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2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제빵왕 김탁구' 감동이 함께하는 빵빵한 나들이

얼마 남지 않은 방학…아이들과 떠나는 청주 당일치기 여행

  • 웹출고시간2012.01.26 18:12:08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편집자주

'어' 하다 보니, 방학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아이들과 기억에 남을 만한 여행 한 번 떠나지 못한 부모의 마음이 무겁다. 더군다나 올해부터 주 5일제 수업이 전면 시행된다. 여행, 멀리 갈 것 없다. 가까운 곳에 눈을 돌려보면 하루여행을 알차고, 재미있게 보낼 수 있는 코스를 찾아보자. 먼저,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를 추억하며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하루 당일치기 여행을 시간별로 계획해 본다.
ⓒ 윤기윤기자
◇오전 10시 - 제빵쇼와 전시관체험

걷잡을 수 없는 햇빛이 하얀 눈 위에서 충만하다. 중학교 1학년인 아들과 이웃주민 안욱주씨 가족과 함께 '따뜻한 빵 여행'을 떠났다. 청주문화산업단지에 위치한 '제빵왕 김탁구 드라마 기념 전시체험관'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다. 주차장으로 이용되는 너른 공터에 소복이 쌓인 눈을 보자 아이들은 서슴없이 눈을 뭉치고, 친구에게 서로 눈을 날렸다. 시작부터 한바탕 눈싸움이다. 체험장에 눈처럼 하얀 제빵사 옷으로 갈아입자 아이들은 신기한 듯 손으로 만져보고 우리에게 '어떠냐?'며 포즈를 취했다. 아이들의 웃음이 오랜만에 맑았다. 제빵 체험실은 커다란 공연장이며, 빵 공장이었다. 최대 200명이 동시에 빵을 만들 수 있는 제빵체험관에는 잘 숙성된 반죽(생지 1인당 160그램)이 자신의 몫으로 준비되어 있었다. 체험장에 온 가족들은 손을 씻고 자기 앞에 나눠준 반죽과 단팥을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 윤기윤기자
사회자가 익숙한 솜씨로 소보로빵과 앙금빵을 만드는 시범을 보이자, 아이들은 금방 따라했다. 작은 손으로 굴리고, 눌러 빵을 만들었다. 행복한 빵의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아이들이 만든 빵이 발효실에서 부풀어 커지고, 오븐에서 구워지는 동안 무대에서는 10시 20분쯤 제빵 쇼가 펼쳐졌다. 주제는 '세상에서 가장 신나는 빵'이다. 뭉근하게 익어가는 빵의 향내 또한 행복한 빵 여행의 동반자가 되어 주었다. 아이들은 꿈처럼 제빵 쇼에 녹아들었다.

제빵 쇼의 백미는 역시 신나게 두드리는 난타다. 난타(亂打)의 매력은 발산이며 색다른 자유로움이다. 두드리고 때리면서 온 몸의 스트레스가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내안의 슬픔은 녹이고 희망은 빵처럼 부풀어 오른다. 관객들은 함께 춤추며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신명은 배우와 함께 몰아의 경지로 몰아갔다. 이곳에서 사용하는 모든 악기들은 빵을 만들 때 필요한 집기들이다. 계량스푼, 반죽 볼, 주걱, 쿠키 팬, 빵틀, 밀대 등이 저마다 혼을 불어넣은 듯, 두드리면 리듬에 맞춰 소리를 낸다.

공연이 마무리 될 무렵, 관객들은 자신들이 만든 빵이 전시되어 있는 진열대 앞에서 숨을 죽인다. 뜨거운 빵을 담던 김미정(초등4, 여)은 "매일 이런 날이면 좋겠어요. 제과점에서 사먹던 빵을 내가 직접 만들었다는 것이 너무 신기해요. 제빵 쇼도 진짜 재미있어요."라고 말한다.

쇼가 끝나면 김탁구 드라마의 실내 세트장을 한번 둘러보고, 서문우동 한 그릇 비우는 맛도 그만이다. 우동 한 그릇 뚝딱 비우고, 다음 장소인 '수암골 팔봉제과점'으로 이동했다.

◇오후 1시 - '수암골 팔봉제과점'

