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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6.06 15:45:24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김기원

시인 · 충청북도문화재연구원 사무국장

새 천년을 맞이하는 2000년 길목의 이야기다. 그 무렵 충북도에서는 새 천년맞이 상징 사업으로 천년대종 주조와 천년각 건립이라는 특별한 사업이 추진되었다. 서울의 보신각종이나 경주의 에밀레종에 버금가는 천년대종을 천년각에 설치하여 후대에 문화유산으로 남기려는 야심찬 사업이었으니 세인들의 관심이 컸던 것은 당연지사. 이 때 공교롭게도 종을 만들려는 분은 이원종 도지사였고 그 종을 국토의 중심인 중앙탑이 있는 충주에 설치해야 한다고 나선 분이 이시종 충주시장 이었다. 결국 많은 논란 끝에 청주예술의전당 부지에 설치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지만 당시 호사가들이 "원종이 먼저냐 시종이 먼저냐"는 등 우스개 소리를 생산해 회자되기도 했다.

각설하고 세월은 흘러 그 당시 도백이었던 이원종 도지사는 3선의 고지를 목전에 두고 아름다운 용퇴라는 수식어를 남기며 유유히 정계를 떠났고 이시종 충주시장은 지역에서 3선 시장과 재선 국회의원을 거친 뒤 어렵다는 세간의 예측을 깨고 도지사에 당선되어 현재 민선 5기 충북호의 선장으로 맹활약 중이다. 이원종 지사는 대학 석좌교수로 후진양성을 하며 초청강연과 지인들의 자녀 결혼식 주례와 골프 등으로 무욕의 삶을 즐기고 있다. 이시종 지사는 임기 반환점에 서서 도정 중간 결산을 하며 신발 끈을 조여매고 있으리라.

필자는 공직생활 중 두 분을 직장 상사로 가까이에서 모신 경험과 추억이 있다. 기억과 채취가 희미해지기 전에 두 분에게서 보고 느낀 인간적인 풍모나 업무스타일 등에 대해 기록으로 남기되 정치적 판단이나 도정 공과에 대해선 논외로 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이원종 지사는 관선 도지사 1년을 포함 하여 무려 9년 동안 도지사직을 수행한 과거완료형이고 이시종 지사는 지사직을 2년 남짓 수행한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에 비교자체가 무리일 뿐만 아니라 시의적절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우선 두 분은 이름처럼 닮은 부분이 많다. 천둥산 박달재를 사이에 두고 이원종 지사는 제천 봉양에서 이시종 지사는 충주 주덕에서 가난한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났다. 모진 가난으로 인해 영양실조와 폐병 등 잔병치레를 하면서 성장했으나 두뇌가 명석하고 근면해 학업성적이 뛰어난 수재였다. 둘 다 고향에서 초·중학교를 마치고 이원종 지사는 체신고와 성균관대학교를 이시종 지사는 청주고와 서울대학교에 진학해 객지에서 학비를 벌어가며 어렵게 공부했으며 고진감래하여 각기 행정고시 합격으로 출세가도를 달리게 된다. 이원종 지사는 서울특별시장 경력이 말해 주듯 서울시의 여러 구청장과 요직을 거치며 서울시정의 최고 행정가가 되었고 이시종지사는 행정안전부의 전신인 내무부와 충북은 물론 강원 충남 등 중앙과 지방에서 경륜을 쌓아 지방행정의 달인의 경지에 올랐다. 둘 다 약간 마른 체구의 전형적인 엘리트 관료형으로 일벌레라 불릴 만큼 부지런하고 업무 중심적이다. 점심식사 후 나른한 시간에도 결재나 회의를 미룬 적이 없으며 틈이 나면 책을 보는데 속독을 한다. 이원종 지사는 서울 출장 때 차안에서 책 한권씩 독파해 수행하는 간부들이 주눅이 들 정도였다. 광역자치단체장 선거를 2번씩이나 치룬 이원종 지사도 무려 6번의 선거를 치룬 이시종 지사도 모두 정치인임이 분명하지만 정치가보다는 행정가란 이미지가 더 강한 것도 결코 이와 무관하지 않음이다.

그러나 업무스타일이나 성품과 취향은 매우 다르다. 첫인상부터 보자. 본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대체적으로 이원종 지사가 온화하고 친화적이며 융통성이 있어 보인다하고 이시종 지사는 차갑고 사무적이며 콩 심은데 콩 나는 원칙주의자 같다고들 한다. 이원종 지사는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했다. 때와 장소와 계층에 맞는 유머와 상대를 배려하는 언어를 구사하며 말 없는 사람들의 입을 열개하는 화술의 달인이었다. 그래서 혹자로 부터 말은 잘하고 화려한데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시종 지사는 칼국수처럼 토속적이나 탁월한 이론가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논리적이기 때문에 말에 힘이 실린다. 꾸밈없는 말과 화중 미소는 사람을 끄는 매력이나 좀처럼 속내를 들어 내지 않는 신중함이 때론 답답함을 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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