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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7.04 17:48:21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김기원

시인 · 충청북도문화재연구원 사무국장

도지사가 재직 중 공적으로 숙식하는 거처를 도지사 관사 또는 도지사 공관이라 한다. 사전적 의미를 보면 관사(官舍)는 '관청에서 관리에게 빌려 주어 살도록 지은 집'이며, 공관(公館)은 '정부의 고위 관리가 공적으로 쓰는 저택'이다. 따라서 도지사는 지방정부의 최고위 직이고 규모 또한 저택이라 할 만하므로 공관이라 매김 하겠다.

아이러니하게 이원종 지사는 공관 효용론 자이고 이시종 지사는 공관 대체론 자이다. 1948년 정부수립 후 총 27분의 충북 지사가 공관을 사용했다. 도지사 한 분의 평균 사용기간이 2년 3개월 정도인데 이원종 지사는 관선지사를 포함하여 무려 9년여를 살았으니 역대 최장수 공관사용 지사다. 반면 민선 5기 충북지사가 된 이시종 지사는 단 하루도 사용하지 않고 도민 공유시설로 변환시킨 최초의 지사가 되었다.

충청북도 도지사 공관은 도청과 가까운 청주시 상당구 대성동 우암산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인 1939년에 지은 연면적 236㎡의 단층 목조인 구 관사(2007.9.21 등록문화재 353호로 지정)와 1968년에 지은 연면적 325㎡의 2층 철근콘크리트의 신 관사가 있다. 집은 낡고 볼품없으나 9,121㎡의 넓은 대지에는 아름드리나무들과 잘 꾸며진 정원들로 소공원을 이루고 있고 청주시가지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어 명당이다.

중앙집권 시대에는 일반인이 범접할 수 없는 치외법권 지역이었고 지방권부의 상징이었다. 그러던 것이 분권자치 시대가 되자 시민사회단체와 일부 지식인들이 공관의 개방과 대체를 이슈화 해 지역에 찬·반 논란을 불러왔다. 민선 3기 때부터 공관 개방 또는 타 용도사용 문제를 선거 쟁점화 했고 이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일부 지자체에선 복지시설로 대체해 여론을 선도했다. 충북도도 예외는 아니어서 민선3기에 재선된 이원종 지사도 공관을 개방하고 도민들도 향유할 수 있게 하라는 시민단체들의 주장과 요구에 시달려야 했다.

공관 대체론 자들은 인건비 등 시설 유지관리를 위해 도민의 혈세가 너무 많이 들고, 소공원 같은 아름다운 시설과 환경을 1인이 독점하고 사장시키는 것은 사회정의에 반하며, 군림형 호화 공관은 비민주적이고 시대상황에 맞지 않는다는 논리로 공관을 개방하고 공익시설로 대체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공관 효용론 자들은 공관이 도지사가 숙식하는 단순한 거처가 아니라 도지사가 공무를 집행하는 제2의 집무실로, 결재가 폭주하거나 긴급 사안이 있으면 퇴근시간 이후라도 공무원들이 결재 받고 보고하는 용처로서, 또한 외국 사절이나 주요 내빈 방문 시 리셉션 장소로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도지사가 지방정부의 수반으로서 품위유지와 도정구상을 위해서 그 정도의 상주공간은 있어야 한다며 현행유지를 주장했다.

이원종 지사는 공관에서 시장·군수 만찬을 주재하는 등 공관을 도정 사랑방으로 유용하게 활용한 지사였다. 필자를 평소 김 회장(행우문학회장)이라 부르던 이 지사가 대체론 자들과 사적인 친분이 있음을 알고 넌지시 회동을 요청한지라, 어느 날 저녁 모 홍탁집에서 만나 진지한 대화 끝에 민선3기에는 논의를 유보하기로 한 비화를 간직하고 있다.

2010년 7월 민선5기 시작과 함께 도지사 공관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시종 지사의 선거공약대로 도민들의 문화 휴식공간으로 개방되었기 때문이다. 이시종 지사도 인간일진데 어찌 쾌적한 환경에 살고 싶지 않았으랴만, 도지사 공관은 그동안 여러 차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숲속 갤러리와 북카페가 있는 '충북문화관'으로 새 단장하고 새로운 주인을 맞이할 채비를 하고 있다. 공관업무와 관련 없던 원종 시대엔 유지 쪽에, 문화예술과장이던 시종 시대엔 대체 쪽에 선 영혼 없는 공직자였기에. 옛 도지사 공관이 삶에 지친 도민들이 용기와 희망을 충전하는 사랑의 간이역으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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