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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미선

도예가

한국에서는 작은 아파트에 가족들과 함께 살았다. 그러나 징더전에서의 난 황후처럼 지낸다. 삼십평이 넘는 아파트에서 혼자 생활하며, 작업실은 일층에는 한국 식당이 있고, 이층은 내 작업실 보니 가장 중요한 먹는 것과 작업하는 것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해결한 샘이다. 그리고 나의 애마 자전거도 한대 장만 했으니 솔로몬의 부귀영화도 부럽지가 않다. 이제 의.식.주도 끝났고 흙 가지고 놀기만 하면 되니, 세상의 그 어떤 황후도 나 보다 더 풍요롭고 자유로운 행복을 누리겠는가· 이모든 것이 축복이다.

아파트 바로 앞이 징더전 도자대학이고, 자전거로 10분정도의 거리에 내가 좋아하는 명청원(明淸圓)과 조각시장(彫刻市場)이 있다. 명청원은 이름 그대로 들어가는 입구부터 그 시대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여 마치 고궁에 있는 느낌이다. 초입의 건물은 고급 식당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너무 값이 비싸 가난한 도공은 감히 맛볼 엄두도 못내고, 정원에서만 미리 준비한 차를 내어 마시며 서글품을 달래곤 하였다. 주변 건물 역시도 고풍스러운 가옥의 도자기 판매장이다. 건물과 도자기가 잘 어우러져 사람들의 복장만 바꾸면 바로 명.청시대로 돌아갈듯이 보존되고 관리도 잘되어 있다. 상점의 문들은 한 개 한 개 밀어서 여 닫는 문이기에 오랜 세월 손때가 묻어 광이 나고, 문짝 하나하나에 전통 문양이 조각이 되어 있어 탐이 났다. 어느 상점에서는 모택동주석이 방문한 기념사진을 커다랗게 걸어 두고 자랑스럽게 손님들에게 말하면서 작품도 비싸고 귀한 것이라며, 영광스러워 했다. 주석이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작품값이 오른다고 하는걸 보면 그의 존재감은 여전히 크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곳에는 청화(靑華)를 귀신처럼 그리는 사람, 점토로 봉황이나 꽃, 배등의 장식을 실로 한 올 한 올 수를 놓은듯 섬세하게 만든다. 꽃들은 금방이라도 꽃대을 버리고 날아가 나비를 만날듯하고, 배는 닻을 올려 떠날 기세로 만들어져 있으니 어떤 말로 형언해도 정교함을 표현 할 수 없으니 나로서는 "귀신들"이라고 말해야겠다. 이곳에는 구석구석 숨어서 귀신처럼 도자기를 제작하는 사람 많다. 그들은 모두 귀신이다. 어린 나이부터 생계형 일터로 나와 오로지 한 가지 일만 하니 서른이 넘어서 부터는 귀신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곳을 "귀신들이 사는 천국"이라고 부른다.

명청원 앞쪽으로는 조각시장이 있다. 조각시장이라고 해서 조각하는 곳은 아니다. 여기도 여전히 도자기 시장이다. 전통적인 건축물에 현대적 분위기의 갤러리가 있는 곳 이다. 이곳에서는 매주 토요일 오전에 도자기 판매시장이 열린다. 젊은 작가들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다. 누구나 미리 신청하면 무료로 각자의 작품을 가지고 나와 팔면서, 도자 판매업자를 만나기도 하고, 갤러리를 선정하기도 하는 곳이다. 때로는 좋은 기회를 갖게 되는 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은 점점 규모도 커지고, 작품의 질도 높아지고, 매주 젊은 작가들의 새롭고, 다양한 디자인들이 선보여 짐으로서, 다른 큰 도시나 갤러리의 큐레이터가 직접 방문하여 전시 기획도 하곤 하여, 지금은 작품성이나 가격 면에서도 높아 평가 받고 있다.

나는 매주 토요일이 되면, 다양한 기법에 기발한 발상의 도자기를 볼 수 있는 즐거움에 어김없이 나의 애마를 대동하고 조각시장으로 향한다.

어느새 매주 작품을 가지고 나오는 익숙한 친구들과는 작업과정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하고, 한류의 영향으로 그들이 궁금해 하는 한국발음의 배우이름이나, 한국인의 생활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때로는 물물교환을 나누며 유유자적 황후의 삶 보다 더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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