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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봉우

충북대 교수

스승이란 자기를 가르치고 이끌어 준 사람이다. 스승의 날 의미는 스승의 은혜를 되새기고 또한 스승은 스스로의 사명감을 다짐하는 뜻에서 제정한 날이다. 천학비재(淺學菲才)한 나 자신을 돌이켜보면 감사와 존경의 대상임엔 틀림없다.

교육에 몸담고 있는 나는 스승의 날이면 겸연쩍은 기분이다. 스승의 날 꽃을 들고 환한 미소로 분주하게 복도를 오가는 학생들을 보노라면 어디론가 숨어버린다. 못 이기는 척 가슴을 내밀기엔 꽃에게도 미안하다. 정답 찍기에 여념 없이 몰려온 그들이다.

사교육과 입시지옥은 달빛의 은은함을 앗아갔다. 성적 줄 서기는 태양의 열정을 얼려 놓았다. 그리고 자연의 신비스런 풍부한 감성은 본능으로 짐작할 뿐이다. 정답지상주의는 밀집된 셀카의 비좁은 손바닥이 거대한 운동장을 대신한다. 현실을 저항하듯 그들 인생에서 가장 신비한 아름다운 사춘기는 성적 순위 다툼에 철저히 유배되었다.

피상적이고 인내심 부족하고 직설적이며 소통 법을 모르는 단세포로 키워졌다. K팝과 같은 현란한 몸짓에 열광하는 아이들. 각종 폭행과 비뚤어진 인성은 유예된 사춘기의 부작용들이다. 세계 재패의 명분으로 파생된 우리 아이들의 입시 잔혹사의 부유물이다. 희망과 미래의 자아효능감에 들뜰 5월의 풋풋함을 지도자들이 질식토록 옥죄는 것이다. 지금도 계속.

그리고 기성세대들은 아이들을 나무란다. 자기중심적이고 인간애가 녹아내린 인간유대의 접착제 존재를 모른다고. 건전성을 상실한 오락 게임에 쉽게 빠져드는 인격체 부재라고. 비일비재한 청소년 비행은 지속되고 몰카로 유포하여 선생님을 패거리로 질식시키는 아이들. 많이 아는 자를 필터처럼 걸러내는 정답지상주의의 신봉자들 위세에 들끓는 현장. 수백만 문제에 정답이 꼭 있어야 하는 폐쇄성. 감탄과 감동을 주지 못하는 배움은 창의력이 생길 수 없다. 호기심과 모험심 그리고 남을 위한 배려심이 없는 아이들이라고 탓한다.

급기야 학생인권조례와 교권보호조례를 두고 양측이 맞붙었다. 학생과 선생이 각자 권한을 놓고 시소게임을 한다. 자기 보호색을 위해 물감을 서로 챙긴다. 인권이나 교권은 이미 헌법에 명시되어 있거늘 학교 문제를 정치권 논리로 해결하려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고등학교를 졸업해도 시내버스를 타지 못한다. 집을 떠나 원룸 임대계약 성사는 어림도 없다. 데이트도 할 줄 몰라 촉각에 머문다. 소나기 피난처의 설레는 동심은 그들에겐 그저 문자나 카톡을 몇 번 끄적거리는 감성이다. 결국 표피적인 스킨십으로 관계를 연명하다가 충동적인 이벤트성 프로포즈처럼 쉽게 상처주고 쉽게 떠난다. 일자리는 많으나 손쉬운 일자리만 찾아 헤매고 소위 배우자 덕이나 보겠다고 인생을 헌신짝처럼 위탁한다. 정답 고르는 시험지 공간은 리더십, 배려 심, 공공질서, 호기심, 극기심, 모험심 등 어른 십(ship)과 같은 무한한 공간이 있을 턱이 있겠는가. 시험지 이외의 체험수준이 성공수준을 결정한다!

문제의 슬픈 영웅들의 자화상은 지나치게 학교에 의존한 불량품이다. 경제와 정치논리로 사회가 한 몫을 한 총체적 부실 품이다. 자원이 턱 없이 부족한 나라. 오직 배워야 산다고 세계 최고 패권주의에서 파행된 탕아들이다. 빨간 사과의 탐스런 열매를 맺으려면 일정한 수많은 손길이 깃든 인내심이 요구된다. 속전속결 고지 점령처럼 아우성에 창의성과 극기심 배려의 인간성은 존재할 틈이 없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일인당 소득수준 3만 달러로 향하는 지금에 잠시 숨을 고르고 따뜻한 심장소리를 들려주자.

입시지옥에 OECD국가 중 학생행복지수 최하위권, 적지 않은 시간과 경비로 대학을 졸업해보니 청년실업에 낙담하는 젊은이들. 이럴 바엔 우리 아이들의 무한한 감성이라도 살찌웠으면. 성적과 입시위주 그리고 실적다툼을 과감히 떨쳐 버렸으면. 오전은 배움의 기쁨으로, 오후는 체험의 즐거움으로 그리고 저녁은 아름다운 감성으로 꿈꾸는 젊은이들. 그래서 인생이란 살만하고 아름답고 즐겁고 기쁘며 행복한 것이라고. 그러기 위해서는 신명나게 변혁해야한다. 오늘 아이들 문제는 어른의 책임임을 상기하자. 스승의 날 유감을 자축으로 대신하는 날이 곧 오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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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길형 충주시장 "부담 없는 시민골프장 추진"

[충북일보] 조길형 충주시장이 공익적 차원에서 시민골프장 조성 계획을 세우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비싸진 골프장 요금과 관련해 시민들이 골프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인데, 갑론을박이 뜨겁다. 자치단체장으로서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는 시민골프장 건설 계획을 어떤 계기에서 하게됐는지, 앞으로의 추진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여부에 대해 들어보았다. ◇시민골프장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충주의 창동 시유지와 수안보 옛 스키장 자리에 민간에서 골프장 사업을 해보겠다고 제안이 여럿 들어왔다. '시유지는 소유권 이전', '스키장은 행정적 문제 해소'를 조건으로 걸었는데, 여러 방향으로 고심한 결과 민간에게 넘기기보다 시에서 직접 골프장을 만들어서 시민에게 혜택을 줘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충주에 골프장 많음에도 정작 시민들은 이용할 수가 없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시민골프장 추진 계획은. "아직 많이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오랜 기간의 노력을 들여 전체 과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 볼 수 있는 시민의 공감을 확보했다. 골프장의 필요성과 대상지에 대해 시민들이 고개를 끄덕여 주셨다. 이제는 사업의 실현가능성 여부를 연구하는 용역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