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교육은 일선교육 현장에서만 이뤄지는 일이 아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문화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면서 나라사랑의 기본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한 나라 역사의 정체성을 극명하게 일깨워주는 곳은 박물관만한 곳이 없다. 청주국립박물관을 방문하는 어린이들에게 역사의 정체성을 일깨워주며 성실하게 자원봉사의 길을 걷고 있는 '청주어린이박물관 자원봉사회'를 만났다. 청주국립박물관 안민자 총무는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도 중요하지만 몸으로 체험하는 역사의식을 갖는 자세가 중요하다"라며 "아이들이 철없어 보여도 진지한 면이 있다. 무겁고 딱딱한 박물관이 아니라, 재미있고 흥미 있으며 신나는 박물관 견학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국립청주어린이박물관 봉사회가 시작된 것은 2004년 10월. 일반 자원봉사자들과 달리 박물관봉사는 어느 정도 역사의식은 물론 박물관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가능했다. 특히 박물관 관련학과 졸업생 및 박물관 자원봉사 경력자, 문화기관의 문화강좌 및 문화학교 수료자, 외국어 및 수화 구사자, 교사 자격증 소지자, 박물관 및 문화유산 해설사 등 관련업무 경험자는 우대했다. 그렇게 선별된 자원봉사자는 박물관교육 및 체험프로그램, 전시해설
서울 상암에 하늘공원이 있다면, 청주 문암에 생태공원이 있다. 이른바 '문암생태공원'이다. 서울 상암의 하늘공원은 과거 난지도라는 이름으로 유명했다. 악취더미의 산이었으며 도시 빈민들이 쓰레기를 팔며 사는 기피 지역의 땅이었다. 강북 강변로를 달리면 멀리서부터 풍겨오는 악취로 창문을 닫아야만 했다. 르포작가 유재순씨가 쓴 '난지도 사람들'이 무려 100만부가 팔리면서 난지도의 실상이 세상에 드러났다. 그런 난지도가 변했다. 지옥 같던 그곳이 '하늘공원'이란 이름으로 탈바꿈하면서 악취 대신 향기가 세상에 진동했다. 그리하여 이제는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원으로 변신했다. 문암생태공원도 그랬다. 전에는 청주의 온갖 오물을 말없이 받아들이던 땅이었다. 쓰레기 매립지였던 그 땅에 꽃이 피고, 맑은 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청주시 흥덕구 문암동 100번지가 바로 '문암생태공원'이다. '문암생태공원'은 1994년부터 생활쓰레기를 매립하다 2000년12월에 매립을 종료했다. 이후, 2007년까지 부지 안정화 및 환경정화를 거쳐 청주시에서 2008년 5월 공원조성공사를 시작하여 2009년 11월 완공했다. 총 면적은 무려 210.500㎡에 달하며 상당공원의 20배에 해당
"아,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은 어렴풋이 알 것 같아요. 정토마을에 있는 말기 암 환자 한 분이 그러셨어요. '이제 죽음을 앞두고 있으니 깨달음이 오더라. 삶도 죽음도 없다. 무의 세상으로 돌아가는 것일 뿐'이라고 말입니다." 용화봉사단 송기현 감사는 잠시 회상에 잠긴다. 매월 둘째 주 토요일마다 정기적으로 나가고 있는 봉사활동은 그에게 적지 않은 삶의 깨달음을 안겨준다. 故 노무현 대통령도 유서에 '삶과 죽음은 여일(如一)하다.'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현재 57명의 회원으로 구성되어있는 용화봉사단(회장 정우인)은 처음 2005년 청주 용화사 부설 교육기관인 충북불교대학 11기 졸업생들에 의해 시작되었다. 용화봉사단 임선완 기획팀장은 "용화봉사단은 불교대학 11기 졸업생들로 인해 시작되었지만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함께 봉사할 수 있다. 봉사회는 종파를 초월해서 우리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간다."라고 말한다. 불교의 경전은 무려 팔만사천자에 달한다. 그것을 270자로 요약한 것이 '반야심경'이다. 그 반야심경을 딱 여덟 자로 요약하면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라고 한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색(色)은 보여 지는 것이고, 공
