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박천호

영동 황간초 교장

모두가 잘 아는 조선시대 오성 이항복 대감의 어릴 적 감나무에 관한 일화. 오성네 집 마당에 있는 감나무가지가 이웃에 사는 대감 집 담장을 넘어갔다. 대감 집 하인들이 담 넘어 온 가지의 감을 땄다. 이것을 본 오성이 감을 돌려달라고 하자 하인들은 상전의 명이라 거역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자 오성은 대감을 찾아가 안방 문풍지를 뚫고 주먹을 집어넣었다. 그리곤 "이건 누구의 팔입니까·" 하고 물으니, 이웃집 대감이 "네놈의 팔이 아니더냐·"하고 답했다. 오성이 말하기를 "그렇습니다. 그러면 담장을 넘어 온 감나무 가지 감은 누구네 것입니까·"라고 묻자 대감이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고 한다.

우리 학교 운동장 주변에도 감나무가 여러 그루 서있다. 우리 학교뿐 아니라 영동의 산과 들에는 어디를 가도 감나무들이 지천으로 늘어서 있다. 어디 그 뿐이랴. 영동을 지나는 도로 곳곳에도 어김없이 감나무가 모습을 드러낸다. 아마 가을에 영동을 다녀가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영동의 가로수가 감나무라는 것을 다 알고 있을 것이다. 하늘 푸른 가을날, 지나치는 차창을 통해 들어오는 탐스러운 감들을 보면 저절로 탄성이 터져 나온다. 영동군은 감나무 가로수 길을 효율적으로 가꾸기 위해 조례를 제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주민들이 자기 집 앞에 있는 감나무를 직접 관리하게 하고, 첫서리가 내릴 무렵 이웃과 함께 수확해 나누어 갖는다. 그런 연유로 영동의 감나무 길은 잘 보전되고 있으며, 전국 아름다운 거리 숲 경연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금은 포도, 사과, 복숭아 등 다양한 과일이 생산되고 있지만, 예전엔 호두와 감이 이곳에서 주로 재배되었다. 그래서 영동사람들은 어느 지역 못지않게 감을 아끼고 사랑한다. 더욱이 영동에서 생산되는 곶감이 전국적인 명성을 얻어 농가 소득에 큰 몫을 하기 때문이다. 수확한 감은 10여 일 동안 저온저장고에서 숙성한 뒤 정성들여 깎아 매달게 되는데, 한 달여 동안 이렇게 자연건조 과정을 거치면 감칠맛 나는 곶감이 된다. 곶감용 감은 주로 둥시를 사용하는데, 다른 감보다 과육이 단단해 곶감으로 적합하기 때문이다. 소백산 자락아래 위치한 영동은 일교차가 큰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곶감의 당도가 설탕과 비슷한 50~60 브릭스나 된다고 한다. 이런 뛰어난 맛과 명성으로 지난해 영동군내 곶감 생산농가들의 전체 수익은 330억 원 정도라니 농가소득으로 단단히 한몫을 하고 있다.

토오-옥 톡/ 골목길 따라/ 감꽃 지는 소리

쉬이-잇 쉿/ 제 풀에 휘어진 가지/ 단물 오르고

짤그락 짤그락/ 느티나무 그늘 속으로/ 공깃돌 던지면

묵은 장독대/ 어깨 너머로/ 속절없이 감꽃 지는데

한나절 멀다하고/ 배시시 솟는/ 열두 살 계집아이 젖멍울

- 박천호, 「감꽃 지는 소리」전문

그간 이런저런 이유로 감 고을에 살면서도 감나무를 갖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에 아버지 산소 근처의 자그마한 밭에다 감나무 몇 그루를 심었다. 다행히 올해는 감나무가 잘 자라 가을엔 감도 좀 딸 것 같다. 아내는 감이 달렸다는 소리에 벌써 부터 곶감 만들 준비로 야단이다. 초록빛 잎사귀아래 열두 살 계집아이 젖멍울만한 감이 이제 겨우 몇 개 맺혔는데.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재황 충북바이오산학융합원장 인터뷰

[충북일보] 충북바이오산학융합원이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의 메카인 충북 오송에 둥지를 튼 충북바이오산학융합원은 지난 10년간 산업단지 기업지원과 R&D, 인력 양성이라는 목표달성을 위해 쉼없이 달려왔다. 지금까지의 성과를 토대로 제2의 도약을 앞둔 충북바이오산학융합원이 구상하는 미래를 정재황(54) 원장을 통해 들어봤다. 지난 2월 취임한 정 원장은 충북대 수의학 석사와 박사 출신으로 한국화학시험연구원 선임연구원, 충북도립대 기획협력처장을 역임했고, 현재 바이오국제협력연구소장, 충북도립대 바이오생명의약과 교수로 재직하는 등 충북의 대표적인 바이오 분야 전문가다. -먼저 바이오융합원에 대한 소개와 함께 창립 10주년 소감을 말씀해 달라. "충북바이오산학융합원(이하 바이오융합원)은 산업단지 기업지원과 R&D, 인력양성이융합된 산학협력 수행을 위해 2012년 6월에 설립된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바이오헬스 분야 산·학·연 간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창업 생태계 조성과 기업성장 지원, 현장 맞춤형 전문인력 양성 등의 다양한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충북 바이오헬스산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정부 재정지원 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