황간 지역의 인재양성을 위한 장학 사업에 쓰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들인 오승일 이사장 형제들은 어머니의 훌륭한 뜻을 받들기로 하고, 곧바로 '유희문화재단'을 설립해 2007년부터 황간 지역 초·중·고 학생들에게 정기적으로 장학금 전달 등 장학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 재단은 학교의 장학 사업 외에 설과 추석 명절에 황간 지역 모든 경로당에 쌀을 보내는 나눔의 행사도 아울러 하고 있다.

우리 조상들은 일찍이 향약, 두레, 품앗이 등을 통해 마을 단위로 서로 돕고 나누는 아름다운 전통을 갖고 있었다. 특히 향약의 덕목 중 환난상휼(患難相恤)은 수재, 화재, 도적을 맞은 경우, 병에 걸려 앓을 때, 상을 당하였을 때, 억울하게 죄를 얻었을 때, 생계가 어려울 때, 부모 없는 어린 자녀들이 의지할 곳이 없을 때 서로 힘을 합해 도와주는 것을 규정한 것으로 오늘날 나눔의 의미와 비슷하다. 얼마 전 자신의 재산 99%를 사회에 기부키로 한 미국의 워렌 버핏 회장은 '부자는 자기 재산의 1% 이상을 쓴다고 해도 행복과 삶의 질이 높아지지 않지만, 나머지 99%는 다른 사람들의 건강과 삶의 질에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다.' 라고 기부의 의미를 설명했다. 요즘 너나없이 모두가 살기 어렵다고 야단이다. 하지만 우리 민족은 그럴수록 서로 아껴주고 도와가며 어려운 난관을 슬기롭게 헤쳐 나왔다. 나눔을 통해 기쁨은 두 배가 되고, 슬픔은 절반이 되는 따스한 세상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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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 "재정 자율화 최우선 과제"

[충북일보]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은 "도체육회의 자립을 위해서는 재정자율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 간 민선 초대 도체육회장을 지내며 느낀 가장 시급한 일로 '재정자율화'를 꼽았다. "지난 2019년 민선 체육회장시대가 열렸음에도 그동안에는 각 사업마다 충북지사나 충북도에 예산 배정을 사정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져왔다"는 것이 윤 회장은 설명이다. 윤 회장이 '재정자율화'를 주창하는 이유는 충북지역 각 경기선수단의 경기력 하락을 우려해서다. 도체육회가 자체적으로 중장기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보니 단순 행사성 예산만 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선수단을 새로 창단한다거나 유망선수 육성을 위한 인프라 마련 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충북은 종합순위 6위를 목표로 했지만 대구에게 자리를 내주며 7위에 그쳤다. 이같은 배경에는 체육회의 예산차이와 선수풀의 부족 등이 주요했다는 것이 윤 회장의 시각이다. 현재 충북도체육회에 한 해에 지원되는 예산은 110억 원으로, 올해 초 기준 전국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