사람은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고, 떠나보내야 할 때가 있다. 죽음은 인생에서 가장 슬프고 고통스러운 순간이다. 이제는 웰빙(Well-Being)에 이어 웰다잉(Well-Dying)이 삶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 못지않게 아름답고 품위 있는 죽음도 중요하다는 말이다. 티베트불교의 대가 파드마삼바바가 쓴 경전 '티베트 사자의 서'에서도 "죽는 법을 배워라. 그러면 그대는 사는 법을 배우게 되리라"라고 말하지 않던가. 충북 청원군 내수읍 원동리에 위치한 성모꽃마을은 암으로 고통 받고 투병 중에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호스피스 전문시설이다. 이곳 꽃마을에서 10년째 호스피스 활동을 하고 있는 '하얀 수련회' 봉사회는 늘 죽음과 마주하고 있다. 하얀 수련회 장자숙 회장은 "우리의 삶을 영원이라는 시간에 비추어 보면 극히 찰나에 불과하다. 그 찰나의 시간을 가지고 조금 더 살고, 덜 사는 것 자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있는 분들에게 모든 것을 용서하고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게 돕는 것이 우리가 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임종을 앞둔 환자에게 위안과 안락을 주는 활동을 '호스피스(hospi
점심 한 끼를 먹으려 달려오니 먼저 초정리의 겨울바람이 반겼다. 너른 논밭과 회색 하늘이 경계를 이루었다. 곧 비나 눈이 내릴 것 같은 날씨다. '돌뫼마을'이라는 커다란 이정표 옆에 음식점이 하나 보인다. '돌뫼마을가든'이다. '가든'이란 이름은 어쩐지 쇠락한 노인의 뒷모습 같다. 곰삭은 청국장 맛이 일품인 이 집의 이름과는 꽤 어울린다. 얼마 전,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발효 식품과 채식을 상대적으로 많이 먹는 장수마을 거주자들이 도시거주자들에 비해 비만억제, 대장질환 등 건강에 도움 되는 장내 미생물이 3~5배 이상 높았다.'고 발표했다. 농촌건강마을 주민 25명과 수도권 주민 44명의 장내 미생물을 조사한 결과였다. 발표에 따르면 락토바실러스 등 면역증강과 암 예방 효과가 있는 유익한 균이 농촌 주민에게서 최대 5배까지 높게 나타난 것이다. 그만큼 요즈음은 효소로 만든 음식이 대세다. 오늘의 점심 메뉴는 두부김치를 곁들인 청국장. 두툼하게 썰어 내 온 손 두부는 고향의 맛이 우러난다. 소박하고 담백하다. 정성이 담긴 맛을 몸이 만나면 절로 오감을 연다. 두부와 곁들인 김치는 보통 김치맛과는 구별된다. 푹 곰삭은 묵은지는 발효균이 가미되어 숙성된 향이
"사랑합니다. 고객님!" 전화를 걸면 언제나 다정하게 인사를 건네는 114 교환원들이다. 그래서 넌센스 퀴즈에 '114 안내원들이 가장 좋아하는 화가는?'이란 질문에 바로 '고갱'이라고 한다. 바로 '사랑합니다. 고객(고갱)님!'이라고 끊임없이 응대하는 까닭이다. 그녀들은 고객에게만 친절한 것이 아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서도 늘 마음속으로 '사랑합니다.'를 외치며 직접 봉사단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KTCS 충북사업단 김용준 단장은 "이제 기업은 더 이상 영리만 추구하는 경제주체가 아니다. 기업의 사회공헌 사업은 기업 경영의 부수적인 기능을 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이 당연히 져야하는 사회적 책임이며 기업 본연의 경영활동 중 하나다."라며 "그런 면에서 저희 KTCS '하트너' 봉사단은 사원들 스스로 2001년 자발적으로 생성된 건강한 봉사단이다. KTCS 충북사업단에서도 '하트너' 봉사단을 후원하기 위해 예산을 편성하여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KTCS 충북사업단 '하트너'봉사단은 2001년 자발적으로 만들어졌다. '하트너'란 뜻은 '하트+파트너'의 합성어다. 즉, '사랑의 파트너'란 뜻이다. '하트너'봉사단 조인화 과장은 "봉사활
