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야, 도서관 가니?" "어, 아버님도?" 시아버지, 며느리 그리고 아이까지. 3대가 함께 아침을 먹고 가는 곳이 도서관이다. 신(新)풍속도가 생겨났다. 시아버지는 도서관 문화프로그램의 하나인 사진반에 간고, 며느리는 아이와 함께 모자열람실에서 그림동화를 본다. 점심시간이면 도서관 한쪽에 마련된 카페테리아에서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신다. 오후에는 식곤증을 달랠 겸 도서관 옆 미술관에서 새로운 조류의 미술품을 천천히 감상한다. 책을 보는 것도, 빌리는 것도, 영화를 감상하는 것도, 그림을 관람하는 것도 모두 무료다. 심지어는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등록해도 마찬가지다. 그저 점심값만 있으면 된다. 하루가 풍요롭다.용암동 건영아파트에 사는 김정숙(32)씨 "요즈음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 그리고 남은 시간이 있다면 게임과 TV가 전부다. 그런데 아이의 손을 잡고 어려서부터 도서관에 놀이삼아 오니 스스로 재미있는 꺼리를 찾아 행복하게 논다."라며 "재미있는 꺼리란 다양한 책들이 아닌가. 그 속에는 모든 것이 담겨있다. 또한 아이를 감싸고 있는 모든 환경이 영화, 연극, 미술, 교육프로그램들로 가득하다. 아이는 놀면서 성장하는 최적의 장소가 바로 도서관이다. 재미있
봄이 성큼 다가왔다. 봄이 왔기 때문에 꽃이 피는 것이지, 꽃이 피기 때문에 봄이 온 것은 아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하는 것이지, 결혼해야 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도 또한 아니다. 어려운 이웃에게 따뜻한 마음을 베푸는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어두운 그늘에 닿으니, 그곳에도 봄이 왔다. 지난달 26일, 상당구 자생봉사협의체는 대성동에 위치한 향교에서 어르신들 150여명에게 따뜻한 떡국 나눔 행사를 가졌다. 향교는 지역 문화와 효를 중요한 덕목으로 여기는 곳이라서 그 의미가 더욱 각별했다. "우리 자생봉사협의체 회원들은 어려운 이웃들에게 봉사를 하며 오히려 더 많은 걸 느끼고 배운다. 앞으로도 이웃들과 함께 하는 봉사활동을 펼치겠다." 자생봉사협의체 정옥순 회장도 이미 고희를 넘긴 나이다. 인생 70세면 이제 대접을 받아도 될 나이지만, 여전히 남을 섬기는 봉사활동에 앞장 서고 있는 것이다. 청주시 상당구 '자생봉사협의회'는 지난 2013년 11월22일 발족되었다. 상당구에 있는 총 20개 봉사단체가 모여 뜻을 합하였다. 현재는 15개 봉사단체가 매달 1회 봉사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지난 1월에도 어르신들을 위한 목욕봉사활동으로 그들의 손과 발이 되
'57,600명, 4783시간' 그녀가 20년 동안 미용봉사를 통해 머리를 다듬어준 사람의 숫자와 봉사시간이다. 20년 동안 일주일에 3번씩 꾸준히 미용봉사를 해왔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그 약속은 변함없이 지켜냈다. 몸이 불덩이처럼 펄펄 끓어도 그녀를 기다리는 환자들의 모습 때문에 미용도구를 챙겨들고 집을 나섰다. "글쎄요. 그렇게 숫자로 환원해보니 놀랍군요. 누구를 위한 일이기보다 결국 나를 위한 수행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머리를 깎으면 손끝에서 마음이 느껴져요. 좋은 마음들이 따뜻한 물처럼 내 마음으로 흘러 들어와요. 감사하는 마음과 행복한 마음이 에너지로 바뀌어 하루가 저절로 행복해집니다." 그녀는 미용봉사대 '미인회' 권정숙(58) 회장이다. 권회장은 교보생명에 보험설계사로 근무하면서 미용봉사를 하고 있다. 사람을 예쁘게 만들어 드린다는 의미의 '미인회'는 90년대 후반에 결성됐다. 10년이 훌쩍 넘은 봉사단체다. 미인회는 특별히 회장과 총무를 두지 않고 자율적으로 운영된다. 머리를 깎으면 마음도 개운해져 "저도 형식상 회장이지 회장이나 총무를 따로 두지 않고 그때그때 형편에 맞춰 봉사를 합니다. 모임이 커지고 조직이 만들어지면 서로의 갈등이
