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희양산이 먼 산처럼 보인다. 소복하게 내린 눈으로 마루금이 하얗다. 순결의 처녀 허벅지처럼 곱다. 하늘이 맑고 흐림을 반복한다. 지나가는 바람에 구름이 움직인다. 조금 전과 같은 듯 같지 않다. 산기슭에서 찬바람이 올라온다. 겨울이 시나브로 산 속에서 완성되고 있다. 겨울 산을 걷고 또 걷는다. 느리게 걸어도 푹신함에 숨이 찬다. 다시 걷다 지치면 그대로 앉아 쉰다. 지나온 길을 굽어본다. 새해 둘째 날 산길을 걷는다. 넘치는 우정과 사랑으로 벅차다. 선한 마음으로 봉헌할 마음을 먹는다. 마음의 문을 닫았던 조급함도 떨쳐낸다. 뉘우치며 겸손히 길을 간다. 남은 시간을 헤아린다. 희양산이 활짝 웃는다.
[충북일보] 한 해가 저문다. 올해도 끝까지 잘 버텨낸다. 도심의 시끄러움에 몸이 지친다. 마음은 이리저리 복잡하게 얽힌다. 주변의 짜증스러움이 질식감을 준다. 그래도 너무나 잘 적응하는 미생의 삶이다. 쉼표가 필요하다. 느릿느릿 걸으며 호흡한다. 사색하기 좋은 최상의 공간에 든다. 느림의 숲길로 최적의 조건이다. 청량감에 기분까지 상쾌하니 더없이 좋다. 비로소 고즈넉하게 발걸음을 뗀다. 그리움으로 한 해를 마무리한다. 새 희망을 가슴에 품고 걷는다. 푸근한 휴식의 여운이 오래도록 남는다. 겨울나무마다 생명력이 넘친다. 환한 햇살 받은 풍경이 더욱 빛난다. 숲길을 따라 더 깊이 들어간다. 숨 가쁘게 내달린 한 해를 반추한다.
[충북일보]번뇌는 밖에서 오지 않는다. 언제나 내 마음 속에 있다. 가까이서 마음을 들여다본다. 미움도 질투도 분노도 없다. 평화만이 깃든 시공 속이다. 약사암이 준 선물이다. 옹골찬 바위능선에 취한다. 하늘과 땅 사이에 펼쳐진 풍경이다. 봉우리마다 강인한 생명력이 넘친다. 하나하나가 자리이타를 실천한다. 자신을 내주어 남을 행복하게 한다. 그럴듯한 자기헌신의 형상이다. 샹그릴라를 찾아 나선다. 이내 신과 가까이 할 수 있는 공간을 찾는다. 적절한 고통과 노력으로 약사암에 다다른다. 오롯이 내 탓의 잘못을 뉘우친다. 마음속에 행복이 스며든다. 바위 아래 절집에 평화가 깃든다.
[충북일보] 금오산 돌탑이 특이하다. 산 정상부의 오형돌탑이 신비롭다. 슬픈 할아버지의 처절한 창조물이다. 먼저 간 손주를 향한 공든 탑이다. 끝없는 사랑의 표식이다. 돌탑 속에서 작은 부처가 웃는다. 햇빛에 반사된 얼굴이 금빛으로 빛난다. 할아버지의 손주 사랑이 발현한다. 산객들의 해석은 각양각색이다. 오형돌탑이 유독 하늘과 가깝다. 특별한 날 특별한 선물이다. 길었던 산행이 끝이 난다. 바스러진 낙엽 밟으며 걸음을 옮긴다. 간신히 부여잡고 다시 힘을 낸다. 올망졸망 솟은 바위가 아슬아슬하다. 앞선 흔적을 밟으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간다. 찬란했던 만추의 산을 떠올린다.
[충북일보] 금오산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숲과 기암, 절벽과 폭포가 그대로다. 케이블카가 설치로 절경 감상은 되레 편리하다. 별 어려움 없이 산중턱까지 오를 수 있다. 더불어 풍경 담기도 쉽다. 해운사에 당도한다. 맑은 하늘과 기암절벽의 배경이 절묘하다. 거세게 쏟아지는 물소리에 정신이 든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장쾌하다. '할딱고개'를 힘들게 오른다. 마침내 조망이 탁 터진다. 오형돌탑이 한 눈에 들어온다. 창공에 우뚝은 솟은 현월봉이 신비롭다. 하얀 구름이 용처럼 휘감는다. 호거용반의 기세를 품는다. 약사암이 찬란한 기운에 휩싸인다. 인재가 많은 사연을 알게 한다. 시원한 바람에 행복한 땀을 씻는다.