'공연이 끝난 뒤, 행여 발바닥을 다칠까봐 급하게 다시 신발을 신었다. 그러나 그것은 정말 어리석은 선택이었다. 태권도 교육이 끝나고 아이들과 공놀이를 하다가 10살 난 아이의 맨발을 밟을 뻔 했다. 우리는 운동화를 신고 있었고 아이들은 맨발이었다. 순간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스쳤다. 나는 당장 양말까지 재빨리 벗어버리고 다시 뛰어들었다. 생각과 다르게 발바닥은 전혀 아프지 않았다. 다만 딱딱하게 굳은살로 운동장을 뛰어 다니는 아이들의 거친 발등이 나의 종아리에 스칠 때마다 가슴이 너무 아파왔다.' 이 글은 서원대학교 해외봉사단 윤민호(과학교육과 4)학생이 쓴 캄보디아 해외봉사 소감문의 일부다. 서원대학교 해외봉사단은 2004년부터 베트남 호치민시를 시작으로 9년째 꾸준히 해외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학생활 중 해외봉사활동을 경험하는 학생들은 지구촌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의 의미를 배우게 된다. 해외봉사를 다녀온 학생들은 전보다 한결 성숙해서 돌아온다. 해외 봉사활동을 통해 몸으로 체득하고 마음으로 느끼는 긍정적 에너지가 그들에게서 저절로 느껴진다." 서원대학교 학생지원팀 이용희 팀장의 말이다. 서원대학교 해외봉사단은 2004년 베트남 호치민시를 시작
쪽빛 비단이 넓게 깔린 들판처럼 찰랑대는 바다다. 오후의 고즈넉한 햇살로 섬들은 진주처럼 영롱하다. 해가 바다로 떨어지니 물결은 은빛 비늘로 출렁인다. 작은 섬들이 점과 점으로 이어진다. 배가 섬 사이를 항해하는 동안 고독한 시간들이 잠시 눈을 뜬다. 섬들은 해무(海霧)를 품고 있어 묘한 신비함이 더해진다. 여수에서 거문도까지 약 114.7km다. 오후 1시, 거문도행 '오가고호'에 몸을 실었다. 시속 70㎞의 속도로 약 2시간 20분정도 달려야 한다. 여수항을 떠나 징검다리처럼 이어지는 다도해를 거쳐 가는 뱃길은 행복한 여행이다. 제주도와 여수의 중간 위치에 있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최남단 섬이 바로 거문도다. 예로부터 슬픈 역사가 많은 섬이다. 또한 물 맑고 인심 좋으며 인재 많기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거문도는 서도, 동도, 고도 등 세 개의 주 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고도와 서도는 연도교(삼호교)로 연결 되어 있는 특징이 있는 섬이다. 거문도와 짝을 이루는 백도의 풍경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거문도에 도착하자마자 미리 예약한 민박집에 짐을 풀어 놓고, 단출한 차림으로 백도로 출발하기로 했다. 내일이면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변화막측한 섬 날씨
가마솥 뚜껑을 열자 뽀얀 국물이 펄펄 끓고 있고, 그 중심의 소머리가 눈에 들어왔다. 얼마나 삶았는지 뼈와 살의 경계가 무너지고 저절로 분리될 지경이다. 주인은 뜨거운 소머리를 꺼내 살과 뼈를 발라낸다. 허연 김과 숨소리로 엉킨 삶의 현장이 뜨겁다. "이렇게 끓여내야 진국이지요." 소머리가 가마솥에 들어간 지 약 24시간, 하루가 흐른 것이다. 하루라는 온전한 시간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렇게 푹 삶아진 소머리를 예리한 칼로 조근조근 발라낸다. 이제 저 혼자 끓고 있는 뽀얀 국물에는 10가지 한약재가 들어갔단다. 그래서 그런가. 뽀얗던 국물이 누런 빛에 가까워졌다. 여루꼭대기 우순덕(52)대표는 "보통 소머리를 삶을 때는 도가니 뼈와 골반 뼈를 섞어요. 하지만 국밥에 얹어내는 고기는 온전히 소머리고기만 사용합니다. 혹 고기가 부족하면 다른 부위의 고기를 삶아내 얹기도 한다지만, 우리는 소머리고기만 드립니다. 머리고기가 떨어지면 그날은 국밥을 팔지 못하는 거죠."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소머리국밥을 제대로 손님상에 올리기 위해서는 먼저 삶을 때 소머리에서 나는 특유의 잡냄새를 잡는 것이 관건이다. 우순덕 대표는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10가지 한약재와 인삼을 첨가하
