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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호

황간초 교장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소풍 전날 밤, 가슴 졸이며 잠못이루던 일은 소풍날 아침에 비가 오지 않을까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그래서 저녁을 먹고 잠들기 전에 몇 번이고 마당에 나와 하늘을 쳐다보곤 했다. 그럴 때마다 누군가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학교 운동장에 있던 해묵은 느티나무를 베어서 행사 때마다 비가 온다는 동네 전설을 떠올렸다.

기상 예보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농·축·수산업은 물론, 각종 대규모 행사, 체육대회, 야유회, 기업체의 생산 현장에 이르기까지 그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나라 공공기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물품 중 가장 비싼 장비가 기상청에 있다는 것이다. 최근 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기상청에서 보유하고 있는 슈퍼컴퓨터 '해온'과 '해담'이 그 주인공인데, 이 슈퍼컴퓨터의 취득금액은 자그마치 4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이 슈퍼컴퓨터는 가격뿐만 아니라 자료 처리 성능에서도 세계적으로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세계 유수의 기상 컴퓨터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기상예보는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진다고 느끼는 게 국민들의 일반적 인식이다.

얼마 전 15호 태풍 '블라벤'의 진로 예측에 대한 논란에서부터 시작하여, 16호 태풍 '산바'도 기상청이 예보한 남해안 상륙이 아닌 영남·강원도 지방을 거쳐 동해안으로 빠져 나갔기 때문이다. 물론 기상예보의 적중률은 지형지세와 기상 인프라의 구축 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태풍의 진로는 주변 기단의 움직임에 따라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정확한 진로를 미리 예측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태풍의 진로에 대한 기상청 예보의 신뢰성에 대한 논란이 일면서 주목할 만한 사실하나가 제기되었는데, 바로 우리나라만의 독자적 수치예보모델 개발에 관한 내용이었다. 수치예보모델이란 지구 곳곳에서 관측된 바람, 기온, 습도 등의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입력해 날씨를 예상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말한다. 이 프로그램은 모든 날씨 예보의 기본 바탕이 되는 것으로 개발하는데 많은 비용과 고난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세계적으로도 자체 수치예보모델을 가진 나라는 미국, 일본, 영국, 러시아 ,인도 등 13개국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러다보니 독자 모델이 없는 우리나라는 2010년부터 영국의 수치모델을 빌려와 해마다 사용료를 내면서 예보에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기상 전문가들은 여전히 수치예보모델은 자기 나라 기상상황 예측에 최적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영국의 모델에만 의존하는 것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결국 뛰어난 성능을 가진 슈퍼컴퓨터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거기에 맞는 자체 기상예보 프로그램이 없다는 게 안타까운 우리의 현실이다. 다행인 것은 때늦은 감은 있지만 정부에서 지난해부터 많은 예산을 책정하여 프로그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조만간 자체 수치예보모델을 확보할 예정이라고 한다.

제갈공명은 적벽대전에서 동남풍을 몰고와 화공으로 조조의 백만대군을 섬멸시켰다. 제갈공명은 해마다 겨울에 부는 서북풍이 하루나 이틀쯤 동남풍으로 역류한다는 기상 상황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인공위성을 통한 기상 분석, 바람, 기온, 대기 중의 수증기 등을 수치로 변환한 프로그램을 슈퍼컴퓨터에 접속하여 과학적인 기상예보를 하는 시대로 변했다. 우리의 생활 속에서 일기예보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는 요즘, 하루 빨리 독자적 수치예보모델이 개발되어 선진국 못지않은 정확한 기상예보가 실현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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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황 충북바이오산학융합원장 인터뷰

[충북일보] 충북바이오산학융합원이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의 메카인 충북 오송에 둥지를 튼 충북바이오산학융합원은 지난 10년간 산업단지 기업지원과 R&D, 인력 양성이라는 목표달성을 위해 쉼없이 달려왔다. 지금까지의 성과를 토대로 제2의 도약을 앞둔 충북바이오산학융합원이 구상하는 미래를 정재황(54) 원장을 통해 들어봤다. 지난 2월 취임한 정 원장은 충북대 수의학 석사와 박사 출신으로 한국화학시험연구원 선임연구원, 충북도립대 기획협력처장을 역임했고, 현재 바이오국제협력연구소장, 충북도립대 바이오생명의약과 교수로 재직하는 등 충북의 대표적인 바이오 분야 전문가다. -먼저 바이오융합원에 대한 소개와 함께 창립 10주년 소감을 말씀해 달라. "충북바이오산학융합원(이하 바이오융합원)은 산업단지 기업지원과 R&D, 인력양성이융합된 산학협력 수행을 위해 2012년 6월에 설립된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바이오헬스 분야 산·학·연 간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창업 생태계 조성과 기업성장 지원, 현장 맞춤형 전문인력 양성 등의 다양한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충북 바이오헬스산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정부 재정지원 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