충북 청주가 고향인 신인가수 테인(23)이 지난 3월3일 3집 앨범 '새빨간'을 발표했다. 2012년 10월 첫 곡 'EVERY'에 이어 2013년 5월 2집 앨범 '저 꽃을 따다줘'를 발표해 가요계의 주목을 받았던 그녀였다. 최근에는 유투브, 페이스북 등 온라인상에서 각종 커버 곡들로 화제가 되면서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그동안 'EVERY', '저 꽃을 따다줘' 등 상큼한 곡들로 사랑의 설렘을 노래하던 그녀가 이번에는 분위기를 확 바꿨다. 소녀에서 성숙한 여인으로 변신한 듯한 독특하고 매력적인 노래 '새빨간'을 부르며 봄이 오는 길목에서 가요팬들을 향한 행복한 손짓을 하고 있다. 겨우내 참고 참아온 열정과 설렘,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뜨거운 기다림이 마침내 터져버린 것일까. 3월의 꽃샘추위가 밀려온 수요일 오후, 잠시 청주를 찾은 테인과 충북대 후문 앞 '춤추는 북카페'에서 차를 마셨다. ◇풍경에서 향기가 나다"데뷔곡 'EVERY'는 말 그대로 사랑하는 이와 모든 것을 함께 하고자 하는 소녀의 마음이라고 할까요. 그런 의미로 만들었어요. 보컬과 피아노 선율, 어쿠스틱 기타의 이상적인 조합을 꿈꾸었죠. 일상에 지친 많은 사람들과 연인들에게 달콤한 에너
마을이 환해졌다. 작은 호롱불로 겨우겨우 불을 밝히던 필리핀 오지마을에 태양광 전지를 이용한 가로등이 세워지고 집집마다 환하게 불빛이 들어왔다. 필리핀 누에바 에시하 주정부의 기획국장인 마이클 칼마는 "처음에 한국 글로벌피스재단 측에서 '올라이츠 빌리지 프로젝트'를 소개할 때만해도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태양광랜턴을 전달받고 기뻐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보며, 지난 2년간 '올라이츠빌리지 프로젝트'를 누에바 에시하에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나의 선택이 옳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뿌듯해 했다. 올라이츠빌리지 충북본부 안민자 본부장은 "작년 1월 올라이츠빌리지 워크숍에 참여했다. 즉석에서 어려운 아이들에게 필리핀 교과서 지원 모금을 펼치자, 금세 300만원이 모아졌다. 그때 마음속으로 청주에서도 '올라이츠 빌리지' 운동을 전개하고자 결심했다."라고 말한다. 올라이츠 빌리지 프로젝트는 2013년 6월 인도네시아 바투라덴 마을에 160개의 태양광랜턴을 전달한 후, 이를 더욱 확대시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진행하고 있다. 안민자 봉사자는 작년 가까운 지인들과 필리핀 오지 마을인 누에바시 카비오군 두마네스 마을을 선정, 태양광랜턴을 전달하기로 마음을 모았다. 그녀는 "태
바람이 불면 풍차는 돌아간다. 추운 한겨울, 따뜻한 바람을 일으키는 풍차가 생겨났다. 바로 대한적십자에서 만든 '희망풍차'다. 희망풍차란 우리 주변의 소외된 어린이, 어르신, 다문화가족, 북한이주민을 위한 대한적십자사의 새로운 희망심기 캠페인이다. 적십자사 전문봉사원 2명이 매주 1회 이상 어려운 가정을 방문하여 반찬전달, 목욕봉사 등의 기본서비스는 물론, 각 대상자에게 필요한 도움(의료, 주거개선, 교육, 기초생활)을 더 제공해 주는 맞춤형 통합서비스다. 지난 주, 희망풍차가 돌아가는 현장은 청주 휴암동 적십자사 식당이었다. 적십자사 문을 열고 복도를 따라 가다보니 구수한 냄새가 늦은 오후의 식욕을 자극한다. '청나봉사회'에서 독거노인 세 분을 모시고 특별한 음식을 대접하려는 것이다. 바로 구절판 요리다. 완성된 음식을 그대로 드리는 것이 아니라 함께 구절판 요리를 만든다. 노인들과 봉사자들이 함께 어울려 직접 음식을 만들고 맛보며 흥겨운 잔치 분위기를 안겨드리고 싶었던 것이다. 청나봉사회 류미향(49)회장은 "홀로 집에서 있는 어르신들은 만들어진 음식을 대접받기 보다는 젊은 봉사자들과 몸으로 부딪히며 직접 음식을 만드는 것을 좋아합니다."라고 말한다.