벽면에 설치된 TV를 관람하는 노인들은 오고가는 외부인에 무심하다. TV화면으로 빨려들어 간 눈길은 좀처럼 빠져나오질 못한다. 화석처럼 모든 동작이 정지된 느낌이다. 로비를 지나 복지관 식당 통로로 접어들자, 떠들썩한 소리가 복도를 타고 울려나온다. 갑자기 정지됐던 화면이 플레이 버튼을 누르자 다시 움직이는 것처럼 생기가 돈다.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하얀 습기가 안경을 덮쳐온다. 습기가 조금씩 사라지면서 노란 조끼를 입은 봉사대원들의 모습이 안개 속의 금잔화처럼 하나씩 피어난다. 그때 빨간 고무장갑을 벗고 커피 두 잔으로 손님을 맞아주는 사람은 금잔디 봉사회 송태순(62)회장이다. "오시느라 고생하셨어요. 오늘은 다른 날보다 봉사대원들이 많아요. 배식인원이 제일 많은 날이거든요." 오늘 배식인원은 무려 500여명. 20여명의 봉사대원들은 오전 9시까지 11시까지 점심준비로 분주하다. 설거지까지 마치면 대략 오후 1~2시정도다. 금잔디봉사회의 구성은 독특하다. 보통 이곳 노인복지회관에서 월 8회(일주일에 2번)정도 점심봉사를 하는 것이 전부지만 개인적으로는 또 다른 봉사회에 속해 봉사활동을 한다. 금잔디 봉사회는 2008년 4월 조직되었다. 처음 20여
태풍이 휩쓸고 간 하늘에서 품어낸 햇살은 맑게 씻긴 듯 눈부셨다. 매번 '우리 동네 숨은 산책길'이지만, 이번 산책길은 조금은 특별하다. 청주국립박물관내에 숨은 산책길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이곳 문화공간과 산책길이 이어지는 테마는 올 때마다 새롭다. 걷다가 박물관을 한 번 둘러보면 인문학적 소양도 저절로 상승되니 금상첨화다. 박물관은 주차장도 멋스럽다. 커다란 돌담이 쌓인 사이사이에 담쟁이 넝쿨이 층층이 박혀 있어 멋스럽다. 박물관 산책의 특징은 푹신한 흙 대신에 돌길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산책로 입구에서 제일 먼저 맞이하는 것은 커다란 천하대장군이다. 익살스런 미소가 푸른 하늘과 대조를 이룬다. 사람들이 많은 시끌벅적한 장소를 떠나 만난 한적한 산책길은 삶의 멘토이자 청량수다. 외부세계에 과도하게 뻗어 내린 생각의 촉수들을 잠시 철수시키고 자기 내면세계를 조용히 살피는 데 산책만한 수단이 또 있겠는가. 가을이 익고 있다 아스팔트에서 숲으로 들어서니 확연히 공기가 달랐다. 두충나무숲에 드문드문 있는 나무 의자가 산책길의 곡선에 묘한 포인트를 준다. 숲의 끝에서 뒤돌아보면 지나온 길의 끝은 빛처럼 그저 둥글다. 커다란 빛의 원통을 빠져나온
"하나님의 말씀처럼 이 땅에 작은 밀알이 되기를 소망하는 마음으로 봉사회가 만들어졌어요. 하지만 저희들이 봉사를 하고 있지만, 정작 혜택을 받는 것은 우리들입니다. 어려운 이웃을 통해 많은 것을 깨닫고, 그분들을 통해 또 다른 희망의 불씨를 담아오거든요." 청주의료원 밀알봉사회의 박정순(65)회장은 조심스러워 했다. 한 일도 별로 없다며 자꾸만 숨어들었다. 하지만 밀알 회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왜 그들이 '세상에 뿌려진 한 알의 밀알'이었는지 알게 된다. "어느 날 TV를 보다 30년 동안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이 누군가의 각막 기증으로 눈을 뜨는 장면을 보았어요. 제일 먼저 아내를 찾고, 자식을 찾아 만져보고, 부모님을 찾더군요. 평생을 보지 못했던 실체를 확인하는 그 놀라운 축복을 보고 저도 결심했어요."라고 말하는 사람은 박흥송 봉사자다. 그리고 그녀는 즉시 '장기기증운동본부'로 전화를 걸어 장기기증 약속을 전했다. 박흥송 봉사자의 아들은 최근 tvN '로맨스가 필요해 2012'에서 주인공 윤석현을 맡았던 탤런트 이진욱씨다. "아들 뿐 아니라 전 가족이 장기기증을 서약했습니다. 썩어 없어질 몸인데 하나의 생명이라도 살릴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하겠습
춤을 추는 것 같았다. 수많은 자동차들이 온순한 짐승처럼 노인의 손짓 하나에 질서정연하게 움직인다. 청주 중앙초등학교 후문 삼거리에서 눈이오나 비가 오나 하루도 거르지 않고 교통지도를 하는 노인이 있다. "이 분은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일 년 365일 교통지도를 하고 있다. 참 성실한 분이다." 건널목에서 교통지도를 하고 있던 자원봉사자의 말이다. 수동에 산다는 김영철(47)씨는 "오래되었다. 이 거리에서 이 시간이면 언제나 만날 수 있는 정겨운 풍경이다. 건널목을 건너는 초등학생들도 이곳을 지나는 운전자들도 동네 사람들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참 고마운 분이다."라고 말한다. 노인은 바로 2010년 자원봉사자대회에서 봉사왕을 수상한 장열성(85)봉사자다. 그해 가장 많은 1441시간 봉사활동을 펼친 것이다. 그가 봉사를 시작하게 된 동기에는 아픈 사연이 있다. "교사로 정년퇴직을 하던 해였다. 집으로 가던 중 횡단보도에서 한 어린이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때부터 그는 그곳에서 아침등교 길 교통지도를 시작했다. 그가 교통지도를 하기 시작한 이후로 20년 동안 단 한 건의 교통사고도 없었단다. 장열성 봉사자와 중
