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선운계곡 주차장 앞 건너편이 푸르다. 범상치 않은 풍모에 흠칫 놀란다. 나뭇잎에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손바닥 반만 한 갸름한 달걀모양이다. 늘 푸르러 상춘등(常春藤)으로 불린다. 맑은 향기가 개울 너머로 몰려온다. 푸른 머리 천연기념물 송악이다. 수백 년 변치 않고 선운사 입구를 지킨다. 사시사철 푸름으로 기적을 보여준다. 절벽에 달라붙어 굵은 뿌리를 내놓는다. 세월을 웅변하고 험난함을 인내한다. 매일 밤 느리고 집요하게 벼랑에 올라선다. 줄기의 용트림으로 전투에 나선다. 의지 하나로 질곡의 역사를 참아낸다. 만개한 춘동백이 응원하니 외롭지는 않다. 달무리 진 봄밤 노병이 또 암벽을 탄다.
[충북일보] 절집을 흐르는 물이 융단처럼 깔린다. 화려한 봄꽃들이 개화 준비를 한다. 물안개가 먼저 피어 고요를 깨운다. 돌 틈 비집고 선 버들강아지가 웃는다. 연초록 풀잎들이 함께 수런거린다. 겨울과 봄의 사잇길을 천천히 걷는다. 동백군락지 뒤편에서 산수유가 터진다. 화려했던 배롱나무만 아직 맨 몸이다. 싱겁게도 그 풍경에 눈길이 더 간다. 극락보전 옆 동백이 절정을 맞는다. 핏빛의 붉은 열정이 가슴을 뛰게 한다. 선운계곡 개울둑에 푸른 싹이 돋는다. 흐르는 물이 초록에 기운을 더한다. 시원한 물길이 산객들의 표정까지 바꿔준다. 마음 따라 각인된 여러 풍경이 지나간다. 선운사 절집에 서서히 봄이 깃든다.
[충북일보] 신이 빚은 태초의 풍경을 본다. 수천만 년 전 모습 그대로다. 검은 빛의 그림자가 넓게 퍼진다. 가슴을 뻥 뚫어주는 풍경이다. 배면바위 모습이 계절마다 다르다. 그 때 그 때 다른 풍경이다. 선운산 천마봉에 구름이 몰려온다. 암릉의 바닥에 기도를 새긴다. 실망하지 않을 풍경을 기다린다. 저 아래 생동하는 도솔암을 본다. 오래된 암자의 단청이 산뜻하다. 섬세한 화풍에 정성이 묻어난다. 세심정화 도량의 기품이다. 천연의 산에 숨은 볼거리가 깃든다. 부러운 마음에 쫓고 또 쫓는다. 자연의 한 조각까지 풍경이 된다. 묵은 시간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푸른 새 날이 푸드덕 봄으로 온다. 거대한 자연 앞에 선 미물이다.
[충북일보] 겨울을 지낸 숲이 울울창창을 예고한다. 갈색보다 푸른색이 훨씬 많아진다. 연초록 새잎들이 꿈틀거린다. 두릅나무 한 놈이 고개를 든다. 하늘을 향해 머리를 쭉 내민다. 어떤 놈의 우듬지는 벌써 벌겋다. 땅기운이 아지랑이로 올라온다. 겨우내 만든 땅심을 토하는 중이다. 봄기운을 먼저 받기 위함이다. 잎 떨군 참나무 아래가 파릇하다. 봄풀 몇 놈이 정겹게 인사한다. 산객들의 얼굴에도 봄이 온다. 선운산은 지금 제철의 봄을 맞는 중이다. 시원한 겨울의 끝물마저 가고 없다. 산정에서도 훈풍의 봄을 만난다. 생강나무가 무리로 꽃을 피운다. 연분홍 덩어리가 상상력을 자극한다. 청쾌함을 만끽하며 능선을 걷는다.
[충북일보] 3월의 선운사 절집이 점차 붉어진다. 춘백(春栢)의 꽃봉오리가 활짝 열린다. 녹색 속 빨간 동백꽃잎이 강렬하다. 대웅보전 뒤편 산자락이 온통 붉다. 속세의 감탄이 터지기 시작한다. 동백꽃 붉게 터지는 선운사다. 3월의 선운사는 동백꽃 성지다. 그저 방문객들의 북적임이 아쉬움이다. 한적함에 동백 숲의 멋이 살아난다. 선연하게 붉은 동백꽃을 떠올린다. 동백이 붉게 타오르는 이유를 생각한다. 송창식의 노래가 후드득 스친다. 미당이 노래한 '선운사 동구'가 이어진다. 슬픈 주인공들의 가슴 속이 보인다. 시대에 따라 다른 핏빛 슬픔을 변주한다. 선운사 동백꽃으로 가슴을 문지른다. 눈을 감고 그 때를 찾아간다.