부산 밤바다에 정박해 있는 하카다행 카멜리아호에 오르니 일개 범인(凡人)의 가슴에도 문득 비정의 역사가 일렁인다. 전에 비행기로 쉽게 일본 상공을 건넜던 것과는 반대로 복잡한 심사가 얽힌다. 나의 외조부도 일제강점기에 약관이 채 못 된 나이에 이 어둔 바다를 건너 생업을 구하신 적이 있다. 얼마나 숱한 이들의 눈물이 떨어진 바다이더냐. 깊고 어둡게 일렁이는 밤바다에 오욕의 역사가 어른거린다. 밤 10시 30분에 출발한 배는 다음 날 새벽 4시쯤 후쿠오카의 하카다항에 닿았다. 후쿠오카하면 또한 윤동주를 생각지 않을 수 없다.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스물여덟의 청춘으로 스러져 영원히 맑고 푸른 청년 시인의 전설이 된 윤동주! 그러나 저들은 윤동주를 쓰러뜨렸으나 또한 현재 후쿠오카에는 순수 일본인들로 구성된 '윤동주 시를 사랑하는 모임'도 있으니, 군국주의의 그늘이 짙은 가운데도 한 줄기 밝은 눈빛은 살아 있다. 그 빛이 이끄는 대로 일본의 민낯을 만나보기로 한다. 모든 신들이 모여 사는 곳 남장원 남장원으로 향하는 길, 비가 내렸던지 물기 품은 도로가 정갈하게 반짝인다. 마치 손님을 위해 말갛게 물걸레질해 놓은 느낌이다. 우리보다 폭이 좁은 도로임에도 정체가 되거나
30년 지음(知音)이다. 날 때부터 함께 태어나지 않았지만, 삶의 황혼기에 만나 새로운 삶을 함께 보내고 있다. 정년퇴임을 앞두고 하나같이 자원봉사의 삶에 의기투합한지 30년이 흘렀다. 그리하여 그들의 행적 앞에 '실버 트리오'라는 이름이 따라 붙었다. 마치 뒤마의 삼총사처럼 뗄래야 뗄 수 없는 봉사의 삶을 함께 살고 있다. 실버트리오는 바로 오정근(80)봉사자, 장기원(77)봉사자, 김학수(74)봉사자다. 그들이 처음 봉사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99년 말, 청주농고 교사로 정년퇴임을 하면서였다. 나이는 서로 같지 않지만, 비슷하게 정년퇴직을 한 우연(偶然)이 또 다시 새로운 인연(因緣)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우리의 인연은 남다르다. 오랜 기간 동안 청주농고에서 함께 교사로 근무했다. 그때의 인연이 정년 후에도 봉사의 현장으로 이끌었다. 덕분에 새로운 인생을 값지게 살고 있다." 오정근봉사자와 장기원봉사자는 동시에 정년퇴임을 했고, 김학수 봉사자만 그보다 1년 늦은 이듬해에 정년퇴임했다. 오정근 봉사자는 "정년을 하고 한동안 산악회에 다녔다. 1년 정도 다니고 나니, 특별한 의미가 없었다. 해서 늘 함께 모이던 장기원과 김학수에게 무언가 뜻 깊은 일을 하
뜬금없이 편지 한통이 우편함에 걸렸다. 발신은 '제천시 수산면 옥순봉로 6길'이다. 발신자는 그저 '겨울소식'라고만 적혀 있었다. 오랜만에 받아본 손 편지라 감회가 새로웠고 내용이 궁금했다. 낯선 필체로 하얀 봉투 위에 새겨진 내 이름 석 자가 새삼 생경스럽게 보였다. '기억하는가 친구. 네 소식 우연히 들었어. 평생 서울에서만 살다가 이곳 제천 산야초마을에서 하루를 지내다보니 이런저런 옛 생각이 났다. 따뜻한 구들방에 누워 네게 소식을 전해본다. 아이들은 아궁이에 군불을 넣기도 하고, 팽이치기도 하며 추위 속에서도 잘 논다. 아내는 약초를 이용한 비누 만들기와 염색체험 재미에 푹 빠져 있고….' 오래된 기억 속에서 친구의 얼굴을 떠올렸다. 편지를 읽으면서 그리움과 함께 '제천에 그런 곳이 있었나?'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그렇게 찾아간 곳이 제천 산야초마을이었다. 사실 청주에서 비교적 가까운 내 고장 충북의 제천이 아니던가. 볼거리 많고 먹을거리 풍족한 제천은 '건강휴양도시'를 꿈꾸는, 아직 오염되지 않은 보석과 같은 도시이다. 또한 쪽빛 호수와 맑고 깊은 산과 계곡, 그윽하기 그지없는 역사와 전설이 서린 오감만족 명품 여행도시이다. 이번 겨울에 가볼
물이 흐른다. 강이 없는 도시에 낸 작은 물길은 실핏줄처럼 곳곳을 누비며 새로운 꿈을 꾸게 만들어준다. 40년 가까이 방치되었던 청주체육관 앞 사직2공원이 공공디자인 조성 사업으로 세모의 12월, 새롭게 단장되었다. 삭막하던 이미지는 '물의 순환'을 주제로 새롭게 변모한 것이다. 청주 시내 중심가로 접어드는 관문에 위치한 사직2공원은 1975년 기존 임야지대를 공원으로 지정한 후, 38년간 조성사업이 추진되지 못했다. 그러자 도로변을 따라 노후 무허가 주택이 생겼고 불법 무속행위가 성행했다. 또한 임야 잡목과 고사목이 방치되어 도시미관을 해쳤다. 고심 끝에 청주시는 사직2공원 주변 도심환경을 개선하고 인근 지역주민들에게 질 높은 휴게공간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2005년에 본격적으로 대로변 노후건축물 14동을 사들여 철거하고 조경 나무를 심어 환경개선에 나섰다. 하지만 토지소유자의 보상거부와 예산 부족으로 진척이 없었으나,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의 공공디자인 사업으로 '사직2공원 조성사업'이 선정되어 국비 26억원을 확보해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하게 되었다. 마침내 사직2공원은 2012년 10월 착공한 '사직2공원 공공디자인 조성사업'의 공사를 순조롭게 마