[충북일보]청주의 크리스마스가 화려하지 않다. 거리에 나온 사람들의 흥도 별로다. 매혹적인 캐럴 소리도 잘 들리지 않는다. 오후 4시면 벌써 어둑어둑하다. 5시면 차가운 밤이 시작된다. 짙게 깔린 어둠이 거리를 지배한다. 도심 한 가운데로 무심천이 흐른다. 가로등 불빛 아래 갈대가 애잔하다. 천변의 벚나무가 겨울 운치를 더한다. 도심의 부족한 서정을 충분히 메운다. 무심한 강물과 함께 걷는다. 청주 사람들은 아름답다. 선의로 가득한 미소가 예쁘다. 물건 파는 이도 사는 이도 환하다. 거래의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연인 한 쌍이 지나간다. 두 사람 사이에서 사탕냄새가 난다. 쌉싸름한 소맥 한 잔을 마신다. 겨울밤이 빠르게 지나간다.
[충북일보] 2015년이 노루꼬리만큼 남았다. 달도 한 번 기울기 어렵다. 동쪽 설산을 주유하던 태양이 서쪽 강가로 기운다. 혼신의 힘을 다해 남은 빛을 쏟아낸다. 꼭두서니로 물든 미호천이 유장하다. 일몰의 매력은 언제나 화려하다. 해질녘 산그리메는 그대로 그림 한 폭이다. 야트막한 능선이 오밀조밀 겹쳐 아스라하다. 옅은 운무가 산그리메를 노랗게 감싼다. 사위가 서서히 황금색으로 채색된다. 오송 들녘이 붉게 물든다. 매서운 칼바람이 비명을 지른다. 소나무 가지에서 사르르 솔잎이 떨어진다. 엄동설한의 하얀 공포가 밀려온다. 잿빛의 동쪽 하늘에 매달린 반달이 애처롭다. 동짓날 밤 크리스마스 트리가 별처럼 빛난다.
[충북일보] 오늘도 느리게 걷는다. 걷다 지치면 앉아 쉰다. 산마루금이 유장하게 흐른다. 산기슭을 굽어보며 산그리메를 부른다. 산객의 발길에 낙엽이 살짝 구른다. 손에 쥐고 그 옛날 화려함을 추억한다. 행복했던 시간들을 겸손하게 떠올린다. 한없이 받아 챙긴 사랑과 우정을 기억한다. 해가 저물 무렵 비로소 마음을 봉헌한다. 잘못을 뉘우치며 겸손히 길을 간다. 길을 걸으며 한 해를 정리한다. 남아 있는 시간이 별로 없다. 것대산 활공장이 잔잔하다. 나뭇가지의 흔들림마저 없다. 무동의 공간이 회한의 풍경이 된다. 그나마 가끔 터지는 조망이 위안이다. 모처럼 바람이 스쳐 지나간다. 하늘 위 구름마저 잿빛이다. 속절없이 한 해가 간다.
[충북일보] 송년 산행에 나선다. 낙가에서 백화까지 뚜벅뚜벅 걷는다. 언덕과 고개의 교차가 이어진다. 상당의 예술작품이 차례로 도열한다. 눈과 바람이 만나 상고대를 만든다. 산과 들이 만나 청주를 만든다. 길을 가다가 산을 만나니 고개다. 다시 가다가 물을 만나니 나루다. 미끄러운 바윗길을 다시 지난다. 소복한 낙엽들을 또 밟는다. 발밑 낙엽들의 합창이 시끄럽다. 천년고찰 보살사가 내려다보인다. 술 익는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지는 석양과 함께 산행의 끝도 보인다. 짧은 만남에 긴 여운이 남는다. 공수래공수거의 시간이다. 얼음 아래 계류가 졸졸 소리를 낸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화음이다. 두발로 품을 파니 행복감이 밀려온다.
