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2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2.08.02 16:45:12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천미선

도예가

아들의 꿈은 어려서부터 화가이다. 아이가 유일하게 몇 시간이고 집중을 할 때가 그림 그리고 있을 때였으니 특별히 다른 적성을 찾지 않아도 되어 늘 고맙게 생각하며 좋아하는 그림만 그리게 했다. 그러다보니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은 것이 사실 이였다. 그러나 난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공부로 성공하기는 지독히도 어려우니 말이다.

중학생이 되면서 아이는 "전 동양화가 적성에 맞는 것 같아요"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때부터 동양화를 하게 되었고, 난 아들을 중국유학을 보내기로 맘먹고는 중국은 후진국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아이를 공부보다는 넓은 세상을 구경한다는 생각으로 가라고 설득하였다.

그리고 나도 오랜 고민 끝에 아들의 뒷바라지를 한다는 명분으로 함께 유학길에 올랐다.

몇 번의 전시로 이제야 작품이 조금씩 알려지고 있는 때라서 2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작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지만, 도공을 천직이라 여기고 긴 세월을돌아보면 별반 문제 되지 않는 여정이기에 미련 없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듯이 정리하였다.

그래도 작업실은 후배라기보다는 어린동료가 관리하면서 사용한다고 해주니 무척 다행한 일이다. 시골의 기와집이라 사람의 기운 없이 비워 두면 금방 무너져 망가지고 마는데 어린동료가 불편함을 감수하고 작업실에 와 준다니 더없이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중국미술학원은 중국내에서는 고화(古畵:동양화)로는 권위 있는 대학이다. 항주는 소주와 함께 매우 부유한 도시이며, 또한 수많은 문인과 화가를 배출한 문화의 중심지이다.

"하늘엔 천국이 있고, 땅에는 항주와 소주가 있다"(天有天堂 下有蘇杭)라고 할 만큼 빼어 난 곳이다. 또한 천하일색의 서호가 학교 바로 앞에 자리하고 있으니 생활하기에 더 없이 좋은 조건인 곳에서 도착하자마자 아들은 입시, 나는 어학 신청을 하고는 둘이서 기숙사 생활을 하였다. 나는 한문 세대이기에 몇 달만 집중해서 하면, 중국어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으나 큰 오산이었다. 중국에서 평생해도 못한다는 세 가지 한자공부, 여행, 먹을거리라 했는데......

젊은 다국적 어린 친구들과 함께 공부를 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았다. 당장 생계형 언어조차 구사하질 못하니 답답한 날의 연속이었다. 밤낮으로 외우고, 써도 쉽게 말문이 트이지 않았다. 그래도 수업이 끝난 후 서호의 일몰을 보거나, 이른 새벽 일출을 보며 산책 하노라면 그간의 고단함도 낯선 이방인의 외로움도 모두 벗어 버리고, 자유로움에 흠뻑 취할 수 있어 긴 여정의 시작에서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새벽 서호의 풍경은 매우 이색적이다. 이른 시각에도 저마다 간단한 음식과 물을 봉지봉지 손에 들고 걷는 모습이나, 똑같은 옷을 입고 태극권에 심취한 사람들 이모두가 낯선듯 익숙한 풍경이다. 정자아래 한 무리의 노인들이 한가롭게 마작을 즐기는 모습에서 물의 도시 항주는 여유와 풍유를 즐기며 살기에 좋은 도시가 아닐까 싶다.

서호의 모든 풍광을 정원 삼아 삶을 영위하는 행운을 가진 사람들이 부럽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