현대의 신탁(神託) "펜대 놀려서 먹고 살 운명이다." 십여 년 전 처가 이모댁에 갔다가 그 집에 와있던 어느 청년에게서 들은 말이다. 정확히 말하면 직접 듣게 된 것은 아니고 그로부터 며칠 후 그 청년이 필자의 얼굴을 보고 난 후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을 전해 들은 것이다. 그 청년은 관상을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그때는 물론 글 쓰는 일을 하지 않았던 시절이었고, '나보다도 어린 사람이 뭐 그런 말을 다할까' 하고 대수롭지 않게 들어 넘겼던 기억이 있다. 지금도 그러한 관상이나 그 흔한 토정비결에도 관심을 두는 편이 아니지만, 사람이나 크게는 국가의 운명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 정해진 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미약한 인간이 어떤 신적인 영역에 의지하여 삶을 풀어가고자 하는 심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 연원이 매우 깊다. 나라마다 고유의 신화가 있고 서양문명의 토대를 이루는 그리스로마신화에서도 인간들은 생의 고비마다 신전을 찾아가 신탁을 받곤 했다. 최첨단의 과학기술과 정보 매체에 둘러싸여 사는 현대인들이 점집의 아기동자를 찾아가는 것도, 토정비결을 보는 것도, 저마다 마음 속에 개인의 신전을 세워놓고 있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랴.
항주에서 상해까지 차량으로 약 3시간가량 걸린다. 그래서 상해를 중심으로 여행 코스를 잡을 때 인근 소주와 항주를 함께 묶는다. 상해와 항주는 바다를 끼고 형성된 도시다보니, 안개는 흔한 일상이 되어 버렸다. 안개가 심하면 어김없이 중국의 고속도로는 차단된다. 교통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사전조처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 상해에서는 정해진 일정대로 제 시간에 여행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 상해는 그 면적만으로도 서울의 10배가 넘는다. 상주 인구는 1천858만 명으로 서울의 1.8배에 달한다. 상해는 동중국해 연안에 있으며 북으로 양자강 어귀와 남으로 항주 및 위판만 사이에 있다. 중국의 주요 산업 및 상업 금융의 중심지이며 항구도시다. 북경 천진과 함께 중국의 3대 직할시 가운데 하나이며 2008년 공식 집계 인구 약 1천900여만 명 유동인구를 합하면 2천500만 명이 넘는 대도시다. 상해가 국제적인 무역항으로 급격히 성장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중엽 외세가 발을 들여 놓기 시작한 때부터다. 이 영향으로 서양식 건물이 많이 남아 있으며 중국 어떤 도시보다 개방적이고 국제적이다. 호텔에서 서둘러 조식을 끝내고 수향의 도시 주장으로 떠났으나, 짙은 안개로
해가 막 질 무렵 초겨울 도심의 거리는 어쩐지 스산하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잔뜩 몸을 움츠리고 저마다의 집으로 종종걸음을 친다. 하지만 이곳에서만큼은 사람들이 어깨를 펴고 걷는다. 깊은 산속의 울창함과는 거리가 먼, 아파트 틈새에 만들어진 산책길이지만 사람들은 걸으며 달콤한 공기를 흠향한다. 지난 2009년 칙칙하던 금천동 거리가 화사하게 바뀌었다. 주민들이 마음을 모아 거리에 꽃을 그렸고, 아파트 사이에 난 길을 산책길로 예쁘게 단장했다. 금천동 롯데리아 사거리에서 부영아파트 9단지 입구까지 장자로 인도 바닥 250m에 꽃 그림을 그려 넣었다. 당시 금천동 주민센터는 사회적 취약계층에 일자리를, 주민들에게는 즐거움을 제공하기 위해 희망근로 사업 참여자 20명에게 페인트로 채색하는 일을 맡겼다. 밑그림은 주민센터와 자매결연한 충북 구상작가회 회원들이 그렸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주민들 통행이 많은 금천고 입구에서 장자마을 5단지 구간의 차 없는 거리 800m를 예술 작품들로 가득 채우는 '테마의 거리'로 조성했다. 양쪽 아파트 벽면에는 그림이 들어간 타일과 대형 인물초상화, 바다풍경으로 장식했다. 타일 벽화는 금천동내 초등학생 500명과 청주시와 자매