[충북일보] 가슴 속에 한 자락 여유를 깐다. 세월이 강처럼 흘러간다. 길 위의 인생을 관조한다. 잠시 다른 나를 돌아본다. 조금은 슬퍼 보이는 얼굴이다. 산에 사는 나무가 돼 본다. 겨울을 완전히 배웅한다. 무궁한 변화가 우연처럼 다가온다. 따뜻함이 온 몸에 흐른다. 마음이 편해지고 맑아진다. 과학이 관여할 수 없는 공간이다. 편안한 시간에 즐기는 오만한 유희다. 저마다의 삶을 예술로 훈도하는 가마다. 산과의 만남이 삶을 소중하게 한다. 서로 얼굴을 보고 웃게 한다.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운다. 숲의 평화가 삶의 숨결로 이어진다. 산도(山道)에서 인도(人道)를 배운다. 소월의 산유화가 어슴푸레 떠오른다.
[충북일보] 세상이 불구이니 장애가 가볍다. 감추지도 못하고 속이지도 못한다. 구름은 금방 떠나고 비는 오지 않는다. 가릴 게 없으니 먼 산마저 아름답다. 미끄러운 바윗길에 소복한 낙엽길이다. 비대칭의 어울림이 절묘하다. 마음을 내주니 시원한 감동이다. 짧은 만남에 긴 여운이 드리운다. 감동이 메마른 시대의 감로수다. 자연이 주는 선물이 내게로 온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될 것 같다. 번뇌와 갈등, 집착을 내려놓는다. 인생의 좌표는 함께 가야 생긴다. 서로의 나침반이 돼야 든든하다. 길잡이만큼 훌륭한 동반자는 없다. 부족함에 아름다움이 더해진다. 더불어 가는 건 참 아름답다. 비 그친 산길에 봄바람이 분다.
[충북일보] 태양은 오늘도 떠오른다. 언제나 변함없이 당연하다. 아침저녁 공기가 아직은 차다. 언덕에 온 봄과 사뭇 다르다. 시린 한기가 전율처럼 흐른다. 봄꽃 보기가 그리 쉽지 않다. 기뻐하기는 더 더욱 어렵다. 노을 물든 수면에 수영(樹影)이 드리운다. 청둥오리들의 유영이 조용하다. 쪼록 갈라지는 수면이 아름답다. 도저히 손으로 잡을 수가 없다. 지나가는 바람에도 쉽게 일렁인다. 물 속에 비친 그림자가 슬프다. 슬픈 추억을 돌이키려니 어렵다. 추억의 한 송이가 피어나지 않는다. 강물소리와 절집 목탁소리 뿐이다. 지나는 이 없으니 적막강산이다. 내가 든 절집엔 아직 춘래불사춘이다. 세상의 봄맞이가 참 어렵다.
[충북일보] 온통 설렘으로 가득한 3월이다. 청주산하가 새봄을 열고 있다. 새 생명을 내보내느라 분주하다. 북쪽 응달엔 아직 봄소식이 없다. 얼음장 아래로 찬물이 흐른다. 동춘이 공존하는 극적 공간이다. 산하마다 봄을 알리느라 분주하다. 산으로 오르는 양달에 봄풀이 돋는다. 가냘픈 연록의 생명이 올라온다. 앙증맞은 꽃잎 내밀기를 기대한다. 얼음장 밑으론 여전히 물이 흐른다. 겨울의 흔적을 말끔히 씻는 중이다. 텃밭 마늘 순은 이미 한 뼘이다. 거름냄새가 코끝을 간질인다. 마늘 순이 냉이와 함께 웃는다. 싱싱한 봄의 냄새가 진동한다. 봄 향 풍기는 생명의 노래가 이어진다. 어머니의 노동이 마늘밭에서 시작된다.
