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방싯거리며 뜰 안에 봄을 펼친다. 오도카니 앉아 화사하게 쏟아지는 봄볕을 쬐니 겨우내 움츠린 심상에 봄이 스며든다. 설레는 마음으로 빈 화분을 화원에 가져가 꽃모종을 심어 왔다. 종이꽃 사계 국화 수선화 마가렛, 월동을 한 식물들과 여리여리 한 애기풀꽃들이 어우러지니 베란다에 봄기운이 완연하다. 지난 설에 친정에 갔다가 여든이 넘으신 큰올케가 담가준 고추장 항아리와 묵은 독들을 씻어 곁에 놓고 보니 고향의 오래된 장독대 풍경이 희미하게 떠오른다. 간장독에 비치던 어머니의 얼굴을 만지듯 둥근 고추장 단지를 껴안아 본다. 북향인 우리 집은 뒤 안에 장독대가 있었다. 담 밑으로 머위 순이 나고 옹기종기 놓인 장광의 항아리들은 여럿 형제인 우리 식구들 마냥 도란거리듯 보였다. 가난한 보릿고개 시절 장독은 얼마나 귀한 살림 밑천이었을까? 금이 간 항아리엔 거미줄사이로 가끔 달빛이 머물다 갔고, 바닥에 고인 빗물은 속으로 삼켰을 어머니의 눈물처럼 찔끔거렸다. 흙속에 묻힌 깨진 항아리에 꽃씨가 날아와 분꽃이 피던 유년의 기억들은 초로의 가슴을 어루만져 준다. 시골집엔 안마당에, 뒷간 가는 모퉁이에 살구나무가 두 그루 있었다. 마을을 밝히듯 살구꽃이 환하게 피
성격이 운명을 지배한다는 말이 맞는 성 싶다. 젊은 날 습관이 된 매사 완벽주의 지향을 아직도 고집하고 있어서인지 더욱 이 말에 공감이 깊다. 마음먹은 일은 꼭 성취해야만 하고 입 밖에 뱉은 말은 약속을 지켜야만 하는 성품이 그것이다. 사노라면 헛발질을 비롯, 가끔 흰소리도 하고, 실수도 하며 사는 게 인생 아니던가. 하지만 지금껏 이런 일을 금기시 해왔으며, 절제와 규범적 삶을 고집해 왔고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못하는 탓에 스스로를 닦달하기 예사였다. 이런 성격은 지난 시간 악착같이 앞만 보며 내달리도록 나를 몰아세웠다. 무엇을 얻고자 그토록 정신없이 앞만 보며 달렸을까. 걸음을 멈추고 이제라도 여유롭게 살고자 했을 땐, 그동안 과속의 삶이 안겨준 달갑지 않은 결과가 기다리고 있었다. 젊은 날 교육 사업을 하느라 별 보고 나갔다 별보고 돌아오기 일쑤였다. 일 년 내내 이런 삶이 지속되다보니 사계절의 정취 또한 느낄 겨를이 없었다. 어느 사이 세 딸들의 바지 단이 껑충 짧아지기 시작했고, 하루가 다르게 신발 치수가 늘어만 갔다. 하지만 그것조차 미처 챙길 틈이 없었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딸아이들과 반비례하여 나의 심신은 날이 갈수록 피
올리버스톤 감독의 2004년작 영화 '알렉산더'에서 페르시아 대군과의 최후의 전투를 앞둔 마케도니아 왕 알렉산드로스는 군사규모도 전투경험도 열세였다. 범인(凡人)이라면 상대의 압도적인 규모만으로도 겁을 먹고 전쟁을 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알렉산드로스는 적군의 위세에 위축되지 않았다. 그는 뛰어난 전술로 잘 훈련된 정예부대를 진두지휘하며 전장의 선두에서 전투에 용맹하게 뛰어들었고, 그 결과 전승무패의 역사를 이어가게 된다. 이 영화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자신의 군대 뒤에서 관망만하다 겁을 먹고 도망가는 페르시아 왕과는 달리 죽음을 각오하고 앞장서서 상대국의 왕을 사로잡으려 했던 알렉산드로스의 행동하는 리더십이었다. 현대의 우리는 선거를 통해 대표자를 뽑고, 국민의 권력을 위임받은 대표자는 정치 리더가 된다고 볼 수 있다. 리더의 정치적 선택과 결단은 우리를 둘러싼 경제·사회·문화 전반의 정책과 환경을 결정한다. 그러므로 유권자가 정치 리더를 선택할 때는 그가 어떤 생각을 품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하고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는 방송토론회, 거리연설, 선거벽보, 책자형…
오후에나 비가 온다는 예보를 믿고 7시를 막 지나 집을 나섰다. 차창에 몇 방울 비꽃이 떨어지더니 호남고속도로에 들어서서는 사방에 비안개가 자욱했다. 첫 번째 휴게소에 도착하기도 전에 가루비가 포슬포슬 내리기 시작한다. 잠자는 개구리를 깨우고, 꽃이 피기를 재촉하고, 어서 씨를 뿌리라고 말해주는 봄비를 일비라고 하지만, 나는 각우(覺雨:깨우다,깨닫다)라 부르고 싶다. 이 비가 그치면 착한 농부는 조상님들이 그랬던 것처럼, 밭갈이 단장을 하고 기다리고 있는 황토의 들판에 세 알씩의 씨앗을 넣어 줄 것이다. 한 알은 하늘의 새가 먹고, 한 알은 땅 속의 벌레가 먹고, 남은 한 알은 사람이 먹을 수 있도록…. 비 올 때의 운전은 속도도 늦추고 더 주의하기 때문에 평소보다 안전할 것이라는 나름의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다. 담양의 죽녹원과 메타세콰이아 가로수길을 거쳐 소쇄원에 도착할 때까지도 봄비는 넉넉히 내렸다. 대봉대, 오곡문을 지나 제월당(霽月堂) 마당에 들어서니 당호(霽:비 갤 제)를 따르기라도 하듯 비가 그쳤다. 돌계단 위로 두 칸의 시원한 대청마루, 쌍창 뒷문이 만든 두 개의 커다란 액자 속에, 한 곳에는 하얀 매화가, 다른 곳에는 노란 산수