"저건 뭐지?" "아, 우리들이 배우던 RAC(레이더접근관제)다." 쌀쌀한 겨울 날씨에도 학생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신기한 듯 시간가는 줄 모르고 다양한 항공장비들을 둘러봤다. 세미나실에서는 현직 관제사들이 현장에서 일어나는 생생한 이야기들을 들려줄 때면 학생들의 눈빛은 초롱초롱 빛났다. 그동안 머리로만 이해되었던 이론과 지식들이 직접 현장에서 펼쳐지니 더욱 실감이 나는 모양이었다. 이날 행사는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충청본부(본부장 신희만)에서는 올해로 14회를 맞이하는 '전파방송 산업진흥주간'을 기념해 미래 항공분야의 주역이 될 청주공고 항공산업기술과 학생들을 초청하여 이루어졌다. 지난 11월 26일(화) 실시된 전파현장 체험학습은 미래의 전파분야 주역이 될 청소년을 대상으로 통신(선박, 항공, 휴대폰, 무선랜), 방송(라디오, TV, DMB), 관제(AIS, ILS, VOR), 교통(RFID)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의 일상생활에 널리 이용되고 있는 전파에 대한 이해를 높이자는 취지였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최정석(공고, 2)학생대표는 "일상생활에서 전파를 '더 빠른 속도, 더 향상된 품질, 더 다양한 기술'로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전파 전문직업인과
오르다 문득, 마주한 풍경이 개운하다. 솜사탕 같은 운무가 섬과 섬을 이어주고 하늘 아래 점점이 펼쳐진 섬들은 서로의 허물을 끌어안고 남해(南海)는 보리암을 올라다보는 형국이다. 세상의 경계가 모두 무너지는 곳에 우뚝, 화엄의 세상이 솟아 있다. 바다의 광막한 넓이에서 무궁한 부처의 법어가 은은히 흘러나올 것만 같다. 비가 올 것 같이 잔뜩 찌푸려져 있던 하늘은 거짓말처럼 맑게 개어 있었다. 태양은 구름을 가르고 그 따사로운 얼굴을 내민다. 빛살로 바다와 대지를 씻고 닦고 어루만졌다. 위태로운 천길 벼랑 끝에 위치한 화엄은 화합과 용서의 깨우치는 도량(道場)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렵고 힘든 이곳으로 자꾸만 오르나보다. 해가 설핏해질 무렵, 보리암에 올랐다. 상주해수욕장에서 곧바로 올려다보면 돌산이 보이는데, 바로 그 산이 금산이다. 보리암은 금산의 맨 꼭대기에 위치한다. 보리암의 초입을 알지 못해, 무작정 네비가 일러주는 그대로 가면 복곡탐방지원센터로 인도한다. 이곳에서 버스를 타고 보리암 9부 능선까지 차로 이동할 수 있는 곳이다. 9부 능선인 입구에서 약 20여분정도 산행을 하면 보리암을 만나게 된다. 바닷가에서 바라보면 산 전체가 하나의 커
남루한 옷차림의 젊은 남자가 소주병을 들고 간이역에 들어섰다. 역내 의자에 고단한 몸을 뉘였다. 다음 학기 등록금을 마련하려고 이리저리 뛰어 다니다, 스스로 한계를 느꼈다. 천성적으로 허약한 몸은 더욱 나빠졌다. 이제 다시 잠에서 깨어나면 목숨을 끊겠다는 결심을 하기 위해 무작정 떠나온 길이었다.그렇게 혼곤하게 잠든 새벽, 누군가가 그의 품속을 뒤지기 시작했다. 곧 죽을 몸이므로 지켜야할 것도 없었다. 게다가 주머니에 든 것이라고는 동전 몇 닢뿐이었다. 다음날 아침, 주머니에는 뜻하지 않는 일이 생겨났다. 꼬깃꼬깃한 지폐 몇 장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삶의 끝에서'사람'을 만난 것이다. 이렇듯 한때 자살을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현재 우리나라 최고의 역학자로 자리를 잡고 있는 그는 충북 청주가 고향인 김동완(51)교수다. 현재 그는 동국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사주명리학과 성명학을 가르친다. 개그맨 유재석, 박명수, 정형돈, 탤런트 최수종, 이재룡, 유준상, 야구선수 이승엽 등 유명 스타들이나 정치인들의 운명 컨설턴트를 했다. 그에게 우리의 삶과 미래를 물었다. "삶의 끝에서 사람을 만났다. 어떻게 살아왔나?" "절실하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누군지도 모르는
슬로푸드(slow food)가 대세다. 신선하고 맛좋은 제철음식을 정성스럽게 요리해서 식탁에 올리면, 온 가족이 행복하다. 패스트푸드에 식상한 사람들이 이제는 건강 식단에 눈을 돌리면서,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것이 사찰음식이다. 과거 사찰음식은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기 힘든 특정한 스님들의 음식으로만 인식되어 있었지만, 이 분야의 유명한 선재스님을 비롯하여 다양한 경로로 사찰음식을 만드는 방법이 소개되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전국의 대한불교조계종 소속 사찰은 약 2천500여 곳이다. 그 중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사찰음식으로 명성이 자자한 몇 곳을 선택해 '숨어있는 사찰음식'을 탐방해 본다. 이번 사찰음식 탐방에는 사찰음식전문가 표복숙 원장(선재사찰음식문화연구원)과 함께 했다. 제일 먼저 우리고장 제천에 있는 '고산사'로 향했다. 고산사는 특이하게도 남자 주지인 장산스님이 사찰음식의 대가로 알려져 있다. 음식도 하나의 도(道) 제천 고산사로 가는 길이 절경이다. 산사 가는 길이 월악산을 가로질러야 갈 수 있는 덕분에 뜻밖의 호사를 누렸다. 단풍이 사방 천지에 가득했다. 단풍이 들지 않은 곳은 그림의 배경처럼 변함없이 드리워져 있는 하늘뿐이었다.
