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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하

청주고인쇄박물관 학예연구실장

책하면 생각나는 것이 어릴 때 책을 뜯어 딱지를 접어 딱지치기 하던 일이며, 무협지나 만화책을 읽는 재미에 빠져 식사도 거르며 독서삼매경(?)에 빠졌던 일, 책을 읽으며 감동을 받아 눈물을 흘리던 일 등 누구에게나 떠오르는 추억이 한가지씩은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는 우리에게 지식과 경험을 쌓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로 책이 남아 있다. 이러한 책을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만들었을까?

책은 우리 인류가 문자를 발명하여 기록하면서 만들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대나무나 나무 조각에 기록한 것이 책의 시원이다. 따라서 한문으로 책(冊)은 나무 조각을 묶어 놓은 모양으로 표현하였으며, 그 명칭 또한 다양하게 사용되었다. 책이라는 글자 이외도 전(典), 서(書), 본(本)의 글자가 모두 책을 뜻하고, 합성어로 서적(書籍), 전적(典籍), 도서(圖書), 문헌(文獻) 등의 용어가 사용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책을 만드는데 처음에는 손으로 직접 쓰는 필사에서 그 수요가 증가하면서 인쇄로 발전하게 되었다. 인쇄는 목판 인쇄에서 활자 인쇄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러한 금속활자의 발명국이 한국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 금속활자 인쇄의 전성기였던 조선시대의 인쇄과정이 성현이 쓴 '용재총화'에 수록되어 있으며, 그에 따른 벌칙이 '대전후속록'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종합해보면, 우리 조상들이 책을 만드는데 얼마나 과학적이고, 정성을 들였는가 하는 것을 엿 볼 수 있다.

책을 만드는 기관인 교서관에 근무하는 장인들 마다 호칭을 달리했다. 금속활자를 만드는 사람을 주장(鑄匠)이라 하고, 만들어진 활자를 상자별로 나누어 보관하는 사람을 수장(守藏)이라 하였는데, 나이가 어린 공노가 담당하였다. 원고를 가지고 부르는 사람을 창준(唱準)이라 하는데, 글자를 아는 이가 맡았다. 원고와 함께 찾은 활자로 인판을 짜는 사람을 균자장(均字匠)이라 하였다. 판을 다 짜면 먹물을 칠하여 인쇄하는 장인을 인출장(印出匠)이라 하였다. 먼저 한부를 인쇄하여 교정을 보게 되는데, 오자와 탈자를 비롯하여 거꾸로 된 자와 삐뚤어진 자, 희미한 것, 진한 것 등을 바로 잡고 교정자와 균자장이 교정지에 실명으로 서명을 하고, 책의 머리 부분에 교정의 도장을 날인한다. 이유는 책이 완성된 후 잘못이 있을 경우 벌을 주기위한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교정의 책임자는 감교관(監校官)으로 교서관 관리와는 별도로 문신이 임명되었다. 교정이 끝나면 수정하여 필요한 부수만큼 인쇄하고 인판을 해체하였다. 이러한 교정지는 버리지 않고, 후에 책 표지를 만들 때 배접하여 재활용하였다. 이것을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사람이 감인관(監印官)으로 교서관원이 담당하였다.

이런 과정 속에서 엄격한 벌칙이 적용되었다. 감인관·창준·수장·균자장은 한권의 책에서 오자가 한자 있으면 곤장이 30대이고, 한자가 더 틀리면 한 등을 가했으므로 60대의 곤장을 맡게 되는 것이다. 인출장도 또한 한 권의 책에 인쇄한 것이 흐리거나 진하게 되면 30대의 곤장을 맞고, 한 장이 더하면 한 등을 더해 60대가 되는 것이다. 교서관 관원은 다섯자 이상 틀렸을 경우 파직되고, 창준이하의 장인들은 매를 때린 뒤 50일의 근무 일자를 깍는 벌칙을 적용하였다. 이와 같이 책을 만들 때 엄격한 벌칙이 적용되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중앙관서에서 만든 활자본에는 오자와 탈자가 없고, 정교한 것이 특징이다.

인쇄가 끝나면 앞뒤의 표지에는 능화판으로 문양을 내고, 붉은 실로 다섯 매듭으로 꿰매면 한권의 책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책에 대한 조상들의 지혜와 정성과 소중함을 배울 수 있는 대목이다. 봄의 길목에서 한권의 책을 읽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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