얼마 전 한 일간지에 자극적인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완전 사회주의 경제가 10이라면 문 정권은 7-8까지 왔다는 제목이었다. 이런 주장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했다. 강성진 고려대 교수는 한국경제연구학회 회장과 한국경제학회 부회장 등을 지냈다. 문 정권의 사회주의 노선은 무엇일까? "지난해 경제 성장률은 22년 만에 가장 낮았다. 취업자 수와 경제활동 인구도 22년 만에 가장 많이 줄었다. 1인당 국민 소득도 2년 연속 감소했다. 거의 모든 경제지표에 비상 신호가 울리고 있다. 한국 경제가 벼랑으로 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경제가 나빠진 이유도 사회주의적 정책의 영향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코로나 영향은 지난해 1년뿐이고, 근본적인 원인은 경제정책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같은 진보 성향인 노무현 정권도 민간의 역할과 시장 자율을 어느 정도 인정했다. 문 정권은 기업 위에 군림해서 통제만 하고 있다. 60~70년대에는 정치가 기업을 통제한 대신 성장을 도왔다. 1980~2000년대에는 정치와 기업이 상생했다. 지금은 정치가 기업을 내버려두기를 원한다. 문 정권은 기업을 돕기는커녕 명령 규제 간섭 등으로 괴롭히고 있다. 모든 정
빈 들녘, 나뭇가지에 찢어진 비닐 한장이 걸려 있다. 풍향계 인 양 비닐 조각을 보며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가늠 해 본다. 완연한 봄 인 듯 함에도 아직 몸이 사려지는 것은, 어느 해 였던가 사월의 추위가 생각나서이다. 임대 아파트 주민이었던 그녀가 요양병원으로 갔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곧 문병을 가지 못했다. 세계 대유행인 바이러스의 창궐이 원인이었고, 그때쯤 나에게도 변고가 있었다. 시장을 다녀오던 중 총총 걸음이 엉켰던지 현관 앞에서 고꾸라져 벽에 머리를 부딪혔다. 순간에 일어난 일 이었으나 콘크리트 벽이 물컹 들어갔다 나온 느낌을 받았다. 진료를 한 의사는 목뼈에 금이 갔다고 했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다"는 말을 듣고 한발짝 앞이 저승길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을 실감했다. 건강하셨던 노인이 어느날 갑자기 '목욕탕에서 미끌어졌다'거나 느닷없이 '넘어져서 허리를 다쳤다' 는 이야기가 남의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목 깁스를 하고 봄·여름을 집콕하며 보냈다. 내몸이 성치 않으니 세상사 모두 흥미가 없었다. 시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병원은 미리 전화를 해 놓았지만 한쪽 문은 닫힌 채 일일이 문병객을 통제 하고 있었다. 방문자 명단에 서명을 하고…
오늘날엔 많을 것을 인터넷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 큰 이점이며, 이러한 것은 현대사회에선 특별하다기보다 일상적이고 당연한 일이 됐다. 하지만 지방세 전자신고는 아직 대중화되지 않았다. 지방세 전자신고는 정말 편리하다. 은행 방문도 필요 없고 공인인증서 없이 비회원으로도 가능하며, 관공서나 은행 영업시간 외에도 신고·납부할 수 있다. 그리고 특정한 경우에는(예를 들어 종합소득 확정 신고 전자신고 시) 세액공제까지 받을 수 있다. 매년 전자신고시스템이 개선되고, 컴퓨터 또한 대중적으로 보급되는 추세지만 이러한 이점과 환경에도 왜 아직 전자식고가 완전히 대중화되지 않은 것일까? 그동안 다양한 납세자를 대하면서 그 이유를 생각해 봤다. 첫 번째는 자진 신고의 두려움이다. 지난 5월 종합소득세 확정 신고 기간에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있다. "스스로 했다가 신고가 잘못될까봐 두려워서, 걱정돼서, 무서워서 신고센터에 방문했다." 그 막연한 두려움이 전자신고를 막고 있는 가장 큰 벽이라고 생각한다. 혹시라도 과소 신고가 된다면 차액분 세액과 가산세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분명 전자신고 창에는 도움말이 있기는 하지만 그럼
아침에 집을 나서며 남서쪽을 향해 "맹글라바"라고 기도하듯 외쳤다. 미얀마 말로 "안녕하세요"라는 뜻이다.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는 민주화운동으로 시민들이 연이어 목숨을 잃고 있다. 