기차의 의미 기찻길 옆 오막살이 기차 소리 요란해도 아기 잘도 잔다. 기찻길 옆 옥수수밭 기차소리 요란해도 옥수수는 잘도 큰다. 어렸을 때 많이 불렀던 동요다. 별 생각 없이 흥얼거렸던 노래지만 가만 들여다보니 사람들의 기차에 대한 일반적 정서가 남다르게 느껴진다. 기차 소리 요란한데 어찌 아기가 잘도 잘까. 기차에 대한 향수어린 근원적 호감이 배어 있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비행장이나 일반 차량에 대한 주거민들의 소음 시비는 들어보았어도 기차 소음에 대한 분쟁은 별로 들어보지 못한 것 같다. 이렇듯 기차는 인간의 탈것 중에서 묘한 정취를 자아내는 도구다. 이런 점에서 2013년도 대종상 후보 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는 제목이 주는 친근감이 남다르다. 이 영화는 1970년대에서부터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프랑스의 자크 로브와 알렉시스의 구상으로 시작되어 이후 장마르크 로세트가 이 프로젝트에 합류, 1984년 만화로 출간되었다. 1986년 앙굴렘 국제만화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였고, 2000년도 완간되기까지 두 명의 작가가 먼저 세상을 떠나기도 했다. 상승 욕망은 인간 내면의 엔진 영화의 열차는 통상 우리가 갖고 있는 기차의
지난 6월 영화계는'은밀하게 위대하게'로 여름이 채 오기 전, 뜨거운 영화 열풍에 휩싸였다. 695만7천888명의 누적 관객 수를 기록하며 2013년 흥행작이란 타이틀을 얻었다. 이 영화를 연출한 장철수 감독은 충북 제천출신이다. 2010년'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로 데뷔해 각종 영화제 신인감독상을 휩쓸며 주목 받았다. 장철수 감독은 김기덕 감독의 애제자다. 영화 '해안선'으로 영화계에 입문, 2003년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2004년 '사마리아' 조감독을 맡았다. 가을이 깊어가는 충주호에서 장철수 감독을 만났다. 어머니를 모시고 온 그와 충주호반을 함께 걸으며 영화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6월 개봉한'은밀하게 위대하게'는 각종 화제를 낳으며 약 700만 관객을 동원했어요. 소감은?" "팬 여러분께 고맙지요. 영화 찍다보면 좋은 일과 원치 않는 일이 수없이 반복됩니다. 결과가 좋아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모든 출연진 그리고 제작진의 열정과 노고에 새삼 고마운 마음 가득합니다." "장감독이 좋아하는 영화는?" "제가 좋아하는 영화는 셀 수 없이 많아요. 순위를 매긴다는 것은 왠지 죄짓는 기분이 들고요. 어떤 특정한 영화만 언급한다면 다른 영화들
지난 밤, 편백나무 숲에서 피톤치드로 샤워하고 보성의 시골 풍경에 취해 침상에 누웠다. 창(窓)을 열자, 일제히 몰려든 별빛과 달빛이 쏟아져 불 꺼진 방안이 일순 환해졌다. 방안으로 들어온 별빛 달빛은 그대로 머리맡 공기에 배어들어 새벽까지 이어졌으리. 그리고 절로 깨어진 아침은 그지없이 상쾌했다. 도심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편안함이다. 오늘은 여수로 향한다. 가을 단풍이 먼저 도착하기 전, 먼저 향일암으로 길을 떠나본다. 아침나절 보성에서 출발해 여수에 도착하니 점심나절이다. 배가 출출하다. 여수에서 '해물한정식'을 못 먹어 보면 평생 후회한다고 한다. 해물한정식은 여수시청 부근 한일관(061-654-0091)이 꽤 유명하다. '여수 해물한정식은 처음 찬 음식으로 시작해서 더운 음식으로 마무리 짓는다. 그래야 참 맛을 느낄 수 있다.' 첫 번째 오른 상은 찬 음식이다. 싱싱한 제철 해산물 스물 몇 가지로 차려지는데, 맛에 앞서 눈이 호사를 누린다. 하나하나 제철의 농익은 맛이 달았다. 두 번째 상은 따뜻한 음식이 나온다. 홍어삼합을 비롯해 능성어 구이탕수, 해물완자, 소불고기, 키조개관자 볶음 등이다. 따뜻한 기운이 몸에 들어가니 나른해지면서 마음이 편해진다
가을을 맞으러 떠나보자. 지금 가을은 어디쯤 오고 있을까. 아직 형형색색으로 물들지 않는 숲과 호수지만 막 가을 봉오리를 터트리기 직전의 풍경은 오롯이 대청호 숲에 펼쳐져 있다. 완연한 가을이 오기 전 대청호 숲은 깊고 그윽하다. 대청호에서 피어오른 물안개는 산책길에 쾌적한 서늘함을 제공해준다. 간간히 마주치는 연인(戀人)들의 어깨엔 벌써 가을이 묻어난다. 지친 몸과 마음이 무거울 때, 잠시 짬을 내서 대청호로 달려보시라. 영혼의 바람소리마저 자유로운 곳. 청주 지척의 거리에서 청정 숲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요즈음 숲의 가치는 오히려 설명이 구차할 지경이다. 나무가 뱉어낸 산소를 마시면 정신은 맑아진다. 또한 나무가 자신을 보호하려고 내뿜는 항균물질 피톤치드를 온 몸으로 쐬면 실제적 치유 효과가 탁월하다. 대청호 숲은 푸르고 고요하고 상쾌하다. 숲의 몸은 신선한 박하향이 나는 듯하다. 가을의 숲길은 명정하다. 잠시 헤엄쳐 보고 싶도록 맑게 갠 하늘이 얼굴을 내밀고, 가을 옷을 입기 직전의 숲은 푸른 색 레이스 실에 은사를 섞어 촘촘히 짜서 만든 것처럼 눈부셨다. 도로의 바탕색은 더욱 선명하고, 풍경은 튀어 나올 듯 윤곽이 또렷해진다. 잠깐이지만, 가을