[충북일보] 속리산에 다시 눈이 쌓인다. 길가 감나무에 매달린 홍시가 선연하다. 빨간 찔레꽃 열매가 유난하다. 손 편지를 쓰고 싶은 풍경이다. 한 템포 쉬어 속리산 신정리로 간다. 안빈낙도가 시냇물처럼 졸졸 흐른다. 휴양림을 지나 쭉 길을 잇는다. 팔각정 뒤편 길을 따라 계속 간다. 고도를 높여 가풀막지게 한참을 오른다. 기묘한 바위 하나가 떡하니 선다. 애기업은바위에 오른다. 신선이 놀다간 유선(遊仙) 같다. 산 그림자를 한 개씩 눈으로 넘는다. 흑백의 농담으로 그림자 물결이 일렁인다. 맥동하는 물결이 물감을 푼 것 같다. 저 멀리 천왕봉이 뿌옇게 보인다. 습도가 높아 그런지 시야가 탁하다. 백두대간 준령이 훠이훠이 넘어간다.
[충북일보] 꽁꽁 언 흙이 발밑에서 버석거린다. 길 양편 언저리에 조릿대가 듬성듬성 자리한다. 그 위에 아침이슬이 햇살처럼 내려앉는다. 잎사귀에 매달린 둥근 물방울이 그대로 우주다. 군더더기 없이 모든 걸 작게 비춘다. 산은 이미 겨울의 한복판이다. 산정과 능선은 온통 눈 세상이다. 발길 덜 닿은 길을 선택한다. 새로운 결기로 새 걸음을 놓는다. 눈으로 뒤덮인 나무가 마중을 한다. 형형색색의 리본들이 바람에 나부낀다. 보고 싶은 욕망이 집착이 된다. 집착이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폭포 물줄기가 희끗희끗하다. 여기저기 촛농 형상의 얼음기둥들이 만들어진다. 그 위로 겨울눈이 꽃처럼 내린다. 거칠게 붓질해놓은 모습이다.
[충북일보] 할 일 마친 낙엽들이 길 위에 뒹군다. 바람 따라 이리저리 날아간다. 잠시 주변이 어수선해진다. 발아래서 다시 바스락거린다. 곱게 물들었던 낙엽의 지난날을 떠올린다. 느린 산행을 시작한다. 이제 줄일 건 다 줄이는 겨울 산이다. 남길 건만 남기고 다 떨어트린다. 오롯이 화장기 없는 민낯을 보여준다. 맨 얼굴의 수수함이 그대로 드러난다. 드러냄과 감춤의 조화가 적절하다. 그대로 자연의 미학이다. 산 꿩이 꾹꾹 울기 시작한다. 하루해가 저물어 간다. 휑한 자리에서 하늘을 본다. 먼 산의 화려했던 모습이 어둠 속에 숨는다. 골을 타고 겨울의 센바람이 내려온다. 바람 맞은 대추나무가 소리를 낸다. 이내 절집 선방처럼 고요해진다.
[충북일보] 2015년이 스무날 남짓이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주위를 떠돈다. 떠나기에 딱 좋은 계절이다. 단양은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호반도시다. 겨울여행의 낭만과 추억 쌓기에 제격이다. 단양팔경은 이미 유명세를 내고 있다. 선사유적과 역사유적도 풍부하다. 신선이 노닐던 곳도 많다. 선암계곡은 '삼선구곡(三仙九曲)'으로 명가를 날린다. 심산유곡의 첫 기암절벽 경승지다. 단양팔경 중 삼경이 여기 있다. 상선암은 크고 작은 바위가 조화롭다. 흐르는 계수가 폭포를 이룬다. 중선암의 하얀 바위 위로 비단물이 흐른다. 쌍룡이 승천하는 형상이다. 하선암의 3단 너럭바위는 풍만하다. 호반길은 사시사철 드라이빙 명소다.
[충북일보] 눈부시도록 아름답다. 산 속이 온통 하얗거나 검다. 최고의 겨울 수묵화다. 흑백의 풍경이 더 없이 상쾌하다. 고생 끝에 낙이 있다. 안간힘으로 오르니 조망이 탁 트인다. 멋진 그림 하나가 뚜벅뚜벅 걸어 나온다. 홀로 솟아 위용을 뽐낸다. 우뚝 서 절경을 만든다. 거대한 수직의 봉우리 하나가 떡하니 버틴다. 길 끝에 바위 하나가 허공으로 돌출한다. 그중 하나가 바위 품에 오도카니 내려앉는다. 스스로 산군을 이루니 위대하다. 두타산이 너른 뜰 증평을 관조한다. 서쪽으로 초평호에 한반도가 떠 있다. 황홀한 일몰은 한 폭의 그림이다. 운해가 겹치니 신령스럽다. 비로소 두타산의 진수를 본다. 저 멀리 청주가 일망무제로 열린다,
[충북일보] 산줄기를 타고 소나무 군무가 벌어진다. 엄청난 크기의 바위가 도열한다. 몇 겹씩 포개져 석문을 만든다. 아주 작은 암자 앞에 선다. 여닫이와 미닫이가 꼼짝도 안 한다. 물끄러미 물러서 바라본다. 길이 구불구불 이어진다. 숲을 미로처럼 만든다. 동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숲의 심장 소리가 미약하게 들린다. 검다가 푸르다가 하얘진다. 수많은 이미지와 환상이 교차한다. 마침내 겨울 숲의 정령을 만난다. 산객들의 옷 색깔이 푸르고 검고 붉다. '꽃보다 청춘'의 나이테를 두르고 있다. 얼굴에 비단으로 엮어진 기쁨이 흐른다. 참 보기 좋은 사람 풍경이다. 길옆 나무꼭대기에 고운 빛이 든다. 작은 절집에 소란이 인다.
