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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영

한국폴리텍대학 충주캠퍼스 학장

대자연의 위대함 앞에서 매섭던 동장군도 무력하게 소리없이 자취를 감추고 어느새 따스한 기운을 잉태한 생명의 가뿐 숨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 완연한 봄이다. 역동적이고 희망찬 생명력을 느끼는 계절을 맞아 색깔부터 달라진 청춘의 옷 차림을 보노라면 중년을 넘어서는 문턱에 선 필자의 봄 맞이를 구상하며 지난 청춘의 추억이 아스란히 떠올라 살포시 미소를 지어본다.

봄은 젊은 여인의 콧내음처럼 싱그러움을 품고 있지만 중년이 넘어서는 삶에는 자칫 우울하고 무언지 모를 허전함으로 마음이 심란하여 건강을 해칠 수 있는 계절이기도 하다. 우리네 삶이란 돌이켜 보면 참으로 복잡하고 아슬아슬한 것 같다. 지나온 날들은 걱정없는 날이 없었던 것 같고, 부족함을 느끼지 않는 날이 없었던 것 같은데 어쩌다 나이를 채워 황혼이 되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는 결국 건강을 잃은 후에 "아, 이게 아닌데..." 왜, 어디를 향해, 무엇 때문에 그렇게 바쁘게 달려왔는지 스스로를 돌아보며 후회하기도 한다.

늙음에 대해 영국속담에 "남자는 마음으로 늙고, 여자는 얼굴로 늙는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는 늙어감을 부정하지 말고, 젊은 날을 아쉬워하지 말자. 이미 충분히 누렸으니 그것으로 만족하고 스스로 대견스럽게 생각해보자. 좀더 젊게 살고자 한다면 부정적인 생각들을 마음에서부터 몰아내자. 마음이 늙으면 몸도 늙기 마련이다. 인생은 결국 혼자 가는 길이며 독립적인 존재로 스스로 경륜이 쌓여가 더 많이 이해하며, 더 많이 배려하고, 더 많이 너그러워지는 지혜가 쌓이는 법인데 그 반대인 경우도 많은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순수함을 잃어버리고 고정관념에 빠져 타인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으며 자신도 모르게 뻔뻔스러워지고, 남을 섬기기 보다는 대우받기를 원하니 진짜 늙은 사람이 되고 나약해 지는 것이다.

이루어 놓은 일이 많다고 여기는 사람은 자신의 삶에 대한 성취감과 자족감으로 감사하는 마음이 들어 넓고 큰 마음을 갖기 쉽지만, 살아온 삶이 열등감과 패배의식으로 세상에 대한 불평불만이 많은 사람은 작은 닫힌 마음으로 살아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다 떠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 나이가 든 만큼 살아온 오랜 경륜을 쌓아 왔으니 더 많이 이해하고 더 많이 배려하며 넉넉한 마음으로 아랫사람을, 이웃을 포용하는 멋진 삶을 살아보자. '빅토르 위고'는 "주름살과 함께 품격이 갖춰지면 존경과 사랑을 받는다"고 말했다. 마음과 인품의 향기로 자연스럽게 생명력을 발휘하는 우리만의 봄을 맞이해 보자.

어두운 마음을 지니면 어두운 기운이 몰려오게 되고, 밝고 긍정적인 마음과 낙관적인 삶을 살아가면 반드시 밝은 기운이 밀려와 우리의 삶을 밝게 비추는 것이 우주의 법칙이다. 저마다 자기의 세계를 홀로 가꿔나가면서 서로 공유하는 아름다운 관계를 만들어 보자. 중년이 되어 불안과 슬픔에 빠져 있다면 그는 이미 지나간 과거의 시간에 아직도 매달려 있는 것이며, 미래를 두려워하며 잠 못이룬다면 그는 아직 오지도 않은 시간을 가불해서 쓰고 있는 것이다. 소금 3%가 바닷물을 썩지 않게 하듯이 우리의 마음에 3%의 긍정적인 고운 마음을 심어보자.

연 잎에 떨어진 빗방울은 감당할 수 있는 무게만큼 싣고 그 이상이 되면 미련없이 쏟아 버려 잎과 줄기가 상하지 않게 하듯이 우리의 세상사 이치도 마찬가지이다. 기대만큼 채워지지 않는다고 초조해 하거나 불안해 하지 말자. 저무는 노을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 미소로 품을 수 있는 사람, 타들어가는 석양의 고리를 부여 잡고 인생을 여유롭게 관조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보자. 행복은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버리고 남에게 주느라 여념이 없을 때 살며시 찾아와 꽃을 피우고 향기를 발하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설치지 말고 미운소리, 우는 소리, 헐뜯는 소리, 군소리, 잔소리, 불평소리… 모두 닫아버리고 알고도 모르는 척, 모르면서도 적당히 아는 척, 어수룩하게 자연을 벗삼아 미소를 지으며 살아보자. 그 길이 아름다운 중년의 봄을 맞이하는 마음자세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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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