무더위가 한풀 꺾이더니 어느덧 추석 연휴의 문(門)이 활짝 열렸다. 그 문을 밀고 들어가면, 그리운 얼굴들이 가을과 함께 겹쳐 들어온다. 행복한 5일간의 휴가를 슬기롭게 보내는 방법은 없을까. 때마침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2013년 9월 11일 개막되어 오는 10월20일까지 40일간 옛 청주연초제조창에서 개최된다. 외지에서 온 일가친척들과 함께 방문해보는 것도 좋은 추억거리가 될 것이다. 비엔날레는 이탈리아어로'2년마다'라는 뜻으로 미술 분야에서 2년마다 열리는 전시 행사를 일컫는다. 격년제로 치러지는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의 2013년 주제는'익숙함 그리고 새로움'이다. 오래되고 낡은 창고에 공예의 꽃이 피니 더욱 또렷하고 명징하다. 과거 연초제조창의 모습을 그대로 보전하면서 공간 활용을 극대화한 2013년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미학이 꿈꾸듯 펼쳐진다. 할아버지와 손자가 함께 손잡고 관람하듯, 오래된 전시장에 세련된 공예작품이 들어서니 또 다른 공존(共存)의 조화(造化)다. 올해의 주제처럼 익숙함을 입고 새로운 공예의 숲을 거니는 기쁨을 만끽해보자. 2층부터 거슬러 올라가기 - 기획전1, 초대국가관 거대한 공룡의 품 속 같은 공예전시장
늦은 오후, 동해의 푸른 바다에 앉아 본다. 강릉에서 속초 방향으로 7번 국도를 따라 약 40여분 달리다 소돌항을 지나면 바닷가에 자리한 작은 암자 휴휴암을 만날 수 있다. 이름도 휴휴암(休休庵,) 즉 '쉬고 또 쉬는 절,'이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만난 휴게소에서 커피 한 잔 마시는 느낌이랄까. 휴휴암에 펼쳐진 풍경은 그대로 휴식이다. 작은 절과 이어진 너른 바위는 바다 물위 평상(平床)처럼 펼쳐져 있다. 너른 바위를 호위하는 듯한 주변 바위들의 각종 형상은 방문객의 작은 탄성을 끌어낸다. 맨발로 걸어 가 그대로 드러눕고 싶어진다. 휴휴암의 주지 홍법스님이 이곳에 암자를 짓고 기도를 드리기 시작한지 4년째 되던 해, 무지개가 뜨는 해변에 누워 있는 관세음보살상을 발견했다고 한다. 철썩거리는 파도 사이에 뽀얗게 드러난 형상은 그대로 '관세음보살상'이었을 것이다. 어찌 보면 넉넉한 몸피의 달마상도 닮았다. 그의 얼굴에 어린 미소는 때론 환하게 보이지만, 조금만 방향을 빗겨 바라보면 세상을 조소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와(臥)불상 우측에는 관세음보살상을 향해 기어가는 모습의 거북바위와 선명한 발가락 모습의 발 모양 바위, 그리고 손가락을 가만히 말아 쥔 모습의
섬의 공기는 다르다. 바다 냄새가 비릿하게 섞인 바람은 먼 이국의 꿈을 실어다준다. 하얀 등대에 그림처럼 날고 있는 갈매기와 푸른 하늘에 나를 올려놓는다. 그런 향수에 잠겨 있을 즈음, 고만고만한 섬들이 눈에 들어온다. 선유도는 군산과 변산반도 사이 고군산군도를 대표하는 섬 가운데 하나다. 고군산군도는 선유도를 비롯해 야미도, 신시도(新侍島), 무녀도(巫女島), 장자도(壯子島), 대장도(大長島) 등 총 63개의 섬으로 이루어졌다. 그 가운데 16개 섬에 사람이 산다. 선유도(仙遊島)는 '신선이 노니는 섬'이라는 뜻이다. 선유도의 원래 이름은 군산도였다. 조선 시대에 군산도에는 수군 본부인 군산진이 있었는데 왜구들이 군산진을 피해 인근 연안으로 침입하자, 수군 진영을 지금의 군산시로 옮기며 '군산'이라는 이름까지 가져가 버린 까닭이다. 그래서 원래의 군산도는 할 수 없이 옛 '고(古)'를 더해 '고(古)군산'이 되었다. 군산항에서 뱃길 따라 1시간 군산항에서 배를 타고 1시간 정도 가다보면 어스름하게 멀리 고군산도가 보인다. 섬들이 고만고만해 선유도를 한 눈에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선유도는 고군산군도 8경의 대부분이 선유도 안에 있을 만큼 자연풍광이 아름답기
올 여름은 무더웠다. 이제 가을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지난25일 청주의 한 음식점에서 전(前) 김민석 의원을 만났다. 한때 정치계 최고의 블루칩으로 여겨지던 그가 지금은 정치에서 한걸음 물러나 단국대 행정법무대학원 코리아리더십스쿨(KLS) 주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그런 그가 원생들과 함께 지난 한 학기(6개월) 강의와 토론 결과를 한데 묶은 '대선의 법칙과 미래'라는 보고서를 내놓아 주목을 끌었다.-얼마 전 김교수가 펴낸 대선평가서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문제인 의원, 안철수 의원에 대한 의견도 냈더군요. "모든 일의 성공에는 시대정신과 내공의 결합이 필수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성공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복지와 통합이라는 슬로건을 선점했다는 것이다. 반면 문재인 의원은 '노무현 어게인'이라는 낡은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했다. 노무현이 아닌, 문재인만의 강력한 리더십의 부재가 아쉬웠다. 안철수 의원의 슬로건은 구체적이지 않고 모호했다. '새 정치'가 무엇인지 많은 국민들이 알지 못해 믿음을 주지 못했다. 그러나 집권보다는 집권이후의 성공이 더욱 중요하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대통합이 실종되었고 계층 그리고 지역 간의 갈등도 풀어내지 못하고 있다. 남북문