단비가 내렸다. 가뭄으로 온 대지가 거북등처럼 터져나가던 뜨거운 한 달이었다. 누군가의 간절한 마음과 정성이 통했던 것일까. 비가 오신 것이다. 청주노인복지마을 뒤쪽에는 길게 난 산책로 사이로 국화단지가 조성되어 있다. 부슬부슬 내리는 빗방울을 흠뻑 머금은 어린 국화들은 신이 난 듯 몸을 흔든다. "참 고마운 단비입니다. 이번 비로 대부분 해갈이 되었을 것입니다. 가을 국화전시회 때 멋지게 꽃을 피워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과 소외된 이웃들에게 작은 꿈을 심어 줄 것입니다." 국화를 어루만지는 손길에는 정이 듬뿍 배어 있다. 이들은 유명한 '실버트리오 봉사단'이다. '뜻대로 행해도 어긋나지 않는다.'는 고희(古稀)를 훌쩍 넘긴 나이지만, 봉사의 열정은 20대 부럽지 않다. 실버트리오의 맏형 격인 오정근(78)봉사자 그리고 장기원(76), 김학수(72)봉사자가 그들이다. 이들의 인연은 78년 청주농고에서 함께 교사로 근무하면서였다. 그때의 인연이 노년에 이르러 봉사의 삶으로 열매 맺고 있는 것이다. 청주노인복지마을 박현주 관장은 "10년 전, 복지마을 개관부터 아주 특별한 봉사를 시작하셨어요. 바로 국화재배였지요. 세 분이 주최가 돼서 아무런 지원도 없이 노지에서
"고대 이집트에서는 피라미드를 건설하는데 동원된 노동자에게 양파를 먹였다고 하네요. 고된 노동을 감당해야 하는 노동자에게 양파가 제격이었던 겁니다." 뜨거운 여름 날씨에 스피커를 타고 들려오는 목소리가 청량하니, 더위마저 도 잠시 잊게 된다. 기존 방송의 아나운서처럼 매끄럽지는 않지만, 살짝 긴장한 듯한 목소리가 오히려 신선하다. 내덕동에 사는 김정균(75)씨는 "우리와는 관계없는 뉴스는 의미 없어요. 우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건강상식과 취미활동, 동아리소식 같은 뉴스가 공감이 갑니다. 가끔 아는 동료가 나와 부르는 노래자랑도 재미있어요."라고 말한다. 청주시 내덕복지관(관장 김행자)에서는 2008년 실버방송국을 개국했다. 매일 점심시간인 12시부터 12시30분이면 어김없이 내덕복지관 관내의 강의실, 체육관, 공원에 설치된 28개의 스피커를 통해 방송이 나온다. 실버방송의 구성은 총 7명. 모두 순수한 자원봉사자로 이루어져 있다. 연출 겸 엔지니어는 최동길(67, 회장)봉사자가 맡고, 방송 원고는 주광익(68), 오정근(77)봉사자가 쓴다. 그리고 아나운서는 이희안(60), 오조영(67), 김인수(66)봉사자가 DJ를 맡아 진행한다. 청주시내덕복지관 김행자
보고 싶었다. 푸른 동해 바다위에 우뚝 솟은 독도를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민족의 영산 백두산이 염원이라면, 동쪽 바다 망망대해 한가운데서 홀로 솟아 있는 독도는 그리움의 대상이었다. 소설가 김훈은 "닿을 수 없고, 품을 수 없으며 만져지지 않는 것들과 불러지지 않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내 가슴속에 오랜 동안 품었던 독도를 다가가서 만져볼 것이다. 그리고 다 함께 '독도야, 내 사랑!'이라고 시원하게 소리치고 올 것이다. 신라 이사부 시절부터 현재의 대한민국까지. 그리고 미래의 자손에게까지 이어져야 할 삶의 터전이 독도다. 그곳은 명백하게 대한민국의 역사이고 재산이다. 이번 독도여행에는 특별한 손님들이 함께 했다. 청주꽃동네 식구들이다. 총 12명의 지체장애자 중 비교적 행동이 자유로운 4명과 함께 독도로 출발했다. ◇독도의 길목, 울릉도 새벽 3시, 무심천대교를 넘어오는데 가로등 불빛이 강물에 흐르고 있었다. 어둠속에서도 묵묵히 흐르는 강물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독도로 떠나는 새벽, 바다로 흐르는 물을 보면서 더딘 걸음이지만 언젠가는 저들도 바다로 흘러들어 결국 독도를 만나지 않을까 상상했다. 묵호에 도착한 시간은 6시경이다