안타까움과 분노가 교차하는 소식에 지구촌 곳곳에서 미얀마를 향한 지원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사단법인 사람예술학교 권태훈 이사장이 유튜브 및 페이스북 방송 등을 통해 미얀마 민주화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호소해 성금이 답지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5.18 광주의 얼과 미얀마 민중의 얼은 다르지 않다"면서 "미얀마 쿠데타는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일 뿐만 아니라 우리 문명에 대한 도전"이라는 권 이사장의 외침이 전파를 타고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그는 지난 10년간 미얀마 오지를 다니며 난민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몸을 던졌다. 언어와 종교, 이데올로기에 따라 크게 8개 지역으로 쪼개져 내전이 끊이지 않는 미얀마에서 탄압을 받는 소수민족을 돕는 일이란 목숨을 건 일이다.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미얀마 오지에서 교육활동을 벌이면서 외교부 산하 사단법인으로 조직이 장했다. 2~3년전부터 미얀마에 난민어린이를 위한 학교를 세우는 일을 추진하고 있는데, 부지까지 마련
작년인가, 칼럼니스트 김선미 씨가 쓴 글입니다. 주객전도. 말 그대로, 주인은 손님처럼 손님은 주인처럼 행동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으로, 입장이 뒤바뀐 것을 말하는 것이지요. 주객전도의 예는 우리 주변에 숱하게 널려 있습니다. 호주에서 산불이 일어났을 때 사령탑에 있어야 할 현직 총리인 스콧 모리슨은 하와이로 휴가를 가고, 오히려 전직 총리인 토니 애벗이 의용소방대로 봉사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주객전도의 좋은 예지요. 2010년대에 들어서 우리나라 대부분의 대학교에 중국인 유학생이 많이 들어오면서, 학교 측은 한국인 학생보다 중국인 유학생의 눈치를 보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그들이 한국인 학생보다 학비를 더 내기 때문에 학교 측 입장에서는 매우 환영하는 고객이 된 것입니다. 특히 2019년 홍콩 민주화 운동의 지지·반대에 따른 한중 대학생 간의 대립시, 학교 측은 한국인 학생을 보호하기는커녕 중국인 학생들의 온갖 협박·폭행을 방치했습니다. 심지어 일부 대학교는 교내에서 홍콩과 관련된 대자보를 금지하거나 홍콩과 관련된 회의나 행사를 못하게 막았습니다. 이 또한 주객전도의 좋은 예입니다. 러시아의 자유민주당은 소련의 다당제 허용으
아침이다. 더구나 주말 아침이다. 조금은 특별한 주말 아침이라고 해야 할까? 주말에는 같은 시간이라도 평일 아침 시간보다 더 이른 느낌이 들곤 한다. 바쁘고 분주한 일상에서 벗어나 다소 긴장을 풀고 늦잠이나 여유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팽팽하던 일상이 느슨해져 자연스레 하루의 시작 시간을 뒤로 늦추게 될 때도 많다. 하지만 오늘은 주말이 좀 분주하게 시작되었다. 아침 8시부터 아파트에 소독을 한다며 밖이 시끌벅적하다. 소독한다며 외치는 소리와 계단을 오르내리는 발소리에 은근히 신경이 곤두섰다. 지켜지지 못한 주말의 여유로운 일상이 못내 아쉽게 된 것이다. 그 순간 전화벨이 울렸다. '이 시간에 누구지? 무슨 일이지? 얼마나 다급한 일이길래, 이렇게 이른 시간에….' 나는 시간을 보면서 짧은 순간에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전화를 받았다. 아침 8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걸려온 전화는 너무나 어이없게도 모 건강검진센터에서 영업 전략으로 홍보차 전화를 한 것이었다. 지금 몇 신 줄 아느냐고 묻는 내 말은 귓등으로 들었는지 미안하다는 말은커녕 홍보를 위해 별 마음 없이 달달 외운 말만 기계처럼 쏟아부었다. 그렇게 쫓기듯 쏟아놓은 말의 요지는 이번에 건강검진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모르긴 몰라도 학창시절을 지내며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시 구절이다. 선생님에게 혼나가면서 외웠던 주제와 비유법 따위는 다 잊어버렸지만, 아직도 저 구절만은 나와 같이 지내주고 있다. 바르게살기위원회 업무를 위해 충주시 연수동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오랜만에 저 글귀가 떠올랐다. 사람도 많고 책상도 많고 여러모로 쉴 틈 없는 사무실 한구석을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 화초들 덕분이다. 얌전하면서도 제법 아름다운 빛깔을 뽐내고 있는 화초들 옆에는 '이쪽은 출입구가 아닙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함께 적혀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 장소는 원래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이었는데, 리모델링을 하면서 사용하지 않도록 바뀐 모양이리라. 벽으로 막아버린 것이 아닌 탓에 버릇처럼 그쪽으로 출구를 찾아갈 사람들에게 일일이 설명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쌓이다 보면 민원 보기도 불편하고 설명하는 사람들에게도 보통 일이 아닐 텐데, 이런 식으로 예쁘게 서 있는 화초들의 애교를 앞세워 해결하다니 앙큼하기도 하고 참 머리를 잘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욱이 이 화초들은 돈을 들여 구입한 게 아니라, 어느 건