[충북일보] 탁한 잿빛이 맑아진다. 집 앞 매화가 터지기 직전이다. 그윽한 향기 품어 나를 태세다. 담장 아래 채마 밭이 기동한다. 냉이의 솟구침으로 봄 색을 확인한다. 봄비 그치니 바른 양지가 선물이다. 미호천 둑길이 봄 마중에 나선다. 성질 급한 봄풀과 꽃이 고개를 든다. 오송 두꺼비가 짝짓기에 나선다. 청주의 산하가 겨울을 벗는다. 비 내려 봄 길이 서서히 뚫린다. 우암산에 맑은 기운이 감돈다. 북쪽 노송이 마지막 잔설을 털어낸다. 마늘잎 하나가 수줍게 돋아난다. 비에 젖어 오므린 모습이 예쁘다. 사람 손길 닿으니 파르르 떤다. 모진 추위와 바람을 떠올린다. 겨울을 배웅하고 봄을 마중한다. 설렘 가득한 봄의 맥동이다.
[충북일보] 산은 봄에도 하얗게 화장을 한다. 모두의 시선을 움켜쥘 듯 꽁꽁 얼기도 한다. 잊을 만하면 여우눈이 내린다. 하얀 장관이 여기저기 펼쳐진다. 흰색 하나로 눈부시게 화려하다. 만물이 깨어나는 경칩이 코앞이다. 이즈음 산객들의 발걸음은 종종거린다. 아직도 눈 덮인 고산은 춥고 매섭다. 바람은 더할 나위 없이 혹독하다. 사라진 길을 만들며 나가기 일쑤다. 하얀 눈이 지배하니 여전히 겨울산이다. 무지개 찾듯 눈을 헤쳐 나간다. 꿈을 품으니 희망이 자란다. 가슴 뛰는 순간이 계속된다. 산이 건네는 이야기도 계속된다. 하얀 장막이 화려한 무대로 변한다. 오롯이 나를 위한 겨울왕국이다. 혼자 서 봄노래를 흥얼거린다.
[충북일보] 청계산 옛길 따라 시간을 걷는다. 정겨운 소리와 함께 앞으로 나간다. 길의 역사 속에서 추억이 묻어난다. 순간순간을 가슴 가득 담는다. 기억하니 비로소 역사가 되고 이야기가 된다. 청계산 길 위에서 인문학을 만난다. 역사의 조각 숨결을 느낀다. 어머니와 같은 대지에 흠뻑 젖는다. 아버지와 같은 하늘 위로 팔을 벌린다. 조선의 심각한 역사가 그 위에 있다. 돌과 나무가 만나 선 하나를 만든다. 푸른 산은 멀고 파란 하늘이 아득하다. 까마득한 봉우리 너머로 서풍이 분다. 저 아래 계곡 따라 물길이 연주한다. 대답 없는 메아리가 화음을 넣는다. 보석처럼 박힌 풍경이 이어진다. 아름다운 산하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충북일보] 길은 초입부터 뛰어나다. 올록볼록 암릉의 길이 아름답다. 기분 좋게 바위 맛이 이어진다. 잘생긴 소나무가 높이를 맞춰 선다. 암릉 산세에 배경까지 뛰어나다. 과연 충북의 설악이라 불릴 만하다. 천태산 길목의 삼단폭포가 줄기차다. 장엄한 폭포가 병풍처럼 떨어진다. 내리고 내려 부드럽게 이어진다. 돌고 도는 인내의 심성을 보인다. 물과 바위의 조화로움이 아름답다. 마침내 가파른 산세가 하늘로 솟는다. 영국사까지 길은 순하다. 오솔길 따라 오르면 너른 터다. 천년고찰 영국사 은행나무의 보금자리다. 놀라운 위용에 두 손부터 모은다. 산 전체가 넓은 도량으로 변한다. 봄의 문턱으로 역사의 숨결이 넘어온다.
[충북일보] 잠시 숨을 돌리니 수직암벽이 버틴다. 보는 것만으로 온 몸이 찌릿하다. 디딤 발을 놓을 공간이 마땅치 않다. 오로지 팔의 힘으로 밧줄을 당긴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한 구간을 마친다. 저 아래 영국사가 멀리 보인다. 너른 바위능선을 연이어 지난다. 완만하게 조금 더 가니 정상이다. 맑은 하늘에 조망이 탁 트인다. 작은 산군이 올망졸망 포개진다. 차가운 바람이 안부마루를 지난다. 산 기운이 피부 속에 스민다. 천태산 봄의 전령이 얼굴을 내민다. 천년 노송이 바위틈에서 소리를 낸다. 수수한 민낯으로 봄기운을 전한다. 자연에 순응하는 법고를 울린다. 생명의 소리를 능동적으로 알린다. 잠에서 깬 절집 개구리가 바로 봄이다.