큰 맘 먹고 떠난 제주여행이 처음부터 삐꺽거렸다. 이틀 내내 비가 내리니 난감했다. 마음껏 오감을 열고 봄의 제주도를 느끼고 싶었던 열망이 한탄으로 바뀌었다. 성산일출봉을 거쳐 우도를 경유하며 봄의 절정을 거닐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갈팡질팡 하는 사이에 차량이 비자림을 지나고 있을 때, 누군가가 외쳤다. "아, 고사리나 꺾으러 가자!"◇4월의 고사리 장마 제주의 들녘 머리 위 봄꽃이 한바탕 흐드러지게 피고난 후, 제주도의 봄은 비로소 땅에서 솟는다. 청정 제주에서 자란 새카만 고사리들이 4월 장마를 겪은 뒤 쑥쑥 올라와 있었다. 제주도가 고향인 김동민(탑동, 45)씨는 "이곳 제주도민들은 새벽부터 고사리 꺾기를 하다 보면 금세 낮이 되고, 가져간 배낭에는 고사리가 가득 찬다. 이렇게 꺾어온 고사리는 집 마당에서 말린 뒤 포장해서 일부는 반찬용이나 제사 때 쓰고, 일부는 시내에 살고 있는 자식들 집에 보낸다."라고 말한다. 4월의 제주 들녘에는 고사리가 지천이다. 안개가 끼거나 흐리고 비가 조금씩 내리는 날이 많은 4월의 제주 날씨를 흔히 '고사리 장마'라고 부른다. 비를 맞으면 고사리가 쑥쑥 자란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윤기가 없고 퍽퍽한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얼마 전, 6개월간 북인도에 머물던 천미선 작가가 공방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이 바람결에 들려왔다. 궁금했다. 일찍이 '세상에 구애받지 않고 사는 자유인'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터였다. 삼겹살을 조금 사 들고 목련과 매화가 흐드러지게 핀 공방으로 찾아갔다. 시골의 오래된 집을 훼손하지 않고 붙이고 이어서 멋스럽게 만들어진 공방이었다. 표지판도 흙을 구워 장승처럼 겹겹이 세워 이름을 새겼고, 앞뜰의 과실수도 담 없는 대지에서 평안하게 봄빛을 받고 있었다. 공방 입구 나무줄기에 열매처럼 조랑조랑 매달린 도자기 컵이 정겨웠다. 머리에 터번을 둘러쓴 여인이 텃밭을 갈고 있다가 낯선 방문객의 등잔에 눈이 목련처럼 환히 켜졌다. 천미선(49)작가였다. 운명 같은 도자기, 그리고 인도여행 "서른 즈음, 도자기를 막 굽기 시작했을 때 인도로 떠났다. 왜 하필 인도였는지는 나도 모른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었는데 그곳이 인도였다." 일행은 아무 말 없이 천 작가가 찻상에 차를 우려내는 과정을 묵묵히 지켜보았다. 마치 신을 위해 제물(祭物)을 준비하는 제사
과거에 갤러리가 흔치 않았을 때, 화가들이 심심치 않게 다방을 갤러리 삼아 작품을 전시하곤 했다. 이제 우리도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로 어느 정도 먹고사는 문제에서 벗어나 문화 예술을 향유코자 하는 열망이 높아지다 보니 청주에도 갤러리가 제법 늘어났다. 하지만 아직도 경제적 여유가 없는 화가들이나, 아마추어 예술가에게 갤러리는 높은 장벽이다. 갤러리 역시 유명 작가나 어느 정도 스펙이 쌓인 작가의 작품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환경에서 용암동에 문을 연 '커피&갤러리'는 파격이다. 형편이 어려운 화가나 아마추어 예술가들에게 무료로 전시공간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커피&갤러리'는 가뭄에 내리는 고마운 단비 같은 존재가 아닐까. 커피&갤러리 송춘호(46)대표는 "커피와 음악 그리고 그림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갤러리는 통념상 조용하고 무겁지만, 내가 추구하는 갤러리의 방식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편안함이다."라며 " 편안한 분위기를 통해 일반 대중들은 쉽게 다양한 예술세계를 접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지역 작가들에게는 전시공간을 지원함으로써 대중과의 소통을 이어가는 '문화 사랑방'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말한
◇오전 10시 - 제빵쇼와 전시관체험 걷잡을 수 없는 햇빛이 하얀 눈 위에서 충만하다. 중학교 1학년인 아들과 이웃주민 안욱주씨 가족과 함께 '따뜻한 빵 여행'을 떠났다. 청주문화산업단지에 위치한 '제빵왕 김탁구 드라마 기념 전시체험관'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다. 주차장으로 이용되는 너른 공터에 소복이 쌓인 눈을 보자 아이들은 서슴없이 눈을 뭉치고, 친구에게 서로 눈을 날렸다. 시작부터 한바탕 눈싸움이다. 체험장에 눈처럼 하얀 제빵사 옷으로 갈아입자 아이들은 신기한 듯 손으로 만져보고 우리에게 '어떠냐?'며 포즈를 취했다. 아이들의 웃음이 오랜만에 맑았다. 제빵 체험실은 커다란 공연장이며, 빵 공장이었다. 최대 200명이 동시에 빵을 만들 수 있는 제빵체험관에는 잘 숙성된 반죽(생지 1인당 160그램)이 자신의 몫으로 준비되어 있었다. 체험장에 온 가족들은 손을 씻고 자기 앞에 나눠준 반죽과 단팥을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사회자가 익숙한 솜씨로 소보로빵과 앙금빵을 만드는 시범을 보이자, 아이들은 금방 따라했다. 작은 손으로 굴리고, 눌러 빵을 만들었다. 행복한 빵의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아이들이 만든 빵이 발효실에서 부풀어 커지고, 오븐에서 구워지는
