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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십자 청나봉사회' 희망풍차가 돈다

봉사자·어르신 어울려 '뚝딱뚝딱' 구절판 요리
자식같은 봉사회원 덕분 나눔이 곧 행복 '깨우침'

  • 웹출고시간2014.02.13 21:04:13
  • 최종수정2014.03.13 16:03:51
바람이 불면 풍차는 돌아간다. 추운 한겨울, 따뜻한 바람을 일으키는 풍차가 생겨났다. 바로 대한적십자에서 만든 '희망풍차'다. 희망풍차란 우리 주변의 소외된 어린이, 어르신, 다문화가족, 북한이주민을 위한 대한적십자사의 새로운 희망심기 캠페인이다. 적십자사 전문봉사원 2명이 매주 1회 이상 어려운 가정을 방문하여 반찬전달, 목욕봉사 등의 기본서비스는 물론, 각 대상자에게 필요한 도움(의료, 주거개선, 교육, 기초생활)을 더 제공해 주는 맞춤형 통합서비스다.

지난주 청주 휴암동 적십자사 식당에서 청나봉사회원들과 함께 요리 솜씨를 발휘한 할머니들이 손수 만든 구절판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주, 희망풍차가 돌아가는 현장은 청주 휴암동 적십자사 식당이었다. 적십자사 문을 열고 복도를 따라 가다보니 구수한 냄새가 늦은 오후의 식욕을 자극한다. '청나봉사회'에서 독거노인 세 분을 모시고 특별한 음식을 대접하려는 것이다. 바로 구절판 요리다. 완성된 음식을 그대로 드리는 것이 아니라 함께 구절판 요리를 만든다. 노인들과 봉사자들이 함께 어울려 직접 음식을 만들고 맛보며 흥겨운 잔치 분위기를 안겨드리고 싶었던 것이다.


청나봉사회 류미향(49)회장은 "홀로 집에서 있는 어르신들은 만들어진 음식을 대접받기 보다는 젊은 봉사자들과 몸으로 부딪히며 직접 음식을 만드는 것을 좋아합니다."라고 말한다. 구절판을 만드는 식당에는 콩기름으로 호박, 당근, 쇠고기를 볶는 냄새가 고소하다. 명절날처럼 시끌벅적하다. 오늘의 요리는 구절판이다. 구절판(九節板)은 아홉으로 나누어진 목기로 여기에 아홉 가지 재료를 담았다고 해서 그릇 이름 그대로 구절판이다.

한쪽에서는 밀가루를 물에 개어 종이처럼 얇게 부치고 구절판의 중앙 칸에 맞도록 둥근 모양으로 만든다. 봉사자들이 가늘게 채를 썬 쇠고기를 양념하여 볶으면 할머니는 달걀을 황백으로 나누어 알지단을 부쳐서 식힌 다음에 곱게 채친다. 다른 쪽에서는 애호박채를 소금에 잠깐 절였다가 꼭 짜서 기름에 볶는다. 불려놓은 표고와 석이버섯을 채쳐 양념하여 각각 볶는다. 구절판의 가운데 칸에는 밀전병을 서로 떼기 좋도록 사이사이에 실백을 두어 개씩 넣어 담고, 가장자리에는 준비해 둔 나머지 재료들을 색을 맞추어 소복하게 담고, 잣가루를 위에 뿌린다.

운천 주공에 사는 정민경(가명, 82)할머니는 "이들이 딸보다 더 좋아. 혼자 있다 보면 심심하잖아. 그런데 이렇게 데려와서 같이 음식도 만들고 나누니 재미있어."라며 활짝 웃는다. 창밖 햇살이 웃고 있는 할머니 뺨 위에 내려앉는다. 행복한 풍경이다.

완성된 구절판은 형형색색 색깔도 곱다. 여기저기 웃음소리가 터지고, 떠들썩하다. 지난 설, 홀로 외롭게 지내야했던 독거노인들은 가슴이 한꺼번에 환해진 것만 같다. 음식을 서로의 입에 넣어주며 마음을 나눈다. 여덟 가지 재료를 밀전병에 담은 구절판을 한입에 넣다가 할머니 한 분이 눈물을 보인다.

"작년에 제천 청풍호에 봉사자들과 함께 갔었어. 거기서 모노레일을 탔는데, 어찌나 좋았던지, 이런 것도 한 번 못타보고 죽었으면 어쩌나 생각했다니까요· 지금도 너무 좋아."


서명숙(76, 신봉동)할머니는 눈시울이 붉어지며 "산다는 것이 뭐 별거 있나· 이렇게 작은 일에 감사하면서 사는 것이 인생이지. 오늘 너무 고맙고 즐거웠어."라고 말한다. 내년이면 구순(九旬)을 맞이하는 홍영창(89)할머니는 작년 폐지를 주워 모은 10만원을 사랑의 공동모금회에 아낌없이 기부하기도 했다. 매일 하루 천원도 되지 않는 폐지를 모아 마련한 돈이었다. 홍영창 할머니는 "난 평생 누구에게 주는 것을 모르고 살았어. 하지만 가족처럼 수시로 찾아와 행복을 안겨주는 봉사회원들 덕분에 깨우침을 얻었지."라며 "내가 아닌 누군가에게 베푼다는 것은 나도 행복해지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 이 사람들은 보통 사람이 아니야. 구세주예요. 구세주!"라고 말한다. 그때 원종연 고문이 한마디 한다.
기사제공:뉴시스(http://www.newsis.com)
"아이고, 할머니. 구세주는 사람한테 붙이는 말이 아니에요. 우리가 무슨 구세주야. 그냥 친구고 딸이지!"

친구면서 딸이라는 말에 두 손을 꼭 잡는 홍영창 할머니다.

"할머니, 이것 좀 드셔보세요."

"아니야. 고생들 하셨는데 어여 많이들 들어."

따뜻한 희망풍차가 한겨울 따듯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윤기윤 기자 jawoon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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