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바다, 수평선 그리고 하늘이 가득한 섬, 거문도·백도 여행

  • 웹출고시간2012.10.28 20:49:59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쪽빛 비단이 넓게 깔린 들판처럼 찰랑대는 바다다. 오후의 고즈넉한 햇살로 섬들은 진주처럼 영롱하다. 해가 바다로 떨어지니 물결은 은빛 비늘로 출렁인다. 작은 섬들이 점과 점으로 이어진다. 배가 섬 사이를 항해하는 동안 고독한 시간들이 잠시 눈을 뜬다. 섬들은 해무(海霧)를 품고 있어 묘한 신비함이 더해진다.

여수에서 거문도까지 약 114.7km다. 오후 1시, 거문도행 '오가고호'에 몸을 실었다. 시속 70㎞의 속도로 약 2시간 20분정도 달려야 한다. 여수항을 떠나 징검다리처럼 이어지는 다도해를 거쳐 가는 뱃길은 행복한 여행이다. 제주도와 여수의 중간 위치에 있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최남단 섬이 바로 거문도다. 예로부터 슬픈 역사가 많은 섬이다. 또한 물 맑고 인심 좋으며 인재 많기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거문도는 서도, 동도, 고도 등 세 개의 주 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고도와 서도는 연도교(삼호교)로 연결 되어 있는 특징이 있는 섬이다. 거문도와 짝을 이루는 백도의 풍경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거문도에 도착하자마자 미리 예약한 민박집에 짐을 풀어 놓고, 단출한 차림으로 백도로 출발하기로 했다. 내일이면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변화막측한 섬 날씨 탓에 기회가 왔을 때 가야만 한단다. 가이드가 "3대가 공덕을 쌓아야 맑은 날 하루를 택해 섬을 볼 수 있다."라 하자 일행은 괜히 우쭐해하며 백도 가는 유람선으로 몸을 실었다.

'다도해의 해금강' 백도

백도는 거문도에서 동쪽으로 28㎞ 거리에 있다. 거문도 항에서 출발한 유람선은 약 40여분정도 지나자, 멀리 꿈처럼 백도가 보였다. 백도 안내를 맡은 권동일(51)가이드는 "오늘은 바다가 참기름 발라 놓은 것처럼 반질반질 하네요. 잉~"하며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섞어 운을 뗀다. 그러고 보니 검은 파도의 근육은 우리를 백도까지 유연하게 이끌어주었다.

백도는 보통 36개의 섬이다. 하지만 해수면이 낮아지면 바다 속에 있던 섬이 하나 둘 제 모습을 드러내는 데 그 수가 약 100개 정도라고 한다. 누군가가 정확하게 헤아려보니 '백'(百)에서 한 개의 섬이 모자라 한 '일'(一)을 빼고 보니 흰 '백'(白)이 돼 '백도'(白島)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보통 여행을 떠날 때, 울릉도와 독도를 하나의 코스로 묶듯이 거문도와 백도는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 버렸다. 독도에 입도가 불가능하듯 백도 역시 사람이 오를 수 없다. 덕분에 백도는 눈으로 보고 귀로 즐겨야 한다. 아쉽게도 백도의 명물인 '매 바위'와 '비행기 섬'은 유람선에서는 볼 수 없다. 백도에 직접 올라야만 볼 수 있는 풍경이기 때문이다.

원숭이 바위

상백도와 하백도로 나뉘는 백도는 푸른 바다 위에 불끈 솟은 형상이 굳건하다. 가이드는 "홍도의 모습이 여성적이라면, 백도는 남성적."이라고 단언한다. 가이드는 열심히 백도의 옆면을 지날 때마다 서방바위, 각시바위, 부처바위, 앵무새바위, 삼선바위, 병풍바위, 곰바위 등 기상천외한 바위의 모습과 유래를 설명하지만 여행객들은 그저 배위에 떠있는 전체의 풍광에 녹아들어 말없이 몽롱할 뿐이다. 백도의 절벽 중간쯤에는 사시사철 푸른 상록수가 울창하게 퍼져 있어 태고의 신비감이 절로 느껴진다. 백도의 비경을 제대로 구경하고 나면 거문도 여행의 반은 이미 성공한 것이다.

