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이상영

한국폴리텍대학 충주캠퍼스 학장

"누가 혼인잔치에 초대하거든 윗자리에 앉지 말고, 오히려 맨 끝자리에 앉아라. 누구든 자기를 높이려는 자는 낮아지고 낮추는 사람은 높아질 것이다"는 예수의 말씀이 요즘 자주 떠오른다.

최근 정권교체를 계기로 우리사회의 높아지려는 다수의 사람들이 청문회라는 제도의 틀에 추풍낙엽처럼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당사자는 물론 가족들이 당해야 할 고통을 생각하니 너무 안타깝다. 세상이 갈수록 각박하고 악해져 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리 한번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누가 누구를 탓할 수 있단 말인가?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는 순간부터 욕망이라는 원죄를 안고 태어났는데 누구는 선이고 누구는 악이라고 부정하는 논리가 과연 합당한 것인지... 청산유수와 같은 언변으로 질문하는 정치인이나 그 앞에서 읍소하듯 쩔쩔매면서도 높아지기를 기대하는 당사자들의 표정을 보면서 사회의 슬픈 자화상을 보는 느낌이다.

그래서 정의와 국민을 들먹이는 정치인 등 사회지도층에게 감히 '겸손'이라는 의미를 되새겨 보라고 고언해주고 싶다. 겸손은 라틴어로 '후밀리따스'(humilitas)라고 하는데 '후무스'(humus) 즉, 땅이라는 말에서 기원했다고 한다. 땅은 모든 것을 안아주고 그 어떤 것도 배척하지 않는다. 세상의 온갖 잡다한 것을 포용하고 불순물을 정화시켜주며 만물을 성장시켜주는 것이 땅이다. 끝없이 높은 하늘과 정반대의 위치에서 세상의 가장 낮은 곳에 있는 것이 땅이다. 땅은 있는 듯, 없는 듯, 늘 짓밟히면서도 세상 모두를 안고 간다. 동양에서는 '겸손'을 노자의 표현을 빌자면 최고의 선을 '물'로 보았다. 물은 다툼이 없고 스스로 거슬러 올라가지 않으며 항상 내려가기만 한다. 둥근 그릇에 넣으면 둥근 모양이 되고 네모에 넣으면 네모꼴이 되면서도 만물을 키워주고 생명력을 심어준다. 그러니 절대로 될 수 없는 하늘이 되려는 욕망보다는 땅처럼, 물처럼 낮게 살다가 떠나겠다는 겸손을 실천해보자. 결국, 백년도 못사는 우리네 인생이 아닌가. 요즘같은 각박한 사회에서 스스로를 낮추는 것은 말처럼 그렇게 쉽지 않을 것이다. 어떤 세상인데 가만히 앉아 손해보고 당하기만 한단 말인가. 너무 억울하니 기를 쓰고 올라가야겠다고 항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스스로 잘난 만큼 잘난 체 하고, 가진 것과 직위에 맞게 과시를 해야겠는지 모르지만 올라간다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일이다. 올라 가려다가 스스로 추락하는 경우가 있고, 주위에서 기어이 붙들고 흔들어 대기도 하며, 어쩌다 높이 올라가면 반드시 그만큼 다시 내려와야 한다는 이치를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높이 오르려면 얼마나 피곤하고 힘든지 미처 깨닫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내려가면 손해본다는 느낌이 들겠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는 것이 또한 세상의 이치다. 오히려 진정으로 올라가는 것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 원죄를 안고 세상에 왔기에 스스로 죄인임을 인정하고 낮은 곳에 가장 쉽게 접근하는 방법을 찾아보도록 하자. 그것이 바로 겸손일 것이다.

필자 역시 과거에 높이 오르려고 쓸데없이 힘들었던 때가 많았던 것 같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함께 했던 많은 인연들과 아낌없이 나누고 싶고 태어나서 따뜻하게 먹여주고 입혀주며 사랑해준 내 조국에 대해 더욱 겸손할 것이라고 다짐하곤 한다. 사람은 누구나 빛을 품고 있지만 그 빛을 발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고집과 이기심, 게으름, 나쁜습관 등에 둘러싸여 빛이 밖으로 나오지 못한 사람이 있다는데 이제부터라도 마음을 바꿔 틈새로 작은 빛이 새어 나올 수 있도록 더욱 낮은 곳에서 더 겸손하게 맑은 마음, 밝은 얼굴, 좋은 언어, 진정한 감사로 하루를 살아가고자 다짐해본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신년>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인터뷰

[충북일보] ◇취임 두 달이 지났다. 그동안의 소회 말씀해 달라 2016년 국회 저출산고령사화특귀 위원장을 하면서 출산율 제고와 고령화 정책에 집중했다. 지난 6년간 대한민국 인구구조는 역피라미드로 갈 수밖에 없는 흐름이다. 2025년 초고령 사회 진입에 따른 인구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큰 틀에서의 인구미래전략이 필요하다. 취임 후 위원회가 해온 일을 살펴보고 관계부처, 관련 전문가, 지자체, 종교계, 경제단체 등 각계각층과 의견을 나눴는데 아직 연계와 협력이 부족하다. 위원회가 정책을 사전에 제안하고 부처 간 조정 역할을 강화해 인구정책 추진에 매진할 계획이다. ◇인구정책 컨트롤타워로서 위원회의 인구미래전략 비전과 방향은 현재 극심한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구구조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 위원회는 피할 수 없는 초고령사회를 대비하는 '미래 100년 준비'를 시작한다. 인구구조에 영향을 받는 산업, 교육, 국방, 지역 등 전 분야의 준비를 통해 사회구성원 모두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탄탄한 미래를 설계하고자 한다. 인구구조 변화를 완화하기 위해 출산율 제고는 반드시 필요하다. 새해에는 '2023년 응애! 응애! 응애!' 구호를 펼친다. 젊은 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