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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미선

도예가

공교롭게 징더전의 작업일지를 쓰는 시점에 난 다시 징더전에 와있고, 이곳에서의 많은 추억들이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온 것이다. 지난해 이곳에서 돌아 갈 때 다시 돌아 올 것을 염려하여 모든 짐을 지인에게 맡겨두고 갔으나, 한국에 거 하는 동안 항상 뇌리에 남아 짐이 짐이 되어 무겁게 마음을 억누르고 있었다. 그래서 추석선물전 전시를 마치고, 핑계 삼아 후다닥 짐을 꾸려 또다시 천국에 온 것이다.

징더전에서의 생활이 일년쯤 되었을 때 전시를 기획 하였고, 평소 친분을 쌓아 두었던 지인과 현지에서 일하는 젊은 라오반(owner)들의 도움을 받아 작업을 시작하였다. 판상작업을 주로 하는 돈 많이 번다는 의미의 성을 가진 신(?)라오반, (성에 금이 세 개나 있으니 돈이 절로 생길듯한 이름이다) 또 금술 좋은 부부가 함께 온 종일 석고 분에 묻혀 석고 틀 작업하는 라오반, 중고 서적을 걸쳐 놓고 진종일 파리를 잡거나 대나무 의자에 앉아 이따금씩 지나는 행인들과 입담을 나누는 헌책방 라오반 등등……모두가 열심히 일하는 젊은 라오반들이다. 우리네 보다 일찍 결혼해서인지 이 십대 중반에 아이가 학교에 다니는 학부형들이다. 그들과는 이제 가끔씩 식사에도 서로 초대해주는 좋은 관계가 되었다. 현지인들이 외국인을 집으로 초대하여 함께 식사 한다는 것은 친구로 인정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처음엔 주방인지, 화장실인지 분간이 어려운 곳에서 먹고는 몇 칠을 고생하기도 했고, 어느 날은 저녁때 먹은 음식을 덮지도 않고, 식탁에 그대로 두었다가 다음날 점심에 다시 먹었다. 팔뚝만한 쥐들이 방으로, 작업실로 자유로이 활보하는 곳에서 덮지도 않은 음식을 먹었으니…… 그래도 음식을 다시 끓여서 주니 감사히 먹을 수 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는 자연스럽게 요리도 도와주고 함께 먹었다. 또 한번은 한국 김치가 먹고 싶으니 담아 달라고 해서, 한국에서도 안 담아 먹는 김치를 중국에 와서 담아 보았다. 맛이야 김치의 진한 맛을 모르는 그들에게는 당연히 맛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난 그들과 가족이 되어 하루 하루가 행복했다. 그들은 모두 내게 고마운 사람들이다.

징더전의 분업화된 씨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내게 시간을 내어 흙이며 안료, 가마실등을 소개해 주기도 하고, 때로는 직접 가져다 주기도 하며, 본인의 작업실을 비워주기도 하는등 아낌없는 수고를 해 주셨기에 편안하게 작업하고, 무사히 전시를 마칠 수 있었다. 당연히 값은 치렀지만 그래도 보이지 않는 정을 느낄 수 있었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지금도 그들은 여전히 똑 같은 모습으로 일하고 있었고, 아마도 앞으로도 같은 자리에서 같은 모습과 같은 방법으로 작업하며, 그 자리에 있으리라 그렇게 변함없는 모습들이 언어가 다른 전 세계 많은 사람을 부르는 징더전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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