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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여중, 창의적 체험활동 명품학교로 지정

사랑하기 위해 세상을 공부한다

  • 웹출고시간2011.10.09 18:54:50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소외계층 아이들의 선생님이 되어-봉사동아리 '라온제나'

지역아동 돌보미 활동

"사람을 사랑하고, 이 세상을 사랑하고, 결국 사람들과 함께 사랑과 행복을 나누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의미 있는 일성(一聲)은 교육자나 철학자의 입에서 나온 경구가 아니다. 평범한 시골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의 당찬 이 말은 스스로의 경험을 통하지 않고는 결코 깨달을 수 없는, 깊은 울림이 있어 귀하다. 학교에서 라온제나(우리말로 '즐거운 나'라는 뜻) 지역아동돌보미 동아리에 소속되어 활동하는 염혜원(보은여중, 3)의 경험은 이러했다.

"보은 세중리에 드림아동지역센터가 있어요. 다문화가정이나 조손가정의 아이들이 많이 있는 곳이에요. 저희들은 학교 동아리활동으로 매주 수요일마다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가는데요. 같이 공부하면서 모르는 문제를 풀어주면 얼굴이 환해져요. 그걸 보면 제가 알고 있는 지식이 소중해지고 저도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난 6월에는 공주 무령왕릉과 박물관에 같이 문화탐방을 갔는데, 그동안 무뚝뚝했던 한 아이가 제 손을 꼭 잡았을 때 정말 가슴이 뭉클했어요."

◇할머니, 네일아트로 환하게 물드시다 - 동아리 '뷰티 미용'

노인 네일아트 봉사.

지난 8월 11일, 한여름 무더위로 누구나 지칠 무렵 보은군 마로면 적암리 경로당에서는 모처럼 생기 넘치는 할머니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십여 명이 넘는 보은여중 손녀뻘 학생들의 손길로 할머니들의 거무스레한 손톱은 네일아트로 화사해졌다. "어이 시원타!" 무엇보다 할머니들은 학생들의 정성어린 손맛사지에 만족해했다. 그러나 가장 흐뭇했던 것은 손녀 같은 학생들과 하루 종일 같이 서로 손잡고 머리를 맞대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운 것이었다.

"이렇게 할머니들께 학교에서 배운 네일아트를 해드리니 제 실력을 키울 수 있어서 좋고, 봉사도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그리고 미용이 꼭 젊은 사람들만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깨닫는 계기가 됐어요."

나중에 메이크업 아티스트나 네일아트 전문점을 여는 것이 꿈이라는 나혜정(보은여중, 3)의 말이다. 여름방학 봉사활동 이후 학생들은 틈틈이 다시 노인복지관을 찾곤 한다.

최근 국가 교육시책에 따라 2011학년도부터 창의적체험활동(이하 창체활동)이 학교 현장에서 전면 실시되고 있다. 따라서 이 창체활동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느냐 하는 점이 단위학교 교육발전의 새로운 도약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보은여중은 충북도내에서 창체활동의 선도적 학교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7개월여 활동으로 입소문이 나, 타시도의 학교에서까지 벤치마킹하고자 하는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꿈꾸지 않는다, 꿈을 이루어가고 있다

특강을 진지하게 듣는 학생들

보은여중(교장 김흥렬)의 창체활동은 개정교육과정에서 제시한 대로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의 4가지 세부영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런데 여느 학교와 다른 점은 동아리 활동을 중심으로, 위 4개의 영역이 상호융합적이어서 매우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동아리활동은 자기계발, 악기 연주, 체력튼튼, 실습노작, 문화예술, 공예체험, 봉사활동 등 7개 영역, 35개의 동아리로 이루어져 있다. 이에 전체 370여 명의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과 흥미에 맞는 동아리에 소속되어 적극적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이 동아리활동은 자신의 특기와 소질 계발은 물론 진로직업체험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지난 3월부터 창체활동의 명품학교로 지정되어 그동안 진행되어온 내용을 보면 현재의 학교교육과정에서 이만큼 실현해낼 수 있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매주 금요일 방과후에 이루어지는 동아리 활동은 일부는 수요일 방과후, 토요일 계발활동으로도 연계되어 실시되고 있다.