4차산업혁명이 새롭지 않다. 곳곳에서 4차산업혁명기술의 확산을 목도할 수 있고 일상의 깊은 곳까지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스마트시티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스마트 모빌리티'에 대한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러한 기술 발달의 전유물로 탄생 된 수단들의 운영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공유라는 이름으로 활용되는 사적 수익의 수단이 공적 기능을 침해함에 따라 시민들의 안전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공유(公有)의 사전적 의미는 '두 사람 이상이 한 물건을 공동으로 소유함'이다. Garrett Hardin 박사가 주창한 공유재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으로 잘 설명되는데, '모두가 사용해야 할 자원을 사적 이익을 주장하는 시장의 기능에 맡겨 두면 이를 남용하여 위험이 따른다'라고 한다. 이는 시장실패의 요인이 되며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는 국가의 관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동킥보드의 문제도 공유의 공간이 사적 이익을 위해 침해됨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특히, Covid-19 이후 혼잡한 대중교통 대신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에 따라 이용자가 대폭 증가했다. 이용의 편리
냉이를 다듬다 보니 시든 게 꽤 많다. 얼었다가 녹았는지 허옇게 떡잎이 지고 보랏빛으로 칙칙해진 것도 있다. 겨우내 떨다가 질린 거라고 했으나 끓는 물에 데치면 거짓말처럼 파랗게 살아났다. 겨울을 비집고 나온 뿌리심이다. 냉이를 캐던 날은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렸다. 한 뿌리를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춥고 힘든 체 엄살을 떨라니까. 그래야 꽃샘바람의 직성이 풀릴 텐데 아무렇지도 않은 듯 굴면 더 심술을 부리지 않겠어?" 하지만 이어서 "그래 가지고는 봄을 만들 수 없어. 무모하기는 해도 달걀로 바위 치는 배짱이 아니면 겨울을 깨부수지 못해"라고 하는 다부진 소리. 꽃샘바람도 그 말을 들었다면 맥이 풀리지 않았을까. 바람 끝이 매서운 초봄, 꽃이 피고 잎 트는 꼴은 절대 못 본다고 갖은 폭설을 퍼붓곤 했다. 그럴 때마다 봄이 올까 싶었지만 냉이를 보고는 안심을 했었다. 장정 열이서 도둑 하나를 막지 못하듯 꽃샘바람 군단이 봄을 이긴 경우는 한 번도 없다. 운명도 결사적일 때라야 물리칠 수 있다. 독을 이기는 것은 독 외에 없듯이 지독한 운명에 맞서는 건 여간내기가 아니라고 할 꿋꿋한 자세다. 한갓 봄나물조차도 모질게 사는데 어찌 투정을 부리겠는가
새움이 움트는 봄이 되니 마음도 들뜨게 된다. 지인에게 바람이라도 x겸 진천을 가자고 했더니 좋다고 했다. 둘이서 따사로운 햇살 속에 싱그러운 바람을 날리며 신바람 나게 농다리로 향했다. 농다리는 충북 진천군 문백면 구곡리 굴티마을 앞에 있다. 천년 세월을 끄떡없이 묵묵히 버텨온 농다리는 자연석으로 만들어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라고 한다. 멀리서 보면 다리가 마치 지네모양처럼 보인다. 농다리 주차장에 도착하고 보니 새 단장이 되어 있었다. 하천변은 잔디밭으로 조성해 놓았고 주차장도 시멘트로 포장돼 있다. 농다리 북쪽으로는 최근에 생긴듯한 징검다리가 농다리를 닮았다. 그 다리를 건너가 인공폭포 쪽으로 난 둘레길을 걸어 쉼터로 올라가 앉았다가 내려서서 신비를 간직한 농다리로 건너왔다. 다리는 소통의 연결고리다. 마을과 마을을, 사람과 사람을,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연결해 주고 있다. 그래서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매개체가 되는 끈이다. 집으로 오는 길에 친구 집 근처를 지나게 되었다. 혹시나 해서 전화를 하니 집에 있으니 들어오란다. 친절한 그의 말에 큰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쉽게 찾아갔다. 집 위치도 괜찮고 산과 들이 적당히 어우러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의 숫자가 1천만 명을 넘어서면서 버려지는 동물 수도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 동안 버려진 유기견의 수는 13만 마리이다. 