[충북일보] 가슴 탁 트인 시원스런 풍경이다. 아침 햇살에 설화가 빛난다. 물기 살짝 머금은 상고대가 보석 같다. 겨울 소백산의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새로운 감흥이 가슴에 와 닿는다. 하얀 햇살 받으며 비로봉으로 간다. 유유자적 걷노라니 여기가 선경이다. 채 녹지 않은 나무 설화가 환하게 웃는다. 더 귀한 상고대가 품격을 자랑한다. 오손도손 겨울 꽃들의 자랑질이 귀엽다. 순수하면서도 생명력 넘치는 길이다. 소백산은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의 땅이다. 바로 위가 하늘이고 발아래는 아찔하다. 때론 심술궂은 횡포가 치명적인 매력이다. 바람과 눈은 자연이 보낸 초대장이다. 또 다른 여행지로 인도하는 안내문이다.
[충북일보] 새벽잠에서 깬 새들이 푸드덕 날아오른다. 저마다의 성량으로 소리를 낸다. 기지개를 켜며 연신 털을 문지른다. 나뭇가지 눈가루가 후드득 떨어진다. 눈꽃 맺힌 꼭대기가 휘청거린다. 소백산엔 걷는 길만 있는 게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아주 깊고 넓다. 오르기 어려운 길은 변치 않는다. 귀한 풍경은 매일 다르게 펼쳐진다. 연화의 쾌청함이 답답함을 풀어준다. 비로의 시원함은 오래도록 남는다. 소백산은 변치 않는 그리움이다. 적당한 적설량은 끝없는 유혹이다. 운무 살짝 머금은 상고대는 치명적이다. 겨울설경이 산그리메를 부르게 한다. 함께 걷던 두 형과 아우들이 보인다. 일곱 가지 감정이 한꺼번에 들이닥친다.
[충북일보] 제2연화봉을 거쳐 연화봉에 이른다. 소백의 하얀 대설원이 장쾌하다. 칼바람이 하얀 눈가루를 만든다. 나목에 매달린 눈꽃과 상고대가 반짝인다. 하얀 단조로움이 여백의 멋을 더한다. 소백의 늦겨울이 고요하고 웅장하다. 비로봉의 자태가 저 멀리 결연하다. 비로소 소백의 기세가 그대로 드러난다. 대설원에 부는 바람이 거칠어진다. 천천히 소백설원이 온도를 낮춘다. 굽이치는 능선이 수묵화로 변한다. 바람에 날리는 눈발이 수려하다. 눈 털린 주목들이 군데군데 까맣다. 하얀 화선지에 물든 먹물 점 같다. 먹의 필선과 농담이 갈수록 짙어진다. 운무 휘감은 소백풍경이 경이롭다. 비장미 넘치는 아름다움이다.
[충북일보] 나뭇잎과 잔가지가 흔들린다. 어깨에 내리는 햇볕이 따뜻하다. 이마에 부는 바람이 시원하다. 산길 걷는 산객만 느끼는 행복이다. 성큼성큼 풍경 속으로 다가간다. 물살의 함성이 계곡에 퍼진다. 바람에게 작은 소원을 빈다. 구름 속에서 해가 드러난다. 배려가 큰 섬세한 따뜻함이다. 작은 친절에 고마움을 느낀다. 겨울 산의 척박함에도 맛이 풍부하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훈훈한 하루가 계속된다. 놀며 쉬며 유쾌하게 걷는다. 얻는 게 아니라 버림을 배운다. 함께 한 이들의 마음이 하나가 된다. 자식으로서 부모로서 길을 간다. 마음으로 소백산을 품는다. 느림에서 행복을 찾는다. 햇볕과 바람으로 재충전한다.
[충북일보] 하얀 바람의 길에 다시 든다. 겨울의 끝이 변덕스럽다. 산하는 아직 차고 무겁다. 봄기운은 아직 남녘에 머물러 있다. 소백산 중산간은 아직 한겨울이다. 겨울의 척박함이 풍미를 더한다. 철쭉나무 가지에 상고대가 핀다. 천년의 주목이 온통 하얗다. 비로봉엔 아직 화사한 봄꽃 소식이 멀다. 노란 복수초 무리도 보기 어렵다. 따뜻한 봄볕 대신 설풍이 지난다. 성급했던 봄이 다시 얼어붙는다. 소백산의 계절이 불투명하다. 백두대간 길의 바람이 차다. 거센 칼바람이 으르렁 거린다. 바람 끝이 아직은 제법 맵다. 간신히 삐져나온 봄이 도로 숨는다. 겨울의 끝과 봄의 시작이 뒤섞인다. 연화봉 양지쪽에 서서히 봄이 내린다.
