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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준

충북발전연구원 연구위원

그곳에 가면 좋다. 근심, 걱정에서 벗어나 편안한 안식을 찾을 수 있어 좋다. 고향이다. 삶의 무게가 무거워질 때 휴식이 되어 주는 그 곳, 고향이다. 그래서 일까, 먼길 마다않고 달려간다. 다들 그곳에서 고단했던 지난 해의 찌꺼기를 씻어 던지고 홀가분한 맘으로 삶의 현장으로 복귀할 것이다. 하지만, 못다 한 아쉬움의 여운에 잠시 잠겨 본다.

어머님께서 먼저 말문을 여셨다. "노령연금이 바뀐다며, 걱정이네, 설마 줄지는 않겠지."

옆에 형수가 그런다. "차례상 준비할게 없어요. 뭐 좀 하려해도 엄두가 나질 않아요."

애들은 스마트폰에 빠져 있고, 난 TV 화면속으로 시선을 고정한 채 애써 외면해 본다. 사촌은 올해 올라오질 못했다. 회사가 좀 어려운가 보다. 작은 어머니 표정이 그리 밝지가 않으시다. 애들은 세뱃돈으로 두둑해진 호주머니를 만지작 거리며 좋아라 웃고, 우리네는 비어가는 지갑속을 바라보며, 또 한해를 걱정한다. 이렇게 새해맞이가 끝이 났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한해의 출발선에 있는 우리와 달리, 5년을 분주히 준비하는 이들이 있다. 근심 가득한 이들의 맘을 알았을까· 박근혜 당선인은 국정비전을 '국민행복'으로 정할 것이란 소식이 들려온다. 국민대통합, 한국형 복지국가, 중산층 70%·고용률 70% 등을 국정지표로 제시할 것이라 한다. 대기업 성장동력 투자, 골목상권 보호, 유통구조 개선, 중소기업 육성, 여성인력 사회진출 확대, 평생직업능력 개발체제, 기초연금 도입, 부동산시장 정상화 등이 포함된 국정과제가 20일을 전후해 확정될 것이라 한다. 설을 보내며 오갔을 많은 소망들을 하나로 담아 국민행복을 실현할 '100대 국정과제'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저 부모님의 남은 생을 지켜줄 수 있고, 형수의 장바구니 무게를 줄여 줄 수 있고, 올 가을 사촌의 환한 얼굴을 볼 수 있게 해 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이명박 정부가 그랬던 헛된 공언으로 5년을 논쟁으로 허비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정치적 지향점은 다르지만, 지금 박근혜 당선인의 행보는 맘에 든다. 과하지 않게, 귀 기울여가며, 조심스럽게 내딛는 걸음에서 이전과 다른 새로운 기운이 느껴진다. 국정과제에 무엇이 어떻게 담길까에 모두가 촉각을 세우고 있는 지금, 불통이 아닌 살아있는 정치의 산물이 담기길 기원해 본다. 특정한 계층만을 위한 정책이 아닌 서로 다른 가치를 가진 이들까지 어우를 수 있는 정책이길 기원해 본다. '이것이 국민행복이다' 라는 실천을 향한 강한 메시지가 담기길 기원해 본다.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하였으나, 참 많을 것을 바라고 있다. 사람의 욕심이란게 이런 걸 거다. 새 정부가 제시할 복지와 고용 등 민생과 직접 연관된 정책들은 내 가족, 내 이웃들을 환하게 웃게 할 수도 울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여 실천력을 담보한 무게를 달고 우리에게 다가 왔으면 한다. 지켜보는 이들 역시 누군가에게 무엇을 바랄 때 나라면 어떻게 할까라는 질문을 던져본다면 세상에 함부로 예단할 것이 없음을 되새기며, 새로운 희망을 준비하는 많이 이들의 의지가 실현될 수 있도록 격려와 박수를 보낼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이런 저런 생각에 설의 끝자락이 어수선하다. 부모님의 역귀성으로 올해도 고향에 가 보질 못했다. 그곳에 있을 친구들이 그립다. 돌아오는 추석에는 꼭 한번 다녀와야 겠다. 늘 우리에게는 돌아갈 그곳이 있기에 지금 이 순간이 힘들어도 참고 견디는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역시나 지금 이순간이 무척이나 힘든 것은 어쩔 수 없는 걸까· 하여 짧은 새해맞이를 뒤로 하고 이제 힘찬 5년을 열어갈 새정부에 많은 희망을 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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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