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2.10.18 12:59:08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김효동

시인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김현승 시인의 가을의 기도를 음미할 적마다 허전한 가을을 웅숭깊은 경건(敬虔)으로 채워주는 성찰의 기구(祈求)가 자꾸만 그리워진다

흘러가는 계절의 모퉁이를 휘돌아 맴도는 영혼의 더듬이를 곤두세우는 유혹이 풍족한 영혼이 아니라 가난한 영혼의 그 고독한 넋의 소리는 오래도록 잊었던 태(胎)의 소리나 거짓이 끼어들 틈이 없는 절절한 고백 같다

석양을 등진채 농부 부부가 고개를 숙였다 쇠스랑도 손수레도 잠시 내려놓고 착하게 두손을 모았다 머얼리 지평선은 영원으로 이어지고 그림자처럼 작게 보이는 교회에서는 종소리 울릴 듯하다 밀레의 만종(晩鐘)이다 만종이 울리면 고된 일을 잠시 멈추고 가엽게 죽은 자들을 위해 경건히 삼종기도를 올렸든 지난 세월 이제는 찾을 수도 없고 느낄 수도 없고 볼 수는 더욱 없다

시간이 순차적으로 흐른다고 여기는건 실체적 진실이 아니라 우리 뇌의 메커니즘일 뿐이다 가을은 꽃이 만발하는 봄 못지 않게 눈이 즐거운 계절이다 형형색색으로 물드는 단풍 때문이다 당나라 시인 두목(杜牧)은 칠언절구 '산행(山行)'에서 서리 맞은 잎이 2월 꽃보다 더 붉다(霜葉紅於二月花)며 가을 단풍의 아름다움을 봄의 꽃보다 높게 말했다

하지만 단풍이 지는 이유는 심미 성과와는 거리가 멀다 결국 단풍은 몸치장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몸부림이다 어디론가 하염없이 떠나고 있는 단풍잎만 보지 말고 단풍나무의 치열한 삶도 생각하면서 인생과 결부되는 세월의 흐름도 가슴에 가득히 안아보자

지난 9월25일 오후 7시 청주시 가경동 발산공원에서 제12회 시민과 함께 하는 문학의 밤이 청주문인협회(회장 심억수) 주최로 아름답고,알차게 개최되었다 '그대 가슴에 달빛이 너울너울'이란 슬로건을 내세우고 400여명의 시민 문학인이 모여 깊어가는 가을밤을 정서스럽게 수 놓았다

또한 10월3일부터 9일까지 청주예술의전당 전시관에서는 결실의 계절을 맞아 아트청주2012는 효율적인 전시문화를 형성하고 대중에게 생동감 있는 미술작품을 향유토록 기획된 전시회(위원장 장백순 이돈희)가 열려 현대미술의 새 비전을 제시하고 일반대중에게 한발 더 다가갈 수 있는 중요한 자리를 마련하였다

또한 제93회 전국체전이 10월11일부터 대구 일원에서 개최되었고 제32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가 경기도 일원에서 열렸으며 오는 25일부터는 충북도민체전이 충주에서 개최된다

이와같이 예술문화 체육등이 어우러진 행사가 홀연히 떠나가는 가을을 만끽하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격랑처럼 굽이치던 고뇌의 세월 백합처럼 순수했던 명상의 언저리를 서성이며 아직도 탐욕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초라한 모습과 모질고 각박했던 언행등 그 덧없는 욕망들이 활개치고 있다

대통령 선거가 두달 앞인데 정책이나 비전은 보이지 않고 온통 비방과 헐뜯기뿐이니 가을의 명상이 깊을 턱이 없다

혈연의 울타리에 갇힌 역사의식, 증오 서린 편가르기의 선동, 무덤 앞에서 으르렁거리는 과거 싸움등 금도(襟度)를 잃은 권력 쟁탈전이 가을의 고독과 성찰을 자연과 역사를 어지럽히고 있다

부디 하늘의 소명을 위해 무언가 큰 꿈을 좇는 천직의식이 배어있는 대통령, 깊어가는 가을의 서정으로 헤아림이 깊은 삶의 현실을 통과한 대통령이 나타나 멋진 대통령 스타일을 소리 높여 부르고 춤 추고 싶은 심정 간절하다

이 가을엔 따스한 눈물과 말 없는 사랑을 배우게 하옵소서, 정녕 넉넉하면서 비워지게 하옵소서, 풋풋한 그리움과 빈 가슴을 갖게 하옵소서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