학생들은 평상시 교내외에서 다양한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기본활동이다. 여기에 학교의 창의인성부에서 기획한 진로직업체험프로그램 행사가 가미된다. 그 첫 행사로 지난 5월 6일, 충북대와 대전보건대 8개학과의 대학생 32명이 방문하는 '진로체험의 날'을 운영하였다. 대학생들이 직접 학교를 방문하여 장래희망직업에 관계된 학과체험 멘토 역할을 함으로써 학생들의 진로를 구체화시키는 데 실효성을 거두었다. 이때 학생들의 열성에 감명 받은 충북대학교대의원회 학생들은 대학교 측의 지원과 자비를 들여 보은여중 학생들을 직접 충북대학교에 초청하는 학습코칭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 이에 40명의 학생들이 여름방학 중인 7월 26일부터 28일까지 2박 3일간 충북대학 기숙사에서 학습코칭을 받는 행운을 누렸다.

◇대학캠퍼스를 밟고, 만져보다

충북대 수의병원 체험

김민경(보은여중, 3)은 "멘토 선생님과 같이 넓은 캠퍼스를 구경하며 이 과는 어떤 과고 어떻게 진로를 찾아갈 수 있는지 설명을 들었습니다. 학교도서관에서 대학생들이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는지도 볼 수 있었어요."라며 "솔직히 대학교 들어가면 미팅하고 노는 줄만 알았는데 대학생들이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는지 몰랐어요. 멘토 언니 오빠들과 학습방법과 진로에 대해 같이 고민하는 시간도 좋았습니다. 겨울방학에도 다시 이런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4월 22일 증평정보고 뷰티미용체험, 6월 15일 서울시립직업체험센터(하자센터)의 1일 직업프로그램 참가, 서울 키자니아센터의 직업프로그램참가 등 다양한 직업의 세계에 대해 직접 참여하고 시연해보는 기회를 가졌다. 지난 9월 30일에는 경찰관, 한의사, 방송 프로듀서, 제과제빵사 등 19개 분야의 직업인이 직접 학교를 방문하여 학생들과 해당직업에 대한 특강 및 인터뷰 시간을 가지는 2차 '진로직업체험의 날'을 운영하였다.

무엇보다 보은여중의 창체활동이 돋보이는 것은 학생들이 동아리활동을 통하여 자신의 꿈과 진로에 대해 실제적이고 구체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자신이 동아리활동을 통해 배운 것으로써 봉사활동을 겸한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 8월 17일, 라온제나, 소리그림자극반, 밴드반, 뷰티미용반 4개 동아리의 연합봉사활동으로 드림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을 위해 공연과 친교의 시간을 가졌던 것을 학생들은 잊지 못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그렇게 공동체의 삶 속에서 자아를 실현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배워가고 있었다.

◇열정과 소신의 교육철학

이와 같은 창체활동이 이루어지기까지는 담당교사(김이동, 최병란)의 열정과 학교장의 소신어린 교육철학이 밑받침이 되었다. 최병란 교사는 보은과 청주교육지원청에서 동료교사들을 대상으로 하여 창체활동 우수사례발표 강사로 연단에 서기도 했다.

보은여중 김흥렬 교장은 "현 시대의 교육은 과거처럼 '투입하는 교육'이 아니라, '개인잠재력을 산출하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본교는 창의적체험활동 부문 명품학교로 지원받아 선도적 책임감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라며 "특히 동아리 활동을 통한 진로직업체험과 봉사에 역점을 두고 있다. 학생들이 왜 공부해야 하는지 안목이 트이고 저절로 동기 부여가 되어 의욕이 고취되면, 성적은 자연스레 오를 것이라 확신했다."라고 말했다. 김교장은 처음 창체활동을 위해 교과중심 방과후 수업을 절반으로 줄이기로 결심했을 때는 내심 걱정도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차츰 밝고 자신감으로 충만해지는 학생들의 얼굴을 보면서 믿음이 생겼고, 올해 학업성취도 결과를 보고 더욱 확신을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보은여중은 올해 학업성취도평가에서 기초학력미달학생 수가 전년도 대비 절반 이상으로 줄어드는 획기적 결과를 냈다. 학생들의 적성과 특기를 마음껏 풀어놓을 마당을 펼쳐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입증한 셈이다.

창체활동의 우수학교임을 인정받아 앞으로 추가지원을 받게 되는 보은여중의 '무한도전'이 더욱 기대된다.

윤기윤 기자 jawoon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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