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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미선

도예가

중국에서 머무는 동안 가장 흥미로운 곳은 공원이다. 물론 도지기를 제외하고서다.

어수선한 거리의 풍경에 비해 공원은 넓은광장과 깨끗하게 잘 가꾸어져 있는 잔디밭 모퉁이의 벤치 그리고 근사한 정자는 기본이고, 섬세하고, 거대한 조각품들도 곳곳에 있을 만큼 조경이 잘되어 있다. 맨 처음 공원을 산책 할 때를 기억하면 웃음이 난다. 산책로에서 찐한 데이트 장면을 보고 눈을 어디에다 두어야 할지 몰라 뒤돌아 가고 있는데, 여기저기 비슷한 광경이 지나쳤다. 지긋한 노인 분들도 손을 꼭 잡고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서야 나만 무안해 하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아! 이런 것이 문화적 차이구나" 라고 생각 하면서 불순한 눈으로 바라보는 내안의 검은 마음을 들켜 버렸다.

공원은 각양각색의 나무와 꽃들이 가득했고, 보도블록도 용이나 봉황 연꽃등으로 부조된 잘 구운 기와처럼 고급스러웠다.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연인들은 몇 시간이고 하나인듯 둘이 앉아서 일어설줄 모른다. 때로는 나도 벤치를 찾이 하고픈 마음에 근처땅바닥에 앉아 기다리기를 몇 시간 그러다 내가 지쳐 포기하기가 여러번이다.

공원은 이른 시각부터 늦은 저녁 시각까지 많은 사람들로 부산하고, 부지런한 사람들이 먼저 아침을 연다. 하나둘 각자의 운동도구와 의상을 차려 입고, 준비운동을 하느냐 여념이 없다. 가만히 공원의 아침 풍경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춤을 추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적어도 이방인이 보는 광경은 춤춘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넓은광장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태극권을 하지만, 긴 칼을 가지고 춤추듯이 수련하는 모습은 서커스를 보는듯하고, 배드민턴과 같지만 라켓으로 고무공을 쳐서 네트로 넘기는 운동은 공을 치면서 회전하기도 하고, 뒤돌아 치며 다리를 들어 마치 기예를 하듯 춤춘다. 또 붓이 춤을 추는 글씨의 달인도 볼 수 있다. 콩크리트 바닥을 화선지 삼아 물로 글을 쓰는데 작은 미니 붓으로 쓰기도 하고, 봉걸레만한 붓으로 쓰기도 한다. 마치 퍼포먼스를 보는 것 같아 한참을 걸음을 옮기질 못했고, 옆에서는 무리를 지어 확성기를 틀어놓고 손에 꽃과 부채를 들고 춤추었으며, 다른 한 무리의 사람들은 손에 손을 잡고 째즈댄스에 흥겹고, 또 어떤 사람은 서너명으로 형성된 전통악기를 연주하는 악단에게 조금의 돈을 내고 중국 전통노래를 멋들어지게 부르기도 하며, 연세 많으신 어르신들은 오래된 나무에 손을 앞으로 내밀어 겨냥하고는 쏘아 보면서 진중한 자세로 천천히 아주 느리게 나무 주위를 돈다. 너무나 신중한 모습에 바라보는 나조차 겸허해질 정도이다.

저녁 무렵 수백명이 모여 음악에 맞춰 똑 같은 동작으로 춤을 추는 모습은 장관이였으나 감동은 없었다. 들리는 말로는 이러한 모든 것들이 문화 혁명 이후 국민들의 긴장된생활의 활력을 주고자 시행 되었다고 한다. 나도 그 대열에 끼어 몇 동작 따라 해 보지만 쉽지 않았다. 공원에서는 거지도 멋지다. 레게스타일의 머리카락을 세우고, 도도하게 걸으며 내가 건네는 동전을 거절했으니 말이다.

모퉁이에서 불록바닥에 분필로 글을 쓰는 사람이 있어 다가가 보니 판본체(板本體)가 가득하다. "무슨 뜻 인가요" 물어보니, 사랑을 노래한 자작시라고 한다. 그리고는 돈 내란다. 좋은 글과 글씨를 보았으니, 그것도 마음을 담아 지불 하라고 천연덕스럽게 손을 내민다. 그는 다리가 하나 있는 행위예술가다. 공연을 하며 자연스럽게 구경꾼의 주머니를 열개하는 능력자인 것이다. 이곳의 공원에서는 큰소리로 노래하고, 춤추고, 담배피고, 낙서하고, 휴지를 슬쩍 버리는 것도 아직은 무엇이든 가능하다. 어디서든 구애 받지 않고 자유로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이곳은 춤추는 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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