[충북일보] 덕유산 동쪽 끝에서 해가 떠오른다. 붉은 빛과 노란 빛이 섞인다. 흰 구름이 하얀 산을 아스라이 둘러싼다. 가슴을 시퍼렇게 하는 색깔이다. 눈이 부시도록 사무치는 풍경이다. 덕유산의 눈꽃은 아름답다. 그 어느 산보다 화려하다. 적설량도 아주 풍부하다. 철쭉 군락이 순백의 눈꽃으로 반짝인다. 구상나무의 풍모는 여전히 뛰어나다. 눈 맞은 주목이 하얀 함박꽃을 피운다. 켜켜이 달라붙어 천년 눈꽃을 장식한다. 날 좋은 날 조망은 수려하다. 남으로 지리산까지 보인다. 경외감 넘치는 선계의 비경이다. 동으로 가야산이 이어진다. 중첩된 능선이 마치 일렁이는 파도 같다. 흑백의 농담만으로 수묵화 한 장이 그려진다.
[충북일보]움츠리고 시작한 눈꽃산행을 마친다. 커피 한 잔에 사르르 언 몸이 녹는다. 고즈넉하고 한적한 오후 산길이다. 소나무에 바람이 스쳐간다. 녹은 눈이 빗물 돼 내린다. 무성한 시간 속을 헤맨다. 거리감도 현실감도 없어진다. 새로운 곳에서 낯선 시간이다. 무심히 녹는 눈에 따뜻함이 흐른다. 물 먹은 눈길이 푹신푹신하다. 소나무와 참나무의 동거가 기막히다. 시린 바람 속 어스름이 푸르다. 멧돼지의 흔적이 적나라하다. 곳곳이 밭을 일궈놓은 듯 일정하다. 농부의 쟁기질처럼 정교하다. 산길을 따라 자주 눈에 띈다. 잠시 두려움이 엄습한다. 든든한 동행자들 덕에 힘을 얻는다. 두려움과 공포는 어느새 친구가 된다.
[충북일보] 설천봉부터 온통 눈 세상이다. 하얀 눈과 상고대가 장관이다. 내리는 눈과 나뭇가지 상고대가 절묘하다. 설천의 탁월풍이 조각한 기막힌 조화다. 눈과 바람의 교합이 만든 자연의 선물이다. 바람이 무섭게 휘몰아친다. 눈이 시린 소리로 울음을 운다. 천년 주목에 눈꽃이 활짝 핀다. 멀리 남덕유까지 온통 설산이다. 덕유평전이 하얀 설원으로 모습을 바꾼다. 하얀 요 위에 하얀 이부자리를 편다. 하얀 세상을 카메라에 담는다. 향적봉에 탐방객들이 몰린다. 서둘러 발길을 재촉한다. 환상적인 풍경을 뒤로 하고 설천으로 돌아온다. 휴게소 탁자에 매달린 고드름이 유난하다. 스키장 인파가 몰려온다.
[충북일보] 곤돌라가 설천을 향해 오른다. 은빛 모험의 길에 선다. 온통 하얀 눈꽃 세상이다. 눈꽃이 쌓여 하얀 향적봉을 만든다. 눈 맞은 천년주목이 덕유별곡을 부른다. 나도 따라 설화로 핀다. 차가운 시간의 성을 딛고 오른다. 사납고 날카로운 칼바람이 분다. 격렬한 흔적에 치열한 기억이 답한다. 짧은 시간에 고된 경험이다. 쉽지 않아 더 값지다. 오랫동안 기억에 머물 하얀 풍경이다. 천년향을 머금은 향적의 설국이 펼쳐진다. 설천을 지나니 눈길이 끝없이 계속된다. 향적봉 가는 길이 온통 하얗다. 백의를 두른 천년 주목이 신령스럽다. 주목의 천년 향이 눈꽃과 어우러진다. 덕유산 천년 눈꽃을 피운다. 설천제국은 동화 속의 나라가 아니다.