하지만 이는 통계치일 뿐 실제 길 위를 떠돌고 있는 유기 동물의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그중 대다수가 한때 누군가에게 '가족'의 이름으로 불린 반려견들이다. 병들거나 나이 들었다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버림받은 강아지들은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소망하며 길 위를 떠돌다 로드킬의 대상이 된다. 어쩌다 운이 좋아 동물보호센터 구조대에 의해 구조되더라도 이 도움의 손길 또한 잠시뿐이다. 임시보호소에 맡겨진 유기견들은 보통 분양 공고 후 10일 이내에 데려갈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의 위험에 처한다.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는 우리나라에서 진행하고 있는 유기견 입양 캠페인 문구이다. 최근 유기 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유기견 입양도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유기견 입양이 제도로서 잘 체계화돼 있지 않다는 문제도 있지만 우리나라는 애견숍을 통해 이뤄지는 입양이 너무 많다. 제도적인 보완이 많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열악한 환경의 '종견장'에서 태어나…
설 연휴가 지났다. 조용한 설 명절이 좀 낯설게 느껴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중에 맞이한 설날은 좀 억지스럽기도 했지만 서로 자제하고 조심하면서 그렇게 지나갔다. 1년을 넘게 수도 없이 들어온 말들, 5인 이상 모임이나 식사 금지,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하기, 손 씻기, 손 소독하기, 환기시키기 등등 하나하나 체크하고 기억하면서 행동해야하는 것들이 생활의 지표가 되었다. 설 연휴가 되니 휴대폰으로 전해오는 메시지마다 새해 복 많이 받으란다. 그리고 건강하고 행복하란다.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온 제자들은 온통 붉은색으로 가득한 그림이나 사진을 보내며 건강과 복을 기원한다.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네팔, 방글라데시 등 설 명절이 없는 고향을 둔 제자들은 한국 문화를 알게 되면서 새해 인사를 전한다. 이번 설 명절은 좀 특별하게 맞이했다. 중국이 고향인 유학생으로부터 초대를 받았다. 오랫동안 함께 공부를 하면서 친분을 쌓아왔으며 2주 뒤에는 공부를 마치고 중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거하게 설 명절을 맞이하는 중국에서는 미리미리 대청소를 하고 설 하루 전부터 많은 음식을 준비한다. 중국이 고향인 유학생도 여러 가지 음식을 요리하고 있었다. 다
이맘때면 이사철과 새 학기로 계절에 변화를 느끼게 된다. 부동산 시장도 봄철과 더불어 활발해지고 있다. 청주 아파트분양은 총 1만217세대(총 세대수 기준)가 분양될 예정으로, 이는 지난해 분양된 2천855세대보다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지역별로는 흥덕구가 가장 많은 5천962세대를 분양될 예정이고 서원구 3천40세대, 상당구 1천215세대 임대분양 청원구 120채 순으로 물량이 많다. 청약 경쟁률도 치열하다. 최근 지난해 12월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에 공급된 '가경 아이파크 5단지'는 일반공급 542세대 모집에 1순위 2만2천626건의 청약통장이 접수되어, 최고 49.79대 1의 경쟁률로 전 주택청약이 마감됐다. 마감이후 계약 역시 단기간에 마무리되었다. 방사광가속기 부지 선정, 이차전지 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후보 선정 등의 호재의 영향과 인근 대전, 세종 등에 비하면 아직 시세가 저렴하다는 인식 등 여러 기대감이 높아지고 이분위기가 그대로 반영된 듯하다. 이렇듯 분양물량이 대폭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그만큼 도시의 여러기준의 긍정적인 지표로 보여진다. 여기서 청약률에 대해 잠깐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청약률이 높다는건 그만큼 수요가 많고 그에
봄은 그렇게 나에게 왔다. 택배보다 더 먼저 배달된 새소리가 게으른 나의 문을 사정없이 두드린다. 창을 열면 젖은 안개 사이로 희뿌연 초록의 가지들이 언뜻 흔들리며 손짓한다. 멀리 산수유며 동백, 버들가지, 매화가 잎을 뾰족이 내밀며 바람에 흔들린다. 담벼락에 낮게 깔려 고개 내미는 민들레며 상사화가 잘 살고 있다 손짓한다. 그 먼 바람 길을 훠이 돌아 이제야 소리 없이 꿈틀대는 황홀한 날갯짓, 시간의 투명한 그리움을 눈부시게 바라본다. 봄은 그렇게 훅 내 삶에 들어왔다. 지난해 나는 코로나와 실직 속에서 세상에 대해 마음을 굳게 닫았다. 변하지 않는 타성의 집단에서 버텨내기가 많이 힘들었다. 더는 물러설 수 없는 벼랑에 선 느낌이었다. 앞이 보이지 않을 때 나를 버리는 것이 변화의 시작이라 생각했다. 참 이기적이고 어리석었다. 그렇게 내 안에 나를 가두었다. 가끔씩 찾아오는 원망을 안주삼아 잔기침 몇 번, 술 몇 모금으로 혼자서 토닥거리며 살았다. 희망과 두려움이 뒤섞여 견뎌내야 하는 날들이었고 저 스스로를 돌아보는 날들이었다. 그렇게 시간은 멈추었고 내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부끄럽고 아픈 날들이었다. 무기력한 날들에 잠겨 몇 번인가 허겁지겁