환호성이 터졌다. 새해를 맞이하는 청주예술의 전당에서 들리는 소리다. 마침내 2012년 새해가 시작된 것이다. '뎅~ 뎅~ 뎅!' 어둠을 뚫고 하늘로 세상으로 번지는 타종소리가 아득하고, 깊다. 새해를 맞이하는 제야의 종소리가 온 누리로 퍼지고 있는 것이다. 타종소리를 출발신호삼아 버스는 자정 12시, 목포를 향해 스타트했다. "근데 아빠, 제야의 종소리는 왜 33번 울려?" 귀를 곧추세워 듣던 아이가 꼼꼼히 세어 보았는지 물었다. 스마트 폰을 열자, 곧바로 의미를 알려준다. 세상 참 좋아졌다. '제야의 종을 33번 타종하는 것은 불교의 우주관에서 비롯되었다. 세상은 하늘의 별자리 28수(宿)를 상징하여 28계, 33천으로 이루어진 도의천을 상징한다. 하여, 새벽이 열리는 인(寅)시에는 4대문을 여는 파루(罷漏)로 33번 타종한다. 저녁 유(酉)시에는 28번 타종한다. 33천에 사는 백성들처럼 새해와 밝아오는 아침에는 모든 사람들이 무병장수하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아이는 설명을 채 듣기도 전에 스르륵 잠에 빠져 버렸다. ◇낯선 시간의 세상으로 버스는 2012년의 어느 낯선 공간으로 시간여행을 하는 것처럼 어둠속으로 미끄러져간다. 부모와 함께 온 아이들은 한
이제 야생 멧돼지는 서식지에서 천적이 사라지면서 개체수가 늘어나 생태계 질서마저 뒤바꿔 놓았다. 나무의 밑동을 파헤쳐 고사시키고 숲을 헤집어 자연경관을 훼손하는 등 천덕꾸러기가 된 지 오래다. 몇 해 전에는 영동에서 야생 멧돼지에 물려 노인이 숨지는 사건도 발생됐다. 유해 조수는 야생멧돼지만이 아니다. 고라니의 피해는 더하다. 농작물에 가장 큰 피해를 입히는 산짐승은 멧돼지보다 오히려 고라니가 더 심각하다. 고라니 때문에 산 주변에 콩을 심는 것은 아예 포기해야 할 정도라고 한다. 진천군 선옥리에서 농사를 짓는 권민준(64)씨는 "고라니는 콩을 제일 좋아 한다. 콩 열매는 물론이고 콩잎까지 죄다 먹어버린다. 고라니가 나타나는 산 아래 콩밭은 수확 철이 되면 앙상한 콩대만 남게 된다."라며 "콩뿐만이 아니다. 고라니는 옥수수나 고구마 등의 밭작물을 싹쓸이함은 물론 논의 익어가는 벼까지도 먹어치우거나 휘저어 벼를 쓰러뜨려 엉망으로 만든다. 그 놈들이 다녀간 자리는 벼가 쓰러져 여물지 않고 풀만 무성하게 자란다."라며 "겨울에 사냥을 많이 해서 다 잡아가주면 고맙겠다. 한겨울에 들리는 총소리가 우리 농민들에게는 고마운 종소리처럼 들린다."라고 말했다. ◇출발, 겨
"뭐라고요? 4천500원이요? 저 500시간 이상 자원봉사자는 청주시 공영주차장은 무료라고 했는데…" "11월부터 자원봉사자차량 무료는 없어요. 청주시에 알아보세요." 얼마 전 시내 공영주차장에서 자원봉사자와 주차요원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자원봉사자 변희순(가명, 64)씨는 "황당하다. 500시간이상 자원봉사자는 청주시 공영주차장은 무료라고 해서 주차했다."라며 "오늘도 독거노인을 위해 반찬배달을 하고 오는 길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냥 걸어왔을 것이다."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청주시 공영주차장 주차관리인은 "11월부터 자원봉사자에 대한 무료주차 혜택은 중지됐다. 우리도 사정은 알지만 어쩔 수 없다."라고 했다. 그러나 청주시 자원봉사활동지원 조례(제14조)에 따르면 '시장은 자원봉사진흥을 위하여 자원봉사 활동 실적에 따라 청주시가 운영하는 공공시설 등을 본인 또는 자원봉사자 가족단위로 무료로 이용하게 할 수 있다.'라고 명시돼 있다. 시행규칙 제20조(활동실적)에는 '조례 제14조 제3항의 공공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자원봉사활동 실적은 누계 활동이 500시간 이상이어야 한다. 봉사활동 실적확인은 우수 자원봉사자증을 지참한 자'라고 명시돼 있다.