걷다 마주치는 모두가 그림이다


거문도에 가볼만한 코스는 셋이다. 그 첫 번째가 아침 등산으로 딱 좋은, 서도의 보로봉에서 불탄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 두 번째는 너무도 유명한 거문도 등대 동백숲길이다. 그 나머지 하나는 서도마을에서 출발해서 인어해양공원과 녹산등대 그리고 이금포 해수욕장로 이어지는 3㎞코스의 산책로가 일품이다. 특히 10월이면 거문도 갈치가 유명하다. 소주 한 잔과 곁들여 먹는 갈치회와 해녀가 걷어 올린 어른 주먹만 한 홍합은 거문도의 밤을 오랫동안 기억하게 만든다. 따개비가 덕지덕지 붙은 홍합을 넣은 국물은 바다 맛이 뽀얗게 우러나왔다.


이른 새벽, 첫 번째 트레킹코스인 불탄봉 능선길에 오르다 만난 거문도의 일출은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풀어내고 있다. 검은 바다 위에 피어나는 꽃처럼 태양은 피어났다. 10여분 능선길을 오르다보니 드디어 바다가 보인다. 아득한 절벽 아래로 바다가 넘실거린다. 새벽바람과 하늘과 바다가 신선하다. 길을 걷다 보면 수평선이 어깨선에 맞춰 따라온다. 길 중간에 쌓아놓은 돌탑들이 특이하다. 사람들은 어떤 경이로운 풍경 앞에 서면 자연스럽게 신을 떠올리나보다. 돌탑 아래로 내려가다 보면 위태롭게 서있는 신선바위가 보인다. 망망대해에 떠있는 작은 섬처럼 정상의 바위에 서면 아득하다. 그곳에서 보는 거문도 등대와 돌탑과 망망대해가 그림이다. 그저 저 그림 속으로 걸어가면 되는 길이 이 길이다.

동백꽃 길과 인어해양공원


아침식사를 마치고 향한 곳은 서도마을의 인어해양공원이다. 거문도 항에서 그곳까지 약10분간 유람선으로 이동한다. 서도마을에서 오르는 산책길은 가을의 풍미가 그대로 녹아 있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풍경'이 펼쳐진다. 멀리 여수로 가는 여객선이 흰 포말을 일으키며 파란 바다를 가르고, 대관령의 목장처럼 초록의 풀발이 그저 자유롭다. 들국화와 이름 모를 꽃들이 발끝에 묻혀 향내를 풍긴다. 완만하면서도 적당히 언덕이 있어 산책코스로는 대한민국 명품에 속한다.
오후에는 거문도의 필수코스 거문도 등대로 가는 길이다. 등대까지는 약 4km지만 쉬엄쉬엄 가도 좋은 길이다. 이생진 시인은 '거문도 등대로 가는 길'이란 시에서 "가다가 하늘을 보고, 가다가 바다를 보고, 가다가 꽃을 보고, 가다가 새를 보고"라고 노래했다.

등대까지 가는 길은 동백꽃 터널이다. 늦은 겨울, 동백꽃이 일제히 피면 푸른 바다와 붉은 동백꽃이 어우러져 선계(仙界)의 풍경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만들어진 오래된 거문도 등대는 한쪽에 가만히 앉아 새로 만들어진 등대를 바라보고 있다. 등대로 올라가보는 풍경보다, 이곳 거문도 사람들은 '백도를 바라본다'하여 이름 지어진 관백정(觀白亭)에서 보는 풍경을 최고로 친다. 사방으로 탁 트인 전망은 흐르는 시간을 잊기에 충분하다.

여수로 가는 3시 30분 출발 여객선을 타러가는 도중 만나게 되는 수협 갈치경매장은 외지손님으로 가득하다. 아침에 경매 받아 놓은 은빛갈치가 상자마다 가득하다. 방금 물에서 건져 올린 은빛 갈치가 햇살을 받아 더욱 싱싱하게 외지인의 얼굴을 환하게 물들인다.

윤기윤 기자 jawoon62@naver.com

◆ 여행 팁


-거문도 운항 여객선 : 여수 출발 오전 7시 40분, 오후 1시 두 번 출발, 비용은 36,600원이다. 거문도 출발 오전 10시30분, 오후 3시 30분 출발한다. 운항시간은 약 2시간 20분 정도 소요된다.

- 거문도에서 교통편 : 고도와 서도는 삼호교로 연결되어 있어 택시나 도보로 이동이 가능하다. 동도는 서도선착장에서 도선으로 이동하면 된다. 거문도 가는 여객선은 동도나 서도를 들렀다 간다. 백도 가는 유람선은 2만9천원이며, 거문도택시(10인승 승합차)는 등대가는 길 입구까지 1인기준 8천원(편도), 8명이상 3천원이다. 거리마다 요금은 달라지며 가장 긴 거리인 서도 끝까지는 보통 3만원 받는다. 여수 여객선터미널(061-663-0116), 거문도 여객선터미널(061-663-2824)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