봄이다. 매화 가지 스쳐온 맑은 바람, 달큼한 청향(淸香)이 코에 스민다. 바야흐로 꽃들이 저마다 뽐내고 신록이 향연을 펼칠 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이 있다. 바로 봄마다 손·발이 잘린 나무이다. 얼마 전 아파트 주변 큰 나무들이 보기 흉하게 잘려 나간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10여 그루가 거의 참수(斬首)당한 수준이었다. 그냥 전봇대나 다름없었다. 가을이면 노란 잎으로 눈을 환하게 했던 큰 은행나무도 뭉텅 잘려 삼지창이 되었다. 몇 년 전에도 이처럼 많은 나무가 잘렸다. 특히 주민 모두가 아끼던, 감이 주렁주렁 달려 가을의 정취를 한껏 느끼게 했던 감나무가 밑동부터 베어졌을 때 나는 동 대표 회의에 참석하여 한 마디 했다. '나무를 자르는 것은 한순간이나 나무가 자라는 데는 많은 세월이 필요하다. 자라면서 형태가 만들어지고 그 나무들이 아파트 경관을 살린다. 낙엽이 진다고, 열매에서 냄새가 난다고 무참히 잘라 버리면 이 땅에 온전히 살아남을 나무는 없다.' 그러나 왠지 그들에게는 공허한 메아리 같았다. 이번에 또다시 나무가 잘리고 보니 사람들의 잔인함에 마음이 편치 않다. 예부터 사람들은 짐승이나 자연의 사물을 의인화(擬人化) 하여 그 덕
1년에 두 번 있는 가장 큰 명절인 설 연휴가 얼마 전 지났다. 매번 명절이면 늘 그렇듯 주변 지인이나 친척들과 작은 선물을 주고받는다. 명절 전 마트에 가보면 많은 설 선물세트가 진열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마트에 있는 대부분의 선물세트들이 선물 그 자체의 내용물보다는 겉의 포장지의 비중이 더 크다. 환경부의 과대포장에 대한 규제가 생겼다고는 하지만 아직 많은 명절 선물세트가 과대 포장돼 판매되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명절 선물세트 10개 중 6개가 과대포장이라고 한다. 몇몇의 기업들은 이러한 비판에 맞춰 불필요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변화하고 있다. 명절 선물세트의 스팸 뚜껑을 없애기도 했고 기존 플라스틱이나 재활용이 불가한 포장재에서 재활용이 가능한 포장재로 변경한 노 플라스틱 선물세트를 출시하기도 했다. 기업들은 화려한 포장으로 소비자들의 눈을 현혹시키기보다는 이러한 변화를 통해 제품의 질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어야 할 것이다. 기업들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노력도 필요하다. 처음부터 쓰레기가 배출되지 않는 '제로 웨이스트'선물을 구매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이지만 이미 받은 선물세트의 쓰레기를 버리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 분리배출을 할 때…
3월의 햇살치고는 제법 따사로운 날, 아이들이 재잘거리는 소리를 멀리 들으며 봄맞이하듯 교정을 걸었다. 터질 듯 말 듯 하던 매화가 하얗게 꽃망울을 터뜨려 화사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교문 옆 돌담길을 걷는데 "버르르 버르르" 작은 소리가 들렸다. 회양목 잔가지 사이에서 나는 소리였다. 벌들이 회양목 자잘한 이파리 속에서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웬 벌들이 저렇게나 많이 몰려 있을까? 한참을 들여다보니 아주 작은 꽃들이 보였다. 겨울 언저리에도 연겨자색 잎을 지켜내고 있던 회양목은 남모르게 꽃을 피우고 있었다. 향기도 제법이다. 그윽한 매화 꽃에 눈길을 주느라 회양목이 이렇게 꽃피워 벌들에게 꽃가루를 나눠주고 있는 줄은 몰랐다. 꽃들은 제각기 대를 이어나가기 위해 자신만의 모습으로 진화하였다. 화려한 꽃모양, 아름다운 색깔, 때로는 달콤한 향기를 뿜어내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회양목을 눈여겨본 적이 있었던가? 한겨울에도 잎을 떨구지 않아 사계절 원예식물로 각광 받으며 학교, 아파트, 공원 등 어디에나 있는 회양목이고 쓰이는 곳도 많다고 하는데 존재감은 없는 것 같다. 교육자의 상상력의 끝은 늘 아이들에게로 향한다. 학교에도 회양목 같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이란 항목에서 부끄러운 1위를 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삶보다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고, '코로나 블루(코로나19로 인한 우울증)'처럼 삶을 포기하게 만드는 새로운 이유들이 계속 늘어가고 있다. 