◇소외계층 아이들의 선생님이 되어-봉사동아리 '라온제나' "사람을 사랑하고, 이 세상을 사랑하고, 결국 사람들과 함께 사랑과 행복을 나누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의미 있는 일성(一聲)은 교육자나 철학자의 입에서 나온 경구가 아니다. 평범한 시골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의 당찬 이 말은 스스로의 경험을 통하지 않고는 결코 깨달을 수 없는, 깊은 울림이 있어 귀하다. 학교에서 라온제나(우리말로 '즐거운 나'라는 뜻) 지역아동돌보미 동아리에 소속되어 활동하는 염혜원(보은여중, 3)의 경험은 이러했다. "보은 세중리에 드림아동지역센터가 있어요. 다문화가정이나 조손가정의 아이들이 많이 있는 곳이에요. 저희들은 학교 동아리활동으로 매주 수요일마다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가는데요. 같이 공부하면서 모르는 문제를 풀어주면 얼굴이 환해져요. 그걸 보면 제가 알고 있는 지식이 소중해지고 저도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난 6월에는 공주 무령왕릉과 박물관에 같이 문화탐방을 갔는데, 그동안 무뚝뚝했던 한 아이가 제 손을 꼭 잡았을 때 정말 가슴이 뭉클했어요." ◇할머니, 네일아트로 환하게 물드시다 - 동아리 '뷰티 미용' 지난 8월 11일, 한여름 무
길고 긴 여정, 태행산 북경에는 북경역, 북경남역, 북경서역, 북경북역이 있다. 각기 다른 지방으로 가는 출발과 도착이 다르다. 태항산으로 가는 기차는 네 개의 역중에서 가장 크고 전통적인 모습을 그대로 보존한 북경서역에서 오전 9시에 출발했다. 테러주의보 탓인지 역을 통과하는데도 항공기 탑승절차만큼 삼엄했다. 신향까지 가는 기차의 객석은 한국의 고속전철보다 앞뒤 간격이 넓어 장거리 여행하기에는 제격이었다. 기차의 창을 통해 보이는 풍경은 끝없이 펼쳐진 옥수수 밭이었다. 조선족 가이드 강철은 "이곳에서 옥수수는 대부분 식용유와 가축의 사료로 쓰인다. 이렇게 많이 재배를 해도 중국 사람의 수요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라고 한다. 낯선 타국에서 여행의 또 다른 기쁨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식당 칸에서 만난 아리따운 중국 여대생 임설(林雪, 22)은 어눌한 영어로 "나는 한국을 좋아한다. 특히 한국의 가수 비를 좋아한다."라며 "제주도 성산포를 가봤나?"고 물었다. 그러면서 내게 "중국에 살고 싶은 생각이 없나?"고 물어왔다. 아마도 '살고 싶은 생각' 보다는 자신의 나라 중국의 인상이 무척 궁금했던 것 같았다. 열차는 북경에서 신향까지 꼬박 5시간을 달렸다.
[충북일보] 오는 30일 본보와 충북리더스클럽이 주최하는 '14회 충북경제단체 친선골프대회'가 오전 11시 30분부터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그랜드 컨트리클럽(그랜드 CC)에서 열린다. 대회는 경제인들의 친목 도모와 상호 간의 다양한 정보교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대회는 도내 경제단체 회원과 재경 경제인 등 160여 명이 40개 팀을 이뤄 신페리오 방식으로 치룬다. 라운딩 이후 시상식과 김영환 충북도지사 초청 만찬, 행운권 추첨은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된다. 시상식은 △메달리스트 △우승(남·여) △준우승(남·여) △니어리스트(남·여) △롱게스트(남·여) 수상자에게 트로피와 부상이 각각 주어진다. 가장 멋지게 옷을 입은 참가자인 △베스트드레스상(남·여) 수상자에게는 부상이 수여된다. / 성지연기자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 도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가칭 '충북아트센터' 건립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오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기본계획 수립, 타당성 조사, 중앙투자 심사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26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중순 마무리되며 용역을 통해 세운 기본계획에는 공연장 등 규모, 운영 방안, 경제성 검토 등이 담긴다. 도는 이 계획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도는 지난 7월 행정안전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은 의무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충북아트센터 건립에는 총 2천300억 원이 소요된다. 연구원은 내년 4월까지 경제성과 재무성, 정책적 사업 추진 가능성 등을 분석한다. 도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같은 해 상반기 행안부에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심사를 무난히 통과하면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오는 2026년 첫 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도는 이런 절차가 차질 없이
[충북일보] "산업 현장은 치열한 전쟁터라 조용해 보이지만 끊임없이 경쟁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재진(67) ㈜ATS(에이티에스) 대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TS는 국내 자동차 플라스틱부품 업계 1위 기업으로 2004년 설립해 20년간 끊임 없이 달려왔다. 주력 제품은 초정밀 사출 기술을 이용한 자동차용 클립(Clip)과 패스너(Fastener)등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이다. 이재진 대표는 "클립, 패스너 등 플라스틱 부품과 연료 부품 분야로 두 가지 트랙을 사업 아이템으로 갖고 있다"며 "보통 300가지 정도의 부품이 매월 생산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에이티에스는 지난 2022년 국내 완성차 업체 2곳이 필요로 하는 부품 점유율의 50%를 넘어섰다. H사의 1대에 사용되는 내장·외장용 클립 100개중 50개 이상은 에이티에스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진 대표는 "신차 개발은 2년을 앞두고 이뤄진다. 올해 기준으로 2026년 모델링이 나오면 그에 필요한 부품을 부품 회사들이 2~3년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차의 디자인 등에 맞춘 개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