'김탁구 드라마 체험장'에서 빠져나와 우암산 순회도로를 타고 수동 쪽으로 가다보면 우암산 전망대를 만난다. 청주시내 전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최적의 전망대다. 기자는 평소 청주관광명소 1景은 단연 이곳이라고 추천하곤 했다. 수암골로 내려가는 도중은 멋진 풍경을 머리에 이고 가는 느낌이 드는 곳이다. 곧바로 우회전하다 적당한 곳에 주차하면 수암골이 시작된다. 이곳은 6·25 때 피란민이 터를 잡고 생활하면서 달동네를 형성하기 시작했던 곳이다. 현재까지 옛 골목풍경이 그대로 남아 있다. 그런 이곳을 청주 민예총 등에서 벽화 50여점을 그려놓으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리고 지난해 드라마 '카인과 아벨'이 촬영되면서 유명세를 타면서 수암골은 부쩍 전국단위의 관광객들의 발길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 윤기윤기자
주말이면 수암골은 분주하다. 수암골 입구에 있는 미니 슈퍼 삼충상회 앞 작은 마당에 놓인 커다란 가마솥에 김이 오르고, 사람들로 북적이니 시골 동네잔치마냥 흥성스럽다. 가파른 골목사이로 그려진 벽화가 허름한 집도 품격을 덧씌운다. 대구에서 왔다는 커플 정인수(학생, 25)씨는 "부산의 동피랑 마을과 같은 곳이 청주에도 있다고 해서 왔다."라고 말한다. 수암골 간판 옆에 '꽃을 사랑한 호랑이'가 방문객을 '어흥'하고 반기는가 하면, 작은 창 주변에 그림 의자와 구름이 두둥실 떠간다. 익살스런 '먹보의 입속'에는 어느새 관광객의 머리가 들어가 사진 찍기에 바쁘다. 어둑한 문 안쪽에서 정물처럼 움직이지 않고 빛바랜 고서를 읽고 있던 노인은 "나 그저 심심해서 책을 보는 거야."라며 안경너머로 낯선 방문객을 살핀다. 읽고 있던 책은 김형욱 회고록이다. 고르지 못한 벽면에 도드라진 부분을 얼굴로 형상화하니 각도에 따라 모두 작품이 되었다. 아무것도 아닌 소재라도 예술가의 손을 거치고 나면 확실히 다르다. 수암골 입구에 우뚝 선 세련된 도시 건물 하나, 팔봉제과점이다. 사실 달동네 풍경과 도시풍의 팔봉제과점과의 대비는 극명하다. 드라마의 장면을 연상하며 둘러보면 감회가 새롭다. 특히 2층 창 쪽에서 바라본 청주 도심의 풍경은 그대로 엽서의 한 장면처럼 또렷하다. 시계를 보니 2시가 조금 넘고 있었다. 일행은 다시 청남대로 이동했다.

◇오후 3시 - 겨울 대청호, 청남대

수암골에서 청남대까지는 약 40분정도 걸린다. 과거에는 반드시 문의정류장에서 좌석버스를 타고 청남대를 갈 수 있었지만, 이제는 청남대 홈페이지에서 회원등록을 마치고 개인차량 출입 예약을 하면 자신의 승용차로 입장할 수 있다.

ⓒ 윤기윤기자
청남대 본관까지 걸어가는 동안은 겨울바람이 꽤 혹독했지만, 본관에 들어서니 잘 조성된 방풍림으로 인해 천연의 요새처럼 한 겨울임에도 따뜻하다. 2005년 건설교통부에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으로 선정된 본관으로 가는 길에는 백합나무 430여 그루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2대의 헬기가 이착륙이 가능한 잔디밭을 지나면 드디어 역대 대통령들이 묵었던 본관이 등장한다. 곧바로 대청호가 보이는 앞뜰로 나오면 김탁구 드라마 촬영장을 만날 수 있다. 아버지 구일중과 김탁구가 포옹하며 울던 장면이 새삼스럽다. 본관에서 오각정으로 가는 길에 유난히 작은 나무를 발견했다. 놀랍게도 노무현 전(前) 대통령이 심은 마가목이다. 본관 정면에 위치한 역대 대통령들의 크고 화려한 나무에 비해, 노무현 대통령의 나무는 뒤뜰에 소박하게 심겨져 있다. 대통령 별장을 일반 서민에게 양도한 것도 그분이다. 그분의 몸집처럼 작고 아담한 마가목이다. '삶과 죽음이 여일(如一)하니, 너무 슬퍼 말라.'라 했던 그분의 유언이 삼삼하다.

ⓒ 윤기윤기자
청남대 1경은 단연 오각정이다. 가는 길목에는 하늘 메발톱, 할미꽃, 바위 채송화, 톱풀, 관중, 고비 등 수많은 야생식물들이 지천이다. 겨울바람은 서걱대는 대나무 숲을 통과해 푸른 대청호에서 넘실댄다. 무궁화 모양의 오각정에서 바라본 풍경은 굽이굽이 절경이다.

오각정 가는 길이 대통령의 길이라면, 새롭게 조성된 '호반 산책로(약 3.2km)'는 온전히 서민을 위해 만든 길이다. 역사(歷史)는 저 강물처럼 끊임없이 흘러가고 흘러드니, 세월은 그저 덧없기만 하다.

한기가 몰려올 즈음, 5시가 임박했다. 청남대 퇴장시간은 동절기는 오후 5시다. 청주로 돌아오는 길목에 있는 성남집(043-297-8322)은 돼지고기 왕소금구이로 유명하다. 특히 간장만 달랑 얹어 내온 소면 맛이 일품이다.

/윤기윤 기자 jawoon62@naver.com

* 시간대별 하루 여행 코스

오전 10시, 제빵왕 김탁구 전시체험장(청주문화산업단지) 점심식사(우동), 약 2시간 소요 → 수암골로 이동(10분) → 오후 1시 수암골, 팔봉제과점 약 1시간 소요 → 청남대로 이동(40분) → 오후 3시 청남대, 약 1시간30분 → 5시에 하루 일정 끝.
이 기사 주변 소식 더 자세히 보기
현재위치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