코로나 블루로 인해 현재뿐 아니라, 코로나19가 끝난 후에도 중장년층의 자살률이 오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얼마나 힘들고 괴로웠으면 죽음을 선택했을까 라는 안타까움에 자살율을 좀더 줄이려는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제도적 장치도 개인이 마음과 행동을 변화시키려는 생각이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부정적인 사람은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을 비판하고, 나는 왜 이렇게 없는게 많은가 한탄하며 매사를 남의 탓으로 돌린다. 반대 부류의 사람은 자주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지금보다 좀 더 나은 삶을 향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어떤 부류의 사람이 될 것인가는 바로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다. 자신이 어떻게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고, 삶이 달라지며, 죽음을 선택할 확률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두 다리를 탄소섬유로 된 의족을 끼고, 정상 엘리트
진천을 '생거진천(生居鎭川)'이라고 한다. 그 다음 말이 사거용인(死去龍仁)이다. '살아서는 진천, 죽어서는 용인에 묻혔다'는 옛날 한 아낙네의 설화에서 연유했다고 한다. 진천군 문백면에 역사적으로 높이 평가 받고 있는 두 분의 묘소가 있다. 한 분은 조선 최고의 가사문학가인 송강 정철(松江 鄭澈)이고 한 분은 시, 서, 화 삼절로 불리는 표암 강세황(豹庵 姜世晃)이다. 필자는 송강의 묘소가 문백에 있다는 것은 예전부터 알았지만 표암의 묘소가 이 곳에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두 명인이 고향에 묻히지 않고 문백 땅에 묻힌 것을 생각할 때 '생거진천이요 사거진천'이란 말을 붙여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본래 송강의 묘소는 경기도 고양시 공릉천변에 있었다. 그런데 숙종 대 재상 우암 송시열이 묘소를 진천으로 이장했다. 물론 당시 진천 문백에는 연일 정씨 송강의 자손들이 많이 살고 있었는데 우암의 도움으로 이전을 추진했던 것 같다. 고양시 송강의 묘소가 있던 곳을 가면 한 기녀(妓女)의 묘를 찾을 수 있다. 바로 송강이 사랑했던 남원 기생 강아(江娥)의 무덤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송강이 전라감사로 부임해서다. 남원에서 강아를 만난 송강은 그
안덕벌의 전성기는 연초제조창으로 인하여 70년대까지 계속되었다. 안덕벌에 첫서리가 내릴 무렵이면 새벽부터 소달구지와 경운기가 줄지어 서 있었다. 잎담배를 수매하기 위하여 충북 각지에서 이곳 안덕벌로 모여 들었던 것이다. 순대국집에서 모여 앉아 걸쭉한 막걸리로 허기진 배를 채우던 농부들이 수매가 끝나면 묵직한 돈다발을 품에 안고 방아다리 근처의 고급 주점을 찾아 젓가락 두들겨 가며 힘겨운 한해 농사일의 피로를 풀곤 했다. 잎담배는 그야말로 충북인의 피와 땀의 결정체였다. 담배 농사는 이른 봄부터 시작해서 늦가을까지 계속된다. 비닐하우스에 씨앗을 뿌린 뒤 애지중지 싹을 키우고, 쟁기질로 밭을 간 뒤 어린 묘를 심었다. 자라는 동안 여러 차례 밭을 매고, 풀을 뽑고, 담배잎을 갉아먹는 굼벵이처럼 생긴 벌레를 손가락으로 비벼서 죽이는 작업도 수시로 해주어야 한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여름에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씩 담배잎을 따다가 새끼줄에 꼬여 건조실로 들어가고 밤을 새우며 며칠 동안 석탄불을 지펴 가마 안을 가열시켜야 하는데 여기에서 담뱃잎의 등급이 달라지게 된다. 마치 어느 도공이 장작가마에 도자기를 넣고 자신의 모든 혼과 열정을 다해 불을 때야 제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한 지 벌써 1년이 넘었다. 그동안 우리의 일상은 180도 바뀌었다. 이번 설 명절 또한 그랬다. 지난해 한 번의 명절을 지냈을 때만 해도 이번 설 명절까지 코로나로 잠식될 줄 몰랐다. 코로나 이전의 설 명절은 몇 시간의 교통 체증을 뚫고 멀리 있는 할머니 댁에 모여 작은 아버지와 사촌들을 만나는 자리였고, 우리는 함께 맛있는 명절 음식을 나눠먹고, 성묘를 가고 다음 모임을 기약하면서 헤어지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제발 집에만 있어 달라! 5인 이상 모이면 안 된다! 이동하지 말고 마음만 전달하세요!'라는 현수막이 동네 곳곳에 게시돼 있었다. 이전에는 상상도 못했을 일이다. 