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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08.08.07 16:39:48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한국경제가 처한 상황에 대해 논란이 분분하다.

“경제가 점점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경제위기론’에서부터 “힘들지만 위기는 아니다”는 ‘경제과장론’까지 나라경제가 처한 현실과 전망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이처럼 경제를 진단하는 다양한 목소리에 빠진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저 밑바닥에서 경기를 몸으로 느끼는 현장의 목소리이다.

현장의 목소리가 빠진 경제위기 논란은 한가한 ‘공자님 말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있는 사람이 흥청망청 했던 IMF때가 오히려 그립다.”

“수입은 IMF 때보다 못하고 손님은 월드컵 경기 때보다 못하다.”

“신규 인력수급은 이제 남의 일이지요. 수주와 파이낸싱(대출을 위주로 해서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건설사에서 사업을 수주해도 사업자금을 마련할 수 없으니 죽은 목숨이나 한가지입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 돼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는 실물경제 현장에서 들려오는 볼멘소리다.

지난 일주일(8월1일~7일)간 충북도내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현장에서 만난 이들은 한결같은 목소리로 “이대로 가면 어떤 사단(事端)이 날지도 모를 일”이라고 하소연했다.

청주시 가경동 시외터미널 승강장에 줄지어 서있는 택시들. 택시기사들은 “하루벌이도 빠듯하다”며 힘든 경제상황을 전했다.

ⓒ 김태훈 기자
지난 6일 오후 6시30분께 퇴근길 정체가 심한 청주시 가경동 시외터미널 앞에서 택시를 잡는데 손을 들면 그만이었다.

1995년 회사 택시를 운전하다 최근 개인택시로 간판을 바꿔달았다는 김정욱(58·가명)씨는 IMF때보다는 덜하지만 손님 구하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IMF 외환위기 때는 있는 사람들이 더 흥청망청 쓰는 덕에 부족한 수입을 만회했지만 최근 회사 택시나 현재 개인택시 모두 하루 10만원 벌이가 안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고공행진하고 있는 유류 값은 이들의 목을 더욱 죄고 있다.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침체로 자영업자들의 아우성도 극에 달하고 있다.

청주 육거리 시장에서 야채를 팔고있는 할머니. 하루 1만원을 벌기도 어렵다고 하소연 한다.

청주 육거리시장 인근에서 12년간 채소와 과일류를 팔고 있는 이모(73·여)씨는 요즘 하루 종일 한숨만 내쉰다.

2∼3년전까지만 해도 하루 평균 7~8만원의 매출을 올렸던 이씨는 최근 하루에 단돈 3만원을 벌기도 빠듯하다고 말한다.

그는 10여년동안 과일상을 하면서 살아왔지만 요즘 같은 불경기는 처음이라며 삶의 고단함을 토로한다.

청주 운천동 무심천변에서 7년 전부터 음식점을 운영해 온 권모(58)씨.

두달 전부터 피와 땀으로 운영해온 정든 식당을 정리하려 했지만 입주하겠다는 사람마저 나타나지 않아 고심 중에 있다.

자식들에게 짐이 되기 싫어 어떻게든 장사를 계속하려 했지만 올해 초고유가 현상에 최악의 불경기가 지속돼 장사 해봤자 밑지는 현실에 따른 고육책이라 한다.

권씨는 “우리 같은 소상인이 노후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장사를 그만두면 당장 생계가 막막하지만 매일 손해를 보면서 도저히 장사를 끌고 나갈 수가 없다”고 참담한 심정을 털어놨다.

그는 그러면서 “올 추석까지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지금 구상하고 있는 사업마저 포기해야 할 판”이라며 “이러한 현실이 어디 나뿐 이겠냐”며 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음식업중앙회 충북지회가 밝힌 한 자료를 보면 자영업의 현실을 가늠할 수 있게 한다.

6월말 현재 충북도내 전체 음식점인 1만7천145곳 중 1천4곳이 폐업한 것으로 집계됐다.

휴업업소는 무려 2천461곳에 달했다. 이는 전체 업소의 20% 정도가 영업을 포기한 것을 의미한다.

업황부진으로 명의를 변경한 업소도 1천561곳에 달해 음식업계의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 극에 달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음식점들이 문을 닫거나 전업을 고려하고있다. 한음식점이 점심시간에도 불구하고 텅 비어있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근간에 되고 있는 건설업계는 불황의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해 한마디로 ‘죽을 맛’이다.

건설시장 침체가 장기화되고 시장을 살리기 위한 정부의 대책이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에 그치면서 중소 건설사들이 고사 위기에 빠져들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해 도내 일반건설사 가운데 40% 이상이 단 한건의 공사도 맡지 못하는 등 수주난에 허덕였다.

그나마 대형 국책사업과 대부분 민간공사의 80% 이상은 타 지역 중·대형 건설업체가 수주한 것으로 나타나 지역 중·소 건설업체들의 설자리가 크게 좁아졌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원자재 값 폭등, 미분양 급증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대량 부도설까지 겹쳐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가운데 올 상반기 중에만 지역 건설업체 7곳이 부도를 냈다.

“중소 건설업체들은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극심한 자금경색에 봉착한 일부 건설사는 기존 사업 공사대금으로 만기 채권을 돌려막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어 부실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청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K건설 이모(60)사장의 이 같은 말처럼 지역 건설업체들은 경기 침체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 속에 소위 ‘9월 건설업계 대란설’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산업현장의 사정도 예외일 수 없다. 원자재가격 지속상승·고유가 등으로 원가경쟁력 약화, 채산성 악화 등으로 경영난을 호소하는 기업체가 점증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 2002년에 공장 가동에 들어간 음성지역에 위치한 철골구조물과 판넬 등을 생산하는 A사. 이 업체는 작년까지만 해도 건실한 중소기업으로 손꼽혔다.

하지만 올 들어 끝을 모르고 치솟는 유가와 원자재 값의 압박으로 최근 공장가동 축소까지 검토하고 있는 처지다.

그동안 일거리에 따라 임시방편으로 고용과 해고를 반복해 왔지만 회사이미지 마저 실추될 것 같아 공장가동 축소를 놓고 제품생산보단 인력수급 걱정에 한창이다.

청주산단에 위치한 D사의 박모(51) 사장.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하고 있는 이 업체는 최근 불황에 따라 인력수급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100여명에 이르는 현재의 근로자를 유지하자니 채산성이 맞지 않고, 인력감축을 시도하자니 회사문화 변화가 불가피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형국. 공장 사무실엔 얼굴에 수심이 가득찬 사무직 직원 4명이 애타는 시간만 보내고 있을 뿐이다.

이런 가운데 올 하반기부터 산업용 전기료마저 오를 예정이라 한다. 정부가 이달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을 8~9% 인상하겠다고 발표하고 나선 것이다. 추가부담이 예상되는 전기료 인상소식에 도내 기업체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박모(51) 사장은 “유가상승, 물가상승, 원자재 값까지 너무 많이 올라 납품 대상 공장이 비상경영체제로 전환, 덩달아 경영압박을 느끼고 있다”며 “경기 추이를 지켜보면서 내년을 기약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 장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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