[충북일보] 산에 들면 끝을 알 수 없다. 산은 매일 매일 다르다. 머문 공기에도 지나는 바람에도 차이가 있다. 자아와 만나는 치유의 시간이다. 훌쩍 떠나니 곧 길 위의 수행이다. 비울수록 편해지고 채울수록 풍요로워진다. 작은 것에 만족하니 큰 걸 얻는다. 산기슭 집 한 채가 눈에 들어온다. 잘 영근 호두 알이 툭툭 떨어진다. 할머니 얼굴에 연방 함박웃음이 터진다. 쉬지 않고 줍고 또 줍는다. 큰 아들과 손녀가 저 멀리 보인다. 산골의 밤이 무심히 흘러간다. 할머니가 고구마를 꺼내온다. 고소하게 말려둔 호두 껍데기를 벗긴다. 고운 사랑이 화롯불 안에서 익는다. 잘 익은 고구마처럼 달달하다. 내 어머니가 떠오른다. 와락 나온 눈물 삼킨다.
[충북일보] 돌멩이 하나가 발에 차인다. 눈 맞은 대나무 한 그루가 감탄을 부른다. 길 위로 떨어진 낙엽을 그대로 둔다. 내 삶의 풍경에 색깔을 입힌다. 나는 누구인가 다시 묻는다. 동문 누각에 야성미가 넘친다. 노송 한 그루가 견뎌온 세월을 이야기 한다. 모든 잎을 떨군 참나무가 미소를 짓는다. 숲에 깃든 풍경이 부드럽고 안정적이다. 조화로운 평화가 드러눕는다. 철없는 개나리와 진달래가 하얀 눈 속에 핀다. 맨 몸의 참나무와 밤나무가 이어 달린다. 눈 맞은 강아지풀이 애처롭게 흔들린다. 보랏빛 좀작살나무 열매와 대비를 이룬다. 잠시 가을과 겨울이 혼재하는 시간이다. 앙상한 나뭇가지에 새떼가 내려앉는다. 눈 내린 오후 상당산성 숲속 풍경이다.
[충북일보]불꽃 속으로 들어가 불을 경험한다. 단테의 아홉 가지 하늘을 본다. 언어의 마술로 직조된 신곡이다. 구원이 가벼워진다. 관점을 바꾸니 모든 게 쉽다. 욕심을 버리니 마음이 편해진다. 언어는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는 도구다. 시공을 넘나드는 힘이다. 경험을 통해 시간과 동행하는 일이다. 경험은 다른 공간을 다시 경험하게 한다. 글이 남아 있는 한 구원의 순례는 계속된다. 문학적 실천의 힘이 강력하다. 한 번 크게 비워낸다. 하늘과 땅이 서로 손을 맞잡는다. 우리 시대의 구원은 사랑이다. 단테의 신곡은 구원의 안내서다. 동행으로 안내하는 길잡이다. 단테가 레떼 강을 건너 다시 돌아온다. 길 위에서 단테를 만난다.
[충북일보] 산 아래 마을길에 붉은 열매가 한창이다. 분홍의 낙상홍 꽃이 어느새 붉은 열매로 바뀌었다. 봄빛과 여름바람, 가을비 덕이다. 가로변 꽃 사과도 어느새 빨갛게 익는다. 모두가 나름대로 계절을 건너는 중이다. 절집은 세상에서 한 발 물러나 있다. 풀과 나무, 숲이 있어 새가 쉬어가는 공간이다. 주변을 가득 메운 건 적막과 침묵이다. 침묵의 한 가운데 선 적막한 절집이다. 절집 뒤편에 산정으로 오르는 길이 나 있다. 산은 표지석을 따라 오르면 된다. 정해지거나 표시된 길을 따라 가면 된다. 사막은 아무리 가도 길이 없다. 하늘에서 빛나는 별만이 방향을 알린다.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인도한다. 삶은 오르는 게 아니라 지나는 일이다.