[충북일보] 오는 30일 본보와 충북리더스클럽이 주최하는 '14회 충북경제단체 친선골프대회'가 오전 11시 30분부터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그랜드 컨트리클럽(그랜드 CC)에서 열린다. 대회는 경제인들의 친목 도모와 상호 간의 다양한 정보교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대회는 도내 경제단체 회원과 재경 경제인 등 160여 명이 40개 팀을 이뤄 신페리오 방식으로 치룬다. 라운딩 이후 시상식과 김영환 충북도지사 초청 만찬, 행운권 추첨은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된다. 시상식은 △메달리스트 △우승(남·여) △준우승(남·여) △니어리스트(남·여) △롱게스트(남·여) 수상자에게 트로피와 부상이 각각 주어진다. 가장 멋지게 옷을 입은 참가자인 △베스트드레스상(남·여) 수상자에게는 부상이 수여된다. / 성지연기자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 도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가칭 '충북아트센터' 건립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오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기본계획 수립, 타당성 조사, 중앙투자 심사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26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중순 마무리되며 용역을 통해 세운 기본계획에는 공연장 등 규모, 운영 방안, 경제성 검토 등이 담긴다. 도는 이 계획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도는 지난 7월 행정안전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은 의무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충북아트센터 건립에는 총 2천300억 원이 소요된다. 연구원은 내년 4월까지 경제성과 재무성, 정책적 사업 추진 가능성 등을 분석한다. 도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같은 해 상반기 행안부에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심사를 무난히 통과하면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오는 2026년 첫 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도는 이런 절차가 차질 없이
[충북일보] "산업 현장은 치열한 전쟁터라 조용해 보이지만 끊임없이 경쟁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재진(67) ㈜ATS(에이티에스) 대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TS는 국내 자동차 플라스틱부품 업계 1위 기업으로 2004년 설립해 20년간 끊임 없이 달려왔다. 주력 제품은 초정밀 사출 기술을 이용한 자동차용 클립(Clip)과 패스너(Fastener)등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이다. 이재진 대표는 "클립, 패스너 등 플라스틱 부품과 연료 부품 분야로 두 가지 트랙을 사업 아이템으로 갖고 있다"며 "보통 300가지 정도의 부품이 매월 생산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에이티에스는 지난 2022년 국내 완성차 업체 2곳이 필요로 하는 부품 점유율의 50%를 넘어섰다. H사의 1대에 사용되는 내장·외장용 클립 100개중 50개 이상은 에이티에스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진 대표는 "신차 개발은 2년을 앞두고 이뤄진다. 올해 기준으로 2026년 모델링이 나오면 그에 필요한 부품을 부품 회사들이 2~3년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차의 디자인 등에 맞춘 개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