[충북일보] 슬며시 태고의 신비에 빠진다. 순수한 맛에 취해 거닌다. 소박한 멋에 젖어 노래한다. 낯선 만남이 주는 기쁨은 크다. 세상을 달리 보게 한다. 휴일 하루 즐기는 알약여행이다. 일상의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잊는다. 여행자의 시각으로 바라본다. 삶의 마디는 상처의 흔적이 아니다. 이미 이룬 달성의 다른 이름이다. 다양한 마디로 밑동이 튼튼해진다. 밑동의 힘이 우듬지까지 단단히 한다. 모진 바람을 견디게 한다. 길을 따라 사람들이 온다. 사람 따라 길 위에 문화가 꽃핀다. 도래 문화에 맹렬하게 저항하기도 한다. 길이 모든 걸 내주지는 않는다. 나무 밑동의 힘과 같은 이치다. 필요한 만큼 스스로 피우면 된다.
[충북일보] 마음 비우기를 거듭한다. 경솔했던 언행을 되돌아본다. 고통과 인내가 따르니 성숙해진다. 108배로 몸에 고통을 가한다. 의미 있는 멈춤의 시간이다. 불당 한 쪽에 조용히 앉는다. 산은 오래전부터 그대로다. 늘 그 자리서 그 모습을 지킨다. 우연의 행복까지 언제나 허락한다. 내안의 나를 조금씩 놓아 보낸다. 욕심을 내려놓으니 편안해 진다. 비로소 나를 찾아 다시 떠난다. 여울과 같은 삶에 몸을 맡긴다. 산객들의 움직임이 부산스럽다. 수묵화 같은 스님들과 대조적이다.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 차분해진다. 침묵과 무언의 고통이 지나간다. 하얀 사위에 고요가 깊어진다. 산속 마을 시계가 느리게 간다.
[충북일보] 산고수청(山高水淸). 산은 높고 물은 맑다. 눈이 이불이 되고 꽃이 된다. 흰 옷 입은 수목은 그대로 수묵화다. 수려했던 옛 모습을 감춘다. 계절마다 다른 무지개를 품는다. 소나무 그득한 솔섬이 설국이다. 눈 맞으며 소박한 빛을 낸다. 굽이굽이 설국으로 이어진다. 순백의 드레스를 끌고 간다. 검은 능선에 하얀 꽃이 핀다. 흰색으로 바뀌니 운치까지 바뀐다. 겨울에도 여전히 명불허전이다. 산고수장(山高水長). 산은 높게 솟고 강은 길게 흐른다. 골골에 하얀 세상이 펼쳐진다. 졸참나무에 핀 눈꽃이 반짝인다. 한 치의 속임 없이 드러낸다. 바위 아래 고드름이 보석처럼 빛난다. 사람의 욕심이 닫지 않은 곳이다.
[충북일보] 한반도가 꽁꽁 언다. 만년빙설을 떠올리게 한다. 기후적으로 정치적으로 강추위다. 그래도 자연의 섭리는 변치 않는다. 남녘에선 봄소식이 올라온다. 우수가 멀지 않으니 기막힌 조화다. 노란 복수초가 먼저 고개를 든다. 파란 보리 새싹들이 허리를 편다. 서로 앞서 나가려 아우성이다. 보은 구병산에도 봄기운이 느껴진다. 풍혈의 온기 타고 산이 생동한다. 돌탑 세운 853봉우리가 맥동한다. 산 아래 매화나무가 살을 찌운다. 가지마다 물이 올라 통통하다. 속살 감춘 봉오리가 바짝 긴장한다. 곧 터져 버릴 것처럼 팽팽하다. 희고 붉은 매화 기별이 곧 오려나보다. 운무가득 고사목에도 봄이 내려앉는다.