[충북일보] 파란 하늘에 어둠이 가득 찬다. 남쪽에서 어두운 구름이 몰려온다. 견고한 하늘의 궁륭에 숭숭 구멍이 난다. 하얀 눈이 연이어 떨어진다. 때론 비로 변해 농부의 가슴을 적신다. 마음속까지 뻥 뚫릴 것 같은 풍경이다. 눈으로 찍어 보관하고 싶은 광경이다. 속속 모습을 드러내는 숨겨진 비경이다. 특정시간에만 볼 수 있는 신비로움이다. 태곳적부터 형성된 오래된 아름다움이다. 겨울 하늘에 저무는 가을이 가득 찬다. 빨간 물 짙게 든 단풍이 아니다. 그저 노랗게 빛나는 오후 햇살이다. 손 내밀면 파란 바람이 잡힌다. 산책하는 평화가 마음에 깃든다. 한참을 그 곳에 머물며 사유한다. 히말라야 어느 산군 신들의 산책로를 떠올린다.
[충북일보] 경업대 아래 관음암이 관조한다. 신선대와 경업대 주변이 수석전시장이다. 온갖 모양의 바위들이 도열한다. 마침내 숨은 비경이 시야에 들어온다. 입산을 허락하는 석문이 웅장하다. 안개는 종종 사위를 환상적으로 변모시킨다. 하얀 눈의 힘은 훨씬 더 크다. 원숭이 바위 눈·코·입이 기묘하다. 바위를 뚫은 천년송은 압권이다. 그 사이에 낀 잡목의 조화가 절묘하다. 절집 안마당 거북바위가 비로소 보인다. 바람이 소리를 낸다. 나무들이 속삭인다. 연봉들이 끝없이 서로의 이름을 부른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이어간다. 충만한 마음으로 산문을 나선다. 도불원인 인원도(道不遠人 人遠道). 산비이속 속리산(山非離俗 俗離山).
[충북일보] 오는 30일 본보와 충북리더스클럽이 주최하는 '14회 충북경제단체 친선골프대회'가 오전 11시 30분부터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그랜드 컨트리클럽(그랜드 CC)에서 열린다. 대회는 경제인들의 친목 도모와 상호 간의 다양한 정보교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대회는 도내 경제단체 회원과 재경 경제인 등 160여 명이 40개 팀을 이뤄 신페리오 방식으로 치룬다. 라운딩 이후 시상식과 김영환 충북도지사 초청 만찬, 행운권 추첨은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된다. 시상식은 △메달리스트 △우승(남·여) △준우승(남·여) △니어리스트(남·여) △롱게스트(남·여) 수상자에게 트로피와 부상이 각각 주어진다. 가장 멋지게 옷을 입은 참가자인 △베스트드레스상(남·여) 수상자에게는 부상이 수여된다. / 성지연기자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 도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가칭 '충북아트센터' 건립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오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기본계획 수립, 타당성 조사, 중앙투자 심사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26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중순 마무리되며 용역을 통해 세운 기본계획에는 공연장 등 규모, 운영 방안, 경제성 검토 등이 담긴다. 도는 이 계획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도는 지난 7월 행정안전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은 의무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충북아트센터 건립에는 총 2천300억 원이 소요된다. 연구원은 내년 4월까지 경제성과 재무성, 정책적 사업 추진 가능성 등을 분석한다. 도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같은 해 상반기 행안부에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심사를 무난히 통과하면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오는 2026년 첫 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도는 이런 절차가 차질 없이
[충북일보] "산업 현장은 치열한 전쟁터라 조용해 보이지만 끊임없이 경쟁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재진(67) ㈜ATS(에이티에스) 대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TS는 국내 자동차 플라스틱부품 업계 1위 기업으로 2004년 설립해 20년간 끊임 없이 달려왔다. 주력 제품은 초정밀 사출 기술을 이용한 자동차용 클립(Clip)과 패스너(Fastener)등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이다. 이재진 대표는 "클립, 패스너 등 플라스틱 부품과 연료 부품 분야로 두 가지 트랙을 사업 아이템으로 갖고 있다"며 "보통 300가지 정도의 부품이 매월 생산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에이티에스는 지난 2022년 국내 완성차 업체 2곳이 필요로 하는 부품 점유율의 50%를 넘어섰다. H사의 1대에 사용되는 내장·외장용 클립 100개중 50개 이상은 에이티에스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진 대표는 "신차 개발은 2년을 앞두고 이뤄진다. 올해 기준으로 2026년 모델링이 나오면 그에 필요한 부품을 부품 회사들이 2~3년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차의 디자인 등에 맞춘 개발을