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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그림이 만났을 때 '커피&갤러리'

아마추어 예술가들에 무료로 전시공간 제공

  • 웹출고시간2012.02.05 18:50:53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과거에 갤러리가 흔치 않았을 때, 화가들이 심심치 않게 다방을 갤러리 삼아 작품을 전시하곤 했다. 이제 우리도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로 어느 정도 먹고사는 문제에서 벗어나 문화 예술을 향유코자 하는 열망이 높아지다 보니 청주에도 갤러리가 제법 늘어났다. 하지만 아직도 경제적 여유가 없는 화가들이나, 아마추어 예술가에게 갤러리는 높은 장벽이다. 갤러리 역시 유명 작가나 어느 정도 스펙이 쌓인 작가의 작품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환경에서 용암동에 문을 연 '커피&갤러리'는 파격이다. 형편이 어려운 화가나 아마추어 예술가들에게 무료로 전시공간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커피&갤러리'는 가뭄에 내리는 고마운 단비 같은 존재가 아닐까.

커피&갤러리 송춘호 대표

커피&갤러리 송춘호(46)대표는 "커피와 음악 그리고 그림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갤러리는 통념상 조용하고 무겁지만, 내가 추구하는 갤러리의 방식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편안함이다."라며 " 편안한 분위기를 통해 일반 대중들은 쉽게 다양한 예술세계를 접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지역 작가들에게는 전시공간을 지원함으로써 대중과의 소통을 이어가는 '문화 사랑방'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세상을 그리며, 세상을 이해하다

송대표와 그의 작품 출항

"원래 그림은 초등학교시절부터 좋아했다. 마음으로만 품고 살다 소나무 그림으로 유명한 김춘배 화백을 만나면서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분에게 데생과 수채화를 배웠는데 아마 그림보다는 막걸리로 더 우의(友誼)가 깊었던 것 같았다(웃음)."

누구나 한 가지씩 꿈은 있다. 하지만 그것을 과감하게 꺼내 현실화하기란 쉽지 않다. 송대표는 "그림을 그리는 것은 좋아하지만, 세상에 내놓기는 부끄러웠다. 하지만 아무도 보지 않는 그림은 긴장감도 떨어지고, 그림에 대한 열정도 식는다. 그림 그리는 사람에게 전시는 꼭 필요한 에너지"라고 말한다. 영어에 남다른 재능과 열정이 있었던 그는 2004년 고향인 청주로 내려오면서 직장을 접고 비교적 시간에 얽매이지 않는 영어 학원을 차렸다. 어느 정도 학원이 안정기에 접어들자 그는 다시 개인 화실에서 그림을 그렸다. "늦게 시작했으니 더 열심히 해야 했다. 처음 아마추어 동호인으로 구성된 그림 모임인 '화심회'에서 옴니버스 형식의 작품전을 대청갤러리에서 열었다. 그때 출품한 작품이 '드르니 항(港)'과 '우리 집' 그리고 '출항'이었다."


3층에 어학원을 운영하던 중 같은 건물의 비어있는 2층 매장을 보면서 문득 그림전시장을 떠올렸다. 자신과 같은 순수 아마추어들과 가난한 화가들을 위해 '무료로 전시회를 열어 줄 공간이 있다면 좋겠다.'라는 생각이었다. 고민 끝에 그는 커피 전문점이면서 한쪽에 독립된 전시공간을 접목한 독특한 형태의 '커피&갤러리'를 만들었던 것이다. 그것이 지난 해, 5월이었다.

그림의 집을 찾다


개관기념 전시로 청주미술협회 부회장이며 충북미술대전 초대작가로 있는 조근영 작가의 작품전을 열었다. 송대표는 "조근영 작가는 나의 생각에 전적으로 공감했다. 침체된 지역 예술계를 활성화하고 작가들의 창작활동에 도움을 주는 좋은 일이라고 환영했다. 그래서 첫 전시회를 열게 된 것."이라고 말한다. 5월 조근영 작가의 전시를 필두로 6월 조미형 작가, 7월 민효기 작가, 8월 민혜영 작가 등 지금까지 총 8번의 전시회를 열었다. 특히, 수채화 동호모임인 청림회와 홍화실의 '꿈을 그리는 사람들' 展과 같은 아마추어 동호회 활동도 이어졌다.

나경아 작가와 그녀의 작품.

송대표는 "올 가을까지 전시 일정이 꽉 찼다."라고 말한다. 그만큼 무료 전시에 목마른 작가들이 많았다는 이야기다. 현재는 나경아 작가의 '행복을 꿈꾸는 길목'이란 수채화 展이 2월1일부터 29일까지 전시된다. 나경아 작가는 "그림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줘 무엇보다도 고맙다. 그림을 거실이나 구석진 곳에 쌓아두니 식구들에게 미안했다."라며 "늘 집안에 쌓여 있는 그림을 보며 마음이 무거웠는데 이렇게 전시공간에 그림을 걸어두니 이제야 제 집을 찾은 것 같다."라고 말한다.

커피의 향이 감도는 '그림의 숲'


그림을 감상하며 마시는 차가운 더치커피의 향이 입안에서 가득하다. 밤새 한 방울씩 찬물로 우려낸 탓에 카페인이 거의 없다고 알려진 커피다. 오죽하면 '커피의 눈물'이라고 했을까. 신선한 더치커피를 친구삼아 천천히 그림의 숲으로 걸어 들어가 본다.

"이 그림은 자목련인데, 늘 봄의 전령사였다. 대문 옆에 외할아버지가 주신 묘목을 심은 것인데 아직도 친정집에 자라고 있다." 작가의 설명을 들으며 커피를 머금고 거니는 발걸음이 행복하다. 싸리나무로 얼기설기 엮은 채반에 가득 담긴 과일들이 햇빛을 받아 생기가 난다. '무엇을 먹을까'란 작품이다. 햇살은 과일들을 빛나게도 하지만, 채반의 결기사이를 뚫고 나와 그림자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가을정취Ⅰ,Ⅱ' '백장미' 등 맑고 투명한 수채화 사이를 거니니 청량한 바람이 불어 마음이 씻기는 것 같다.

송 대표는 "저희 '커피&갤러리' 전시비용은 무료다. 열정이 있는 작가의 작품이라면 얼마든지 환영한다. 올해의 전시 일정은 가을까지 꽉 찼지만, 필요하다면 전시일정을 조정해서라도 원하는 작가들의 전시는 최대한 수용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 전시문의 : '커피&갤러리' (043)283-7882

윤기윤 기자 jawoon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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