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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군 미원초, 다문화 학부모 회장 데라모토 미도리

설 특집 - 당신의 사연을 배달해드립니다

  • 웹출고시간2013.02.07 18:26:16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와! 어디서 배우셨나요· 일본어를 정말 능숙하게 잘 하신다!"

저를 처음 보는 분들은 제가 일본어를 하는 모습을 보고 일본어를 아주 잘하는 한국 아줌마라고 생각한다. 그런 말씀을 들을 때마다 저는 재미있기도 하고 어깨가 으쓱하는 자랑스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제 한국어 실력이 괜찮아 보였기 때문에 저를 한국인으로 착각하시는 것일 테니까.

어느새 하얀 눈처럼 저의 머리 위에도 흰머리가 가득 찼다. 올해로 쉰. 스물아홉의 나이에 한국에 왔고 20년이 넘게 한국 생활을 했으니 한국 사람으로 오해 받을 만도 하다. 사실 이제 편지를 쓰려고 해도 한자(漢字)가 생각나지 않고 친정 식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야기를 할 때도 일본어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한국어와 일본어를 섞어 말할 정도로 한국 생활에 익숙해졌다.

제가 태어난 곳은 일본 큐슈지방으로 아소산과 온천 그리고 쿠마모토성으로 유명한 쿠마모토현이다. 물 좋고 공기 좋고 인정도 많은 여기 충북과 비슷한 곳이다. 제가 어렸을 때는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언니, 여동생, 남동생 그리고 저까지 모두 8식구가 함께 살았다. 몸이 불편하셨지만 인자한 웃음으로 언제나 저를 반겨주시던 할아버지, 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를 헌신적으로 돌보셨던 사랑이 많으셨던 할머니, 함께 있으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즐거웠던 언니, 동생들과 함께 했던 지난날을 떠올리면 입가엔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장 때문에 오사카에 가겠다고 했을 때 어머니 친구 중 한 분은 "딸은 한 번 멀리 보내면 멀리 시집을 간다."라는 말씀을 하시며 오사카로 보내지 말라고 하셨다. 그 말씀을 들은 어머니도 헤어지는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시며 "너를 보내고 싶지 않다. 가까운 곳에 있으면 안 되겠니·"하고 저에게 물어보셨다. 곧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떠났지만 정말 먼 곳으로 시집을 오게 되었다.

처음 한국 사람과 결혼을 하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은 정말 큰 반대를 하셨다. 문화, 풍습, 언어 모든 것이 다른 한국 남자와 결혼을 하는 것도 놀라웠지만 제가 결혼을 하고 홀로 한국에서 살아야 한다는 사실에 더 충격을 받으신 것 같았다.

가족들의 걱정을 뒤로하고 고향을 떠나온 후, 모든 것이 낯선 한국 땅에서 처음엔 무척 힘들고 외로웠다. 고향이 그립고, 부모님이 보고 싶고, 고향 음식, 사람의 냄새가 그리워 남모르게 눈물을 흘린 적도 많았다. 하지만 제 뒤에서 늘 버팀목이 되어주는 든든한 남편과 어디 내놓아도 부러울 것이 없는 씩씩한 세 아들과 함께하는 한국 생활이 이제는 더 이상 낯설지도 힘들지도 않은 제 삶의 터전, 제 2의 고향이 되었다.

작년 8월, 결혼 후 처음으로 어머니, 언니, 여동생, 남동생이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 체류 기간 동안 다정하고 살가운 시댁 식구들과 함께 사는 저의 모습도 보시고 "이제야 안심 했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얼마나 힘이 들었니."하고 눈물을 흘리시며 말씀 하셨던 어머니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특히 막내아들이 재학 중인 미원초등학교를 방문하여 멋지게 단장한 다문화 체험실을 소개하고 이중언어강사로 활동하는 저의 모습을 보여드리니 정말 기뻐하시며 "대단하네. 미도리짱! 더 열심히 해야겠네."라고 격려를 해 주셨다.

저는 세 아이의 엄마로서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한국여성으로서 대한민국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 '다문화'라는 용어가 갖는 차별성이 사라지는 그 날까지 제 위치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싶다. 제가 고향을 떠나 멀리 한국에 온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다. 각기 다른 문화가 화합하며 더 아름다운 무지개를 만들어내 듯 어울림 세상을 만들 수 있도록 작은 노력이지만 큰 의미를 담아 보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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