[충북일보] 하늘빛이 맹렬하게 모습을 바꾼다. 주변공기가 점차 포근해진다. 바람의 속도가 구름을 변화시킨다. 해가 떨어지는 속도만큼 넓게 퍼진다. 창공에 퍼진 운무가 춤을 춘다. 물과 온도, 시간이 빚어낸 보석이다. 자연의 경이로움을 그대로 보여준다. 땅보다 하늘이 더 가까운 풍경이다. 남남서로 빼쭉 내민 빛이 곱다. 오지의 태양이 꽤나 한적하다. 첫새벽에 나서 서쪽 꼬리를 잡는다. 구병산이 이야기를 전한다. 바람의 말이 속내를 들려준다. 산강의 어울림에서 이치를 배운다. 창공운무 덕에 발걸음이 가볍다. 운무산행의 장소로 모자람이 없다. 저무는 낙조로 노을빛이 곱다. 지어미산의 허벅능선에 살이 오른다.
[충북일보]수암골 저녁풍경이 곱다. 어둠 품은 청주를 관조한다. 늘어선 카페마다 낭만이 깃든다. 따뜻한 커피와 만남이 좋다. 가파른 골목 벽화가 그대로 추억이다. 비탈마다 새로움이 가득하다. 수암골 걷기는 골목여행이다. 과거와 숨바꼭질 놀이다. 연탄재 더미가 크리스마스트리가 된다. 소박한 불빛이 나름 아름답다. 꼭대기 카페 불빛과 조화를 이룬다. 수암골의 색깔이 색색으로 일렁인다. 그 옛날 엄동의 추위를 떠올린다. 허름한 골목길의 아우성이 들린다. 어머니의 힘겨운 겨울나기가 스친다. 고된 일상이 짙게 배어나온다. 아래쪽으로 밤마실을 생각한다. 따뜻한 국말이밥이 생각난다. 어머니가 보고 싶다.
[충북일보] 오는 30일 본보와 충북리더스클럽이 주최하는 '14회 충북경제단체 친선골프대회'가 오전 11시 30분부터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그랜드 컨트리클럽(그랜드 CC)에서 열린다. 대회는 경제인들의 친목 도모와 상호 간의 다양한 정보교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대회는 도내 경제단체 회원과 재경 경제인 등 160여 명이 40개 팀을 이뤄 신페리오 방식으로 치룬다. 라운딩 이후 시상식과 김영환 충북도지사 초청 만찬, 행운권 추첨은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된다. 시상식은 △메달리스트 △우승(남·여) △준우승(남·여) △니어리스트(남·여) △롱게스트(남·여) 수상자에게 트로피와 부상이 각각 주어진다. 가장 멋지게 옷을 입은 참가자인 △베스트드레스상(남·여) 수상자에게는 부상이 수여된다. / 성지연기자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 도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가칭 '충북아트센터' 건립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오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기본계획 수립, 타당성 조사, 중앙투자 심사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26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중순 마무리되며 용역을 통해 세운 기본계획에는 공연장 등 규모, 운영 방안, 경제성 검토 등이 담긴다. 도는 이 계획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도는 지난 7월 행정안전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은 의무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충북아트센터 건립에는 총 2천300억 원이 소요된다. 연구원은 내년 4월까지 경제성과 재무성, 정책적 사업 추진 가능성 등을 분석한다. 도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같은 해 상반기 행안부에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심사를 무난히 통과하면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오는 2026년 첫 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도는 이런 절차가 차질 없이
[충북일보] "산업 현장은 치열한 전쟁터라 조용해 보이지만 끊임없이 경쟁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재진(67) ㈜ATS(에이티에스) 대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TS는 국내 자동차 플라스틱부품 업계 1위 기업으로 2004년 설립해 20년간 끊임 없이 달려왔다. 주력 제품은 초정밀 사출 기술을 이용한 자동차용 클립(Clip)과 패스너(Fastener)등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이다. 이재진 대표는 "클립, 패스너 등 플라스틱 부품과 연료 부품 분야로 두 가지 트랙을 사업 아이템으로 갖고 있다"며 "보통 300가지 정도의 부품이 매월 생산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에이티에스는 지난 2022년 국내 완성차 업체 2곳이 필요로 하는 부품 점유율의 50%를 넘어섰다. H사의 1대에 사용되는 내장·외장용 클립 100개중 50개 이상은 에이티에스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진 대표는 "신차 개발은 2년을 앞두고 이뤄진다. 올해 기준으로 2026년 모델링이 나오면 그에 필요한 부품을 부품 회사들이 2~3년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차의 디자인 등에 맞춘 개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