이런 상황들이 이제는 자연스럽게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아니 이제는 익숙하다. 오히려 모임 제한을 풀어주는 것이 어색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바꿔서 생각을 해보면 우리가 누군가를 만나는 것에 이렇게 애틋한 적이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만나자고 하면 언제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같다. '시간이 안 되면 다음에 다시 약속을 잡아서 만나면 되지'라고 생각했고, 각종 모임들은 사전에만 시간을 조율하면 당연히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충북일보] 오는 30일 본보와 충북리더스클럽이 주최하는 '14회 충북경제단체 친선골프대회'가 오전 11시 30분부터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그랜드 컨트리클럽(그랜드 CC)에서 열린다. 대회는 경제인들의 친목 도모와 상호 간의 다양한 정보교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대회는 도내 경제단체 회원과 재경 경제인 등 160여 명이 40개 팀을 이뤄 신페리오 방식으로 치룬다. 라운딩 이후 시상식과 김영환 충북도지사 초청 만찬, 행운권 추첨은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된다. 시상식은 △메달리스트 △우승(남·여) △준우승(남·여) △니어리스트(남·여) △롱게스트(남·여) 수상자에게 트로피와 부상이 각각 주어진다. 가장 멋지게 옷을 입은 참가자인 △베스트드레스상(남·여) 수상자에게는 부상이 수여된다. / 성지연기자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 도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가칭 '충북아트센터' 건립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오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기본계획 수립, 타당성 조사, 중앙투자 심사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26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중순 마무리되며 용역을 통해 세운 기본계획에는 공연장 등 규모, 운영 방안, 경제성 검토 등이 담긴다. 도는 이 계획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도는 지난 7월 행정안전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은 의무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충북아트센터 건립에는 총 2천300억 원이 소요된다. 연구원은 내년 4월까지 경제성과 재무성, 정책적 사업 추진 가능성 등을 분석한다. 도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같은 해 상반기 행안부에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심사를 무난히 통과하면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오는 2026년 첫 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도는 이런 절차가 차질 없이
[충북일보] "산업 현장은 치열한 전쟁터라 조용해 보이지만 끊임없이 경쟁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재진(67) ㈜ATS(에이티에스) 대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TS는 국내 자동차 플라스틱부품 업계 1위 기업으로 2004년 설립해 20년간 끊임 없이 달려왔다. 주력 제품은 초정밀 사출 기술을 이용한 자동차용 클립(Clip)과 패스너(Fastener)등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이다. 이재진 대표는 "클립, 패스너 등 플라스틱 부품과 연료 부품 분야로 두 가지 트랙을 사업 아이템으로 갖고 있다"며 "보통 300가지 정도의 부품이 매월 생산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에이티에스는 지난 2022년 국내 완성차 업체 2곳이 필요로 하는 부품 점유율의 50%를 넘어섰다. H사의 1대에 사용되는 내장·외장용 클립 100개중 50개 이상은 에이티에스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진 대표는 "신차 개발은 2년을 앞두고 이뤄진다. 올해 기준으로 2026년 모델링이 나오면 그에 필요한 부품을 부품 회사들이 2~3년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차의 디자인 등에 맞춘 개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